★육도집경(六度集經) 제4권 ★
(吳康居國沙門) 강승회(康僧會) 한역:한길로 번역
2. 계도무극장(戒度無極章) ☞第 31 章☜
예전에 보살이 있었는데 형제가 세 사람이었다. 세상이 마르는 가뭄을 만나서 백성이 서로 잡아먹었다. 함께 다니면서 먹을 것을 찾아서 미약한 목숨을 부지하더니, 험한 산 속을 지나다가 먹을 것이 떨어진 지 여러 날이 되었다.
두 형이 말하였다.
"아내로써 목숨을 건지는 것이 옳겠다."
큰형이 먼저 그의 아내를 죽여 5등분으로 나눴다.
작은 아우는 어질고 측은하여 슬퍼하면서 먹지 않았다. 작은형이 또 그의 아내를 죽이니 아우가 더욱 목이 메었다. 두 형이 아우의 아내를 죽이려 하니, 아우가 말하였다.
"아내를 죽여 나를 온전히 하는 것은 부처님의 어진 길이 아니니 나는 할 수 없다."
그리고는 아내를 데리고 산에 들어가서 과실을 따먹었다. 산에서 견디기에 해가 지났다. 산에 한 절름발이가 있었는데, 아내가 그와 몰래 사통하고 그 남편을 죽일 것을 꾀하였다.
거짓으로 꾸며서 말하였다.
"아내의 의무는 남편을 힘써 봉양하는 것인데 당신이 하시니, 내일은 나도 따라가서 괴로움을 함께 겪을까 합니다."
"산이 매우 험하니 그대는 갈 수 없소."
세 번이나 말하여도 듣지 아니하여 드디어 함께 갔다.
아내가 산이 높고 골이 깊은 것을 보고 남편을 밀어서 떨어뜨렸다.
물가에 신이 있었는데 그 신이 받들어서 무사하게 하였다.
아내는 이제 잘 되었다고 기뻐하면서 돌아와서 절름발이와 함께 살았다.
남편이 물가로 가다가 상인(商人)을 만나서 자기의 내력을 이야기하니 상인이 딱하게 여겨서 싣고 풍국(豊國)이란 나라에 이르렀다. 그 때 마침 그 나라 왕이 죽었는데 또 태자가 없어서 여러 신하들이 서로 사양하니, 설 자가 없었다. 바라문으로 하여금 점을 치게 하니 길가는 사람으로서 상(相)에 맞는 자가 있으니, 세워서 왕을 삼으라는 것이었다.
바라문이 보살을 보고 곧 말하였다.
"이 분이 도 있는 임금으로서 가히 모든 백성들을 위하여 하늘 같은 어진 덕으로 덮을 것이다."
여러 각료와 백성들이 기쁜 눈물을 흘리면서 좋다고 찬탄하고 만수무강을 빌지 않는 이가 없었다. 떠받들고 궁으로 들어가서 임금의 자리를 주었다.
곧 4등(等)으로 백성을 기르고 여러 삿된 술책은 모두 폐하였으며, 5계를 주고 10선을 펴니, 온 나라가 계를 지켰고, 이에 천제가 그 나라를 도우니 귀신과 요망한 것들이 멀리 달아났으며, 독기가 삭아 없어지고 곡식과 과일이 풍성하게 익었다. 이웃 나라도 바르게 되어서 원수가 다시 친해졌으며, 백성들이 아이들을 들쳐업고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아내도 절름발이 남편을 부축하고 나라에 들어와서 구걸하면서 전부터 남편을 데리고 세상의 어려움을 피하다가 이제 이 인자하신 그늘로 돌아온 것이라고 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아름답고 기특하게 여겨 모두 말하였다.
"어진 부인을 기록해야 한다."
부인이 말하였다.
"중한 상을 주셔야 합니다."
왕이 곧 부인을 보고 물었다.
"천자(天子)를 알겠느냐?"
부인이 떨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왕이 궁인들을 위하여 내력을 말하니, 집정대신이 말하였다.
"이는 죽여야 합니다."
왕이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께서 인(仁)으로써 삼계의 상보(上寶)를 삼으셨나니, 내가 차라리 내 목숨을 죽일지언정 어진 길을 버리지 않으리라."
사람을 시켜 부인을 나라에서 몰아내어 그 발자국을 쓸어 버렸다.
부처님께서 추로자에게 말씀하셨다.
"왕은 나였고 절름발이는 조달이었으며, 아내였던 자는 호수였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