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보면, 화려한 누각은 풍수가(風水家)들이
부귀(富貴)의 복지(福地)로 자랑하고, 비결(祕訣) 담은 옥 상자는 도가(道家)에서 영험한 선부(仙府)임을 증명한다.
학(鶴)을 타고 돈꿰미까지 찬 사람이 누가 있는가. 고기를 잡고 나면 혹 통발을 잊는 경우는 있다. 이른바
토금리(土金里)라는 마을은
물과 나무가 수려한 땅에 터 잡았고, 수은과 납이 남다른 빛을 발한다. 구불구불 이어진
천관(天冠)의 기맥(氣脈)은 상서로운 기운이 참으로 성대하고, 가파른 바위산이 솟아 있는 남방에는
귀하고 밝은 별들이 너무나 빼어나다. 텅 빈산에 고요한 밤이 찾아오게 되면 늘
홍애(洪崖)와 부구(浮邱)를 만날 수 있을 듯하고, 만약
운이 도래하고 때가 찾아온다면 최노(崔盧)와 정이(鄭李)의 집안처럼 될 것이다. 과연 하나도 얻기
어려운 것인가. 두 가지를 이곳에선 다 얻을 수 있으리라. 하지만
묵적(墨翟)의 굴뚝 같은 집들이 이곳에 아주 많은 것을 보면 요즘뿐만 아니라 옛날에도 떠도는 이들이
많았었다. 누가 이 오의항(烏衣巷)의 주인이 되려는가. 신령스러운 이 땅은 그런 사람 기다린다.이곳에도 서숙(書塾) 열어 박식한 선생 맞이하자 문풍(文風)의 새 기운이 어느새 열리었고, 이웃에서 급제(及第) 축하
잔치〔鹿鳴宴〕를 열어 주자 전에 없던 합격 소식〔破天荒〕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 뒤로는 남쪽으로 내려오는 사대부와 서쪽
지방 출신의 걸출한 호걸들이, 객지에서 잠깐 만나 얘기꽃을 피우다가 길지(吉地) 묻고 전원 찾아 이곳으로 들어왔고, 도원(桃源)에서 어우러져
농사짓는 즐거움에 담장과 지붕 연해 이웃하고 살고 있다. 옥이 묻힌 산들과 구슬이 잠긴 연못이 어쩌면 이리도 아름답단 말인가.
호박에 검불 붙고 자석이 바늘 당기듯 그대 역시 자연스레 여기에 와 정착했다.
주인인 그대는, 삼동(三冬) 만에 터득한 글을 응용하기 충분하니, 큰일 하러 만리 먼 길 나아갈 능력
갖추었다.
어릴 때는 조손간(祖孫間)에 수레를 함께 탈 때 별자리가 모이는 그림이 크게 전해졌고, 근일에는
부자간(父子間)에 재산을 늘리고자 바다로 나가는 배를 타려 하고 있다. 붕새가 회오리바람 일기를 기다려서 종당에는 크게 한 번 떨쳐 일어날
것이니, 새옹지마(塞翁之馬) 득실을 가만히 따져 볼 때 어찌 운수 사납다고 탓할 것이 있겠는가.
인생에서 행과 불행이 순환되는 것을
살펴보면 역시 풍수가들이 말하는 재앙과 복이 맞물림을 알 수 있다. 흉(凶)을 피하고 길(吉)로 향하는 증험들을 따져 볼 때 아침엔 궁해도
저녁엔 형통할 수 있음을 알 수 있고, 관직 부르고 가난 구제하는 책들을 읽어 보면 생전에 사는 집이 사후의 무덤보다 중하다고 되어 있다.
공명(功名)이 금방 이룰 수 있는 것이라면 흑왕(黑王)이 왜 태연하게 건좌(乾坐) 집터를 잡았으며,
흥망(興亡)이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다면 연공(燕公)이 왜 무덤에 보토(補土)를 했겠는가.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운명이 돌게 하려면 길한 복지(福地)를 찾는 것이 가장 좋다 하겠다. 서려 있는 용이나 숨어 있는 봉황 같은 대단한 무리들을
접하고자 한다면 여기 사람 아니고 누구와 어울리며,
큰 솥에 밥하고 종을 쳐서 식사하는 부귀의 운세를 누리고자 한다면 이곳을 놓아두고 어디로 간단
말인가.
속 빈
경쇠 걸려 있듯 집이 가난한 걸 고려하면 우선은 5묘(畝) 집터에 만족해야 하겠지만 나중에 문밖에 거마(車馬) 모일 걸
생각하면 서까래 몇 개 얹은 집을 어이 짓겠는가. 드디어
집짓기를 귀신과 함께 도모하여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금방 완성하였다. 동쪽에서 춘풍 불어 문봉(文峯)에 꽃이 난만한 때 낙성의 길일을 점쳐 만춘(晩春)의 날로 잡았다. 벽
칠하기를 견고하고 치밀하게 하지만 어찌 사치하게 붉은 칠을 할 것인가. 띠풀과 대나무로 지붕 새로 이으면서 기와 올리는 비용이 다시 절약되었다.
위로 마룻대와 아래로 처마 조화되니
이만하면 아름답고 완비되어 훌륭하고〔善哉苟美苟完〕, 시원한 누대와 따뜻한 방이 차례로 이루어져
이제 즐거이 담소하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爰笑爰語〕 정위(精衛)가 바다를 메울까 의심하듯 집이 완성될까 의아했을 때에는 단지 마음속의 경륜(經綸)에
의지했고, 우공(愚公)이 산을 옮기는 걸 지켜보듯 공사의 진행을 살펴보고 있다가 눈앞에 우뚝 솟은 집을 보고는
놀랐다. 나무하고 고기 잡기 아주 좋은 곳이니 사시사철 지팡이 짚고 소요하며 지내고,
이곳에서 노래하고 상(喪)도 치를 것이니 백세토록 살아도 별고 없이 전해지리. 삼가 졸렬한 상량의 글을
지어서 훌륭한 집이 낙성된 걸 찬양하는 바이다.
어기여차, 들보를 동쪽으로 드세나 / 拋梁東
강 너머 신선의 배 멀리 바람
탔구나 / 隔岸仙舟迥御風
학 날아 강 건널 제 사람은 안 보이고 / 笙鶴橫江人不見
온 하늘 청량한 달 사방 여울 비었네 /
一天凉月四灘空
어기여차, 들보를 서쪽으로 드세나 / 西
맑디맑은 연못에 방초 둑이 둘러 있다 / 池塘淡淡帶芳堤
노란 싹
난 나무엔 꾀꼬리가 어여쁘고 / 鵝黃千樹金衣嫩
집을 감싼 봄바람 청아하게 울고 있네 / 繞屋春風睍睆啼
어기여차, 들보를
남쪽으로 드세나 / 南
선약 손수 고르고 도가 비결 쓴다네 / 手擇靈方草玉函
뉘 다시 금단 찾아 늙음을 탄식하랴 /
誰復金丹嘆歲暮
신선의 푸른 머리 길게 늘어뜨렸어라 / 滿頭綠髮正毿毿
어기여차, 들보를 북쪽으로 드세나 / 北
정원 안에
모란을 정성 들여 심었다 / 牡丹勤向園中植
위씨 집의 자모란 요씨 집의 황모란 / 魏家吐紫姚家黃
어디 가든 꽃구경에 날이 절로 저무네 /
隨處看花窮日力
어기여차, 들보를 위쪽으로 드세나 / 上
회남 닭과 개 울음 구름 속에서 울린다 / 淮南鷄犬雲間響
소산의 계수나무 요즘 어찌 되었을까 / 小山叢桂近何如
초은시 짓고 나서 스스로 읊어 보네 /
招隱詩成還自唱
어기여차, 들보를 아래로 드세나 / 下
덤불 베고 바위 깎아 너른 집을 지었다 / 剔藪剗巖開廣廈
은대와 옥문을 하나하나 살펴보네 / 點檢銀臺與玉門
고산 살던 임포가 나를 속이지 않았으리 /
孤山不是欺余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