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의 호남 기행
-금강을 따라서 (21)
전주, 역사를 안고 과거와 미래를 잇는 고을
전주는 역사의 고을이다. 역사가 있었던 고을이 아니고 역사를 만들었던 도시다. 만들었다는 말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잇는 말이다. 그날의 역사가 오늘에 있고, 미래를 열어간다는 말인 것이다.
전주는 호남의 첫 고을이니 전주성은 호남의 제 1성이다.
전주는 견훤의 후백제 도읍지며, 조선 왕조의 본향이다. 따라서 한 고조 유방의 중국 강소성 패현과 같은 고을이라 하여 ‘풍패지향’이라고 불렀다. 풍남문은 그 풍패의 풍자에서 생긴 이름이다.
이곳 전주의 성곽과 성문은 1597년 정유재란 때에 부서졌고, 1734년(영조10)에 수축되었다. 남문을 명견루라 하였다. 그 뒤 다시 1767년 큰 화재가 있었고 이듬해에 관찰사 홍낙인이 재건하였다. 대한제국 융희 원년인 1907년 도시계획으로 성곽과 성문이 모두 헐리고 성의 남문인 풍남문만 남았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 감영의 유적지다 . 조선초기 건물인 포정문(布政門), 감사 집무실인 선화당(宣化堂), 감사의 주거 공간인 연신당(燕申堂) 등 모두 40여 채의 웅장한 규모였다. 또 여기 선화당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 자치 기구인 집강소의 총본부 대도소(大都所)가 있던 곳이다.
그러나 대부분 불에 타거나, 근대화 과정의 뒤로 사라져버렸다. 지금은 출장관원들을 재우던 객사만 외롭게 남아 있다.
또 이곳 전라감영 가까이에 조선 태조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이 있고, 전주 이씨들의 발원지인 오목대가 있다.
경기전은 조선왕조를 연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 즉 어진을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던 건물이다. 1597년(선조30)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으나, 1614년(광해군6) 중건되었다. 하마비, 홍살문, 외신문, 내신문 그리고 어진을 모신 정전이 지금도 남아있다.
이웃하여 1439년(세종21)에 설치된 전주사고(史庫)와 현존하는 조선왕조 어진박물관이 있다.
이곳 풍남문과 경기전 일대의 여러 유적지를 둘러본 뒤, 조금만 더 발품을 팔면 승암산 자락의 오목대와 이목대, 환벽당, 견훤왕궁터와 천주교 순교자 성지인 치명자산성지를 둘러볼 수 있다.
오목대는 이성계가 왜구 아지발도 무리를 정벌하고 개경으로 승전할 때 머문 곳이다. 이성계는 여기서 중국 한나라를 건국한 유방이 읊은 대풍가를 통해 새로운 국가 건설의 뜻을 밝혔다 한다.
이목대는 이성계의 5대조 목조 이안사가 전주를 떠나 삼척과 의주로 가기 전에 살았던 거주지 유적지다.
한벽당은 승암산 기슭의 절벽을 깎아 세운, 옥류동고개 옆에 있다. 유생들은 풍류를 즐겼고, 각시바우, 서방바우에서는 아이들이 고기를 잡고 멱을 감았다.
이곳 한벽당에 조선 후기 3대 명필 창암 이삼만(1770-1847)의 부채 이야기가 있다.
폭염은 쏟아지는 여름날이다. 후줄근히 땀에 젖은 부채 장수가 한벽당 그늘을 찾아들었다. 날은 더운데 부채는 팔리지 않아 잠시 다리쉼을 했다. 시원한 그늘인지라, 절로 졸음이 쏟아져 이내 코를 골았다. 그런데 웬일인가? 자고 일어났더니 웬 젊은이가 부채에 글씨를 휘갈기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부채 장수는 버럭 화를 냈다.
“너무 노여워 마시오. 이 부채를 성내에 가서 팔아 보시오.”
아니나 다를까, 부채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한다.
조금 더 가면 왕궁터인 동고산성과 성터인 남고산성이 있다. 백제의 부흥을 꿈꿨던 견훤의 숨결과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여기 동고산성의 견훤 왕궁 터는 전체 188칸으로 고대 단일 건물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승암산 정상에는 치명자산(致命者山) 성지가 있다. 치명자는 ‘목숨을 바친 자’ 라는 뜻으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가톨릭신자에 대한 존경의 의미다. 여기에는 신유년 천주교박해로 순교한 유항검의 가족 7명이 합장돼 있다.
이밖에도 전주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동고사, 삼국지의 영웅 관우를 모신 관성묘, 산성의 시설과 규모를 기록한 남고진 사적비, 고려 말 정몽주의 우국시를 새긴 벼랑 등도 있어서 지나가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그렇게 한 바퀴 천여 년의 역사와 선열의 흔적을 마음으로 만나본 다음, 전주한옥 마을로 내려와 유유히 입도 즐겨보자. 나그네의 정취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첫댓글 드디어~ 전주에~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