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전문기자들이 직접 다녀온 둘레길 33
문경의 토끼비리는 한때 360㎞에 이르는 동래에서 서울까지의 영남대로 중에 가장 험한 길로 유명했었다. <영남대로>를 쓴 고려대 최영준 명예교수에 의해 1980년대 재발견되기까지 역사의 뒤안길에 내버려져 있던 길이었다. 최 교수는 토끼비리를 발견하고 “이 길에 한국의 모든 옛길 역사가 녹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체길이는 길지 않지만 길이 보여줄 수 있는 역사, 축대공법, 사연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은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31호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문경새재와는 15㎞ 거리에 있는 문경의 토끼비리는 사연만큼이나 이름도 많다. 토끼길이라고 해서 토천(兎遷)이라 부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유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이 견훤과 전투를 벌이며 남하하다 이곳에 이르렀다. 절벽과 낭떠러지에 길이 막혀 여기저기를 헤매고 있었다. 그때 마침 토끼 한 마리가 벼랑을 따라 달아나는 걸 보고 쫓아가보니 길을 낼 만한 곳이 보였다. 토끼가 지나간 길을 따라 벼랑을 잘라 길을 냈다.’
토끼가 지나간 길, 즉 토끼길이며 그것을 한자로 토천이라고 불렀다. 이 길은 관갑천잔도, 곶갑천잔도, 토잔 등으로도 불렸다. 잔도(棧道)는 험한 벼랑에 나무를 선반처럼 내매어 만든 나무사다리길을 말하며, 천도는 하천변의 절벽을 파내고 만든 벼랑길을 뜻한다. 용어로 볼 때 강가의 벼랑을 이루는 절벽을 깎아 낸 길과 나무 등을 이용해서 만든 길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옛길박물관 안태현 학예연구사와 함께 출발지인 성황당에 도착했다. 돌고개마을 입구에 있는 성황당은 마을수호신이자 한양으로 과거시험 보러가던 선비와 보부상이 토끼비리를 넘어와 쉬어가던 쉼터 역할도 했다. 문경시청에서 주막 2채를 지어 옛날 분위기를 재현했다.
어느 곳에 가든 성황당에 얽힌 사연은 있기 마련이다. 돌고개마을의 성황당도 예외는 아니다.
성황당 바로 앞 돌고개 고갯길을 꿀떡고개, 혹은 꼴딱고개라 한다고 했다.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이 꿀떡고개에서 반드시 꿀떡을 먹어야만 과거에 급제한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꿀떡같이 과거에 착 달라붙으라는 의미다. 꼴딱고개는 험한 토끼비리를 넘어오면서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꼴딱고개라 했다고 한다. 코재나 깔딱고개와 비슷한 개념이다.
성황당을 지나면 바로 눈앞에 석현성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 축성한 성이다. 바로 옆 고모산성 남문과 연결돼 있다. 임진왜란 때 문경새재 3개의 성이 바로 뚫리는 비극을 교훈삼아 외적을 사전에 막기 위해 성을 쌓았다고 한다. 일자형 성이며, 중앙 성문엔 진남문(鎭南門)이라 쓰여 있다. ‘남쪽을 진압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축성 이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석현성 왼쪽을 따라 토끼비리길로 접어들었다. 잠시 숲길이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오솔길이 나왔다. 길 폭은 매우 좁았다. 나무가 무성할 땐 길을 찾기 힘들어 보일 정도였다. 바위를 깎아 만든 천도가 이어졌다. 바닥이 반들반들한 바위는 세월이 흘러도 그 옛날 사람들이 다닌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잔도는 붕괴 위험이 있어 나무데크로 교체했다. 안태현 학예사는 “길 폭은 옛날엔 2~3m였을 것으로 추정되나 지금은 1m도 채 되지 않아 정비하고 있다”고 했다.
천도와 잔도를 지나 거의 60~70도의 각도로 깎아 만든 아슬아슬한 길이 나온다. 아래는 기록에 나온 대로 20~30m의 낭떠러지였다. 쳐다보면 아찔했다. 몇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왜 이렇게 험한 낭떠러지에 길을 닦았을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영남대로는 360㎞, 고속도로보다 90㎞ 짧아
<영남대로>와 <삼남대로>, <관동대로> 등의 책을 쓴 옛길 전문가 신정일씨가 그 답을 줬다. “옛길을 보면 선조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동래에서 한양까지 가장 빠른 길을 닦은 게 영남대로이고 옛길”이라고 말했다. 지금 경부고속도로는 450㎞ 정도 되지만 영남대로는 직접 걸어본 결과 얼추 360㎞ 됐다고 한다. 거의 90㎞ 차이다. 자연을 파괴하면서 닦은 길과 자연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걷는 길과의 차이다. 새삼 선조들의 지혜가 느껴졌다.
태극모양의 잔도를 지나니 조그만 묘가 나왔다. 묘 바로 옆으로 토끼비리 마지막 구간인 천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저히 사람 손으로 다듬었으리라고 믿어지지 않는, 두 사람이 다닐 만한 길이 바위 위에 나 있었다. ‘야, 이런 길이 있었다니!’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왼쪽으로는 오정산 정상 2.5㎞라는 이정표가 있었다. 토끼비리의 끝지점은 이곳이다. 이후 북쪽으로 가는 길은 사용하지 않아 거의 흔적 없이 사라졌으며, 바로 옆에는 숱한 도로들이 뒤엉켜 산을 가로지르고 있다. 영강을 거슬러 올라 진남휴게소로 연결된다.
문경시에서는 명승 제31호인 토끼비리와 주변 명소를 길로 만들었다. 고모산성과 석현성, 토끼비리 밑으로 흐르는 영강, 진남휴게소, 신현리 고분군 등을 돌아볼 수 있다. 모두 역사가 서린 곳들이다. 토끼비리만 돌고 시간이 나면 충분히 둘러볼 가치가 있는 유적들이다.
information
●교통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탔을 땐 문경새재IC에서 나와 점촌 방향으로 3번국도로 가야 한다. 3번국도로 가다 10분도 채 안 돼 왼쪽으로 진남교반 시작지점인 진남휴게소가 나온다. 이곳에 주차하고 고모산성과 석현성, 토끼비리 등을 둘러볼 수 있고, 진남휴게소에서 차를 유턴해 성황당까지 가서 그곳에 주차하고 출발할 수 있다. 성황당은 3번국도로 가다 환경관리사업소 폐수처리장에서 마을길로 접어들어 길 따라 잠시 올라가면 토끼비리를 찾을 수 있다.
●맛집 맛집은커녕 주변에 식당이 전혀 없다. 토끼비리 가는 길에 옛주막을 재현해 놓았으나 아직 영업은 하지 않고 있다. 유일한 식당은 출발지인 진남휴게소다.
/ 여성조선
진행 백은영 취재팀장 | 취재 월간 산 취재팀 | 사진 조선일보 DB
자료협조 서울특별시 관광과(www.visitseoul.net)
첫댓글 여행자료 즐감 --------
감사합니다~즐거운시간 보내세요~푸리님
여행자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즐거운시간 보내세요~남해병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즐거운시간 보내세요~공부하자님
여행자료 잘봤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즐거운시간 보내세요~마당쇠님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즐거운시간 보내세요~보현보살님
여행을 떠나ㅣ요.........
감사합니다~즐거운시간 보내세요~왕초님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1.12.14 10:1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1.12.14 22:48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즐거운시간 보내세요~하루님
여행자료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