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날은 오리엔테이션 시간이다. 매년 학기초 한 두 시간 혹은 오전 시간을 내어 실시하던 것을 2016학년도 학생.학부모, 교직원 전체회의에서 충분한 오리엔테이션의 시간의 필요성에 따라 연 이틀 연속으로 하게 되었다. 교사측의 주도로 전교생이 강당에 모여 앞으로의 1년여의 학사일정과 학교 살림살이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를 받고 방향을 지시받는 길잡이의 시간이다.
아무리 기운이 팔팔하고 주의가 산만한 사춘기일지라도 ' 이 학교는 어떤 곳인가?' , ' 내 몸은 부릴만한 곳인가?', ' 혹시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닌가?', ' 선생님은 어떤 분이신가?', '우리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이신가?',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의 역량과 평소 습관 마저 유보한 채로 주의 깊게 살피는 타이밍이다. 따라서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상체를 앞으로 구부린 피교육적 자세가 최고한 시기이다. 공립중학교는 전체 학생의 33%와 많을 때는 교사의 30~40%의 구성원에 대폭 물갈리가 이루어지므로 긴장감이 생성되고 학기 초이므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공존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오리엔테이션은 학교의 규칙과 선생님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 정답을 알 수있고, 학교 생활에 모범적인 적응을 할 수있다고 상투적으로 평이하게 설명한다면 금새 식상해질 수있다. 교사측의 통제불능에 빠질 염려와 두려움에 기인한 조급증이 아이들 전체를 잠재적 부적응아로 전제한 억압과 지시적인 인상을 풍기면 아이들에게 시시하다는 인상을 주고 지루함과 반감을 안겨줄 것이다. 라캉이 비유한 항해사처럼 ' 뭔지 모르는 것' 이 있다, 뭔지는 모르지만 '있다'는 알 수 없는, 알아질 수도 있는 미지의 세계로의 초대의 장이 되어져야 할 것이다.
학교와 선생님이 먼저 나서 더 많이 경험한 자로서 하늘에 뜬 저 달에 이르는 설레임을 동반한 공부의 방식과 길을 안내해주기 위해선 스스로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에 대한 성찰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정답을 가진 전능자로서 '나를 따르라'는 근대주의 적인 억압과 꼰대 역활을 벗어나서 빈 공간에 대한 '할 수 없음' 으로 '할 수있음'의 세계를 추구하는 겸손함(diffident)의 여지이다. 완전한 사람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이들은 이미 몸적 세계로 체득해서 사는 데, 눈 앞에 드러난 가시적인 선생님이 갖고 있는 정답이라면, '역시 학교는 그렇고 그렇구나', '알았어, 이젠 다 알았다고요'라며 탐색해 볼 동기의 자극이 아닌, 허구와 위선의 잡음으로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 산수유중학교는 3년째 금연실천학교입니다.
*여러분의 선배들이 노력해서 금연실천학교가 되었습니다.
*전국에서도 매우 드문 금연실천학교입니다.
*담배에는 화학독극물질이 4천여종이 있고, 그중 암을 일으키는 물질도 수십 여종에 이릅니다.
*몸에 흡수되는 속도도 빨라서 7~8초이내면 뇌에 도달합니다.
*담배의 중독성은 마약보다 심해서 두통, 짜증, 초조, 불안감의 금단증상으로 끊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교내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되면 징계의 절차가 뒤따릅니다.
(주의,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등교정지, 보호자 소환 등)
*5월 31일 금연의 날을 맞이하여 문예창작품 대회가 있습니다.
(종류별 : 대상, 최고상, 우수상, 작품상)
*담배는 처음부터 피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금연을 원하는 학생은 보건실로 오세요. 도와드립니다.
*우리 산수유중학교는 3년 째 금연실천학교입니다.
(오리엔테이션 자료 : 2분 소요)
프랑스 철학자 리오타르(1924~1998)는 '정의는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한다. 청소년 흡연은 안 된다는 규범을 언어로서 표명하고 오리엔테이션 자리에 참석한 교사 . 학부모. 학생 참석한 모두가 상호공감대를 생성할 수있도록 선취하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니 송아지 들여 놓기 전에 외양감을 꼼꼼하게 손보는 편이 좋은 것이다. 규칙과 규범의 고지는 자크 라캉의 평화와 질서를 가져다 주는 상징계의 진입을 위한 '텅 빈 해골', 죽은 아버지의 존재를 소환함으로써 혼돈의 세계에서 공공의 질서를 시작하는 첫 단추 채우기 인셈이다. 아버지를 동일시 하는 것은 상징계의 질서나 법에 자신을 순응시킴으로 아버지가 같이 되어 어머니 같은 존재를 얻겠다는 타협이 현실에 적응하며 상징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현상학이란 후설을 읽어서 얻는 게 아니라, 이방인으로 '존재'함으로서 체득된다고 한다. 익숙한 환경을 떠난 이방인으로 자기자신에 대한 전이해(preconception)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것을 강요당하는 현상학적 환원(phenomenological reduction)은 괄호 안에 넣어서 하나하나 말을 음미하는 것이다. 텅 빈 공간에서 미세한 떨림과 파동을 일으키며 어느 방향으로 어느 방식으로 퍼져나가는 가에 대한 기민함으로 선험적 . 초월적 몸적 지향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교사는 '말 걸기'로 이니셔티브해가는 것이다.
시간이 10분이라면 5분이내로 50%정도의 간단하고 짧은 문장으로 시간 압박 없이 천천히 발음 분명하게 모든 친구에게 시선을 주면서 여유있게 낭독한다. 3학년 고은이가 금연서포터즈반장으로서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