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자그마치 10박 12일이다.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인 여건과 건강 그리고 여유로운 시간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는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퇴직을 하면서 오랜 동안 내조로 고생을 한 아내와 함께 여행을 한다고 벼르던 것이 벌써 5년째다. 퇴직을 하고 바로 가려던 여행은 동행을 하기로 약속한 친구들이 퇴직을 하고 난 후 같이 떠나기로 했던 것이 이렇게 늦어진 것이다. 지난해에 떠나려던 서유럽여행은 프랑스 IS 폭탄 테러로 가지 못하고 이번에 떠나게 되었다. 지난해에 같이 여행을 가려던 친구는 아내가 몸이 불편하여 이번에 함께 여행을 하지 못하여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한다.
처음에는 서유럽의 문화유적을 관광하고자 하였으나 건강이 여의치 못한 친구들이 서유럽의 문화유적지보다는 북유럽의 자연경관을 보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에 여정을 잡게 된 것이다. 여행 일정은 덴마크 코펜하겐, 스웨덴 예테보리, 노르웨이 오슬로 비겔란의 조각공원과 롬스달 계곡, 페리호를 타고 게이랑에르 피오르드 관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빙원 요스테달, 노르웨이 산악열차 관광,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 시상식이 열리는 시청사를 관광하고 스웨덴에서 핀란드 헬싱키로 가는 길은 실자라인 여객선으로 이동을 하였다. 헬싱키에서 시벨리우스 공원을 관광하고 러시아 상트 페테부르크 까지는 고속열차를 이용하였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크레물린 궁과 붉은 광장, 아름다운 성 바실리 성당 관람은 이색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감동적인 자연 경관은 노르웨이 롬스달계곡이다. 노르웨이 골든 루트라고 불리는 요정의 길 주변 풍경은 환상적이었다. 5월의 하순경에 노르웨이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연두색의 새싹 사이로 하얀 거품을 내품으며 줄줄이 쏟아져 내리는 폭포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거대한 자연의 경관에 매료되어 이미 감탄사는 메마른 상태였다. 요정의 길은 무척이나 험하고 높아서 마치 요정들이나 다니는 곳으로 붙여진 이름 일듯 하다. 가파른 계곡을 따라 줄줄이 흘러내리는 다양하고 거대한 폭포를 보며 버스 양쪽으로 스마트폰 사진 찍기에 정신없던 차에 노란 유채꽃이 골짜기 사이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평원에 이끌려 버스를 정차하고 사진 찍는 시간을 갖게 한다. 도깨비 길이라고도 하는 요정의 길은 해발 50m에서 시작하여 850m까지 오르는 총길이 18km로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가파른 길은 갈지자로 오르며 지나온 길을 보면서 경이로운 자연에 온몸을 떨었다. 아찔한 스릴 속에 아름다움은 잠시 엄청난 양과 굉음을 자랑하는 폭포를 보고 잠시 길을 쉬었을 때, 폭포수 사이로 무지개가 펼쳐지며 주위 아름다운 자연과의 조화는 누구에게나 탄성으로 이어지게 한다.
아름다운 도시로는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우리에게 레닌그라드로 익히 알려진 도시이다. 이곳은 여름궁전과 겨울궁전이 있다. 여름궁전은 표트르대제가 파티 장소로 쓰기 위해 만든 것으로, 당시 러시아 제국의 위엄과 황제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표트르대제의 명령으로 1714년 착공된 이래 9년이 지난 후 완공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150년이나 지난 후에야 공사가 끝이 났다. 러시아와 유럽 최고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이 총동원되어, 20여 개의 궁전과 140개의 화려한 분수, 7개의 아름다운 공원이 만들어졌다. 궁전의 정원 여러 곳에 분수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화려하고 아름다운 곳은 대궁전의 삼손분수가 있는 곳이다. 우리가 입장을 하여 분수가 가동이 될 즈음에는 삼손분수 주위에는 관광객들로 그 넓은 분수대 주위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음악과 함께 쏟아지는 분수는 주위 황금 조각상들과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정경에 모두가 넋을 잃고 말았다. 위대한 인물은 생존해서도 국민에게 큰 혜택을 주지만 그의 눈부신 업적은 사후에도 자긍심과 부를 안겨준다.
겨울궁전은 세계 3대박물관 중 하나인 에르미타쥐 박물관은 300만점의 전시품이 소장되어 있는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다. 궁전광장 한 편에는 제정 러시아 황제들의 거처였던 겨울 궁전이 제네바 강을 따라 쭉 뼏어 있다. 담록색의 외관에 흰 기둥이 잘 어울리는 로코코 양식으로 이 궁전은 1,762년 라스트렐리에 의해 건축된 것으로 총 1,056개의 방과 117개의 계단, 2,000여개가 넘는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건물 지붕 위에는 170개가 넘는 조각상이 장식되어 있다. 겨울 궁전은 총 6개의 건물로 연결되어 있는 에르미타쥐 국립 박물관 건물 중의 하나이다. 1764년 예까쩨나 2세가 서구로부터 226점의 회화를 들여왔던 것을 계기로 수많은 전시품이 소장되어 있는 세계 최고의 박물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에르미타쥐에서 놓치지 말고 봐야 할 것은 125개의 전시실을 차지하고 있는 서유럽 미술관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 미켈란제로, 루벤스와 램브란트 등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돌아온 탕자’는 누가복음 15장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삼았다. 성서에 따르면 한 아들이 아버지에게 자신의 몫의 재산을 미리 달라고 요청했고, 그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난 다음 집으로 돌아와 용서를 구한다. 그 새 늙어버린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나무라는 대신 좋은 옷과 신발, 가락지를 끼워주라 말하며 잃어버렸던 아들을 다시 찾은 것을 축하하기 위해 살찐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벌인다.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는 집으로 다시 돌아온 아들이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렘브란트는 이 그림에서 돌아온 아들의 시선과 감상자의 시선을 일치시킨다. 감상자가 초라한 모습의 아들을 자애로운 눈빛과 손길로 맞아주는 아버지를 아들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이다. 누더기 옷과 다 헤진 신발을 신고 늙은 아버지의 품에 안긴 아들의 얼굴을 정확히 볼 수는 없지만, 뒷모습만으로도 그가 깊은 회한에 잠겼음을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시커먼 발바닥을 드러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아들의 모습은 오갈 데 없는 그의 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 많은 박물관의 전시품 중에서도 유독 이 작품 앞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은 나 자신을 반추해 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카토릭신자로서 ‘돌아온 탕자임’에 틀림없다. 40여년의 교직생활에서 교육자로서 아이들에게 편애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편애를 하였음을 반성한다. 퇴직한 지금에도 아이들을 신나게 해 주겠다며 ‘아이신나라’ 개인 사업을 하지만, 결국에는 아이들의 활동에 즐거움과 신나는 일 보다는 이익을 추구하는 활동이 아니었는지 반성을 하게 된다. 신앙생활은 어떠한가. 지난 5월초 가족여행으로 주일미사를 보지 않은 후 주일마다 미사참배를 할 수 있었음에도 이번 유럽여행을 마친 후 성사를 보겠다는 내 편의주의 발상으로 참배하지 않았다. 또한, 나의 삶은 겸손한 삶을 잊은 채 함부로 언행을 하여 내 이웃에 상처를 주었고, 내가 아쉽고 필요할 때만 주님을 찾으며 기도를 하여왔다. 사랑과 봉사활동은 먼 나라의 이야기는 아니었는지 ‘돌아온 탕자’의 명화 앞에서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이번에도 ‘돌아온 탕자’ 주님의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빕니다. 전능하신 아버지! 저의 언행으로 저지른 잘 못과 저 자신도 알아내지 저의 잘못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가장 인간적인 모습 안에 드러나는 모습처럼 황금빛의 옷에 붉은 망토를 두르고 돌아온 자식을 어루만지는 아버지 모습처럼 절대적인 자애와 조건 없는 사랑, 영원한 용서로 보살펴 주시길 사랑이 충만하신 우리 주 예수 크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