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기자아카데미를 들은 기자단에게는 도움이 될만한 기사가 미디어오늘에 실려서 퍼왔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좋은 예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중졸학력의 학원강사' ' 제자와 성관계 뒤 협박' '고액학원강의' 이런 다양한 주제중 기자단 여러분은 어떤 '야마'를 뽑아내시겠습니까?
"학력이 뭐길래"
Online update 2001/02/19 16:10
기자들이 흔히 기사를 쓰기 전에 미리 염두해 두어야할 것이 있다. 기사의 주제를 무엇으로 잡을 것인가가 그것이다(이를 두고 언론계에서는 속칭 ´야마를 잡는다´고 한다).
주제설정은 기자의 취재범위를 확정지어 준다는 점에서 더 이상의 강조가 불필요하지만 보도를 접하는 시청자 또는 독자들에게 사건에 접근하는 첫 번째 시각과 개괄적 구도를 전달해 주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 비추어 지난 16일 MBC 뉴스데스크 ´별난 과외도사´ 보도는 기자가 사건에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따라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의미´가 많이 다를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준다.
강남쪽의 경찰서에 출입하는 MBC 보도국 사회부 여모 기자는 최근 데스크로부터 불법과외나 고액과외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라는 지시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고액과외는 대부분 음습한 곳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취재 또한 쉽지 않았다. 그러던 가운데 여모 기자는 16일 오후 경찰서에 들렀다가 꽤 흥미로운 사건을 접하게 됐다. 공갈 등의 혐의로 이날 구속된 올해 서른 일곱 살의 박모라는 학원강사의 학력이 중졸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중졸자가 학원강사를, 그것도 족집게 강사로 유명세를 날렸다?´ 여모 기자는 직감적으로 이 기사가 요즘 자신이 찾던 기사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여모 기자는 이를 데스크에 보고했고, 그 결과는 당일 <뉴스데스크>에서 "자신의 제자와 성관계를 가진 뒤 상습적으로 협박을 해 온 입시학원 강사가 알고 보니 중학교를 졸업하고 검정고시로 고졸학력을 취득한 사람이었다"라는 기사로 전파를 타게 된다.
하지만 이 보도 직후 MBC 뉴스게시판에는 이를 항의하는 글이 빗발쳤다. 시청자들의 의견은 "고졸 학력자는 학원강사를 하면 안 되냐" "굳이 검정고시자임을 강조한 이유가 무엇이냐"로 집약됐다. 다시 말해 기자 또한 학력 지상주의에 물들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여모 기자는 이러한 오해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다시 사건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보자. 다른 방송사 기자가 올린 이번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피의자 박모 씨는 지난 94년 한 보습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당시 고교생이었던 이모 양과 교제를 해오던 중 이양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지난해 6월 두 사람의 성관계를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해 이양이 운영해온 시가 1억 3000여만원 상당의 커피숍을 뺏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이 방송사는 기사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MBC는 이 사건의 주제를 ´족집게´라면 고액이 들어도 과외를 시키는 현실이 결국 중졸자가 고액강사로 둔갑하는 세태를 만들었다´는 아이러니에 중점을 두고 이를 보도했다.
여모 기자는 일단 메인뉴스에 내보낼 뉴스감은 아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세태를 반영한 기사였던 만큼 불필요한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모 기자는 "만약 고액과외 세태를 취재하다가 우연히 이런 사실을 알게 됐더라도 아마 기사를 썼을 것"이라며 "하지만 학력문제가 이번 보도의 중심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도를 본 뒤 시청자들이 느꼈던 첫 번째 ´반감´에 대해 여모 기자의 해명은 그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