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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그러나 암초낚시에 대해 옆 선수에게 장시간 설명하느라 밥 먹기도 힘들었지만, 한 숟갈의 밥도 뜨지 않고 내 입만 바라보는 옆 선수가 부담스러웠다.
“식사는 왜 안하세요?”
옆 선수가 계면쩍게 웃었다.
“나가 어제 거시기 땜시 상태가 안 좋다 캤는디?”
“그래도 조금이라도 드셔야지.”
“사장님이나 많이 드시시오. 한끼 굶는다고 나가 안죽을거잉께. 식사 다했소?”
“네. 대충 먹었습니다.”
옆 선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물을 한 컵 떠 와서 재빨리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가만, 내가 어디까지 설명했더라?”
“거시기, 암초를 넘어서서 줄을 푼다캤지라.”
“아, 그렇죠. 암초를 넘어 섰다 싶을 때는 반대로 줄을 풀어주며 고패 질해야 한다고 말했죠? 이때 풀어주는 줄은 스풀에 손가락을 대고 잡았다 놓았다 줄이 천천히 내려가도록 해야 합니다. 바로 그 순간 입질이 오기 쉽기 때문이거든요. 그리고 암초를 올라 갈 때나 내려 갈 때 입질이 오면 절대 챔질하면 안됩니다.”
“으메? 고말이 맞는 갑소. 입질은 오는디 안걸리는거이 나가 챔질이 약했다고 판단하고 더 세게채버렸지라. 흐미, 이제 보니께 나가 헛살아뿌렀네요잉?”
나는 조끼에서 내가 사용하는 크레인도래 5단기둥채비와 6호카본목줄 묶어 알루미늄호일에 싼 블랙코팅28호바늘 한 쌈을 꺼냈다.
오후낚시에 한번 써보라며 내가 건네 준 자작5단채비를 받아 든 옆 선수가 바늘을 보고 갸우뚱하며 물었다.
“흐미, 요거이 와 이리 짧다요?”
“내가 설명드릴 테니 들어 보신 후 사용하시던가 아니면 사장님 채비로 계속 하시던가 그건 마음대로 하세요.”
“오전에 보니까 사장님은 고패 질을 전혀 안하시던데, 나는 여처럼 자주하지는 않지만 침선이나 어초에서 고패 질은 필수입니다. 고패 질 없이는 선체의 형태도 알 수 없고, 은신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우럭의 먹이사정권에 미끼를 진입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허지만 첫 입질을 받으면 그 다음 진입부터는 바닥까지 추를 내리지 않습니다.”
“고거이 뭔 말이다요?”
“전동 릴엔 수심을 바닥에서 카운트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 기능을 이용해서 어초나 침선바닥까지 채비를 내리지 않고 항상 첫 입질 받았던 그 지점까지만 채비를 내린다는 뜻입니다. 모든 고기는 그날그날 입질하는 유영 층이 다르거든요. 그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면 다른 선수들이 바닥까지 채비를 내릴 때 나는 내가 입력한 수심에서 더 빨리 우럭과 조우하니까 침선이나 어초의 높이를 계속 확인하느라 고패 질 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흐미! 그라몬 추도 안 떨구겄소이?”
“네 그렇죠. 흔하진 않지만 한 줄에 개우럭 10마리도 태울 수 있죠. 아마, 먼저 입질 층에 도착한 내 채비는 미끼고, 바닥까지 내려가는 다른 선수들의 미끼는 밑밥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하하.”
“오메? 벌렁벌렁 가슴 뛰요!”
나이를 잊은 옆 선수의 세레모니에 웃음이 나왔다. 나는 속으로 기도했다. 꼭 오후 낚시엔 좋은 성과가 옆 선수에게 일어나도록 기원했다.
“그런디 고패 질은 최상급이 워떤거이어라?”
“여나 암초일 경우, 목줄이 60cm라면 60cm, 90cm라면 90cm 정도해주는고패 질이 가장 이상적이겠죠?”
“이유가 있소?”
“목줄이 짧은데 길게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바닥이야 찍겠지만 미끼는 너무 촐랑거려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을 것 아닙니까? 반대로 목줄은 긴데 똠방똠방 고패 질하면 미끼가 느릿느릿 흐느적거리니 자연스럽게 보일 리 없겠죠?”
“홈메! 맞소. 인자 나가 이해가 됐소. 근디 사장님은 목줄을 얼마쓰시요?”
“조금 전에 내가 준 바늘 그대로입니다. 대구나 농어 민어낚시는 다르지만, 나는 우럭낚시 목줄은 30cm내지 45cm를 넘지 않습니다. 오늘은 조금 물때라도 물이 빠르므로 35cm짜리입니다.”
옆 선수가 바늘을 뽑아 살펴보며 말했다.
“흐미, 요로코롬 짧게 쓰요?”
“외줄낚시에서는 목줄이 짧을수록 좋습니다. 예를 들어 다운 샷 쇼크리더를 보세요. 목줄이 전혀 없는데도 광어나 우럭이 다이렉트로 잘 붙잖아요? 외줄낚시에서 밑 걸림이 심한 것은 대개 목줄을 길게 쓰기 때문입니다. 목줄이 길면 길수록 추가 바닥에 걸릴 확률은 높아집니다. 왜냐면 조류를 따라 움직이는 바늘이 해초나 바위의 부착생물에 걸리기 쉽고, 그럴 경우 바늘의 부하를 받은 추가 조류를 잘 타지 못하므로 바닥에 걸리는 겁니다. 허지만 밑 걸림 겁나 바닥을 찍지 않으면 하루 종일 개고생 개조황일 뿐이죠. 하하하”
“고건 이해가 됐는디 선장들은 목줄이 길어야 된다든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배는 가능한 포인트와 나란히 흐르므로 목줄이 길면 미끼가 우럭의 사정권을 벗어날뿐더러 줄 꼬임만 심할 뿐입니다.”
“오메! 헌디 옆 사람은 잘 잡는디 나는 와 입질이 없다요? 고건 무신 조화인겨라?”
“레이더를 뺀 선장실의 장비는 모두 수직수중을 탐색하는 기계입니다. 그러므로 포인트에 선장이 배를 댔을 때, 조류 따라 배가 흐르기 시작하는 선두 또는 선미의 맨 처음사람에게 입질이 와야 합니다. 그러나 중간에서 우럭이 잡혔다면, 앞 선수가 놓친 우럭입니다. 바로 앞 선수의 채비가 우럭의 사정권과 안 맞았다는 증거죠. 우럭뿐 아니라 모든 고기는 미끼를 골라 먹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첫 번째 미끼를 물고 늘어지는 습성이 본능입니다. 선장이 알려 준 침선의 높이에 자신의 채비수심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미끼가 너무 높게 떠 흘렀다는 증거죠. 그러니까 내가 놓친 고기를 다음 선수가 받아먹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워메!”
“우럭은 난시성 색맹이므로 광어처럼 먹이 섭취반경이 대략 60cm를 넘지 않습니다. 61cm만 돼도 먹이섭취를 포기하는 게으른 어종이라고 생각하세요.”
“오미! 한 가지 더 물어도 되겠어라?”
“얼마든지요.”
“그 머씨냐? 어초침선낚시에서 선장이 5미터라면 5미터 올리는거이 맞는거이지라?”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만약 선장이 5m라고 했을 때 5미터만 감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때론 3m 4m 또 때론 6m 7m 감아야합니다.”
“고거이.”
옆 선수가 말을 하려다 말았다.
내가 젓가락을 다시집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밥상의 그릇위에 젓가락을 세워 침선이나 어초를 통과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조류에 떠밀린 권사의 부하를 설명했다. 조류가 센 물에서는 조류의 세기만큼 줄을 더 감아주고, 무시 같은 조류흐름이 없을 때는 선장이 준 어초나 침선의 높이정보보다 짧게 감는 이유를 시뮬레이션으로 이해시켰다.
식사가 끝날 때 쯤 옆 선수가 물었다.
“그런디 말이요. 줄이 조류에 떠밀린 길이를 워케 안다요? 물속이 천길만길인디?”
“조류는 표층에서 바닥까지 똑 같이 흐르지 않습니다. 해류 층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류부하를 정밀하게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추측은 할 수 있죠. 선장이 수심을 알려 줄 때 내가 가지고 있는 릴의 줄이 얼마나 풀렸나 확인하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선장이 수심50m라고 했는데, 내 전동 릴이 56m를 찍었다면 내 릴의 줄은 6m가 더 풀린 것입니다. 이때 선장이 일러 준 수심50m는 수직이지만, 내 릴의 줄은 56m 활대처럼 반경타원으로 바다 속에 잠겨 있다고 머릿속에 그려보는 겁니다. 또 자신의 전동 릴에 감긴 권사의 호수도 감안해야 합니다. 전동 릴의 권사가 가늘면 가늘수록 선장의 수직수심에 수직으로 근접하니까요.”
“흐미. 나으 줄은 8호인디.”
“그건 너무 둔합니다. 나는 3호 줄을 감고 있습니다.”
“흐미, 3호줄이라고라?”
“네. 사장님이 사용하시는 PE8호 줄은 대략 45k 정도의 인장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사용하는 3호줄은 일반합사보다 30%정도 인장력이 우수한 23k 인장력이 있는 울트라PE입니다. 우럭낚시에서 20k 이상이면 1m짜리도 끌어 올립니다. 사장님이 사용하는 줄에 걸린 부하가 9m라면 나는 실제 3m밖에 안 받으니 선장이 알려준 수심과 거의 수직에 가깝게 하강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면 침선이나 어초 진입시 바닥에 추를 내렸을 때 누가 더 유리할까요?”
“호메,”
“그러면 선장이 준 높이정보에 몇% 더 가감해서 올려야하고 내려야 한다는 계산이 대략 나오죠?”
“알긴 알겄는디 머릿속이 허벌나게 징하요.”
“한두 번 해보면 요령이 생길겁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고거이 머다요?”
“낚시하는 마음가집입니다. 다른 선수들은 성과를 내는 데 나는 못 잡고 있다면 대개 자신과 자신의 채비와 장비를 의심합니다. 미끼를 잘못 달았나? 채비가 틀렸나? 자리가 안 좋나? 별 생각을 다하죠. 그때부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립니다. 허지만 배낚시에서는 특별한 자리가 없습니다.”
“워미? 선장실 옆이 좋다던디?”
“그게 이론 상 일리는 있습니다. 허지만 침선은 수십m 아래 있고 배는 9톤 정도. 어느 자리에서 내려도 침선을 향해 내려가는 채비는 거의 똑 같은 환경입니다. 이때 가볍고 정교한 채비가 훨씬 직선으로 빠르게 내려가기 때문에 더 유리하고, 바닥을 누가 더 정확하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조황이 달라집니다. 간 혹 배의 좌우 조황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선장이 좌우균형을 맞춰줍니다. 미신 같은 자리 탓은 하지 마세요. 자신이 앉은 그 자리가 최고의 명당이며 자신의 채비가 최고라고 믿으세요. 그러면 결과는 반전됩니다. 그리고 침선이나 어초의 경우 채비를 내리고 배가 흘러 포인트를 벗어나는데 길어야 3,4분입니다. 그러므로 채비를 내려 2,3분 내에 입질이 오지 않으면 우럭이 입을 닫았다고 생각하세요. 그럴 경우 선장의 호각을 기다릴 필요 없이 줄을 미리 회수해서 자신의 채비와 미끼를 재정비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포인트를 벗어난 선장이 재차진입해서 보내는 두 번째 신호에 가장 신선한 미끼를, 가장 빠르게 우럭에게 상납하는, 준비된 선수는 누굴까요?”
“오메. 오메. 인자 나가 직감 받았소. 사장님이 준 이 채비 다음에 꼭 사용할라요. 허나 참말로 한시럽소. 참말로 원통하요.”
갑자기 복장을 치며 답답해하는 옆 선수의 모습을 보고 나는 아연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그를 한스럽게 했는지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첫댓글 상황에 맞는 설명을 쉽게 잘 해 주셨네요.제겐 참으로 어려운 것이 우럭낚시입니다 기회가 되면 동출해서 배우고 싶습니다
제 경험을 초보꾼에게 도움 될까해서 상세장문기술했을 뿐, 용반장님과 젠틀피싱 회원님들껜 전혀 도움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오후 시간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잘 보고있 습니다.
중간 중간 낚시하면서 무심코 지나치는 행동을 잘 지적하시네요.
감사합니다.
더위가 조금 자지러들었네요.
고운 밤되시고 편한 휴식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