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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와 문화, 안보의 여행지인 공기좋고 물맑은 양구에서도 걷기만 해도 10년이 젊어진다는 그 길이 있다.
바로 1300여m의 대암산을 끼고 오르는 호젓하고 운치있는 광치계곡. 산은 깊고 넓다.
광치령오르는 삼거리 광치막국수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광치자연휴양림과 계곡이 있는 대암산
오르는 길로 들어선다. 인간은 그저 나무와 풀, 물과 바위, 다람쥐와 산짐승들이 만들어놓은 숲속의
이방인이요, 낯선 손님일 뿐이다. 숲의 진정한 주인인 그들의 조용한 정령과 정적을 깨우는 불청객이다.
내가 계곡을 따라 걷는게 아니라 숲의 신비로움에 빨려들어 멍한 발길을 옮긴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숲은
그 본연의 색을 더욱 진하게 불태운다. 광치계곡은 양구에서도 두타연과 맞먹을만큼 으뜸으로 치는 계곡이다.
두타연이 시원하고 웅장한 계곡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광치계곡은 좁은 계곡을 따라 유유히 흘러내리는
옥수가 숨겨진 휴식과 사색의 계곡이다. 가을의 산은 신의 입김이 만들어놓은 만가지의 색색을 다채롭게
보여주며 노릇하게 구워진 군고구마처럼 잘 익어간다. 어느 계절이나 아름답겠지만 가을색을 완연하게
보여주는 이때쯤이 자연의 풍성하고 곱게물든 모습이 최고이다.
자연이 차려놓은 오색테이블에 객이 되어 젓가락 하나 올려놓으려 우거진 울긋푸릇한 계곡으로 향해본다.
자연휴양림 입구를 지나면 계곡을 따라 만들어놓은 숲속의 집을 만난다.
하늘을 향해 뾰족한 지붕의 각을 세우고 있는 숲속의 집은 하룻밤 나그네의 여독을 풀기에 딱이다.
숲속의 집이라기보다는 한적한 곳에서 쉬어가기 위한 별장같은 느낌이다.
해발 800m의 광치령이 만든 다양한 계곡과 원시림, 폭포가 있다. 그만큼 인간의 손때가 덜묻은 청정지역이다.
해피700을 내세우는 강원여행지 맏형인 평창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싱그러움을 보여준다.
이곳 광치령을 넘으면 인제 원통이다. 이곳은 천혜의 오지요,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진 청정무구의 한가운데다.
여름이었다면 계곡물이 들려줄 아름다운 하모니를 즐겼을테지만 가을즘의 계곡은 조용한 멜로디만을
들려준다. 오전에 가을비가 촉촉히 와서인지 숲은 싱그러운 빗물을 가득 머금고 있다.
비갠후의 날씨를 좋아하는데, 특히나 약간 흐릿한 안개를 뚫고 쏟아지는 햇살과 맑은 뭉게구름 때문이다.
아직 숲은 촉촉히 내리던 가을비에 젖어있다. 바싹바싹 말라가기만 했던 대지에도 단비가 내려 밝게 피어났다.
깊은 산속 계곡속에 포근하게 자리한 광치자연휴양림의 모습.
8실의 산림휴양관과 10평 6명 정원의 7만원짜리부터 20평 12명을 수용할 수 있는13만원까지 다양한 형태의
숲속의 집 14동이 있다. 2006년에 개장했으니 5년 남짓밖에 되지 않아 아직 새내기 휴양림인 관계로 다른
유명휴양림보다는 덜 북적이고 한적하다. 숲속의 집은 계곡을 중심으로 도로쪽에 면한곳과 숲속에 있는
두곳이 있다. 숲속의 집 위쪽에는 최근에 만든 하얀 설원의 에스키모 이글루가 있다. 거실과 침실이 있는
10여명이 편하게 잘 수 있는 규모의 이글루에는 북극곰 한마리가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주말 13만원이니
이색적인 숙소의 주인이 되는 비용치고는 저렴하다. 이곳은 한겨울 눈내릴때부터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욕심같아서야 대암산 정상부에 있는 자연생태의 보고, 국내 최고의 위치에 있는 용늪까지 가고 싶지만
그 거리가 무려 13km에 이르는데다 왕복 8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천연보호구역에다 습지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생태보전지역 등등 여러가지 명목으로 철저하게 보호되는 지역이라 허가를 얻은후에야
조심스레 들어갈 수 있다. 또한 이 산 곳곳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지뢰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창령 우포늪이 국내 최대의 습지이고 신안 흑산의 장자습지가 섬속에 있는 곳이라면 이곳 용늪은
보기 드문 고층에 위치한 습지라고 할 수 있다. 생태나 학술에 문외한이라도 이곳에 가보면 독특한 경치와
훼손없이 잘 보존된 생태환경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산정상을 휘감은 안개와 구름이 덮고있다가
바람에 밀려가면서 보여지는 모습은 꿈을 꾸듯한 선경을 아스라히 보여준다.
이 정상부에 이런 습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의아해 할텐데, 이곳은 높은 지역이라 안개가 자주 끼는데,
그 안개와 서늘한 날씨가 고산식물들을 썩지 않고 차곡차곡 쌓일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한다.
바로 이탄층이라는데 그 두께가 무려 2m에 이른다.
일단 용늪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래도 제일 만만한 옹녀와 강쇠의 전설이 전해져오는 옹녀폭포까지만 간다.
그곳도 왕복 5km 두시간여 걸리니 만만치 않지만 숲속길을 사색과 휴식처럼 걷자니 그리 긴시간은 아니었다.
양구10년장생길. 지리산의 둘레길, 제주의 올레길, 부안의 마실길이 있다면 양구에는 장생길이 있다.
국토정중앙의 양구에서 51km에 이르는 길을 모두 걸으면 10년은 젊어진단다.
그리고 소지섭도 함께한 그길이니. 이곳 광치에는 그중 4년길이 있다. 트레킹이나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생태식물원에서 솔봉까지 갔다가 광치휴양림으로 내려오거나 광치계곡을 지나 후곡약수터를 지나는
코스를 많이 선택한다. 4년길을 걸으면 담낭이 튼튼해진다는데 담낭은 보통 쓸개라 부르는데
물론 이 쓸개빠진놈 이라 많이 부르기도 한다. 몸에 좋다는 곰의 쓸개는 웅담, 호랑이의 쓸개는 호담.
대암산생태탐방로가 펼쳐졌다. 이곳에서 용늪을 거쳐 펀치볼이 보이는 6.25때의 격전지인
도솔산까지도 가볼 수 있다. 민첩한 무장공비들이라면 반나절이면 갈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은 하루 종일 걷는다해도 다 못갈만큼 멀고 먼 산길이다.
가을의 축제가 한창인 광치계곡으로 입장한다. 산허리에 걸쳐있는 안개와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이
보이다가 어느덧 울창한 숲속을 뒤덮은 신록들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깊게 심호흡을 한다.
싱그럽고 초롱한 기운이 가슴속 깊은곳까지 전해진다. 낙엽이불이 만든 뽀송한 대지를 밟으며 한걸음 한걸음
폭포길을 향해 나간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가면 나무다리도 있고 돌계단, 흙길 등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
때묻지 않은 숲속에는 벌들을 유혹하는 꿀통들이 곳곳에 있다.
저 꿀통에는 얼만큼의 달콤한 꿀들이 있을까. 혹시 곰들이 와서 먹고 가지는 않을까.
10여분을 걸었을까.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약수물이 있어 한술 청했다.
바가지에 담아 마시니 점심에 먹었던 막걸리의 텁텁한 내음이 싹 물러가는 듯하다.
이건 물맛이 아니라 꿀맛이다. 자연이 만들어준 꿀물이다. 한바가지 마시니 걸을 힘이 충전된다.
가는 길 곳곳에는 호랑이며, 맷돼지, 참새, 다람쥐 등이 쳐다보고 있다.
부리부리한 눈과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이며 여행객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발바닥이 떨어지지 않는지 다가오지 않는다. 만약 진짜 이런 깊은 산중에서 이런 놈을 만난다면 어떨까. 으으.
그리 넓은 계곡은 아니지만, 깊은 숲그늘이 드리워져 걷기 좋은 느낌이다.
수풀이 만든 내음을 폐속깊은곳까지 흡입한다.
내린 비에 살짝 젖어있는 단풍과 섞인 흙길은 보드럽고 사각사각하는 발소리도 듣기 좋다.
숲길을 걷다보니 높이가 40여m는 됨직해보이는 전나무같은 단풍나무가 있었다. 단풍의 한 종류라는데
예전에는 집 지을때 많이 사용했는데 요즘은 그 가치를 잃어버리고 그냥 우두커니 숲의 이웃이 되었다.
쭉쭉벋은 나무들과 비에 젖어 물기를 머금은 나뭇잎들이 반겨준다.
이름모를 야생화와 나무의 기운이 몸속에 그대로 들어온다.
눈이 맑아지고 코가 뻥 뚤리며 귀에 들어오는 산새들의 노래소리 또한 숲의 선물이다.
계곡을 오르면 산림욕장이 따로 없고 사람몸에 좋다는 피톤치드가 마구 뿜어져 나온다.
머리가 텅 빈듯하고 가슴속은 뻥 뚫린 느낌으로 뭔지 모를 기쁨에 이끌려 굽이 굽이 산길을 걷는다.
다소 힘이 떨어졌던 몸과 마음도 안정을 되찾아 활기를 띈다.
가을의 한가운데 호젓한 숲속의 주인이 되었다. 적막하고 한적한 숲길이다.
그 숲에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한다. 돌틈을 헤집고 흐르는 물줄기와 이끼낀 바위들,
수북하게 쌓인 가을의 전리품인 붉은 낙엽들 이 모든것이 자연이 내게 전해준 보물이다. 여름에 찾는다면
풍부한 수량과 수려한 경관속에서 깊게 드리워진 숲그늘이 주는 시원함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것이다.
길은 온통 표현조차 힘들만큼 형형색색의 다양함으로 물들었다.
대지의 맑은 기운이 발을 통해 머리까지 시원하게 올라온다.
왜 등산이 좋은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알것같다. 앞으로는 이런 트레킹을 자주 해야겠다.
이제 200여m밖에 남지 않았다. 저 단풍잎이 깔린 돌계단을 지나면 소박하고 고졸한 작은 암자에서
수행을 하는 행복한 미소 가득한 고승이 반겨줄것 같다. 그곳에서 가을산을 바라보며 스님이 내주는
그윽한 차를 마시면서 선문답을 나누고 싶다.
옹녀폭포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계곡에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는데 강쇠바위란다.
설명에 따르면 옹녀와 변강쇠가 금강산으로 가던 중 지금의 옹녀폭포가 있는 곳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었는데 이를 보고 크게 노한 백발의 산신령이 지팡이로 때리는 바람에 옹녀는
바로 그곳에 엎어져 가운데가 갈라진 바위가 되었고 변강쇠는 조금 더 쎄게 맞았는지 한참을 굴러
50여m나 떨어진 이곳에서 남근모양의 바위가 되었다나 뭐래나.
옹녀의 부르는 소리에 한걸음에 달려가니 요런 작지만 듣기 좋은 물소리를 내는 5m 바위에서 내려오는
아담한 폭포가 있다. 이미 두타연폭포나 팔랑폭포 직연폭포를 만나고 물길이 시원한 큰 소를 품은 폭포를
생각했다면 조금 실망할듯하다. 그렇지만 수량이 많은 여름철에는 이 폭포에서 흘러나린 물이 진짜 옹녀의
오줌발처럼 시원하단다. 여름이라면 저 옹녀탕에 들어가서 몸을 담고 싶지만 지금은 썰렁함이 감도는 가을.
보고 있으니 왜 옹녀폭포인지 알것같다.
바위 모양이 옹녀의 볼륨감 넘치는 엉덩이 모양을 하고 있고 쏟아지는 물줄기는 옹녀의 오줌이다.
소의 깊이는 잘해야 1m나 되려나. 물속이 훤히 보인다. 돌아가서 폭포에서 내려오는 물로 세수를 했다.
옹녀폭포위에 있는 바위는 넓고 평평해 쉬기에 그만이다. 산행의 종착지에서 잠깐 앉아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청량한 산중 숲속에서 원시의 나를 만났다. 옹녀와 변강쇠의 전설이 전해내려오는 이곳은 옛부터
연예골이라 불렀단다. 지금도 어디에서 선남선녀가 정분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정표는 솔봉, 후곡약수터, 용늪을 가리키지만 위쪽이 아닌 아랫쪽으로 화살표를 돌려놓고 싶다.
옹녀폭포의 강한 음의 기운을 받고 하산한다. 기를 너무 받았는지 힘이 빠진다.
하산길은 올라갈때보다도 조심스럽다. 물기에 젖은 단풍잎들이 살짝 미끄럽기 때문이다.
계곡을 품으며 내려가는 길은 즐겁고 상쾌하다.
광치자연휴양림 : http://www.kwangchi.or.kr
양구관광 : http://www.yg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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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런 한가한 자연휴양림이 좋던데 중간 사진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진짜 호랑이인줄 잠시 착각해서요~ ㅎㅎ
ㅎㅎ 이런 조형물들을 산 중간중간 설치해 놓아 지루하지도 않고 길안내를 잘해줘서 좋더라구요. 조용하니 맘을 비우고 산책하기 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