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종합병원
이영호
경로회관에서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다.
“노인, 갑: 아이고 허리야.”
“노인, 을: 허리가 아프다고? 나는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쑤시고, 온몸이 다 아프다고.”
“노인, 병: 내 몸은 종합병원이야.”
“노인, 정: 몸이 종합병원이면 어떻게 아픈 거야?”
“노인, 병: 환갑 나이가 지나고부터 몸에 병이 오기 시작, 치과를 비롯한 안과, 고혈압. 당뇨 등 오장육부가 하나둘 망가지기 시작. 수시로 병원에 다니다 보니 내 몸이 종합병원이 된 거지.”
“옛날에는 벌써 죽었을 나이지. 지금은 좋은 약과 신약이 개발되고, 잘 갖추어진 의료시설과 병원. 종합비타민, 보조 영양제 등으로 수명이 길어졌지만, 젊은 시절 건강에 유의하지 않고 몸 관리를 함부로 하다가는 나이가 들수록 병원과 가까이 지내게 된다는 거지요 뭐!”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를 두고 하는 말로 들린다.
노인들이 몸이 천근이나 된다고 말하면 무슨 말인가 했더니 지금 내 몸이 천근이다. 밤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면 개운치가 않고 몸이 무겁다.
나는 청소년기, 장년기를 그치면서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다.
환갑을 맞을 때까지 감기나 가벼운 병치레로 약 처방을 받고 지내기는 했지만, 큰 병을 앓거나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은 적이 없이 그런대로 건강하게 살아왔다.
환갑을 지나고 나면서부터가 문제다. 이가 흔들리기 시작 치과에 다니는 일이 많아지고. 풍치가 오기 시작 해가 갈수록 하나둘 뽑기 시작, 내 이가 반 이상 임플란트 치아다.
4년 전에는 대상포진이 와서 병원에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고, 작년에는 척추협착증으로 시술받기도 했다. 시력도 좋지 않아 돋보기를 써야 하고, 칠순이 지내면서 혈압약, 당뇨약을 현재 복용하고 있다.
세월이 갈수록 몸이 점점 망가지는 것을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할 때, 머리는 흰서리가 내려져 있고, 내 얼굴 보기가 싫어진다.
아파트 옆 동에 사는 형님 되시는 분은 88세의 나이로 매일같이 하루에 만 보 걷기를 한다고 하면서 건강을 과시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가뿐하냐고 물었더니 “가뿐하기는 뭘 가뿐해, 죽지 못해 일어나지!” 건강한 어린아이가 잠시를 가만있지 않고 움직이듯이 노인들도 움직여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가만히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걷기운동을 권한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만 하더라도 환갑 나이까지 살면 오래 산다고 해서 큰 잔치를 했었는데, 이제는 칠순 잔치보다는 팔순 잔치를 할 정도로 장수를 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 보고에 의하면 2013년대 평균수명이 남자 78세. 여자 85세다
2018년 이후부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세 이하보다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고령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옛날에는 백 살은 ‘하늘이 내려준 나이’ 상수(上壽)라 해서 특별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주변에 백 세를 넘긴 장수 노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백세시대라는 말이 더는 낯설지 않다.
TV에서 80대 노인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백 세 인생 유행가를 신나게 노래하고 춤춘다. 노년의 행복과 ‘삶의 질’은 무엇보다 건강이 좌우한다. 질병 없는 삶은 인간의 공통적인 열망이다.
빈곤, 질병, 고독에 시달리면서 오래 산다는 것은 축복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도 동네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줄고 노인들이 늘어나는 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머지않아 초고령 사회가 되면 경제 성장에 문제가 많다. 1인당 노인 부양 비중이 높아지고 복지 예산이 늘어나 젊은이들이 번 돈으로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할 인구가 많아지니 세금도 더 내야 하고 생산적인 곳에 투자할 여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처음에는 경제 성장에 둔화가 있었으나 젊은 사람이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일을, 노인들에게 유도해서 일자리를 늘려가면서 다시 경제 성장을 회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늙은이를 뒷방 신세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좋은 점은 본받아야 할 것이다. 노인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실버타운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노령화가 점점 심화하는 상황에서 혼자 사는 노인의 수도 점차 느는 추세다. 독거노인의 삶에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 건강 악화,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 우울증 등이 문제다. 이러한 것을 해결할 방법이 코 하우징 커뮤니티(Co-housing communities)다.
또한 집을 나눠 쓰는 셰어 하우스(Shared housing)다.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각자 사용하지만, 거실·화장실·욕실·주방 등을 공유하는 주거 형태를 말한다. 노인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에 따라 시니어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주거 형태이다. 셰어 하우스는 금전적인 이유보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함께 생활 할 동거인을 필요로 하는 경우이다.
시대에 따라 형편이 비슷한 노인을 위한 방법들이지만, 생로병사(生老病死)는 누구나 거쳐 가는 인생길이다. 이제 나 역시 노인 신세가 되고 보니 돈도 명예도 부질없다. 얼마나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사는 동안, 욕심 없이 보람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남은 인생의 소망이다.
2024. 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