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江南)이란 땅이름
빌보드챠트 순위가 몇위네 하고 세상을 온통 뒤집어 놓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들으며, 뜬금없이 강남(江南)을 비롯한 땅이름(地名)에 묘한 흥미를 느껴 한번 파헤쳐 보려한다. 그렇지 않아도 요 몇년간 漢詩와 중국에 대해 공부 좀 합네 하고 책과 인터넷으로 씨름하다 보니, 걸리는 것 중의 하나가 그놈의 땅이름(地名)이다. 물론 중국 지명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나의 땅이름도 매한가지다. 그런데 엄청 복잡해 보이는 지명에도 일정한 규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감을 잡기 시작했다.

장강 삼협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강남(江南)이란 지명에 대해 잠시 집고 넘어 가기로 하자. 江南이란 뜻 그대로 강의 남쪽인데, 서울과 경기 일원에서는 한강을 지칭(한강은 전체를 지칭하는 게 아니고 서울 부근 수역 일부만을 지칭하였다는 설도 있음)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강남이란 지명이 처음엔 지금과는 조금 다른 데를 지칭했었다.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강남초등학교(용두열 권모옹이 소시적에 댕긴 핵교임^^)는 1945년에 개교한 학교로 당시 이미 강남이란 지명을 썼으며, 이곳에서 멀지않은 신길동에 있는 강남중학교의 경우 1959년에 서울공업고등학교의 병설 중학교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상도동에는 오래전부터 강남아파트도 있고 강남예식장도 있었다. 그러니 강남이 상도동 부근에서 역삼동 근처로 슬며시(?) 이사간 꼴이 아닌가.
<蛇足>강남제비란 말도 사실 우리나라와는 무관하다. 한강이나 금강, 아니 섬진강의 남쪽에서도 겨울에 제비가 월동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당연히 중국 장강(長江) 남쪽 따뜻한 지방을 지칭하는 것으로 제비가 월동할 만한 지역은 광저우(廣州)나 하이난(海南)섬 쯤일 것이다. 혹시 온난화가 진행되다 보면 언젠가 제주도나 남해 부근에서도 제비가 월동할지...
큰 강과 산, 그리고 호수에서 나온 지명들
강이나 산 같은 거대한 자연 지형지물로 지방의 이름과 도시명을 붙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리라. 한양(漢陽)이라는 서울의 옛이름도 한수(漢水)의 북쪽에 위치한 도시라는 의미로, 강의 남쪽을 음(陰), 북쪽을 양(陽)이라 하였기에(山의 경우는 반대로 북쪽이 음, 남쪽이 양) 붙여진 것일 게다. 중국에는 큰 강이 많아서 그와 관련된 지명이 의외로 많은데, 강(江)이란 보통 장강(長江, 양자강)만을 지칭하였고 하(河)의 경우는 황하(黃河)를, 그리고 나머지 강들은 통상 이름 뒤에 물 수(水) 자를 붙여 썼다고 한다. 그럼 강과 산 등으로 이름지어진 지명을 좀 추려서 올려 본다.
강(江) 자가 붙은 땅이름
강남(江南) : 우리나라엔 강남이란 확실한 지명이 있지만 중국에는 성(省)이나 대도시 이름에서 강남이란 명칭을 보지 못했다. 이렇게 구체적인 장소는 없어도 중국인들의 마음 속에는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당나라의 시인 두목(杜牧, 803~853)의 '강남의 봄(江南春)' 이란 제하의 시는 장강 아래에 번성했던 도읍지 난징(南京)을 두고 읊은 것이다. 중국인들의 마음 속의 강남은 이곳보다 더 아래에 위치해 있고 미인이 많기로 이름난 항저우(杭州) 까지를 포함한 그 일대가 아닐까.
강소(江蘇) : 동양의 베니스라는 쓰저우(蘇洲)가 위치한 장강 하류 지역인 장쑤성((江蘇省). 상하이(上海)와 난징(南京)도 이 지역 내에 있다
절강(浙江) : 장강(長江)의 지류인 전당강(錢塘江), 일명 절강(浙江)에서 유래한 지명. 물이 구불구불 꺽인다(折)하여 붙여졌다고 함. 풍광이 뛰어나고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서시(西施)도 이곳 출신) 옛 도읍지 항저우(杭州)가 이 지역내에 있다.
강서(江西) : 서울과 부산에 강서라는 지명이 있는데 근대에 붙여진 이름으로 각각 한강과 낙동강의 서쪽을 지칭한 지명이다. 중국의 경우, 쟝시성(江西省)은 장강의 중하류에 위치한 내륙 산간지방으로 도연명(陶淵明)의 무릉도원의 배경 무대가 된 곳이며, 唐宋대 시인들이 즐겨 노래한 여산(廬山)도 이 지역으로, 성도는 이름도 생소한 난창(南昌).
하(河) 자가 붙은 이름
하북(河北) :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北京)과 큰 항구도시 티엔진(天津)을 포괄하는 지역으로 황하의 북쪽에 위치했다 하여 붙여진 지역 이름
하남(河南) : 서울의 동쪽 한강 변에도 이런 지명이 있으나, 중국에서는 황하 남쪽 지방인 허난성(河南省)을
지칭. 중국의 내륙 산시성(山西省)의 남쪽 지방으로 성도는 정저우(鄭州)
그외 강과 관련된 지명
낙양(洛陽) : 洛水의 북쪽에 위치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하남(河南)이라 불림. 중국 역대 9개 나라의 도읍지 였는데 지금은 퇴락한 고도이다. 기원전 12세기 주(周)나라 때는 낙읍(洛邑)이란 명칭으로 수도가 되었으며, 그후 후한(後漢) 걸쳐 동진(東晉), 후조(後趙), 연(燕) 등의 도읍지였다. 당나라 시절엔 주도인 장안(長安, 지금의 시안)과 함께 동도(東都)로써 번성했으나 그후 쇠락.
함양(咸陽) : 경상도에도 같은 한자를 쓰는 함양이 있지만, 오리지날은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의 도읍지인 함양(咸陽)이다. 위수(渭水)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하여 陽 자가 붙어있는데, 진이 망할 때 철저히 부서져서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이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장안(長安)으로 도읍을 정하게 된다
요동(遼東) : 요하(遼河)의 동쪽 지방으로 중국 진(秦)나라 때부터 써오던 지명이라 함.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고구려와 수(隋), 당(唐)이 치열하게 격돌한 곳. 그 유명한 안시성도 이곳에 위치해 있었다.
사천(四川) : 사천요리로 알려진 중국 장강의 중상류지역. 장강의 지류(珉江 등)가 많아 붙여진 지명인듯 하며 성도는 청뚜(成都)이고 이곳에서 400여km 떨어진 곳에 그 유명한 구채구(九寨溝)가 있다.
제남(濟南) : 중국 산둥성(山東省)의 성도(省都)인 지난(濟南). 옛날에는 그 북쪽으로 항하의 큰 지류인 제수(濟水)가 지나 갔기에 붙여진 지명이나 지금은 황하의 물줄기가 바뀌면서 없어진 강이라고 한다.
산을 중심으로 붙인 이름
산동(山東) : 여기서 山이란 唐代에는 수도인 장안 근처 종남산(終南山)이나 그 서쪽에 위치한 롱산(隴山)(일설엔 華山도)을, 그후에는 태행(太行)산맥을 기준으로 하였다는 등 오락가락 함. 산둥성(山東省)은 공자가 탄생한 곡부(曲阜)와 그를 기리는 사당인 공묘(孔廟)가 있으며,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태산(泰山)도 이 지역에 위치함. 성도는 지난(濟南)
산서(山西) : 중국의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으로 황하 문명의 발상지이며 불교 유적이 많은 곳으로,
국수의 효시가 이곳이라고도 한다. 성도는 타이위안(太原)
큰 호수를 중심으로 한 이름
중국의 경우 엄청난 규모의 둥팅호(洞庭湖)를 중심으로 지명이 생겼다
호북(湖北) : 장강의 중류, 四川성의 동쪽에 위치한 후베이성(湖北省). 성도는 우한(武漢)
호남(湖南) : 우리나라에도 호남이 있는데, 이는 전북 김제의 큰 호수 벽골제호를 기준(금강의 다른 이름인 호강(湖江)의 남쪽이라는 설도 있음)으로 한 것으로 대략 전라도 지방을 말하나, 중국의 경우는 역시 洞庭湖를 기준으로 남쪽 지방, 후난성(湖南省)을 지칭한다. 십수년전 상해 후단대(復旦大) 교수와 만났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 四川 사람들은 매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湖南 사람들은 맵지 않은 음식을 두려워한다." 한마디로 매운 음식에 관한한 四川 넘덜은 게임도 안된다는 야그^^ 성도는 모태동이 혁명을 시작했다는 창사(長沙)
큰 산마루를 중심으로 한 이름
중국은 평지가 많아 강과 호수가 지명에 큰 역할을 했다면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아 높은 재(嶺)가 지명의 기준이 되었다. 문경새제는 경상도나 강원도 남쪽 지방에서 한양으로 올라 올때 꼭 넘어야 하는 높은 산마루로 새도 잠시 쉬어간다 하여 새재(鳥嶺)이란 명칭이 붙어있다.
영남(嶺南) : 문경새재의 남쪽 지방으로 주로 경상도를 지칭
영동(嶺東) : 문경세재의 동쪽으로 강원도 동해안 지역을 지칭, 관동(關東) 지방으로도 불림
영서(嶺西) : 문경새재의 서쪽지방 즉 충북 일원과 강원도 내륙지방
*여기서 이름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 하나. 오랫동안 평안하라고 지어진 '長安'은 그리 평안하지는 못했는지는 몰라도 오랫동안 유지된 도시로 남아 지금도 서울의 대명사처럼 불리어지고 있다. 장안은 한고조 유방이 이곳을 도읍지로 왕망(王莽)에 의해 망할 때까지 200여년을 유지했다(그후 후한은 철저히 파괴된 長安을 버리고 洛陽을 도읍지로 함). 이후에도 을지문덕에 패해 멸망한 수(脩)나라의 도읍지로 시작하여 이를 이은 당나라의 번성했던 수도로 300년 가까이 영화를 누렸다. 이후 어느나라의 수도가 된 바 없지만, 명나라 때 재건하여 서쪽이 평안해야 나라가 평안하다는 의미인지 西安이라 하여 지명의 일부나마 남아있다.
반면 安 자가 붙었던 다른 도시가 있는데, 항주(杭州)가 남송의 수도일 때 붙여진 이름이 임안(臨安)이다. 말 그대로 임시방편인지 평안하지도 못했고 오래가지도 못했는데, 초기에는 금(金)의 등살에 시달리다 나중에는 몽고족의 원나라에 의해침략을 당해 멸망하고 다시 원 이름인 항주로 복귀한다.
옛날의 강남 스타일
필자도 강남 이나 '강남 스타일' 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천여년 전의 당나라 유학파 시인이며 학자인 최치원(崔致遠, 857~? 통일신라)도 '강남스타일'을 경원했었던 모양이다. 그의 시 강남아가씨(江南女),
江南湯風俗(강남탕풍속) : 강남은 그 풍속이 음탕하여
養女嬌且憐(양녀교차련) : 딸자식을 교태스럽고 오냐오냐 키우네
性冶恥針線(성야치침선) : 바느질 하는 걸 부끄럽게 여기고
粧成調管絃(장성조관현) : 단장하고 악기 연주에만 열중하지
所學非雅音(소학비아음) : 배우는 건 건전한 음악도 아니고
多被春心牽(다피춘심견) : 대부분 春心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들
自謂芳華色(자위방화색) : 스스로 자신의 꽃다운 자색이
長占艶陽年(장점염양년) : 농염하게 오랫동안 갈 것처럼 말하지
첫댓글 감사합니다. 소인은 알고 보니 오리지날 강남에 살고 있군요. 지난 35년을 가리지날 강남에서 15년 오리지날 강남에서 20년을
본인도 장승백이 강남예식장 부근에서 5년, 숭실대 앞 강총무님 집 근처예서 15년 정도 살았으니 오리지날(?) 강남맨인디유^^
우리나라 지명에 영은 백두대간을 의미하는 것은 알겠으나 호남, 호서, 기호지방의 호수는 어느 곳을 말하는지 궁금합니다.
이왕 수고하시는 김에 부탁 좀-----
강남여를 보니 강남은 음이 맞네요.
호남의 湖에는 대략 3가지 설이 있다네요. 첫째는 김제의 벽골제湖, 둘째는 금강의 다른 이름인 湖강 그리고 충북 제천의 의림池인데, 마지막의 경우는 湖가 아니고 못 池라서 좀 그런데, 호서를 말한다면 벽골제의 경우 호수의 서쪽이 협소한 반면 의림지의 경우는 충남과 전북 일부가 이에 해당할 수 있겠네요.
고맙네. 설이 여러가지니 잘 알려지지않았네.
삼국지에 등장하는 많은 지명들이 예외없이......
산동반도 끝자락에 공자, 강태공 동상을 비롯 진시황의 불로초 탐사팀에 관한.....
당나라가 망한 이유가 있구만~
蛇足에 강남제비가 등장하는데,소생이 근무하는 역삼 벤처텔 삘딩 2층에 "강남제비"라는 수제비집..점심때만되면 손님이 줄서서 바글바글..수제비란 원래 밀가루 반죽을 엄지, 검지 약지 손가락으로 주물주물 뜯어내어 삶아먹는 분식인데 우째 이리도 손님이 많은지...한번 잡솨봐...6,000원...술은 않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