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웃기는 남자 / 정선례
3년 전부터 한 남자에게 빠져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나이는 41세 뿔테안경을 끼고 머리는 크다. 눈이 단추 구멍보다 작아서 떴는지 감았는지 모를 정도이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눈매는 날카롭다. 공채 개그맨은 아니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입담으로 팟통령, 방송 천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무명 시절에는 특이한 알라딘 복장을 하고 '이쁜이 꽃분이'노래를 불렀고 개그맨 이국주와 'CCTV'라는 혼성그룹을 만들어 활동했으나 인기가 없어 해체하고 가수 '주현미' 무대 MC로 활동하여 관객들의 반응을 끌어낸다. 자신의 연애경험을 토대로 '최욱의 원포인트 연애 레슨'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팟게스트는 약 천 개 정도 된다고 한다. 일종의 인터넷 방송이다. 유명 연예인들부터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만들어 일반인들이 내려받아서 구독하는데 거의 무료이다. 영어, 부동산, 음악, 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방송이 있는데 그중에 '걱정말아요 서울'이나 '정영진 최욱 불금쇼'는 잘생긴 정영진과 유머감각 뛰어난 최욱이 환상의 팀웍으로 방송의 재미를 더한다. 다시 듣기를 설정해 놓으면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하루종일 연속해서 들을 수 있다. 요즘은 개그맨 '안영미 최욱 에헤라디오'를 MBC 라디오 저녁 8시 25분부터 10시까지 시사와 재미로 저녁 시간을 책임지고 있다. 얼핏 들으면 깐죽거리며 가벼워 보이지만 정치 사회의 예민한 문제를 다룰 때는 김제동이나 손석희 못지않게 자신의 거침없는 성향을 유머로 승화하여 재미를 더한다. 자신의 일에 프로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에서 남자의 매력을 느낀다.
주말에는 평일보다 더 바쁘다. 화목보일러에 넣을 땔감을 마련하고 나무하고 축사에 소풀도 들인다. 김장밭에 잡초도 뽑고 완두콩 마늘 심고 풋고추 따는 일을 하는데 지루하고 시간이 더디게 간다. 그러나 최욱을 알고 난 후에는 주말이 기다려지고 출연했던 여러 프로의 방송을 다시 듣기 하면서 일하면 능률도 오르고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방송 청취소감을 보내 팬심을 표현하고 댓글 달면 채택되어 그가 읽어 주기도 한다. 최욱은 내 생활의 활력소이며 즐거움이다. 사이다처럼 속 시원한 입담으로 전국의 많은 청취자들에게 재미있는 방송을 해주고 있는 우리들의 작은거인 최욱,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