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카라치의 어린이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촛불을 들었다. 인도 첸나이의 학생들도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모였다. 늘 싸우는 인도와 파키스탄이지만 이날의 촛불만은 '하나'였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무지갯빛 조명으로 물들었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일곱 색깔로 빛났다.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의 '무명용사들의 광장'에서는 지난 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모여들어 이스라엘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시위를 했다. 이들의 손에도 이날만은 돌멩이가 아닌 촛불이 들려 있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지난 5일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타계 뒤 지난 주말 세계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어쩌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만델라의 마지막 가는 길은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7일 파리에서 열린 아프리카정상회의에 참석해 만델라의 초상 앞에서 연설을 했다. 뉴욕의 유엔본부,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 조기가 걸렸다. 워싱턴의 백악관도, 파리의 엘리제궁도 조기를 달았다. 만델라를 추모하는 순간만은 세계가 하나였다.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광장에서는 남아공에서 온 흑백 여행자들이 함께 국기를 흔들었다. 로마시는 해마다 비아델코르소 거리에 세우는 대형 트리를 올해는 무지개색으로 장식하고 만델라에게 헌정했다. 모두가 어우러지는 '무지개 국가'는 생전의 만델라가 꿈꾼 나라였다. 메일앤드가디언 등 남아공 언론들은 "세계가 만델라의 뜻을 함께 기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