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행 휴가 2일차
아마도 2009년 쯤, 광명시에 살 때 일곱 살 먹은 아들을 데리고 '고군산군도' 하루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동네 새마을금고에서 인당 만원씩만 내면 보내주는 행사였다. 버스를 대절해서 갔고 식사도 한끼를 제공해주는 일석이조의 여행이었다.
당시에는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연육교가 없었기에 배를 타야했는데, 파도가 높아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섬 사이에는 작은 다리들이 있어서
아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한 두시간을 구경했었다.
이젠 세월이 많이 흘러 아이들이 부모와 같이 가려하지 않으니 아내와 둘이 고군산열도를 향해 출발을 했다.
세 시간을 달려서 선유도에 도착을 하니, 잘 닦인 도로와 너른 주차장, 집라인을 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우선 눈에 든다.
예전에는 횟집 두군데가 다였지만,
지금은 가게가 너무 많다.
군산에 '박대'가 유명한지 박대구이 파는 집이 꽤 있다. 박대정식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먹을만하다.
날이 너무 더워서 자전거를 빌리려던 계획을 고민하던 차에, 누군가 유람선을 타라고 호객을한다.
자전거 타는 이는 없고, 이제는 다들 오토바이나 2인승 오토바이를 탄다.
본래 호객에 응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얼른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유람선은 상당히 규모가 커서 2백명 이상이 탈 수 있었고, 섬 사이를 80분간 오가며 섬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설명하시는 분이 재담꾼이라 상당히 재미 있었다.
주차장까지 걸어왔는데 너무 더워서 더 이상 걷기가 힘들었다. 차를 타고 천천히 해수욕장을지나 선유도 끝까지 갔다가 장자도로 향했다.
장자도에는 옛 인도교를 정비해서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게 만들어놨다.
가운데는 나무바닥이고 양 옆은 유리바닥이다. 유리바닥 쪽을 밟아보려니 오금이 저린다.
12시에 섬에 도착했는데 어느 덧 다섯 시가 넘어서 군산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숙소까지 40킬로 정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군산 토박이에게 추천을 받은 '한일옥'이란 기사식당에 갔다. 그곳이 마침 신흥동이라는 옛날 일본 적산가옥이 많은 곳이고, 한일옥도 그중의 한 곳이었다.
한일옥 바로 앞은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사진관이라 그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나는 음식점에서 줄서는 걸 몹시 싫어한다. 무려 30분을 기다렸는데, 대기 장소도 너무 더웠고, 음식점 내부도 더웠다.
대표 메뉴라는 소고기뭇국과 육회비빔밥을 시켰다. 뭇국은 시원한 편이었지만, 육회비빔밥은 네맛도 내맛도 아닌게 평양냉면같은 심심한 맛이었다.
저녁 식사는 살짝 망쳤지만, 옛날 거리를 감상한 걸로 위안을 삼았다.
본래 달빛공원에 가려했지만, 에너지가 소진되어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군산은 일제시대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20세기 7,8십년대에 정체되어 있다.
그래서 옛 배경의 영화촬영지로 자주 쓰이는 것 같다.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고, 다니는 사람도 일하는 이도 거의 노인이다. 지방 소도시의 운명인듯 느껴져 안타깝다.
숙소에서 씻고 캔맥주 한 잔에 갈증을 씻은 후 이른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