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7일 수요일
여행 9일째.
아침 5시에 일어나보니 날씨가 쌀쌀했다.
오늘은 바하리야 오아시스 마을로 이동하여 백사막과 흑사막을 탐방하는 날이다.
사막 롯지에서 하룻밤 머물 짐만 작은 배낭에 넣고, 호텔에 맡겨 놓을 큰 여행 가방에 나머지 짐을 쌌다. 얇은 오리털 패딩을 겉에 더 껴입었다.
6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 내부와 외부를 둘러보았다. 시설이 매우 훌륭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7시 30분에 7인승 봉고차 3대에 나눠 타고 카이로 남서쪽 사막지대에 있는 바하리야를 향해 떠났다. 바하리야는 이집트 서부 사막(사하라사막에 포함됨)에 위치한 저지대이자 천연자원이 풍부한 오아시스인데, 산으로 둘러싸인 타원형의 계곡(면적 2,000km²)으로 수많은 샘물이 솟아난다고 한다.
구글맵으로 검색해 보니, 숙소인 트질라 바하리야 롯지(Tzlia Bahariya Lodge)까지 399km, 4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우리가 탄 봉고차들은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도로가 아니라 질러가는 도로인 엘 와핫 로드(El Wahat Rd)를 따라 달렸다. 아직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중간중간 짧은 구간이 정상 운행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였으나, 이리저리 길을 바꿔가면서 시속 120km 속도로 계속 달렸다. 공사가 완료된 구간 대부분은 도로의 직진성과 평탄성이 좋아 승차감이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2시간 20분가량 달려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와타니아(Watanya) 휴게소에 들러 잠시 쉬다가 다시 출발하였다. 남서쪽으로 들어갈수록 사막의 빛깔이 점차 검은색으로 변해 갔다.
11시 50분에 롯지에 도착하여 한식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제대로 된 한식이었고 맛이 좋았다. 배정된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고 잠시 쉬었다.
오후 1시 15분에 4인승 지프로 갈아타고 흑사막으로 갔다. 흑사막 포인트인 크리스털 마운틴 등을 들렀다. 이 흑사막은 주로 고대 화산 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현무암(basalt), 철 석영암(iron quartzite), 그리고 철 함유 사암(iron sandstone)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과거에 화산 활동과 침식 작용이 만들어 낸 풍경이 무척 이색적이면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검은색을 띠는 이유는 모래와 암석에 철광석 성분 및 다양한 철 산화물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손으로 검은 돌을 들어 올리니 일반 돌과는 달리 아주 묵직하였다.
흑사막을 떠나 다시 한참 달리니 광대한 백사막이 나타났다. 이 지역은 과거 바다였으며, 해저에 퇴적된 석회암과 백악질(chalk) 지층이 융기하여 대평원을 이루었고, 오랜 세월에 걸쳐 끊임없이 불어온 바람(풍화작용)이 석회암의 부드러운 부분을 깎아내고, 단단한 부분만 남아 현재와 같은 버섯, 동물 등 다채로운 모양의 흰색 석회암 기둥과 바위들의 모습으로 서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외계행성에 온 듯한 신비롭고 환상적인 경관을 연출하고 있어서 경이로움과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멋진 석회암 형상들을 사진에 담고 또 담았다.
일몰 포인트로 알려진 닭&버섯(chicken with mushroom) 바위에서 일몰 풍경을 오래도록 감상했다. 여행 팀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앉아 다과의 시간을 가진 후, 5시 55분에 지프를 타고 바하리야 롯지를 향해 달렸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했다. 사막의 밤하늘은 색다른 아름다움과 감동을 안겨 주었다.
7시 30분에 롯지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었다. 이어서 캠프파이어가 시작됐다. 우리 여행팀원들끼리 얘기를 나누면서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나무토막들이 굵은 데다가 마르질 않아서 불이 시원치 않았다. 유심히 살펴보고 나무토막들을 조정해 가면서 불기운을 살려 나갔다. 옛날 젊은 교사 시절에 이웃 교실의 난롯불이 꺼질 때마다 불을 피워주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여러 사람이 모여 처음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함께 나눈 시간이었다. 적당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숙소로 돌아와 오늘의 일정을 오래도록 정리하였다. 11시에 몸을 씻었다. 내 몸을 녹여주는 따뜻한 물줄기에 기분이 좋아졌는데, 그 물줄기가 중간중간 약해지거나 끊기곤 해서 짜증이 났다. 그 순간, 머릿속을 때리는 충격음이 들렸다.
'아, 여기는 오아시스였지. 그 소중한 물을 마시고 요리한 음식을 먹고, 몸까지 깨끗이 씻으려 하면서 투덜거리다니…!'
순간의 내 어리석음을 반성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