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은퇴이민 1기 67. 만남
이곳의 날씨와 옷차림, 준비물들을 꼼꼼하게 적어서 생각날 때마다 메일로 자꾸만 안내를 한다.
심지어 입국신고서까지 예문을 써서 메일로 보낸다. 물론 잘 하겠지만 오랜 만이라 당황스러울까봐 엄마같은 노파심에서다.
특히 환전은 이곳에 와서 내가 직접 해 주는 게 유리하다고 적어 보낸디.
건기의 날씨는 매일 매일이 청량하고 최적이다.
공항에서 나오는 그들을 만나자마자 우리는 호들갑스럽게 서로 껴안는다. 반가운 나머지 목소리가 한 옥타브씩이나 올라가 있다.
여행가방, 그리고 우리에게 가지고 온 물건들로 짐은 엄청나게 많다.
리또는 성실하게 짐을 차에 실어주고 공손히 인사를 한다. 이제부터 이 곳에 머무는 동안, 아니 그들이 떠나는 공항까지 그가 매일 우리와 함께 할 거다.
공항에서 나오는 길에 맨 먼저 하는 일은 환전을 하는 거다. 한국에서 환전을 하려면 페소당 29의 환율이었다고 하는데 CITI은행에서 우리 카드로 뽑으니 26 정도이다.
그들이 건네 준 돈만큼 페소로 환전하여 영수증과 함께 봉투에 담아 김실장에게 건넨다. 이제부터 매일의 지출을 투명하게 직접 하라는 뜻이다.
집에 도착하니 비비가 손님을 위해 진수성찬을 차려 놓았다. 필리핀 잡채인 판싯과 블러섬에 갈비찜까지 있다.
앞마당 쪽 큰 방 하나에 짐을 푸는데 환영이라도 하듯이 뚜꾸가 힘차게 운다.
모두들 처음 듣는 소리에 신기해서 큰 소리로 떠들어대며 난리가 난다. 아, 얼마만에 이렇게 소란스러운 행복을 맛보는가?
해가 지자 또한 기다렸다는 듯이 행운목 향기가 넘치도록 흘러들어온다. 모두들 환희에 젖어 눈과 귀가 활짝 열린다.
저녁을 먹고 테이블에 모여 앉는다. 준비해 둔 계획서를 각자의 앞에 나누어 놓고 설명을 하며 의견을 묻는다.
먼저 1안을 설명하겠다고 하니까 모두들 까르르 웃는다. 함께 근무하던 생각이 나서다.
그 때는 자주 1안과 2안, 때로는 3안을 놓고 토론하고 결정하거나 결재를 받아야 했다. 그 일이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날씨가 좋을 때 우선 해수욕을 하기로 하고 결국 첫날은 라이아 해변으로 정해진다.
머무는 날은 짧은데 보여주고 싶은 곳은 많으니 효율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들이 돌아가는 마지막 날, 기념으로 주려고 산 진주 목걸이를 나는 그 새를 못 참고 들고 나와 버린다. 그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친구를 환영하는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다.
모두들 난리가 난다. 이 뜻밖의 선물을 받은 친구들 표정이 기쁨으로 가득하다. 깜짝 이벤트 효과가 만점인가? 내가 더 행복해진다.
우리나라 같으면 고급 케이스에 넣어서 상품가치를 높일텐데 이 나라는 전혀 그럴 줄 모른다. 아무리 양식 진주라 해도 보석인데 천으로 만든 싸구려 파우치에 하나씩 넣어줄 뿐이다.
나는 물건보다 포장이 소홀한 이 나라의 정서를 열심히 설명한다. 물건만큼은 손색이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행운목 향기에 취해 뚜꾸 소리를 들으며 비행기의 피로감도 잊은 채 기분 좋은 첫날밤은 그렇게 지나간다.
첫댓글 오랫만에 멀리 타국에서
고향 손님과 만남..............
그동안 여러 어려웠던 일들을
모두 잊고 그저 즐거움만...............................
늘 새로운 객지, 더욱이 외국에서
느끼는 체감이 신기롭고요
더욱이 옛친구나 동료들울 만나는 기쁨은
당사자들만 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