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절정인 요즘,
참 좋은 시절인데... 날씨가 안 좋습니다.
그 무덥던 여름이 끝내 가는 것조차 느려빼서, 기다렸던 가을이 늦어졌던 것마저도 아쉬웠던 판에,
며칠 반짝 좋을 때도 없지 않았지만... 아, 이런 식으로 날이 우중충하게 이어진다면?
우리의 가을을 어디서 찾는답니까?
오늘은(22일) 교육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날만 좋았다면... 오늘은 '자전거 출타'(되는 대로 '봉화 알기')에 나섰겠지만,
이미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날이 안 좋으면, 하루 종일 작업이나 하자.' 하고 있었는데요,
정말 아침부터(아니, 어제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에,
마음을 정리를 했지요.
'그저, 조용히... 일이나 하자.'고요.
제가 요 며칠 사이, 그림 작업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는 추센데요,
이 과정이 곧 막바지로 치닫게 될 터라,
지금 제 심리 상태는... 그냥 이 프로그램을 끝내게 되면, 뭔가 남는 게 없어... 매우 허전할 거 같거든요?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글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림은 눈에 보이는 것이라서... 이 아까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그려... 나중에 그 허전함을 좀 줄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서랍니다.
물론 '유화'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데요, 여기는 한정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그림 재료들을 다 가져올 수가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는 실정이랍니다.
그래서 여기선, 크레파스와 수채 위주로의 '드로잉'을 주로 하고 있는데요,
아마... 그(여기 '봉화 산골 기행'의 그림) 결과물은, 나중에 서울에 올라가서 (이런 드로잉들을 바탕으로 한, 유화로)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오늘도 아침부터(온 하루를 일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뭘 그린다지?' 하다가...
그렇잖아도 요 며칠 이 주변을 오가다 보니, 꽃들이 절정이기에...
제 '가을 꽃'이기도 한 '산국'도 여기저기에 많이도 피어 있기에(막 피어오르고 있답니다.),
'저걸 좀 꺾어다, 방에 두자.'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아침엔,
'그걸 꺾어오면... 어쩐지 그림이 그리고 싶어질 거 같은데?' 하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어서,
그 즉시 행동에 나서게 되었답니다.
그러면서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그 풍경이...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아래)
그래서 몇 컷 사진부터 찍은 뒤, 산국을 꺾어 왔는데요,
처음엔 숙소에서 좀 멀리 있을 줄 알고 나서다 보니, 바로 옆에도 있어서... 그걸 꺾고,
그것만으론 좀 허전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마침 눈에 띄던 '쑥부쟁이'도 두어 가지 잘라 돌아왔답니다.
제가 이번에 꽃을 꺾어올 결정을 내렸던 것은,
여름엔 '상사화'를 꺾어올 생각은 있었지만, 차마 꽃을 꺾지 못해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야생화들은 주변에 지천인데도 누구 거들떠보지도 않는 꽃들이기도 했지만, 특히 '산국'은 향기가 좋아서... 제 숙소(남자(늙은이) 혼자서 사는 공간)에 있을 '홀아비 냄새'를 좀 줄여보자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답니다.
게다가 이 아까운 가을에(더구나 날씨마저 우중충하기만 한데),
뭔가 조금이라도 충실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채워넣고 싶어서),
그런 행위라도 해보려는 시도이기도 했거든요.
근데요, 그림을 그리면서도,
'이제는(? 꼭 이번만은 아닌데도) '꽃그림'까지 그리려 하네?' 하는 저 스스로의 '부정'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물론 '꽃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나쁘달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이쁜 그림(?)을 그리는 걸, 썩 내켜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젊었을 때부터) 근데, 이 나이가 되어서도, 사실적인 표현(?)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이, 미덥지 못했던 거지요.
뭔가 보다 독특하고, 저 만의 그림을 그려도 모자랄 판에... 남들이 보기에도,
"꽃 그림이네!" 하고 좋아할(?), 사실적인 표현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이, 안타깝기도 했던 거랍니다.
물론 '손풀기'의 의미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려본 뒤, 뭔가 독톡한 내 방식으로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의도요......
그렇지만 이 나이에 언제까지 손풀기를 하려는지는 저도 모르겠다는 겁니다.
아무튼...
그렇게, 여기 '봉화 산골 기행'에서 첫 꽃그림을 그렸습니다.
아, 아니네요!
처음에 와선, '연꽃' 그림도 그리긴 했네요......
아직 완성도 못한, 하다가 만 그림이긴 하지만요......
근데요,
정확히 말하자면, 꼭 그것만도 아니네요.
제가 최근에 풍경을 많이 그리고 있거든요? 여기 봉화 산골을 소재로요.
말로는 '봉화 알기'의 일환이라고는 하지만,
이 나이에... '산풍경'과 '소나무 그림'이라니요......
일단,
'여기 봉화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산골 풍경과 소나무들)을 좀 연구해 본 뒤......' 하는 생각에서 그러고 있는데,
'시대나 세태에 너무나 역행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스스로의 의구심에서도 자유롭지만은 않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