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1일 수요일
간질병
김미순
나는 간질병 환자다. 평상시와 다른 일을 겪는다거나 특별히 우습거나 슬픈 것을 본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폭행을 당할 때, 어김없이 증상이 나타난다.. 한 쪽 입에서 거품이 뽀글뽀글 나오고 바닥에 쓰러져 온 몸을 비튼다.
사람들은 악을 지르고 도망친다. 그럴수록 차분하게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야 하는데 말이다.
우리 남편은 내가 백화점 매장에서 쓰러졌을 떄 만났다. 백화점 항수 매장에서 좋은 향수를 고르고 있었다. 샤넬에서 신제품으로 내놓온 제품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점원이
"손님 그 건 2백 50만원이나 해요. 손님께서 고액을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나는 바로 충격을 받았다.
사실 우리 집은 대기엡 사장을 하는 아버지와 빵빵한 유산 덕에 건물 세 채를 가진 엄마를 둔 화려한 집안이다.
그건 비싸지도 않고 내 수준에 적당한 가격이다. 그와 비슷한 제품도 몆 개 있다.
그때 남편 이요한이 나타났다. 자기 어머니 생신이라 선물을 사려고 이 매장 저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남편도 자신의 어머니가 간질병 환자라 대처 방법은 엄청 잘 알고 있었다. 님편은 집에까지 데려다 준디고 했다. 나는 집 안에까지 모시고(? ) 가려고했다. 어머니한테 보상으로 뭐든 주라고 해야겠다 싶었다.
그러나 남편은 고집스럽게 집 앞에까지만이었다. 전화번호를 주라고 해도 오다가다 만난 사이에 무슨 전화번호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경기도에 싼 농지를 매입하려는 청사진을 소개했다. 서울이야 집 값이 포하상태라 건물은 농지가 수월하다는 꼼수를 폈다.
나도 따라갔다. 오랫만에 시원한 바람을 쐬니까 살 맛이 났다. 나도 이런 곳에 새컨드 하우스 하나 선물하라고 어머니한테 아양을 떨었다. 기사가 그러세요 하고 나를 거들었다.
우리가 도척한 농장은 무척 큰 규모였다. 무슨 일로 이 농장을 부동산에 내놓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백봉 오골계와 흑염소가 사이좋게 놀고 있었다. 엄청 큰 하우스에 먼저 들어 갔다. 한 여자가 상황버섯을 솔로 상황버섯 뒤편을 긁고 있었다. 노란 꿏처럼 정말 예뻤다. 그 여자는 오밀조밀하게 작은 얼굴을 방긋 웃으며 계속 같은 작업을 계속했다. 옆에서 포장하던 여자가 손을 놓고 커피포트를 켰다. 한 오분 쯤 끝났는지 전원을 껐다. 네 잔을 따랐다. 그 절은 여자는 외국인이었다. 우리는 호호 입김을 불며 차를 마셨다. 약간 썼으나 뒷 맛이 달았다.
"어머 상황버섯 차네요.정말 근사해요."
나도 동의핬다.
"정말 맛있어요. 갈 때 한 봉지 사 갈께요."
그 다음 하우스는 백봉 오골계 농장
이었다. 두 외국인 밀꾼이 흙과 마른 풀과 오골계 깃털을 삼지창으로 작은 신을 만들고 있었다. 흙이나 풀에서 생활해야 덜 죽는다고 한다. 새끼 오골계가 귀엽고 예뻤다. 한 마리를 잡아 보려고 했다. 얼마나 빠른지 발도 안 보였다. 여섯 개 발이 하나같이 보였다.
그 다음 하우스에 갔다. 흑염소 하우스였다. 두 사람이 염소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끼고 한 사람이 고가를 돌렸다. 이요한이었다.
이곳에서만나다니ㆍㆍㆍ인공수유를해야 새끼들이 저댄로 살 수 있다고 이요한이 설명했다.
우리는 정식 매매 계약을 했다. 왜 부동산에 농장을 내놓았냐고 물었다.
"살기가 팍팍해서요"
이요한은 한숨을 쉬며 넋두리를 했다.
어디로 갈거냐고 물었다.
"워낙 바다를 좋아해서 제주도로 가려고요. 어머니도 동의했어요."
그래서 나도 제주도로 갔다. 이요한도 기뻐했다.
우리는 구좌읍, 성삼재가 바라보이는 삼 층짜리 건물이었다. 1층은 커피숍, 2층은 서점, 3층은 살림을 하는 층이었다.
나랸히 의자에 앉아 안개가 물러간 광경을 구경한다. 휄췌어에는 그의 딸 두리가 앉아 있다. 꼬인 손가락을 일그러진 얼굴에 얹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가 입양했다는 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