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대설大雪⇨ 황경은 255도이고, 양력 12월7일- 8일경에 든다
겨울의 중간이라는 뜻으로 중동中冬이라고도 한다
▣월동준비를 마무리하며 겨울을 맞는 농한기에 해당되는데,
이때부터 초목은 지하에서 잠을 자고
냉혈동물도 이미 겨울잠을 자기 시작하는 때이다
▣이때 눈이 많이 내려 보리밭을 얼지 않게 충분히 덮어주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든다고 하였는데
이때 오는 눈을 서설瑞雪이라고 해서 좋아했다
◉그런데 이론상으로는 대설 무렵에 눈이 많이 온다고 하나,
실제로 눈이 오는 날은 많지 않은데,
이는 재래역법의 발생지이며 절기의 기준점인
중국 화북華北지방의 기후상황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현실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지구온난화 영향까지 겹쳐서
날씨가 옛날과 많이 달라진 이유도 있다
본격적인 추위는 동지 무렵부터 시작한다.
▣초후初候(절입일부터 5일간)에는 산박쥐가 동면에 들어가고,
중후中候(초후 지나서 5일간)에는 호랑이가 새끼를 가지며,
말후末候(중후 지나서 5일간)에는
여주(박과의 하루살이 넝쿨)가 돋아난다고 기록했다.
▣대설 즈음 가장 큰일은 메주 쑤기이다
◉콩을 삶아 메주를 쑤면 며칠 방에 두어 말린 뒤,
짚을 깔고 서로 붙지 않게 해서 곰팡이가 나도록 띄운다.
◉이때에 곰팡이가 잘 번식하게 하려면 이불로 덮어야 하는데,
이때 이불은 합성섬유가 아닌 천연섬유로 된 것이 좋으며
또 메주가 알맞게 뜨면 나일론 끈이 아닌 짚을 써서
열십자로 묶어 매달아 둔다. 이 역시
메주를 띄우는 푸른곰팡이의 번식이 왕성하도록 하기 위함인데
예전 서양 사람들은
이 메주에 아플라톡신이란 발암 물질이 있다고 했지만,
아플라톡신은 메주를 씻는 과정에서 없어지고
오히려 발효되면서 항암 식품으로 변신하게 된다
◉한편 메주는 가뭄이나 기근으로 백성이 고생할 때
배고품을 달래주는 식품이기도 했는데
포근히 눈 내리던 날 메주 쑤는 어머니 곁에 앉아
한 국자 받아 먹던 메주콩 맛을 기억하는 추억이 있다
▣대설은 이미 겨울에 들어선 시기여서, 농촌은 추수와 김장 등
월동준비가 거의 끝난 후의 농한기에 해당이 되는데,
대설 무렵에는 제주도에서 올라온 귤이나
가을에 따서 말린 곶감을 먹었고,
이른 동지 팥죽을 대설 때에도 끓여 먹었다.
▣이때 눈이 오면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도 서설瑞雪이라고 해서 좋아 하는데.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을 하면서 놀았다
또 지금과는 달리 옛날 눈은 깨끗 했기에 눈을 먹기도 했으며
특히 섣달 그믐날 밤에 내리는 눈을 남모르게 혼자 받아먹으면
그 해에는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믿음도 있었다.
⟪농가월령가(12월령, 음력 11월령⟫
십일월은 한겨울되니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 내리고 눈 오고 얼음 언다.
가을에 거둔 곡식 얼마나 하였던고.
몇 섬은 환곡 갚고 몇 섬은 세금 내고,
얼마는 제사쌀이요 얼마는 씨앗이며,
소작료도 헤아려 내고 품값도 갚으리라.
꾼 돈과 봄에 꾼 벼를 낱낱이 갚고 나니,
많은 듯하던 것이 남은 것이 거의 없다.
그러한들 어찌할꼬 양식이나 아끼리라.
콩기름 우거지로 조석반죽다행이다.
부녀자들아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동지는 좋은 날이라 해가 길어지는 구나.
특별히 팥죽 쑤어 이웃과 즐기리라.
새 달력 널리 펴니 내년 절기 어떠한고.
해 짧아 덧이 없고 밤이 길어 지루하다.
공채, 사채다 갚으니 빚 독촉 아니 온다.
사립문 닫았으니 초가집이 한가하다.
짧은 해에 아침 저녁 자연히 틈 없나니,
등잔불 긴긴 밤에 길쌈을 힘써 하소.
베틀곁에 물레놓고 틀고, 타고, 뽑고, 짜네.
자란 아이 글 배우고 어린 아이 노는 소리,
여러 소리 재잘거리니 집안이 재미있구나.
늙은이 일 없으니 돗자리나 매어 보세.
외양간 살펴보아 여물을 가끔 주소.
짚 넣어 만든두엄자주 쳐야 모이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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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작료: 농사짓는 사람이 땅주인에게 내는 논밭의 사용료.
◉조석반죽: 아침에는 밥, 저녁에는 죽을 먹는다는 뜻으로
가난한 살림을 가리킨다.
◉동지: 양력 12월 22일경. 일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
이날을 계기로 다시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그래서 이 날을 "작은 설" 이라 부르며,
악귀를 쫓는 팥죽을 쑤어 먹었다.
◉덧: 때. 짬.
◉공채. 사채: 공적인 세금. 사적으로 빌린 돈이나 이자.
◉베틀: 명주, 무명, 삼베 따위의 천을 짜는 틀.
◉물레: 솜이나 털을 짜아서 실을 만드는 틀.
◉틀고, 타고. 뽑고. 짜네: 씨아를 틀고 솜을 타고 물레질하여
실을 뽑고 천을 짜네.
◉두엄: 퇴비. 짚이나 풀 따위를 썩혀서 만든 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