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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 오늘 개봉하여 오전에 보고 왔습니다. 매트릭스 4편으로, 2003년 매트릭스 3편이후 18년만의 속편입니다. 감독은 당시 매트릭스 감독과 동일한 분입니다.
배우는 당시 네오와 트리니티역을 맡은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합니다.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가 나옵니다. 다만 스미스 요원이나 모피어스역의 배우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한 번 리뷰해볼게요. 스포일러가 약간씩 들어있다는 점 유의하세요.
그렇게 나쁜 점도, 그렇게 좋은 점도 없는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상당히 고민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그러한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가 괜찮은 영화인가?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쉬운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보면 상당히 무난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나온 매트릭스의 기본적인 설정은 그렇게 파격적이진 않습니다. 영화를 보기전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그런 설정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면서 알 수 있는 설정은 꽤 단순하고 직관적입니다.
특히 네오와 트리니티가 매트릭스 3편에서 모두 사망했는데 그들이 살아서 나타나는 동기도, 그들이 다시 활약하는 과정도 그렇게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번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 구성도 그렇게 특별하지 않아요. 한 인물을 구하기 위해 팀끼리 작전짜고 구해내고.. 시간이 조금 지난 세계관을 안내하고.. 물론 매트릭스 시리즈가 계속 그러한 구성을 띄었지만 특히 이번 편은 그저 무난하게 느껴졌다는 것이 제 평입니다.
그래서 판단을 못내리겠습니다. 옛날에 유행했던 시리즈를 다시 최근에 데리고와 만드는 영화들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는 인식이 좀 많습니다. 터미네이터나 스타워즈만 해도 그렇죠. 좋은 경우는.. 매드맥스 정도?
그래서 이번 매트릭스 경우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원작 시리즈를 잘 이어나가려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이야기도 괜찮게 풀어나갑니다.
그러나 하나의 최신영화로써 이 영화를 바라본다면.. 무언가 공허합니다. 새로운 이야깃거리들은 꽤 있는데 그게 잘 엮어져서 짜임새있는 이야기가 정말 나왔는지에 대한.. 그런 생각이 드네요. 캐릭터들도 네오와 트리니티를 제외하고는 크게 개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 네오와 트리니티를 위한 소모성 캐릭터 같이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판단해보세요.
매트릭스 다운 액션은 어디갔나.
매트릭스 1편에서의 액션은 가히 대단했습니다.
당시에 있던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의 최고효과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신작을 보기전 매트릭스 시리즈를 정주행했는데 특히 매트릭스 1편은 액션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매트릭스의 최고 포인트가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액션인데.. 이번에 새로나온 영화가 그 스타일을 잘 고수했다면 좋지 않았을까요?
물론 이번 신작에 담긴 액션..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매트릭스 고유의 정체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요즘엔 워낙 초능력가지고 싸우는 액션영화들이 많아서 더 그래요. 그렇다면 이번 신작이 고유의 스타일을 잘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영화들의 기술적 발전으로 한계가 있었느냐? 그게 아니라 이번 신작 자체에 매트릭스 고유의 액션이 크게 담겨있다는 생각이 안듭니다.
담겨있기야 하지만 매우 잠깐잠깐이고, 대부분이 격투, 총알피하기.. 그게 다인것 같습니다.
액션이 조금만 더 개성있고 새로웠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게임이라는 매개.
저는 그래도 이번 영화에서 이 부분이 가장 좋았습니다. 네오라는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준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이 소재 자체로 새로움이 느껴졌습니다. 또 게임제작자인 토머스 앤더슨이 매트릭스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또 가상의 세계인 게임 매트릭스를 구축한 것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더 매트릭스 세계의 공허함과 인간의 외로움이 느껴졌구요.
또 트리니티가 기억을 더듬게 하는 역할도 하고, 팀원이 구축되는데도 기여를 합니다.
위쇼스키 감독과 각본가의 이러한 시도는 상당히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활용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게임이라는 소재가 단순히 이야기의 스타트에만 활용된 것 같아서 아쉽네요. 더 활용됐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일부로 모호하게.
매트릭스 세계관을 완벽하게 이해하신 분들이 계십니까? 기초적인 설정이야 이해를 하셨겠지만 자세한 그들의 동기, 배후, 오라클의 속내들까지 하나하나 살펴보면 헷갈리고 뭐가 뭔지 모릅니다.
이 영화에서 위쇼스키 감독은 매우 직설적으로 창작자로써의 생각을 드러냅니다. 이게 제가 위에서 말한 게임이라는 설정과 만납니다.
이 부분에 아주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네오는 예전의 기억을 거의 잃고 매트릭스 속에서 다시 토머스 앤더슨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애써 옛날을 잊으며 계속 파란 알약을 먹으며 살아가죠.
파란 알약 - 나는 매트릭스에 살겠다.
빨간 알약 - 나는 현실을 보겠다.
네오는 그렇게 살면서 위에서 말씀드렸듯 게임을 만들죠. 이 게임이 흥미롭게도 자신의 경험을 담습니다. 제목도 매트릭스, 주인공은 네오와 트리니티. 저희가 보고 있는 영화의 줄거리와 거의 똑같으면서.. 살짝 변형된 게임을 만듭니다.
네오가 자신의 기억에 기반해서 만든 것은 사실이나 네오 스스로는 자신이 그런일을 겪었는지 잘 기억하진 못합니다.
오히려 자신을 정신착란으로 생각하며 상담을 받으며 살아가죠. 기계가 네오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겁니다. 매트릭스 3편에서 죽은 네오의 시체를 어떻게 복구시켜서 말입니다. 그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과정을 영화가 보여주고 있구요.
너무 멀리갔네요. 다시 돌아와서, 이 네오가 무의식의 기억으로 만드는 게임.. 그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작자들은 이런 말들을 합니다.
"모호해야 돼.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야."
"모호해야 돼."
이 게임제작자들의 말은 누구의 말을 대변하는 걸까요? 당연히 매트릭스 시리즈의 감독 위쇼스키 형제의 생각이겠죠. 영화 속에서 게임제작자들은 매트릭스라는 세계관을 구축하면서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들이 매트릭스 이야기의 창작자니 우리가 보고 있는 영화의 창작자인 위쇼스키 형제의 생각과 똑같다고 볼 수 있겠죠.
위쇼스키 감독이 이번 설정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이 시리즈의 창작자로써의 생각을 이벤트성으로 드러낸 것이지 싶습니다.
아무래도 매트릭스를 본 많은 관객들이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힘들어하는 것을 봤을때 창작자로써 위쇼스키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겁니다.
새로운 설정을 활용해서 매트릭스를 가상의 세계관으로 창작하는.. 기계가 기술로 매트릭스를 창조하는게 아니라 실제 세계속에서 영화 매트릭스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처럼 보여주는 이번 편의 장면들이 나름 인상깊었어요.
네오와 트리니티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영화를 보면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면서도 다행이었던 지점이지 않았나 싶어요. 솔직히 죽었던 캐릭터들을 다시 데려온다는 것부터.. 상당한 리스큽니다. 자칫하면 억지설정으로 몰리고, 특히나 매트릭스는 거의 20년만의 속편이니 더 그런 이야기가 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되면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몰입이 어느 정도 깨질 수 밖에 없고 단순 이벤트성 영화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솔직히 이번 영화도 그러한 우려를 빗겨났다고 볼 순 없습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그 포인트에서 지적하죠.
그래도 전 이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면서.. 유일한 방법이면서.. 다행인 방법이지 않았나 싶어요.
최소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가 행했던 실수는 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원작의 이야기를 헛되게 만드는.. 그러진 않았다는 겁니다.
최소 이 영화는 원작을 고수하고 존중하고, 이어나가려 합니다. 원작을 잘 보존하고 새롭게 펼쳐나가려는 것 말입니다. (감독이 본래 시리즈 감독과 같아서 더 그런것도 있죠.)
그래서 새로운 매트릭스와 네오와 트리니티를 극장에서 보려면 이러한 설정이 유일한 방법이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아쉽지만.. 위에서부터 계속 말씀드리고 있는 게임소재, 그리고 트리니티와의 만남 등과 같이 나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을 보여주며 그들의 깨어나는 동기의 안정성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움을 덧붙이려 했던 위쇼스키 감독의 노력이 보였습니다.
솔직히 계속 무난하다고 말씀드리지만 영화에서 빌런이 네오와 트리니티를 살려두고 매트릭스에 빠뜨려놓은 동기를 들어보면.. 그래도 그럴법해서 뭐 엄청 신박하진 않아도 적당히 괜찮은 설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러브 스토리.
이 영화는 이전 편들과 다르게 그래도 거창한 전쟁이 아닙니다. 이 세계관 속에 있는 네오와 트리니티를 다시 데려오고, 그들이 서로 만나는 것을 목적으로 달려가는 영화에요.
그래서 어떻게보면 모든 편들 중에서 가장 네오와 트리니티가 주인공이었던 편이었지 않나 싶어요. 시작부터 끝까지 네오와 트리니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다른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이나 정체성이 매우 약합니다. 영화에서 오직 네오와 트리니티만 보여요. 다른 캐릭터들은 병풍같습니다. 이 영화의 꽤 큰 단점이지 않나 싶어요.
새로운 속편이라면.. 이제 둘을 살짝 놔주고 새로운 캐릭터들에게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트리니티와 네오의 만남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입니다.
빌런이 왜 이렇나.
영화보면서 또 아쉬웠던 점. 빌런이 너무 매력없습니다. 본래 시리즈의 스미스 요원이 너무 매력적인 빌런이긴 했지만, 그를 생각하지 않아도 이번 영화의 빌런은 너무 아쉽습니다.
우선 매력이 없고, 상당히 가볍습니다. 프로그램으로써의 진지함이나 딱딱함이 없어요.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저는 좀 그랬습니다.
그리고 스미스 요원. 본래 배우를 데려올게 아니라면.. 굳이 또 나와야했나 싶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스미스.. 정말 김샙니다.
위기감의 부족.
위에서 이 영화가 네오와 트리니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또 이야기구성이 거창한 전쟁이 아니라 네오와 트리니티가 다시 매트릭스를 복귀하는 과정, 그리고 둘의 만남을 보여주는 러브 스토리에 가깝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보니 크게 위기감이 안듭니다.
물론 매트릭스 세계관에 있어 그 둘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추가적인 설정이 존재하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고..
또 더 그런 것이 영화에서 매트릭스 세계는 물론 현실, 시온이 아닌 이오라는 인간들의 거주지는 상당히 평화롭습니다.
그런 세상이 몇십년동안 지속됐다는 아주 안정적인 배경이 뒷받침 되고 있고, 그 세계를 위협할만한 큰 위기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신작의 세계관은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그 상태에서 네오와 트리니티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거에요.
그렇다보니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긴박감이나 위기감.. 그런것들이 상당히 부재합니다. 그래서 관객입장에선 긴장감이 떨어져서 자칫 지루해지는거에요. 그 점이 아쉽습니다.
감독으로써 18년만의 매트릭스 속편에 대한 회의감이 있다.
위쇼스키 감독은 매트릭스 4편에 대해 완강한 거절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결국엔 만들었죠. 그런데 이 위쇼스키 감독 스스로의 속편에 대한 회의가 영화에 상당히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네, 위에서 게임이라는 소재로 말입니다. 위에서 매트릭스 창작에 있어 의도적인 모호함에 대해서 말씀드렸죠? 그때 게임에 대해, 문화창작물에 대한 회의또란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잘 기억이 안나서 여기에 인용은 못하겠어요. 그렇지만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살펴보세요.
위쇼스키 감독도 그렇게 오랜시간이 지나 속편을 만드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시도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한계와 단점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거창한 설정보단 네오와 트리니티의 재만남이라는 감성적이면서 안정성있는 설정을 택하지 않았나 싶어요. (당연히 제 추측)
저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했을때 이 영화는 매트릭스의 진한 팬들이면 보면 좋겠고, 어중간하게 예전에 매트릭스 잠깐 봤다.. 정도의 분들이라면.. 조금 고민해보시다가 궁금하면 보러가시기 바랍니다. 전편을 전혀모르거나 매트릭스 자체를 모르시면 이 영화를 보러가면 안되구요.
네오와 트리니티, 그리고 엑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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