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구불구불 나아가고 빙빙 둘러싸는 등의 모습은 천태만상이어서, 각각, 가다가[行], 일어서다가[起], 멈추면서[止] 음양오행의 기운을 모은다[聚]. 땅은 반드시 내룡의 오는 바를 잘 살펴서, 그 멈추는 것(즉 기가 모이는 곳)을 타야 하며, 그리하여 혈을 정함에 있어 촌척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胡舜申은 “고서에서도 말하지 않았는가? 내룡이 흘러와 혈장에서 멈춘 것을 ‘온전한 기’라 말한다. 온전한 기가 있는 땅에서는 마땅히 그 기가 멈추는 곳에 장사를 지내야 한다.”**라며 고전에서 언급한 ‘혈은 용맥을 따라오던 기가 멈추어 형성된다’는 내용을 정리해 설명해주고 있다. 근세 이후 서양의 과학기술정보를 공유하면서 현대의 풍수가들은 주변 학문의 지식까지 동원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윤홍기는 『장서』의 “夫陰陽之氣 噫而爲風 升而爲雲 降而爲雨 行乎地中 而爲生氣”구절은 “기를 환경인자의 연관 관계와 변화에 관한 관찰로 현대 환경론의 ’물의 순환 이론(hydrological cycle)’에 비견될 만큼 상당히 체계적이어서, 곽박의 ‘기’에 관한 서술은 동양 최초의 환경 순환이론의 효시로 볼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 에너지의 순환에 대해 황영웅은 “지기 에너지가 지구 표면에 형성된 산맥을 따라 이동하면서 물과 바람의 환경요인에 의해 에너지가 집합, 이동, 응축, 이산, 분리를 되풀이하며 지구 생명 활동을 지속해 나가도록 돕는다.”*****며, 순환 특성에 의한 에너지 공급으로 지기 에너지가 집합된 곳은 지표상의 山峰으로 나타나고, 聚氣한 에너지가 재진행하여 주변산 에너지 체와 善性으로 상호 동조, 교류, 응축된 곳은 그 중심에서 山穴을 형성하고, 간섭 정도가 심한 경우 산 에너지 체는 파괴되므로 혈을 형성할 수 없다고 한다.
박시익은 “(혈을 맺는) 땅의 기운은 땅이 가진 전기‧자기‧지열‧수기 그리고 토질이 포함하고 있는 기운과 생명체를 만드는 오행 같은 기운이다.”*******라고 하였고, 최창조는 “지표는 중력, 이온, 전자기장과 같은 미묘한 환경 체계로 얽혀 있다.”********라고 주장한다. 땅속은 많은 종류의 에너지원이 섞여 흐르기 때문에 하나의 요소로 정의 내릴 수 없다. 이에 천인호는 “지기는 어떤 하나의 실체를 말하기보다는 땅과 관련된 시스템의 연속적인 기능적 작용의 총체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혈은 이러한 복합적 기가 뭉쳐 형성된다는 것이다.
*호순신 원저, 김두규 역해, 『地理新法』, 비봉출판사, 2001, 197-198쪽 “委蛇繞繞爲百千萬狀 而各有行起止聚之 地必欲審其來 乘其止 而有所建立 不可差以尺寸”.
**호순신 원저, 김두규 역해, 『地理新法』, 비봉출판사, 2001, 201-202쪽 “古書不云乎 勢來形止 是爲全氣 全氣之地 當葬其止”.
***그림 인용 : 윤홍기, 『땅의 마음』, 사이언스북스, 2011, 154-155쪽.
****윤홍기, 『땅의 마음』, 사이언스북스, 2011, 153-156쪽.
*****황영웅, 『풍수원리강론』, 경기대학교 국제‧문화대학원 풍수지리학과, 2004, 146쪽.
******황영웅, 『풍수원리강론』, 경기대학교 국제‧문화대학원 풍수지리학과, 2004, 151쪽.
*******박시익, 『한국의 풍수지리와 건축』, 일빛. 2012, 62쪽.
********최창조, 『좋은 땅이란 어디를 말함인가』, 서해문집, 1991, 25쪽.
*********천인호, 『풍수지리학 연구』, 한국학술정보(주), 2012, 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