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월요순례
언론자유, 방송독립을 위한 미사
지향
진실과 정의를 보도하는 언론 방송이 제대로 되어야 국민과 나라가 행복해집니다. 권력과 금력이라는 광우병에 걸려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작동이 마비된 빈사상태의 방송언론을 구하기 위해 사상초유의 민주언론항쟁을 벌이고 있는 MBC,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노조원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여러분이 반드시 승리합니다. 아 니 꼭 승리하셔야 합니다. 기도와 힘을 보탭니다.
이 빨대 정권이 마음 놓고 빨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을 장악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언론 방송을 제대로 돌려놓지 않고서는 막가파식 천박한 자본을 앞세운 권력의 횡포를 막을 수 없음은 물론 패륜적 정치, 경제, 사회, 종교의 부정과 부패를 척결할 수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우리의 절대 가치인 민주와 사회정의를 질식시키는 것이며 곧 정의와 하느님의 실종이라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실종은 곧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 성서역사의 교훈입니다.
따라서 실종된 정의의 하느님을 회복하는 것, 곧 민주와 사회정의를 회복하는 오늘 우리의 다짐과 결의가 언론방송의 민주화임을 신앙고백 합니다. 이제 그 회복이 시작되었음을 선언하며 그 끝의 시작을 위한 이 미사를 봉헌하고자 합니다.
방송 민주화!
회광반조(廻光返照)로 시작해야 합니다
강론 김영식 신부(안동교구 신기동성당)
은폐와 음모의 수단인 가림 막이 도처에 널린 나라
제주도 강정의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무참히 파괴되고 있는 구럼비를 막고 둘러싼 거대한 가림 막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용산참사 현장에서 화마에 휩싸여 희생된 철거민들의 애달픈 현장을 가로막은 가림 막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소금꽃 김진숙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위해 올랐던 고공 크레인을 가로막고 둘러선 경찰들의 장벽, 가림 막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지난 3년 사이 22명이나 되는 노동자와 가족이 죽었으나 모르쇠와 수수방관의 가림 막에 숨죽여 우는 쌍용자동차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눈물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뿐만 아니라 8년 투쟁의 코오롱 노동자들에서부터 5년 싸움의 콜트·콜텍 노동자들 그리고 1,600일이 다 되어가는 재능교육 교사들 앞에는 방송과 언론은 물론 정권과 사업주, 우리 모두의 모르쇠와 무관심 때문에 높고 견고하게 둘러쳐진 절망과 한숨의 가림 막이 여전히 견고하게 둘러쳐져 있습니다.
바로 그런 가림 막 너머 저편에서는 4대강 댐 건설 사업이 일사천리 진행되었고,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광우병 소 촛불이 가려졌습니다. 측근비리, 민간인 불법사찰, 형님 예산, 박근혜와 부산일보, 박근혜와 정수장학재단, 저축은행 비리 등 밝혀지고 드러나면 불편한 진실들이 이 시대와 이 땅에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가림 막은 무엇입니까?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도구요 수단이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가림 막이 우리 사회에서는 도처에서, 특히 불법하고 부도덕한 일들을 은폐하고 감추는 음모의 도구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은폐와 음모의 가림 막이 도처에 널린 나라입니다. 이 가람 막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음흉한 세력의 왜곡된 힘으로 쳐지게 된 것이지만 이런 가림 막이 견고하게 쳐질 수 있었던 것은 종교인들을 포함한 언론, 방송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유유기도 한 몫을 차지합니다.
죽은 것을 위한 '회곡',
일깨움의 눈물이자 올바른 가치를 다시 세우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눈물을 흘립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알아서 쓰고, 강요하는 대로 받아쓰고, 스스로 덧붙여 가필하거나 삭제했던, 살아 있어도 죽은 것과 같던 지난 시절을 피눈물을 흘리면서 기억합니다. 우리가 눈 감았던 시절 죽어 버린 제주 해군기지 건설현장, 강정의 생명평화, 4대강 댐 건설로 죽어버린 생명의 젖줄인 강, 쌍용자동차에서 코오롱에서, 콜트·콜텍에서, 재능교육 교사들이 무관심과 이기에 희생된 것을 생각하며 눈물 흘립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반성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경북 안동지역에서는 종가(宗家)를 중심으로 한 문중(門中)이 동성(同姓)마을을 이루고 사는 곳이 많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회곡(回曲)이라고 해서 마을이나 문중에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집 문간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곡을 하면서 우는 전통이이 있었습니다. 잘못을 저질렀으니 집안의 수치요, 문중을 욕 먹인 죄인이니 집안에서 죽은 사람이나 진배없으니, 오늘 집안이 다함께 모여 그 죽음을 슬퍼하고 죽음에 이르도록 내 버려둔 책임을 통감한다는 상징적인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회곡'의 전통은 한 집안, 나아가 한 개인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경계함으로써 결국 사회가 바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죽어있는 것들을 살리고 정신을 차려 다시 깨우치고 다시 서야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회곡'의 정신입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우리가 참회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앞에 두고 '회곡'의 정신으로 눈물을 흘립시다. 굴종하고 종속되며 스스로 죽은 듯이 숨죽여 있었던 과거를 벗어 던져 버리며 '회곡'의 마음으로 진솔되이 반성의 눈물을 흘립시다.
우리 사제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도하며 여러분들의 거룩한 투쟁을 축원하는 것도 죽은 방송을 살려야겠다는, 그래서 온갖 불법의 패악질로 죽어있는 우리 방송, 우리 사회를 되살리겠다는 여러분의 진솔한 눈물을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죽었던 방송, 언론, 종교를 되살려야만 우리 사회, 그것도 가장 고통 받는 소외받는 이들이 되살아 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천막 투쟁을 안타까워하며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
'주먹 쥐고 일어선 이들'을 위한 위로,
'친구'가 되기 위한 간절한 기도를 드립니다.
인디언들은 사람의 특징을 잡아 이름을 불러 준다고 합니다. 수년 전 많은 감동을 주었던 '늑대와 함께 춤을'이라는 영화가 기억나시지요? 이 영화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대신하여 의기(義氣)가 깃든 분노를 폭발시키던 사람의 이름을 '주먹 쥐고 일어서'라고 부릅니다. 이 이름에는 주먹 쥐고 일어서 부당하고 불의한 힘에 맞서 싸우던 사람의 특징이 담겨 있습니다. 또 친구를 '나의 슬픔을 함께 지고 가는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친구란 슬픔을 함께 지고 갈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악마의 나팔수가 아니라 복음의 나팔수가 되기 위해 불의한 권력과 부패한 권력, 낮은 곳의 눈물은 외면하고 높은 곳의 치부는 감추기 급급한 부당한 권력에 맞서 주먹 쥐고 일어선 여러분! 여러분의 주먹은 옹골집니다. 차가운 봄 아스팔트 위 처진 천막은 세상을 향한 의노(義怒)로 불타오르고 마냥 따듯합니다. 여러분이 흘리는 진정어린 회한과 새로운 결심의 눈물은 불의 앞에 '주먹 쥐고 일어서는' 의로운 행동입니다. 고통 속에 신음하고 슬퍼하는 이들의 참된 벗. '친구'가 행동입니다. 스스로 슬픔을 벗어 날수 없는 사람들, 부도덕하고 부당한 음모의 희생자들, 가림 막의 이면에 덧씌워진 99%의 설움을 파헤치고자 일어선 여러분의 의노(義怒)는 나의 슬픔을 함께 지고 가는 사람인 '친구'가 되기 위한 아름다운 발걸음의 시작입니다.
방송 3사의 파업에 관한 관심과 염려
강론을 준비하면서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염려와 따듯한 격려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선배 노 사제 한분은 평소 스크랩해 두었던 자료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이 자료에는 방송과 언론인들에게 당신이 말해 주고 싶었던 바람도 담겨 있었고 질책도 있었습니다. 시민사회 단체들을 향해서는 방송이 바로 서야 세상도 제대로 설 수 있으니 이번 파업에 '희망텐트'라도 쳐서 함께 해야 되지 않겠냐는 간절한 호소도 담겨 있었습니다.
또 다른 신부님은 이말 저말은 꼭 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조언을 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또 시쳇말로 언론고시를 피터지게 통과한 사람들이니 잘 준비해야 한다며 걱정해 주시는 신부님들도 있었습니다. 이 모두가 방송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방송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사제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편파보도에 신물이 나고 이제는 제발 공정방송을 보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방송의 왜곡과 파업의 이유
지금은 이명박의 분신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부르는 '엠비씨'의 MBC, MB의 충직한 충견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김비서' KBS도 마냥 그렇게 불렸던 것은 아닙니다. 2008년 '유느님 유재석'의 작업을 위한 음모가 한창 최고조를 향해 달려가던 그때 우리는 때 묻지 않은 산골처녀 같은 음성 속에서 MBC를 '마봉춘', KBS를 '고봉순'이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후 '마봉춘'은 이명박의 분신을 뜻하는 이름인 엠비씨가 되었고 '고봉순'양 KBS는 MB의 충직한 비서를 뜻하는 김비서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같은 조롱은 공기(公器)로써 세상을 바로 알리고 세상이 바른 길을 찾아 나가도록 이끌어야 할 방송이 겨우 정권의 홍보나 담당하는 분신이요, 비서로 전락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민간인 사찰' 등을 통해서 드러난 막가파 정권의 막걸리 보안법의 망령이 되살아나지나 않을까하는 두려움에서 쉬쉬하며 나누던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방송이 얼마나 구차한 눈치 속에서 살아왔는지는 역설적이게도 파업 기간 동안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제작되고 있는 '제대로 뉴스데스크‘나 '리셋 KBS뉴스 9'를 보더라도 명확해 집니다.
"지금 파업하지 않으면 부끄러워 살 수가 없다", “단 하루라도 진짜 기자로 살고 싶다"는 고백을 시작으로 5월 7일(월)을 기준으로 문화방송 100일, 한국방송 64일, 주말 파업을 하는 YTN 10주째, 연합뉴스 55일, 국민일보 138일째입니다. 방송 장악을 위해 사사(私事)로이 대통령의 사람들(정권 말기에 이르러 대부분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있는), 이른바 측근들을 방송사 사장으로 선임하고 이들을 동원하여 파행보도와 파행인사를 일삼으면서 방송을 어느 정권보다도 완벽하게 부도덕하고 편파적인 '정권의 입', '정권의 주구(走狗)'로 만들어 버린 데서 시작된 파업이 아닙니까? 방송사 사장 선임구조에서 비롯된 방송 파업이지만 우리는 갈수록 방송과 언론을 제대로 바로 잡지 않고서는 진실이 파묻히고 왜곡되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도 보장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난 4년의 경험을 통하여 뼈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 말씀이 죽은 교회에 더 이상 예수님의 가르침이 설 자리가 없고 형식과 제도의 성찬만 무성하듯이 말이 죽은 사회는 소통과 진실은 죽어가고 왜곡과 불편부당만 판을 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회광반조(廻光返照)의 마음으로 잔치를 벌입시다.
우리는 늘 장래를 위해서 뭔가 준비를 하는 게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한 번도 지금 여기서 현재의 삶에 집중해서 살고 있지 않습니다. 늘 준비를 하면서 진짜 삶이란 언젠가 미래에 올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삽니다. 그런 미래는 절대로 오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에 충실해야 합니다.
체게바라는 '서로가 서로에게 뺨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했습니다. 파업이 회광반조(廻光返照)의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밖으로만 불빛을 비추며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하며 미처 자신 이외의 삶에는 무관심하고 소홀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불빛을 자신 안으로 돌려 욕망과 비겁으로 가득 차 있던 자신의 내면을 비추며 스스로의 모습을 잘 살펴보는 은혜로운 시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불투명한 미래에 목매달며 지금 여기에서 인간다운 삶을 소홀히 했던 지난날을 환히 비추어 참된 진아(眞我)의 면목을 발견하고 느끼는 복된 파업이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서로를 보듬어 주고 안아 줄 때입니다. 뺨을 맞대고 힘을 내십시오. 서로에게서 인단다운 사람이기를 희망하는 열정을 발견하십시오. 그 열정이 차고 넘쳐 이 싸움 끝내 승리하는 그 날 더 이상 회한과 반성의 눈물이 아니라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눈물', '단 하루라도 기자답게 살게 되었다는 당당한 눈물'을 서로 닦아 주도록 합시다.
성명서
말이 살아야 민주주의가 산다
1. 방송의 공영성, 보도의 공정성, 언론의 자율성을 위한
KBS, MBC, YTN의 방송파업 취지에 적극 동감하고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2. 근래 자살이 속출하고 강토의 곳곳이 무너지고 망가지는,
생명에 반하고, 평화에 반하는 오늘의 현상 배후에는 언론과 방송의 타락,
왜곡이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는 줄곧 성찰하고 있었습니다.
3. 아직도 ‘언론자유’를 외쳐야 하는 현실이 몹시 서글픕니다.
이는 박정희 군사독재에 맞서 집단해고와 고문, 투옥 등의 무서운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언론탄압 중단과 신문사측의 위선을 질타하던 의로운 외침이었습니다.
그 때가 1974년 10월의 일이었으니 2012년의 대한민국은 37년을 거슬러 오욕의 역사로 되돌아가고 만 것입니다.
4. 그 당시 자유언론 투쟁을 적극 지지했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민주회복과 생명평화를 위한 한결같은 염원으로 오늘의 파업투쟁의 결실을 위하여 줄기차게 기도드릴 것입니다.
5. 거듭 말씀드리지만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이 만신창이가 되고
제주 구럼비가 산산이 부서지는 것도 방송과 언론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당장 언론방송부터 살려야 민주주의와 생명평화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모든 시민들의 관심 그리고 신앙인들의 기도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2012.5.7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