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근해에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섬이 다섯 개 있다
차귀도, 마라도, 가파도, 비양도, 우도... 5개의 섬을 모두 밟기 위해 위해 제주도에 들어갔다
제주 앞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리는 바람에 하루를 공치고 맨 먼저 차귀도에 들어갔다
한경면 고산리 해안 자구내 포구에서 약 2km 떨어진 곳으로, 배를 타면 1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제주 서부해역에 있는 차귀도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차귀도로 가는 배는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고산포구에서 출항한다.
포구 뒤쪽 언덕길 차귀도 유람선 매표소에서 탑승권은 성인 1인 1만3000원이다
오래 전에 네이버를 통해 예약해놨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승선권을 받았다
자구내포구는 오징어 말리는 풍경으로 예전부터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당산봉과 수월봉 사이에 있는 작은 포구로 트레킹족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포구에서는 오징어를 말리는 할머니들이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고산 옛 등대는 1941년 세워졌는데 속칭 도댓불이라고도 한다
바다에 나간 고깃배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마을 사람들이 직접 불을 밝혔다
사다리를 이용해 올라다녔으며 유리로 된 등집에 석유등을 올려놓는 형태였다
옛 등대 앞쪽에 새로 만든 빨간색의 신식 등대가 있었다
날렵하고 수려한 모습이었으나 옛 등대처럼 인간적인 따스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유람선은 원래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매시 30분마다 운항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부터 두 차례만 차귀도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풍랑주의보가 내려지거나 파도가 심할 때는 배가 뜨지 않는다.
차귀도는 본섬인 죽도와 와도, 지실이섬(매바위)을 합하여 부르는 명칭이다
1973년도에 3가구 12명이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한다
1968년의 김신조 간첩 사건 직후 안보에 노출된 외딴섬인 이곳도 민간인들의 육지 이주 결정이 내려졌다
선착장을 떠난 유람선은 지중해 같은 환상적인 쪽빛 바다를 가르며 10분 만에 섬에 닿는다.
본섬인 죽도에 내리자마자 감탄사가 쏟아진다.
섬의 역사처럼 겹겹이 쌓인 화산 단면이 잘 드러나는 웅장한 절벽과 맑고 투명한 물이 시원하다.
선착장에서 계단을 오르니 가장 먼저 옛 집터가 여행자를 맞는다.
1970년대 말까지 이곳에는 3가구가 보리, 콩, 참외, 수박 등의 농사를 지으면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무인도가 되었지만 연자방아, 빗물 저장시설 등이 남아 섬의 역사를 전하고 있다.
면적은 0.16㎢로 제주 무인도 중에서 가장 크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30년 동안 출입을 제한하다 2011년 말부터 다시 사람의 발길을 허용했다.
집터 앞에서 왼쪽 장군바위 방면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억새와 들꽃숲을 지나 장군바위 전망대에 서서 쌍둥이바위를 바라보았다.
왼쪽 붉은 화산송이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해안절벽과 촛대처럼 우뚝 선 장군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당산봉과 수월봉까지 한데 어우러지며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한다.
차귀도(遮歸島)는 '돌아가는 것을 막는 섬'이라는 뜻이다
옛날 중국 송나라 호종단(胡宗旦)이 이 섬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다
섬의 지맥과 수맥을 모조리 끊은 뒤 고산 앞바다로 돌아가는 길에 별안간 돌풍이 일어 배가 가라앉았다.
지맥을 끊은 호종단이 돌아가는 것(歸)을 막았다(遮) 하여 차귀도라 불렀다는 것이다.
볼레기동산의 차귀도 등대는 1957년 12월부터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볼레기’는 제주 사투리로 ‘헐떡인다’는 뜻의 ‘볼렉볼렉’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당시에 섬 주민들이 숨을 헐떡이며 돌과 흙을 날라 등대를 만들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등대는 저녁에 어둠이 내리면 자동적으로 빛을 감지해 불을 밝히고 아침이면 꺼진다.
사람들은 섬이 불편하여 다 떠나갔어도 지금까지 홀로 남은 무인등대가 섬을 지키고 있다.
김대건 신부는 1845년 4월 사제서품을 받기 위해 제물포에서 상해로 떠났다.
그로부터 5개월 후인 9월, 13명의 천주교도와 입국을 시도하던 중 풍랑을 만나 이곳 차귀도 해변에 표착했다고 한다.
그때 타고 온 라파엘호가 현재 김대건 표착기념관에 복원되어 기념관 오른편에 세워져 있다.
나가는 뱃시간에 맞추기 위해 바쁘게 걸어서 섬의 정상에 올랐다
거센 바람이 불 때마다 사초와 억새들이 일렁인다.
차귀도는 바람 많은 제주에서도 드센 바람으로 유명한 곳이다
오전 10시에 들어왔다 오전 11시 10분에 나가는 배표다
차귀도유람선 정원은 90여명 되는 것 같은데 닥치는대로 태우는 느낌이다
차귀도 트레킹이 끝나면 선장님의 구수한 해설과 함께 선상 유람이 시작된다
독수리섬 과 장군바위, 쌍둥이바위를 만나는 동안 선장님의 구수한 입담과 더불어 특별한 섬 탐방이 이어진다.
본섬과 지실이섬 사이에 장군바위라 불리는 검은 바위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마치 남근처럼 생겨 장군바위라고 부르는데 주민들은 흔히 ‘500장군 바위’라고 부른다.
제주도를 만든 설문대 할망이 500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그중 막내가 차귀도 장군바위란다.
나머지 499명의 자식들은 한라산에 있다고 한다
섬의 역사처럼 겹겹이 쌓인 화산 단면이 잘 드러나는 웅장한 절벽에서 무수한 시간이 느껴진다
1980년대의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에 등장하는 지옥훈련 장소가 바로 차귀도다.
1977에 나온 영화 ‘이어도’도 이곳에 촬영됐다.
장군바위 앞에 있는 너른 암반에는 낚싯꾼들이 많이 있었다
그 주변에는 씨알 굵은 참돔, 흑돔 등이 많이 잡혀서 사철 갯바위 낚시꾼들이 몰린다고 한다.
매바위와 장군바위 사이에 병풍바위가 펼쳐져 있었다
마치 병풍처럼 온몸을 펼쳐서 차귀도로 들어오는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붉은 화산송이(Scoria)가 그대로 드러난 바위도 보였다
지하에서 마그마가 1,600도의 고온으로 분출할 때 생성된 것이라고 한다
화산송이는 화장품, 건축자재, 탈취제 등의 원료로 쓰이고 있는데 최근 제주에서 무단 반출을 막았다
지실이섬은 매바위로 불리우고 있다
선장님의 설명을 들으니 왜 독수리바위인지를 알겠다.
영락없이 날개를 접고 비상을 준비하는 매 또는 독수리 형상이다.
얼굴의 커다란 눈과 부리가 또렷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모습이다.
고산포구로 돌아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만나는 섬이 와도다
와도는 누운 섬이란 뜻으로 만삭의 여인이 손을 포개고 누워있는 형상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사진 왼쪽부터 얼굴, 가슴, 배로 이어지는 듯한 모습인데 신비로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자구내포구로 나오는 바닷길은 너울이 심해서 배가 상당히 많이 흔들렸다
들어갈 때 약속한 복자네집의 인자한 할머니에게서 반건조오징어를 구입하였다
오후에 마라도에 들어가기 위해서 바쁘게 모슬포로 이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