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마케팅은 상상력의 게임…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주시
홍성태 교수 (한양대 경영학부)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인터넷·방송·휴대폰 등 IT의 융합과 온라인 쇼핑몰 확대에 따른 유통의 변혁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디지털로 변화시켰다. 급변하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아이팟·아이폰 개발로 지난 10년간 가장 뛰어난 CEO로 꼽힌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평생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었지만, 점유율 면에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젊은이들의 삶을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뒤늦게 성공의 열쇠를 찾았다"고 했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젊은이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생각을 이해하고 나자, 제품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감을 잡았다는 것이다.
■대중의 지혜
인터넷은 시장을 움직이는 대중의 지혜를 모으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고, '제한적 합리성'이라는 인간의 약점을 보완하게 됐다. 미래는 누가 대중으로부터 아이디어와 지혜를 효과적으로 얻어내 실천에 옮기느냐의 게임이 될 것이다. 개방·참여·공유로 대변되는 새로운 웹(웹2.0)은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합하는 플랫폼이다. 사람들은 커뮤니티에 참여하여 콘텐츠를 즐길 뿐만 아니라 공동 생산의 주체가 된다. 디지털 프로슈머(digital prosumer)가 된 사람들이 창출한 새로운 가치가 더 많은 사용자를 불러들여 거대한 참여의 장이 된다.
■비(非) 본질적 마케팅
핵심 기술의 보편화로 품질의 차별화가 어렵게 됐다. 이제는 제품 특성이나 편의성과 같은 중심 요소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심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주변 요소로 시장을 공략하는 게 중요하다. 제품의 중심 요소는 소비자의 '니즈(needsㆍ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고, 주변 요소는 '원츠(wantsㆍ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필요'나 '결핍'의 관점이 아니라 소비자의 '욕구'와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마케팅은 더 이상 품질이나 기술의 게임이 아니다. 바로 상상력의 게임이다.
소비자 요구 한 방에 해결 '솔루션 상품' 눈여겨봐야
김난도 교수 (서울대 생활과학대)
■공동체 지향적 소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신종플루 확산의 영향으로 독서와 게임 등 개인적 소비에 몰두했던 2009년과 달리 2010년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소비 트렌드가 예상된다. 2월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6월의 남아공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G20 정상회담, 세계 디자인 수도 행사가 국민적 관심을 끌 것이다. 이에 따라 구매와 결합된 '작고 쉬운 기부'가 보편화되고 재능을 기부하는 '프로 보노(pro bono)' 운동도 참여자가 늘어날 것이다. 자연보호, 노동 인권 보호, 공정거래, 기업 투명성, 공동체 이익 등 다양한 공동체 가치를 고려해 구매하는 윤리적 소비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네오실버 소비자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소비 계층은 '네오실버(Neo-Silver)'이다.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며 소비에도 적극적인 신세대 장·노년층이다. '청바지 입는 노년층'으로 불리는 이들은 어느 정도의 자산을 확보하고 있고, 브랜드와 소비 생활에 대한 이해력이 높으며, 디지털기기와 인터넷 활용 능력도 갖추고 있다. 자식에게 헌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와 소비에 관심이 많다. 네오실버를 위한 가장 큰 시장은 은퇴 후 재무설계와 보험·금융 분야다. 앞으로는 패션·뷰티·사교·취미·여행·자기 계발 등 거의 전 산업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솔루션 경제 확대
하나하나의 개별 가치를 제공하기보다는, 고객의 복합적인 요구를 '총체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상품이 확대될 전망이다. 상품은 고객의 요구를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 모두 솔루션이다. 소비자 지향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려면 제조업과 서비스의 융합, 즉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이 필수적이다. 아이팟·아이폰의 성공은 아이튠스·앱스토어라는 서비스와 결합해 음악·게임 등 소비자가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합리적 경제논리에 대항… 직관ㆍ통찰 신개념 뜰 것
김정운 교수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공감(sympathy)
나는 내 앞에 끼어드는 운전자를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 그런 운전자를 만나면 나는 경적을 울리며 쫓아가 어떻게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나 운전하다 보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끼어들기를 해야 할 때가 있다. 나는 그럴 수도 있고, 타인이 그래서는 절대 안 된다는 논리는 한심한 내 운전 습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소통 부재의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다. 각기 다른 존재가 동일한 정서적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교감'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서로 이해할 수 있다.
■직관(intuition)
요즘 경제학계에서 합리적 인간에 대한 의심이 대세다. 행동경제학이 그것이다. 합리적인 경제 주체로서의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전제로 하는 시장주의에 대한 회의이기도 하다. 인간의 합리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성이라는 비현실적 개념을 부정할 뿐"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경제학의 탈을 쓴 20세기 말 포스트 모더니즘 논쟁의 귀환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한쪽으로 논의가 치우치면 다른 한쪽이 반드시 나온다. 합리적 인간을 해체하지만, 대안적 개념을 세우지 못하는 행동경제학의 주장에 딴죽을 거는 이가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소장인 거르드 기거렌쳐( Gigerenzer)다. 그는 행동경제학의 해체주의에 대항하여 '직관'이라는 심리적 프로세스를 내세운다. 직관은 우리의 과거의 선행경험으로부터 얻어진 가장 효과적인 법칙을 적용한 무의식의 프로세스를 뜻한다.
新성장 동력 확보 위한 해외기업 M&A도 화두
송재용 교수 (서울대 경영대)
■굳히기
불황기에는 기업의 시장 지위가 바뀌고 산업 구조가 재편된다.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와중에서 반도체, LCD, 자동차 업종에서 경쟁력이 취약하거나 무리한 확장을 시도했던 기업들의 상당수가 도산하거나 점유율이 하락했다. 반면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경쟁자를 제치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2010년은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여 글로벌 일류기업으로의 '굳히기' 작업에 나설 때다. 강해진 체력을 바탕으로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와 혁신에 나서야 한다. 적자 사업 정리 등 군살빼기도 필수적이다.
■인수·합병(M&A)
한국의 주력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 등 후발 주자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성장성 둔화와 수익성 악화에 처했다. 미래 신(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M&A에 나설 때다. 최근 원화 가치 상승으로 올해는 해외기업 M&A의 최적기가 될 것이다. M&A에 자신이 없다면 국내외 우수 인력을 확보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개방과 소통
창조 경영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과 기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방과 소통을 기반으로 한 혁신이 필요하다. 한때 신제품이 없어 위기를 맞았던 P&G는 대학·연구소·벤처기업 등 외부와 협력하는 개방 시스템을 구축,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변신했다.
기업 성공은 기술개발 아닌 '글로벌 리더십'에 좌우
정동일 교수 (연세대 경영대)
■권한 위임
명령과 통제의 리더십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할 때만 효과가 있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GE는 수년 전부터 미래를 예측하는 전략회의를 중단했다. 미리 짜 놓은 경영계획은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는데 오히려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변화 속에서 승리하려면 적극적인 권한 위임을 통해 의사 결정 단계를 최대한 조직 하부로 끌어내려야 한다.
■진정성
당신의 행동은 항상 누군가에 의해 관찰되고 있다. 부하들의 신뢰를 얻고 성공한 리더가 되려면 겉과 속이 일치하는 진정성이 있는 리더십을 실천해야 한다. 부하가 원하는 것은 화려하게 포장된 리더의 모습이 아니다. 순박해 보일지라도 미래 비전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오픈하는 그런 리더의 모습이다.
■글로벌화
SK 등 국내의 많은 기업들은 최고의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실패했다. 가장 큰 요인은 글로벌 리더십의 결여였다. 삼성이 야심 차게 발표한 비전 2020(매출 4000억달러 달성,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성장)의 성공 여부도 기술개발이 아니라 뼛속까지 글로벌화 하는 데 있다. 글로벌 리더십은 문화와 언어가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역량과 태도다. 각 지역 로컬시장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글로벌 리더십으로 무장한 인재가 없다면 월드클래스 컴퍼니가 되겠다는 비전은 허망한 꿈으로 끝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