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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게시판 스크랩 백년초에 맺힌 사연 - 제2회 무명천(진아영)할머니 추모문화제
우또라 추천 0 조회 91 12.09.18 16:5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백년초에 맺힌 사연 - 제2회 무명천(진아영)할머니 추모문화제
  • 글쓴이
  • 양기철 기자(chlok)/우리농뉴스명예기자
  • 등록일
  • 2012-09-17

 

백년초에 맺힌 사연 - 제2회 무명천(진아영)할머니 추모문화제


(제2회 무명천(진아영)할머니 추모문화제 리허설 모습)

지난 9월 8일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에서 ‘제2회 무명천(진아영)할머니 추모

문화제(총감독 양기철)'가 있었다.

진아영 할머니는 제주 4.3때 총상을 입고 턱을 잃어, 무명천으로 얼굴을

감싸고 살아서 무명천할머니라 불리게 되었으며, 이웃마을인 한경면 판포리

에서 살다가 총상을 입은 후에, 친척들이 있는 한림읍 월령리로 옮겨와 살다

2004년 9월 8일 세상을 떠난 분이다.

4.3때 부상을 입고 평생을 홀로 후유장애의 삶을 살다 떠난 그녀는 4.3피해

자의 상징적 의미로 인식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그녀의 삶을 기리고 다시

는 슬픔없이 평화의 역사를 염원하는 마음들이 모여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진아영할머니 삶터보존회(공동대표 정민구)'를 결성해서 오래전부터 활동

하고 있다.

이번 문화제 행사는 작년에 그 삶터보존회에서 시작하여 올해부터는 월령리

마을(이장 박용수)에서 주최를 하기로 하고 마을주민들이 중심이되어 준비하였다.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는 천연기념물 제429호로 지정된 국내유일의 선인장

군락 자생지가 있어서 선인장(백년초)마을로도 알려져 있다.

 


(진아영할머니(가운데) 생전모습을 담은 영상)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즈음 추모제 행사는 생전의 진아영할머니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으로부터 시작 되었다.

아담한 마을 야외공연장을 메운 참석자들은 생전의 그녀의 이야기들을 영상

으로 보고 들으며 숙연해지는 분위기였다.

 


(재릉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이어서 지역초등학교 전교생 60여명으로 구성된 재릉초등학교 오케스트라

(교장 양순자, 담당교사 김기쁨, 지휘교사 홍정호) 연주가 있었다.

진아영할머니가 생전에 다녔을 그 터에서 손주뻘 되는 지역아이들의 연주는

다시금 이 땅에 새로운 희망을 심는 것 같아서 청중들은 감동의 마음으로

박수갈채를 보냈다.

 



남선현 시인

문창길 시인



박주하 시인

현용식 시인

올해 처음 시도된 시낭송 순서에서는 남선현 시인이 ‘백년초에 맺힌 사연'

을, 문창길 시인이 ‘금정아 봉화야 내 딸들아'를, 박주하 시인이 '아무도

오지 않는 시간을 위하여'를, 현용식 시인이 '사선에 핀 찔레꽃'을 낭송

하였고, 부득이 직접 참석하지 못한 박영진 시인은 ‘용서를 구합니다'라는

작품을 보내주면서 함께 하였다.

시인들의 작품은, 진아영할머니와 월령리와 월령리의 특산물인 선인장(백년

초)과 제주의 4.3을 소재로 하였거나 이와 유사한 다른 지역의 일들을 소재

로한 작품들이어서, 진아영 할머니의 삶을 인간적인 모습에서 재해석해볼 수

있는 깊이를 더해 주었다.

 


(제주주민자치연대 노래모임 모다정)

노래모임 모다정은 진아영 할머니 삶터보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에 이 행사를 처음으로 시작할 때도 주도적으로 참여를 했던

노래모임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진아영 할머니를 추모하며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로 참여하

였다.

 


(살풀이 춤)

어느덧 진아영 할머니가 돌아 가신지도 올해로 8주기가 된다.

그 참담하게 슬픈 절망 속에서도 웃어 보이기도 하며 살다 돌아가셨다는

할머니의 영혼을 위로해 드리고자, 모든 참가자들은 다시 숙연한 마음으로

전은희 무용가의 살풀이 춤사위에 영면을 기원하며 함께 마음을 실었다.

 


(하나아트 공연)

하나아트의 타악이 울려 퍼지며 공연의 분위기는 무르익기 시작했다.

슬픔이 슬픔만으로 끝난다면 그건 정말 슬픈 일일 것이다.

슬픈 일이었을지언정 그것을 승화시켜서 모두에게 기쁜 내일이 올수 있도록,

용기를 내어 힘차게 나아가는 교훈의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가는 지혜가

더욱 이 행사를 값지게 만들 것이다.

그런 염원을 담은 하나아트의 ‘바람유희’가 대북과 모듬북 그리고 사물악기

의 소리를 타고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놀이패 한라산의 마당극)

이날 마지막 공연은 놀이패 한라산의 마당극 ‘세경놀이’가 펼쳐졌다.

이미 하나가 된 청중과 출연진들은 너나없이 한마음으로 어우러져 모두가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배우들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마다 함께 울고 웃으며 이 행사의 의미를

되새기며 대미를 장식 하였다.

 


(공연장의 깃발)

공연을 모두 마치고나서 참가객들은 너나없이 근처 진아영 할머니가 생전에

살았던 옛집에서 제사를 올렸다.

공연장에 세웠던 해원, 상생을 염원하는 깃발처럼 생전의 설움과 슬픔일랑

이제 모두 내려두고 평화로이 영면하시길 빌며 제사를 지냄으로써 이날 ‘제2

회 무명천(진아영)할머니 추모문화제'는 모두 막을 내렸다.

 

조그만 농어촌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행사는 그 의미

가 크다고 하겠다.

앞으로 마을발전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는 월령리 주민들은, 이 마을에 살았

던 진아영 할머니 추모제를 직접 치루어 내면서, 앞으로 시행될 마을발전

사업과 관련해서도 적지 않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으리라.

 

 

백년초에 맺힌사연

- 하나 -

 

                                        남 선 현

 

월령 돌담사이 뿌리내린

손바닥 선인장은 알까?

 

반 세기 숨죽여 흐느낀

목안의 웅어리를...

 

소리없이 삭인 심연의 나날

지나는 행인 손에들린

노오란 꽃잎은 알까?

 

남 몰래 토하듯 무명천에

감춰버린 여인의 모습을...

 

질긴생명줄잇고 터 잡은

선인장의 역사는 한 맺힌

여인의 절절한 서럼 알까?

 

쇠소리나는 진저리

온몸에 떠안고 훨~훨

날아간 진아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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