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노력
시부야성서집회 월보 9월호
반나이 요시코(坂內 義子)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자신과 화해토록 하셨다. 또 화해를 위해 봉사하는 임무를 우리에게 주셨다."
(고린도후서 5장 18절)
이 화해의 권면은 단순히 싸움을 회피하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개인이나 사회나 영원히 평화를 잘 만들어가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사소한 경험인데,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일을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벌써 4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비전우화회(非戰友和會)가 필리핀에서 주최한 '평화 순례의 여행'에 처음으로 참가했던 1990년의 일입니다. 저녁에 소모임 시간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군인으로 참전했던 한 남성이 어렵게 입을 열어 증언하였습니다. 일본군이 자신의 집으로 쳐들어와 가족 전원을 살해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어렸던 아이의 몸을 일본군 병사가 칼로 찔러 높이 쳐들었던 광경을 잊을 수 없다며,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칼을 높이 들었어요!" 하며 울먹였습니다.
정말 믿기 어려운 잔혹행위였습니다. '전쟁은 인간을 악마로 변하게 하는 것이구나' 다시 한 번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후 20년이 지나 필리핀 여성 20여 명이 비무장 평화의 집회 참여차 도쿄의 가톨릭교회에 모였습니다. 선교사께서 먼저 평화에 대한 말씀을 하셨고, 마지막으로 감화회 시간이 있어 자유로이 소감을 말해달라는 부탁이 받았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마음먹은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오래전 필리핀에서 들었던 그 잊을 수 없는 증언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오신 여러분도 아버님, 또는 친지분 등 소중한 가족을 전쟁중에 일본군대에 의해 잃으신 분이 있겠지요. 아니면 부상을 입어 지금까지 고통중에 계시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사죄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부족한 영어였지만, 진심으로 드린 내 마음이 통했는지, 끝나자 마자 5,6명의 여성분들이 차례차례 오셔서 나를 안으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말했습니다. "일본 사람에게 사죄의 말을 들은 게 처음입니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서로 마음을 풀었던 순간, 화해의 때가 아니었는가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무기 증강의 필요성을 소리높이 외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TV에서 연일 강력한 공격상황을 보여주는 탓인지 일본의 비무장을 걱정하는 여론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일본의 군비증강은 인접 국가들에게 불신을 심어주는 일일 뿐입니다.
우리의 현 헌법 전문과 9조의 고매한 정신을 잊으면 안 됩니다. 우리 주님의 '화해의 권면'을 품고 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 평화에 공헌하는 임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첫댓글 반나이 요시코 님은 반나이 무네오 선생의 부인입니다. 이분은 젊은 시절부터 80후반인 지금까지도 평화와 인권의 모임에 적극 참여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