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1번 자승스님(오른쪽)과 기호 2번 보선스님은 10일 오후1시 선의의 경쟁을 마치며 함께 밝은 표정으로 투표에 임했다.김형주 기자
제34대 총무원장으로 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선출됐다는 것은 곧 33대 집행부에서 추진했던 변화와 개혁들이 앞으로 4년간 지속됨을 의미한다. 33대 때 제시됐던 다양한 종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종단과 중앙종무기관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님은 33대 총무원장 취임 초기부터 “불교중흥의 씨앗이 되겠다”는 말을 자주해왔다. “단기간의 성과에 급급하기 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계획 하에 한국불교 중흥의 기반을 구축하는 씨앗을 뿌리는 마음과 자세로 종단의 핵심주요과제를 추진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33대 집행부는 파종 수준이 아니라 많은 결실을 수확했다. 종단 최초로 승려노후복지제도를 시행했고, 직할교구에 주지인사고과제를 도입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했다. 또 사찰 토지처분금을 신도시 포교 등 종단 목적사업으로만 쓸 수 있도록 종법을 제정했고, 대법원 등기예규를 통해 종단 승인 없이 사찰의 토지매매를 할 수 없도록 해 재산망실을 방지하는 근간을 마련했다
물론 미완에 그친 종책도 있다. 자성과 쇄신결사나 교구활성화를 위한 기반 구축, 중앙종무기관의 효율적 운영이나 수도권 도시포교, 젊은 세대 포교 등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는 10월31일 34대 총무원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하는 자승스님은 지난 33대 때 아쉬움으로 남았던 과제들을 해결하겠다고 서원한 만큼 미완의 종책들도 실효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쇄신과 결사부분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사회의제와 종단쇄신의 두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과 함께 범불교적 행동캠페인 등을 통해 외연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 임기 동안 자성과 쇄신결사는 대중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한계를 직시하고 나온 것이다. 생명평화순례걷기, 4대강 유역 답사로 생명결사를, 저소득층 아동들과 결연맺기를 통해 나눔결사를, 불교문화재를 탐방하며 문화결사에 동참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을 제안해 불자는 물론 일반 국민도 참여할 수 있는 결사가 될 것이다. 종단 쇄신의 일환으로 진행됐던 사부대중의 종단참여확대와 종단 및 사찰의 재정투명화 역시 34대 집행부에서 기대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자승스님이 선거기간 모토로 내걸었던 교구중심제가 이번 집행부에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올초 교구본사주지회의서 교구책임제를 제안한바 있던 자승스님은 교구에 인사와 재정을 이관하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교구가 지역의 중심이 돼 수행과 전법, 복지까지 담당하게 된다면 지역 내 사찰의 위상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행자들의 안정과 포교현장에 맞는 지원체계가 구축된다면 불교의 역량 역시 극대화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자승스님은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 비구니 권익 및 참종권 확대를 위한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어 종단의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총본산 성역화 역시 종도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사업이다. 올해부터 10년간 추진될 성역화 사업의 1단계기간인 오는 2017년까지 자승스님의 주도로 불사가 추진된다. 차기 집행부에서는 종단 실무자와 도시계획 전문가, 행정당국 관계자가 결합한 총본산성역화불사 추진위원회를 구성, 총본산 성역화 사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대·경선 반복 숨 가빴던 100일
자승스님이 제34대 조계종 총무원장 출마선언을 한 것은 지난 9월16이다. 그 사이 자승스님의 출마를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백양사 사건 이후 악재가 거듭되면서 스님의 출마예측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종단이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든 것은 지난 7월11일 불교광장 창립으로 볼 수 있다. 옛 화엄회와 무량회 무소속 중앙종회의원 47명이 참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종책 모임이 결성돼 총무원장 후보자를 추천하겠다고 밝히면서 추대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한 달 뒤 옛 무량회가 불교광장 탈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자승스님의 명확한 거취표명을 요구했던 무량회는 무차회 보림회와 함께 3자연대를 구성해 대흥사 회주 보선스님을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추대했다. 무르익어가던 추대방식은 경선으로 선회했다.
재가단체와 전국선원수좌회는 자승스님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전국선원수좌회는 조계사에 묵언과 단식정진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봉암사 수좌 적명스님과 자승, 법등, 도법, 수경스님 등 다섯 명이 전격 회동을 갖고 총무원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을 합의하면서, 사그라졌던 추대열기가 뜨거워졌다. 하지만 불교광장과 3자연대가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전제를 두고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추천위 구성은 무산됐다.
그리고 9월16일 불교광장은 33대 집행부의 성과를 이어갈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현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을 후보로 추대했다. 이를 수락한 자승스님은 먼저 출마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종단을 반석위에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선거에는 자승, 보선, 대우, 장주, 혜총스님이 출사표를 던졌다. 자승, 보선스님이 유력한 당선자로 점쳐지는 가운데 선거 열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후보자간 선거법 위반 제소가 이어졌고, 승적과 수계 등 이력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나오면서 선거는 과열로 치달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논란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중앙선관위가 마곡사 선거인단에 대해 투표권 없음을 결정해 마곡사 스님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일부 후보에 대한 총무부의 신원조회 결과가 회신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자 심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결국 마곡사 선거인단을 제외한 311명이 10일 투표에 참가, 179표를 획득한 자승스님이 차기 총무원장으로 당선됐다.
‘최초’ ‘최고’ 새 역사 기록했다
제34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현직 총무원장 스님이 연임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34대 총무원장 선거에 당선된 자승스님은 알다시피 2009년 10월 33대 총무원장 선거에 당선돼 4년간 임기를 수행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자승스님은 1962년 통합종단 출범 이후 총무원장에 재임한 7번째 스님이 됐다. 그간 경산스님(3대, 9대), 영암스님(4대, 11대), 청담스님(6대, 7대), 석주스님(8, 15, 23대), 월주스님(17, 28대), 서의현 원장(25, 26대) 등 6명이 총무원장을 2차례 역임했다. 특히 석주스님은 총무원장을 3번 지낸 유일한 인물이다. 연임은 청담스님과 서의현 원장에 이어 자승스님이 3번째다. 이 가운데 4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연임한 총무원장은 서의현 원장에 이어 자승스님이 2번째다.
통합종단 출범 이후 조계종 총무원장은 33번 바뀌었다. 평균 임기는 1.55년. 4년의 임기를 끝까지 마친 스님도 지관스님, 자승스님, 서의현 원장 등 3명에 불과하다. 취임한지 한 달도 안 돼 물러난 경우도 있다. 1994년 종단개혁으로 종단이 안정되면서 총무원장의 위상도 높아졌다. 종단개혁 이후로 따지면 재임 및 연임에 성공한 스님은 자승스님이 최초다.
■ 역대 총무원장 선거 비교
33대 90.6% 득표율로 당선
이어 57.6%로 재선 ‘성공’
자승스님, 94종단개혁 이후
최고ㆍ두 번째 득표율 기록
당초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결과는 50표(득표율 16.1%)라는 압도적 차이로 기호1번 자승스님이 승리했다. 지난 1994년 종단 개혁 후 실시된 총 7차례의 총무원장 선거 가운데 2009년 10월 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사실상 추대된 33대 총무원장 선거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득표율인 57.6%를 차지하며 재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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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총무원장 선거 비교선거인단 311명의 투표 종료에 따라 개표시간이 앞당겨 지면서 조계사 인근의 이목은 개표장면을 볼 수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 입구로 몰렸다.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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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1월 28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월주스님이 득표율 53.2%(2위와 22표 차)로 당선된데 이어 1998년 12월 29대 총무원장 선거는 고산스님이 53.2%(52표 차), 1999년 11월 30대 총무원장 선거는 정대스님이 52.2%(32표 차)의 득표율을 각각 차지하며 당선됐다.
이어 2003년 2월 31대 선거는 법장스님이 55.8%(39표 차), 2005년 10월 32대 선거는 지관스님이 51.6%(19표 차), 합의 추대 형태를 띈 2009년 10월 33대 선거는 자승스님이 90.6%(286표 차)의 득표율로 각각 당선됐다.
이 가운데 52표라는 큰 차이가 난 29대 총무원장 선거는 정화개혁회의를 엄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큰 표 차이를 보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지관스님이 정련스님을 상대로 19표 차이로 힘겹게 승리한 32대 총무원장 선거가 가장 박빙의 승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번 제34대 총무원장 후보 기호 4번 장주스님이 30대, 32대 총무원장 선거에 이어 3번째로 출마함으로써 가장 많이 출사표를 던진 후보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불교신문2953호/2013년10월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