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슬로만 물건 파는 가게
이 주 훈
“준배 있니?”
누가 밖에서 부릅니다.
“왜?”
“얼른 나와봐.”
“무언데?”
부르러온 아이는 환 집 건너에 사는 경식이입니다.
“얼른 나오라니깐------”
준배는 급하게 밖으로 나왔읍니다.
스피커에서 요란한 소리가 둘려읍니다. 그 소리는 어떤 아저씨의 목소리입니다.
“자, 어린이 여러분, 이리로 모이시오. 아주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읍니다.”
이런 말입니다.
“모이라는 데가 어디야?”
준배의 말에 경식이가,
“거기야.”
하고 대답합니다. 이 동네 아이들은 거기라면 벌써 어딘지 잘 알고 있읍니다.
그곳은 올봄에 집을 짓기로 된 넓은 마당입니다.
경식이와 준배는 그리로 달려갑니다.
“뭘 하는데 우리들을 부르니?”
“글쎄, 나도 안 가봐서 모르겠어, 하지만 아이들이 다 그리로 몰려가고 있단말야.”
골목길을 빠져 한참 뛰어가면 좀 높은 곳에 그 마당이 있읍니다.
“많이들 모였는데------”
“그렇구나.”
마당 가득히 모인 아이들이 재깔거리는 소리가 들려읍니다.
둘이서 뛰어가는 길 옆에서도 다른 아이들이 뛰어나옵니다.
저쪽에서도 아이들이 넓은 마당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마당에는 높은 장대를 세우고 거기다가 만국기를 맨 줄을 사방으로 매달아놓았고, 높은 장대 위에는 태극기가 달려 바람에 펄럭이고 있읍니다.
“운동회날 같은데------”
둘이는 넓은 마당에 올라왔읍니다.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를 하는 아저씨와 누나 한 사람, 그리고 미니 트럭이 한
대 서 있는데, 그 안에 운전사 아저씨가 앉아 있읍니다.
아저씨는 마이크를 누나에게 쥐어주더니, 트럭에서 큰 짐을 하나 내립니다.
운전사 아저씨도 함께 거듭니다.
짐을 끌렀읍니다. 그것은 비닐로 만든 포장같이 보였읍니다. 그것을 마당 가운데에다가 폅니다.
아이들은 그것이 무엇인가 하고 모두들 눈길을 그리로 씁니다.
거기에는 젖꼭지처럼 생긴 것이 수없이 달려 있읍니다.
다 펴고 나자, 아저씨는 마이크에다 대고,
“여러분, 이 비닐 주머니에 달린 꼭지를 하나씩 맡으십시오.”
하고 말합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기다렸던 것처럼 우르르 달려들어 그 꼭지를 하나씩 맡습니다.
“꼭지에다가 바람을 불어넣으셔요.”
아저씨의 두 번째 말에 아이들은 제각기 꼭지를 입으로 불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비닐 속으로 바람이 들어가면서 천막 같았던 것이 점점 부풀어오릅니다.
아이들은 재미가 나서 힘든 줄도 모르고 불었답니다.
좀 있으려니까, 그것은 무슨 집 모양이 되면서 탱탱하게 커집니다.
마침내 그것은 세워졌읍니다. 비닐벽으로 둘러친 가게가 되었읍니다. 넘어지거나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군데군데 달련 끈을 잡아당겨 땅에 박힌 무쇠에 묶습니다.
“자, 여러분의 힘으로 가게가 세워졌읍니다.”
아저씨가 즐거운 얼굴로 이럽니다. 가게는 아주 넓습니다.
아저씨와 누나는 미니 트럭에서 짐을 내리더니 그 속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꺼내 가게에 늘어놓는 것이었읍니다.
“흥! 물건을 팔러왔구나!”
“그러게 말야.”
“돈이 있어야 사지?”
“재미도 없는데 힘만 들었잖아.”
아이들이 제각기 떠들고 있으려니까, 이번에는 누나가 마이크에다 대고 말을
합니다.
“여러분, 이 가게의 물건들은 모두 돈 받지 않고 파는 것입니다. 돈 대신에 구슬을 내면 얼마든지 살 수 있읍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읍니다.
“흥, 구슬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말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구슬을 찾는 아이도 있었읍니다. 여기에 오기 전까지 구슬치기를 하던 아이들도 있을 테니까요.
2
가게에 펼쳐놓은 물건들은 학교에서 쓰는 학용품이었읍니다. 꾸러기들이 좋아하는 장난감들도 있읍니다. 운동화도 있읍니다. 양말이 있는가 하면, 러닝샤쓰 같은 것도 있읍니다. 어쨌든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은 다 었는 것 같습니다.
책도 있읍니다. 교과서만 없고 그 밖의 잡지, 동화집, 위인전, 소설집, 그림책, 만화책도 있읍니다. 아이들이 즐겨 읽을 만한 책은 다 감춰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물건이나 책에는 값을 적은 딱지가 붙어 있읍니다.
하지만 글씨로 돈의 액수를 적은 것이 아니고, 하얀 딱지에 갖가지 빛깔로 구
슬을 그려놓았읍니다.
빨간 구슬과 파란 구슬을 한 개씩 두 개를 그려놓은 딱지도 있읍니다.
초록빛 구슬 한 개와 그것의 만만한 작은 노랑구슬 두 개를 합쳐 모두 세 개를 그려놓기도 하였읍니다. 또 갖가지 빛깔의 구슬을 한 개씩만 그려놓은 딱지
도 있읍니다.
“여러분은 마음대로 이 물건들을 살 수 있읍니다. 하지만 돈은 안 받습니다.”
누나의 이 말에 경식이가,
“구슬도 돈을 줘야 사는 거 아녀요?”
하고 말했읍니다.
“돈만 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논 그런 구슬은 안 받아요. 호호…”
누나가 이렇게 대답하자, 아저씨도 벙글벙글 웃으십니다.
아이들은 정점 이상하게 여겨졌읍니다.
“돈으로 사지 못하는 구슬을 우리가 어떻게 구합니까?”
“그러니까 아무나 살 수 없는 것이란 말입니다.”
아저씨가 이럽니다.
“아저씨 그렇담 여기 모인 아이들 가운데에는 그 물건을 살 수 있는 아이는 하나도 없을 거여요.”
하고 준배가 큰소리로 말합니다.
“그건 모르는 소리야. 어린이라면 누구나 그런 구슬을 갖고 있거든.”
“아녀요. 우리는 아무도 그런 구슬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준배가 또 이렇게 말하자,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맞았어요. 그애 말이 옳아요.”
하고 떠들어댑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지금 말한 어린이는 앞으로 나와요.”
하고 다시 말합니다. 준배가 앞으로 나갔읍니다.
“자, 이 어린이를 똑똑히 봐요.”
아저씨는 이러고 나서 준배의 등에서 무엇을 따는 흉내를 냅니다. 그러더니 그 손을 번쩍 쳐들어 아이들에게 보입니다.
“여러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보입니까?”
준배의 두 눈에는 아저씨가 두 손가락으로 집어들은 것이 보였읍니다. 그것은 맑은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읍니다.
“예, 보입니다.”
아이들이 함께 대답합니다.
“무엇입니까?”
아저씨가 계속해서 묻습니다.
“구슬입니다.”
“맞았읍니다.”
아저씨는 그 구슬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아이들 앞으로 와서 보이며,
“자, 똑똑히 보셔요. 정말 구슬인가 아닌가----”
하며 만족한 얼굴입니다.
“정말 이상한데 ?”
“그 구슬이 어디서 생겼니?”
“아냐, 저 아저씨는 요술장이야. 그래서 우리 눈을 속인 거야.”
그때 아저씨는 이 말을 하는 아이의 앞가슴에서 무엇을 떼어서 그 아이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줍니다.
그것도 구슬입니다. 준배의 등에서 딴 것은 초록빛 큰 구슬인데, 이 아이에게서 떼어낸 것은 파란 빛이고 작습니다.
아저씨는 다시 가게 앞으로 가더니, 준배에게,
“네가 사고 싶은 것을 말해라. 너한테서는 초록빛 큰 구슬 하나가 나왔으니 초록빛 큰 구슬 한 개를 그린 딱지가 불은 물건은 어느 것이나 살 수 있을거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읍니다.
3
준배는 어리둥절하였읍니다.
자기 몸에 초록빛 구슬이 달렸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일 뿐 아니라 그 구슬로 물건을 산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았읍니다.
“자, 이것이 살 수 있는 거고…… 또 저것도 초록 구슬 큰 것 한 개로 살 수
있는 것이고------”
가게 누나가 준배에게 가리키듯 이것저것을 짚어보입니다.
초록빛 큰 구슬 하나로 살 수 있는 물건은 꽤 괜찮습니다.
고무공도 한 개 살 수 있읍니다.
공책은 세 권이나 되고 연필도 두 자루 살 수 있읍니다.
작은 돼지저금통도 하나 살 수 있읍니다. 고무풍선은 다섯 개나 됩니다.
책 중에도 살 수 있는 것이 여러가지 있읍니다. 그런데 준배는 꼭 한 가지 갖고 싶은 것이 있읍니다.
“어서 골라봐요.”
누나가 재촉을 합니다.
준배는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얼른 작정할 수가 없읍니다.
그러면서도 준배가 꼭 사고 싶은 것은 축구공입니다.
요즘 학교에서나 동네에서 축구가 한창인데 준배는 축구공이 없읍니다.
준배는 그 축구공 한 개만 있다면 신나게 놀 수 있읍니다.
더구나 지금 2학년짜리 동생 성배가 이 축구공을 몹시 갖고 싶어 합니다.
저회 반에 축구공을 가진 아이들이 많은데 그 으시대는 꼴이 아니꼽다고 집에 와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축구공 하나만 살 수 있다면 동생에게 주어 뽐내게 하고 싶은 것입니다.
하지만 축구공의 값은 초록빛 큰 구슬 한 개와 작은 파란 구슬 한 개가 있어야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준배가 어떤 물건을 고르나 하고 고대하고 있읍니다.
준배는 머뭇거리다가,
“누나·-----”
하고 부릅니다.
“왜요?”
“저 축구공은 안되겠죠?”
“그건 파란 작은 구슬이 한 개 더 있어야 하는걸------”
“꼭 저것을 사야 활 텐데------”
“다른 걸 사지 그래?”
“제가 가지고 놀기도 하겠치만------”
준배는 어째서 축구공을 꼭 사고 싶은지 그 까닭을 누나에게 작온 소리로 들려주었읍니다.
“동생에게 주려고------ 거 참 딱하게 됐는걸------”
준배는 아저씨 앞으로 갑니다.
“아저씨 미안하지만 제 몸에 혹시 파란 작은 구슬 한 개가 더 없나 찾아봐주시겠어요?”
아저씨는 준배와 누나가 주고받던 이야기를 다 들어서 준배의 간절한 생각을 알고 있읍니다. 그래서 아저씨도 준배의 소원이 풀어지기를 바랍니다.
“너 꼭 동생에게 축구공을 사다주고 싶으니?”
“예!”
“동생을 그렇게나 사랑하는 언니 몸에 설마 작은 파란 구슬 한 개쯤 더 안 맺혔을라구·-----”
아저씨도 준배의 소원이 풀어지기를 바라면서 준배의 몸을 다시한번 더 살핍니다.
가슴 위로부터 발끝까지 앞쪽을 살피고 난 아저씨는
“뒤로 돌아서봐요.”
하고 준배의 뒤를 조사해봅니다. 하지만 구슬은 보이지 않는가봅니다.
“이상한걸? 한 개쯤 더 달려 있을 만한데------두 팔을 올려봐요.”
준배는 양쪽 팔을 번쩍 쳐들면서 제발 파란 작은 구슬 한 개만 더 따지길 바랍니다. 아이들도 꼭같은 간절한 생각입니다.
준배의 눈앞에는 축구공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동생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러면 그렇지! 꽤 큰 구슬이 열렸군!”
아저씨는 준배의 왼쪽 겨드랑이에서 파란 구슬 한 개를 땄읍니다.
“자, 여기 있어요.”
아저씨는 구슬을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집어 번쩍 쳐들어 아이들에게 보입니다.
아이들도 준배 못지않게 반가와 손바닥을 치며 환성까지 올립니다. 누나도 손뼉을 치며 기뻐했읍니다.
4
누나는 준배에게 축구공을 주었읍니다.
“고마와요. 누나.”
“가만히 있어라 또 가져가야지.”
누나의 말에 준배는 이상하다는 얼굴입니다.
“뭘요? 축구공을 샀는데요?”
“파란 구슬 반 개어치가 남았잖니?”
누나의 말은 옳았읍니다. 축구공 값은 초록빛 큰 구슬 한 개와 파란 작은 구슬 한 갠데 준배의 몸에서 딴 구슬은 초록빛 구슬 한 개와 큰 파란 구슬 한 개니까 작은 파란 구슬 한 개어치는 거슬러받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누나, 그건 그냥 두셔요.”
“왜?”
“누나가 맡아두었다가, 나처럼 모자라는 아이가 있으면 보태주셔요.”
“호호 그러니? 그러면 그러자.”
준배가 축구공을 받고 인사를 하고 나오자, 아이들은 몸이 달았읍니다.
자기의 몸에도 구슬이 열려, 갖고 싶은 물건을 사고 싶은 생각 때문입니다.
“아저씨, 저도 사겠어요.”
“저도요.”
가만히 있는 아이는 거의 없었읍니다.
아저씨는 아무 소리 않고 아이들을 둘러보고 그저 방긋방긋 웃고만 있읍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더 몸이 답니다. 그런데 지금 막 뒤늦게 숨을 헐떡이며 온 아이가 있읍니다.
그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인지 책가방을 든 채입니다.
아저씨는 그 아이더러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그 아이는 아저씨 앞으로 나와 인사를 합니다.
“몇 학년이죠?”
“4학년 3반 김 기수입니다.”
그 아이는 활발하게 대답을 합니다.
“됐어, 무척 씩씩한 어린이군. 공부는 잘하나?”
이 말에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얼른 대답을 못합니다.
“부끄럴 건 없잖아. 잘하면 잘한다, 못하면 못한다고 대답하면 그만인걸------”
아저씨의 이 말에 그 아이는 얼른,
“잘하지도 못하지만, 못하는 편도 아닙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좋아, 내가 조사해보면 어느 만큼 공부를 하는지 알지.”
아저씨는 아이의 가방을 다른 아이들에게 잘 보이라고 번쩍 쳐들어 이리저리
훑어봅니다.
새 가방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깨끗이 빨아 때가 끼지 않았읍니다. 두 모서리가 해져 딴천을 대고 예쁘게 기웠읍니다.
“여러분, 이 가방에 이상한 것이 없읍니까?”
아저씨의 이 말에 가방을 살펴본 아이들은 깜짝 놀라는 것이었읍니다.
마치 보석을 박은 것처럼 여기저기가 번쩍번쩍 빛나는 것이었읍니다.
“구슬이다!”
한 아이가 큰소리로 외칩니다.
“맞았어요. 이 가방에 번쩍거리는 것은 구슬입니다.”
아저씨는 다른 손으로 구슬을 한 개 따서 아이들에게 보였읍니다. 노랑빛 구슬입니다. 아저씨는 그 구슬을 가방 임자아이에게 쥐여줍니다.
그리고 또 하나 땁니다.
자주빛 구슬입니다.
그 가방에서만 4개나 왔읍니다.
“야! 야!”
구경하는 아이들은 구슬을 딸 때마다 놀라는 소리를 지르는 것입니다.
“이상하다, 가방에도 구슬이 달리다니 ?”
“도대체 저 구슬은 어떻게 되어서 열리는 걸까?”
“아무래도 저 아저써는 요술장일 거야.”
“아니다. 요술장이면 뭣 때문에 저렇게 많은 물건을 아이들에게 거저 주니 ?”
아이들은 하도 이상해서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것이었읍니다.
아저씨는 기수를 마이크 앞으로 데리고 갑니다.
“여러분, 이 어린이의 가방에 왜 구슬이 열렸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있겠어요?”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아이들은 그 까닭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읍니다.
“공부를 잘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아이가 대답합니다.
5
“아닙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이 구슬과 관계가 없읍니다.”
“저요, 제가 대답해보겠어요.”
다른 아이가 학교에서처럼 손을 번쩍듭니다.
“말해봐요.”
“예, 그 아이는 가방을 사량하여 함부로 굴리지 않고 소중하게 간수했기 때문
입니다.”
“예, 맞았읍니다. 가방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각이 있읍니다. 말은 못하지만 함부로 굴리면 빨리 해지고 아무데나 던지면 몸뚱이가 부딪쳐 아픈 겁니다. 이
가방의 얼굴을 보셔요. 상처 하나 없고 아주 착한 얼굴이 아녀요? 아무리 새 가방이라도 마구 굴리면 찌푸린 얼굴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자, 더 자세히 볼까요?”
아저씨는 가방 속에서 책 한 권을 꺼냈읍니다.
책은 다른 종이로 겉장을 쌌읍니다. 아저씨는 책을 들어 아이들에게 보입니다.
“자 보셔요. 책 얼굴이 더럽혀질까봐 이렇게 겉장을 쌌읍니다. 어때요? 이 얼굴이 얼마나 착해 보입니까?”
아이들은 또 놀랐읍니다.
책 뚜껑 한가운데에 번쩍번쩍 빛나는 구슬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저씨, 거기도 구슬이 달렸어요?”
아저씨는 그 구슬을 따서 기수에게 주었읍니다.
“속을 펴볼까요?”
아저씨는 책을 펴보입니다. 깨끗합니다. 그런데 책장 한귀퉁이에 종이로 기워 붙인 데가 있읍니다.
“이걸 보셔요. 찢어진 책장을 맞추어 붙여놓았어요.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어린이라면 공부도 잘할 거예요. 어디 얼마나 책을 잘 읽나 들어볼까요?”
아저씨의 말에 기수는 얼굴이 더 빨개졌읍니다. 아이들 앞에서 너무 칭찬을 받는 것도 부끄러운데 또 책을 읽으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아저씨는 누나에게 고갯짓을 합니다. 그러자 누나는 조그만 상자 하나를 가져다 아저씨 앞에 들고 섭니다.
“자 여러분, 이젠 정말 요술을 합니다. 하하---”
아저써는 상자 뚜껑을 열더니 기수의 책을 집어넣고 뚜껑을 닫습니다. 그 상자는 라디오 같기도 하고 녹음기 같기도 하게 생겼읍니다.
상자 옆구리에는 전기줄이 달려 었고, 그 끝에는 동그란 나팔 주둥이같이 생긴 것이 이어져 있읍니다.
아저씨는 그 나팔 같은 것을 마이크에다 갖다대고는 상자에 달린 스위치를 돌렸읍니다.
그러자 스피커에서 기수의 책 읽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지금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책을 기수가 읽는 소리입니다.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듣습니다.
빠르게도 아니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또박또박 아주 잘 읽어내려갑니다.
한 과를 다 읽자, 아저씨는 스위치를 끄고 상자 속에서 책을 다시 꺼내 기수에게 주며 가방에 넣으라고 합니다.
“자, 구슬이 얼마나 생겼을까요?”
아저씨는 혼잣말처럼 이러면서 상자 속에서 무엇을 집어내는 것이었읍니다.
“한 개------”
아저씨. 손에는 보랏빛 구슬이 한 개 쥐어졌읍니다. 그걸 번쩍 쳐들어보입니다.
“두 개------”
또 한 개의 연두빛 구슬을 집어냈읍니다.
“세 개가 생겼군!
마지막 구슬은 은빛 진주입니다.
“여러분 보셨죠? 그리고 이 구슬들이 어째서 생겼는지도 알 수 있죠?”
“예, 알겠읍니다.”
아이들은 부러운 눈으로 기수를 바라봅니다.
지금 가방과 책 겉장 그리고 책을 잘 읽어서 생긴 세 개의 구슬을 모두 합치면 저 가게에 있는 물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꽤 많이 살 것이라고 부러워하는 얼굴들입니다.
아저씨는 아주 신이 나는 얼굴입니다.
만족스럽고 행복해 보이는 표정입니다.
“자, 또 알아볼까요?”
6
아저씨는 기수의 가방에서 공책을 모두 꺼냈읍니다. 그러자 누나가 알아차리고 앞으로 와서 치마폭을 벌려 내밉니다.
“자, 똑똑히들 보셔요.”
아저씨는 공책 하나를 거꾸로 들고 흔듭니다. 공책장이 펄럭이더니 반짝 하고 구슬 한 개가 공책 속에서 누나의 치마폭 안으로 떨어집니다.
또 다른 공책을 폅니다. 거가서도 구슬이 한 개 나왔읍니다.
아이들은 질려서 이제는 말도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읍니다.
“자 기수야, 이제 물건을 사라.”
“아저씨, 전 아무것도 안 사겠어요.”
이 말에 아이들은 수군댑니다. 그렇게 많은 구슬을 가지고도 물건을 안 사겠다는 기수의 말이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입니다.
“안 사다니 ?”
아저씨도 생각 밖이란 듯이 말합니다.
“이 구슬은 거저 생긴 거 아녀요? 그러니 이걸로 물건을 산다는 것은 그것을 거저 가져가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녀요?”
“그래서 남의 물건을 거저 가질 수 없다 그말이지 ?”
“예.”
“거저 주는 것이 아냐. 아저씨는 구슬을 받고 물건을 파는 것이고, 네게서 나온 구슬은 거저 생긴 것이 아니다. 왜냐구? 네가 그만큼 착한 일을 하였기 때
문에 생긴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전 마음이 내키지 않는 걸요.”
아저씨는 기수와 말을 주고받으면서 기수의 몸을 눈으로 살피는 것이었읍니다.
“옳지 옳지! 여기도 구슬이 열렸군!”
하고 기수의 어깨 위에서 구슬 한 개를 팝니다.
“여기”
무릎 위에서도 한 개 땄읍니다.
“가만히 있거라, 너 같은 아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 많이 달렸을 거야. 마음이 고우니까 착한 일을 해도 남모르게 하였을 터이니 말이다.”
아저씨는 기수에게 두 다리를 벌리게 하고는 그 속에서 구슬을 따내는 것이었읍니다.
“세 개나 달렸군!”
겨드랑이에서도 두 개나 왔읍니다.
기수에게서 나온 구슬은 기수의 주머니에 가득찼읍니다.
“자, 어서 물건을 사라. 다른 꾸러기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꼭 사야 하나요?”
“그럼, 그래야, 아저씨의 짐도 덜지 하”
기수는 물건들을 죽 둘러보고 나서,
“엄마들이 쓸 만한 물건은 없나요?”
“엄마라니 ?”
“우리 엄마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서 그래요.”
기수의 이 말에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옳지, 정말 넌 착한 아이구나.”
옆에서 듣고 있던 누나가 큰 선물 상자를 하나 가져옵니다.
그것은 앞에 내놓지 않았던 것입니다.
곁에는 카네이션이 곱게 그려진 포장지로 싸고, 빨간 리본으로 맨 것입니다.
“이 속에 뭐가 들었어요?”
“그건 몰라도 돼요. 이 선물을 엄마한테 갖다드리면, 엄만 여간 기뻐하지 않
으실 거여요.”
“제 구슬로 살 수 있을까요?”
“하하------ 모자라도 괜찮아요. 자 가지고 가요.”
기수는 주머니에 넣었던 구슬을 모두 꺼내 누나에게 주고 선물 상자를 받았읍니다.
“아저씨 정말 고마와요.”
“그래, 그 구슬이 더 많이 열리도록 해야 한다.”
“예, 잘 알았읍니다. 안녕히 계셔요.”
기수는 선물 상자를 들고 곧장 집을 향해 바삐 걸었읍니다.
저를 위해 고생만 하시는 엄마에게 처음으로 이런 멋있는 선물을 하게 된 일을 생각하니 발이 마치 날개처럼 날으는 것 같았읍니다.
저만큼 집이 보이는 데까지 오자 기수는 여기서부터,
“어머니!”
하고 부르며 뛰어가는 것이었읍니다.
7
집안을 치우고 있던 어머니가 들창문으로 얼굴을 내밉니다.
“오냐------뭐 신나는 일이 있나보구나. 큰소리로 엄마를 부르니---”
기수는 한달음으로 집안에 들어왔읍니다.
“엄마!”
어머니는 마루로 나왔읍니다.
“엄마 좀 기다리셔요.”
기수는 가방을 방안에 들여놓고 나왔읍니다.
“엄마 이것, 제가 엄마에게 드리려고 사온 선물이어요.”
기수의 말에 어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입니다.
“아니 선물을 사오다니? 웬 돈으로 샀니?”
“히히------ 이건요, 돈으로 산 것이 아니거든요.”
“돈으로 안 사다니 ?”
“이건 말이죠, 구슬로 샀어요.”
“아니 구슬로 사는 것이 뭐냐?”
“히히------ 엄마도 믿어지지 않으시죠? 제 말씀을 들어보셔요·----”
기수는 이 선물을 어디에서 어떻게 구슬로 사왔는지 모두 어머니께 설명을 하였읍니다.
“그러니 ? 그런 희한한 일도 있었구나.”
엄마는 사랑하는 아들이 그만큼 착하다는 것이 여간 기쁘지 않습니다.
“엄마 어서 펴보셔요.”
“그러자, 우리 기수가 엄마한테 사온 선물이란 뭘까?”
기수도 엄마도 여간 궁금하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상자 위에 매여 있논 리본을 차근차근 풀었읍니다.
겉을 싼 꽃종이도 구기지 않게 폈읍니다.
“어머나!”
기수는 저도모르게 이렇게 소리를 질렀읍니다.
꽃종이에 싸였던 상자가 그렇게 고울 수가 없읍니다.
상자가 온통 무지개의 일곱 빛깔을 알락달락하게 철한 위에 〈어머니께 드립
니다〉라고 예쁜 글씨가 쓰여 있읍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어머니에게 드리는 선물로 아주 잘 만들어놓은 것임을 알 수 있읍니다.
엄마는 상자 뚜껑을 가만히 열었읍니다.
속엔 다시 빨간 납종이로 싼 물건이 들어 있는데 그 위에 편지 봉투가 착 얹
혀 있읍니다.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라고 쓰여 있읍니다.
엄마는,
“편지도 들었는걸------”
하며 그 편지를 집었읍니다. 편지 봉투 종이도 빳빳한 좋은 종이인데 거기에도
카네이션 꽃이 한 송이 그려져 있읍니다.
엄마는 풀을 붙인 데를 찢어지지 않게 살살 뜯고 속을 꺼냈읍니다.
엄마는 기수와 머리를 맞대로 읽어내려갑니다.
〈이 선물을 받게 된 어머니에게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는 축하와 감사를 드립니다.
댁의 어린이는 제가 가지고 싶은 물건이 많았는데도 어머니에게 드릴 선물을 산 것입니다. 그 마음씨가 얼마나 착하고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이렇게 댁의 어린이가 엄마를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착한 마음씨를 길러준 것이 바로 어머니입니다.
뿌리가 되어 튼튼한 가지가 뻗어 아름다운 꽃이 피도록 그것만 생각하며 고생을 달게 받아오신 어머니를 자기보다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어머니께서는 댁의 어린이를 더욱 정성껏 가르치셔서 더 많은 구슬이 맺히도록 계속해서 애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린이는 고마운 어머니의 은혜를 잊지 말고 어머니께서 바라시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편지를 다 읽고 난 어머니도 기수도 가슴이 뿌듯하였읍니다.
“엄마 감사합니다.”
기수의 입에서는 차기도 모르게 이런 말이 저절로 나왔읍니다.
8
언덕 위 넓은 마당에 벌여놓은 가게 앞에는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남았읍니다.
제 차례가 되어 구슬로 물건을 사가지고 간 아이들도 많았지만, 아직 제 차례가 돌아오지 않아 기다리는 아이들입니다.
한 아이가 앞으로 나왔읍니다. 준배와 함께 여기로 올라온 경식입니다.
아저씨는 경식이의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읽습니다.
“남성 국민학교 5학년 4반 김 경식이라------어디 보자.”
아저씨는 경식이를 뒤로 돌아서게 하고 뒤쪽을 살펴봅니다. 그러더니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경식이는 그러는 아저씨의 태도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아저씨는 경식이률 뒤로 돌아서게 하고 뒤쪽을 살펴봅니다. 그런데도 아저씨는 구슬을 따려는 태도가 아닙니다.
“아저씨 제 몸엔 구슬이 없나요?”
경식이는 참다 못해 물어봅니다.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만------”
“그럼 어떻게 된 거죠?”
“달렸던 자리는 더러 있는데 말이다.”
“무슨 말씀이셔요? 달렸다가 떨어지기도 하나요?”
“그럼, 마치 꽃나무에 꽃봉오리가 맺혔다가 영양분이 모자라 피어보쳐도 못하고, 시들어 떨어지듯 이 구슬도 그것과 마찬가지다.”
구경을 하고 있는 아이들은 아저씨의 대답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이었읍니다.
“그것뿐야요?”
“아니지, 새로 열리기 시작한 구슬도 있어요. 하지만 아직 딸만큼 커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저씨와 경식이가 주고받는 말은 거기에 모여 있는 사람에게는 다 들립니다.
그때 아이들 뒤에서,
“아저씨------”
하고 부르는 어른의 목소리가 들렸읍니다.
아이들은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읍니다. 거기에는 수염이 하얗게 난 할아버지 한 분이 서 있읍니다.
물건 사는데 정신을 팔고 있던 아이들은 그 할아버지가 와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 왜 그러십니까? 할아버지.”
가게 아저씨의 이 말에 할아버지는 앞으로 나옵니다. 할아버지는 손에 자루를 하나 들고 있는데 그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 듯 아래쪽이 불룩합니다.
할아버지는 경식이 옆으로 나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녀석도------”
하며 아저씨가 한 것처럼 경식이 몸의 앞뒤를 살펴보면서 무엇을 셉니다.
“가슴에 하나 배꼽노리에도 하나, 등뒤에 하나 허허------양쪽 궁둥이에도 하나씩 맺혔”
하는 것이었읍니다.
“구슬이 다섯 개가 열리기 시작했으니 이것이 떨어지지 않고 자라기만 한다면--…·”
할아버지는 혼잣말을 하고는 경식이에게,
“아가, 네 몸에 구슬이 다섯 개가 맺혔는데, 너 떨어지지 않게 다 키울 자신이 있니?”
하고 묻습니다. 아저씨도 누나도 벙글벙글 웃습니다.
“글쎄요, 그걸 어떻게 약속할 수 있겠어요?”
“하긴 네 말도 옳다. 그렇다면 애는 써보겠니?”
“그럼요. 일부러 떨어지게 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긴 네 말도 옳다. 그렇다면 열리기 시작한 다섯 개가 다 큰 다음에 받기로 하고 내가 구슬을 꾸어주지.”
이 말에 경식이도 놀랐지만, 다른 아이들도 모두 놀랐읍니다.
할아버지는 들고 있던 자루를 땅위에 내려놓고는,
“자, 네가 이 속에서 다섯 개만 골라라.”
하는 것이었읍니다.
9
할아버지의 자루 속에 들어 있는 구슬은 틀림없는 그런 구슬입니다.
“할아버지, 이 많은 구슬을 다 어디서 나셨어요?”
경식이가 이상스러워 묻습니다. 할아버지는 즐거운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경식이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왜 이상스러우니 ?”
하고 묻습니다.
이 궁금증은 경식이뿐 아니라 거기에 있는 아이들도 똑같이 그 일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주운 것이지.”
“예? 줍다니요.”
“너 줍는다는 말도 못 들었니?”
“어머 땅에 떨어진 것을 주우셨다는 말씀이어요?”
“그렇지.”
할아버지는 그 많은 구슬들을 자랑하듯 뒤적여 보입니다.
“그런 구슬들이 어디에 그렇게 많이 있어요?”
“너 밤나무숲에 가보았니?”
“그럼요, 시골서 살 때 가을이면 다녔거든요.”
“왜 갔었지?”
“떨어진 밤을 주우러 다닌 거죠.”
“이 구슬도 그런 밤과 마찬가지란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몸에 열렸던 구슬이 다 크면 저절로 떨어지나요?”
“그렇지, 떨어지고 나면 또 새 구슬이 맺히고 말야.”
“어떤 곳에 그런 구슬이 떨어져 있는데요?”
“그야 너 같은 아이들이 다니는 곳, 모이는 곳엔 더러 떨어져 있지.”
“이상하다?”
“뭐가?”
“그렇다면 운동장이나 학교 길엔 많이 떨어져 있겠네요?”
“그렇지. 하지만 흔하게 떨어져 있진 않다. 왜냐면------”
할아버지의 말을 가로막아 경식이는,
“알겠어요. 우리들 몸에도 열리기 힘이 든 거니까 그렇죠.”
“그렇지.”
“자, 어서 구슬을 골라라.”
경식이는 얼른 자루 속에 손을 넣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얼굴이 빨개졌읍니다.
구슬이 열렸다가 다 크기 전에 떨어져버린 일이 부끄럽고, 또 다른 아이들은 몸에서 많이 딸 수 있었던 구슬을 꾼다는 것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었읍니다.
“부끄러울 것 없다. 오늘부터 구슬을 잘 키우변 되잖겠니, 자 미안해 말고 어
서 골라요.”
아저씨도 옆에서 거듭니다.
“할아버지------”
“왜?”
“꾸어주신다니 고맙기는 하지만 그만두겠어요.”
경석이는 이렇게 말하고, 발길을 돌리려 하자 누나도,
“부끄러울 것 없다니까.”
하고, 경식이의 손을 잡는 것이었읍니다.
“싫어요. 이다음에 제 몸에 닿린 구슬로 떳떳하게 사겠어요.”
경석이의 이 말에 할아버지도 아저씨와 누나도 고개를 끄덕이었읍니다.
“그녀석 생각도 괜찮군.”
할아버지는 만족한 듯 자루를 다시 거두었읍니다.
아이들은 경식이의 이런 태도를 지켜보고는 수군거렸읍니다.
“나람 얼른 꾸겠다.”
하는 아이가 있읍니다.
“아냐, 저 애의 생각이 옳아. 따지고 보면 부끄러운 일어지 뭐냐?”
하며 경식이의 편을 드는 아이들도 있읍니다.
경식이는 다시 돌아와 아이들 속에 끼었읍니다.
“자, 그다음 자신이 있는 어린이 나와요.”
아저써가 아이들애게 큰소리로 외칩니다.
하지만 ‘저요!’ 하고 선뜻 나오는 아이는 없읍니다.
“오늘 장사는 잘 되지 않으려나보군! 자 누구든 나오라니까.”
아이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보고 꼼짝도 안하는 것이었읍니다.
“아저씨!”
조용하던 아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이렇게 부릅니다.
“옳지, 너 자신 있단 말이지?”
아저씨는 반가와 그쪽으로 얼굴을 돌립니다.
“아닙니다. 한마디 여쭤보려는 것입니다.”
“무슨 질문이란 말이냐?”
아저씨는 뜻밖 이라는 듯 섭섭한 얼굴입니다
“그 구슬은 왜 우리 같은 아이들에게만 열립니까?”
이 말에 아저씨는 얼른 대답을 못하고 있다가,
“어른들에겐 어째서 열리지 않느냐 그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이 질문은 거기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모두들 아저씨의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까 기다려집니다.
“어른들에게도 열리지 말라는 건 아니지. 열릴 수도 있어. 하지만 아이들처럼 쉽게 열리지 않을 뿐이야.”
아저씨의 이 말에 맨 뒤에서,
“왜 그렇습니까?”
하고 계속해서 묻는 것이었읍니다.
“꽃씨를 뿌릴 때, 땅이 보드랍고 기름진 밭에선 얼른 싹이 트지만, 그렇지 못한 흙에선 싹이 쉽게 트지 않거든, 바로 그것과 같은 이유 때문이란다.”
“또 한 가지 여춰보겠읍니다------”
다른 아이가 큰소리로 외칩니다.
“어서 말해봐요.”
누나의 대답입니다.
“구슬은 모아다가 어디에 쓰십니까?”
이 말을 또 다른 아이가 받아,
“저도 그 일이 퍼 궁금합니다.”
하고 맞장구를 칩니다.
이 말에 아이들 뒤에 있던 아까의 그 할아버지가 한쪽 손을 번쩍 들고 나오는 것이었읍니다.
“그 대답은 내가 해주마.”
할아버지는 들고 있던 자루 속에서 꽤 큰 구슬 한 개를 꺼내, 번쩍 쳐들었읍니다. 햇볕에 구슬이 반짝거립니다.
“이 구슬을 어디에 쓰는지 내가 이야기 해주지.”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앞에까지 나왔읍니다.
“이 구슬은 말이지, 불행을 몰아내는 행복의 씨란다.”
아이들은 이 말에 눈들이 둥그래졌읍니다.
“할아버지, 그 구슬은 불행한 사람들이 먹으면 금세 행복해진다는 말씀입니
가?”
한 아이가 묻는 이 말에 할아버지는,
“허허 구슬을 어떻게 먹나------”
하고 껄껄 웃습니다.
“먹지 않고서 어떻게 씨앗 구실을 합니까?”
“하하------자, 내 말을 들어봐요 가령 여기 슬픔에 잠긴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이 모르게 슬그머니 주머니 속에 넣어주면 그 슬픔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만일에 욕대장에게 주면 나쁜 말을 쓰지 않게 되고 말이다. 나쁜 생각을 했던 사람도 이 구슬이 몸에 닿으면 잘못을 뉘우치고 말이지. 이렇게 불행한 것을 행복하게 바꿔주는 힘을 가진 구슬이란다.”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말을 재미있게 듣습니다.
“그러니 여러 어린이들은 이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술장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이 구슬이 어린이들의 몸에 많이 열리면, 그만큼 불행을 더 몰아낼 수 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입니까?”
할아버지의 말을 들으니 아이들도 자랑스러움을 느꺼는 것이었읍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행복의 씨를 뿌리시러 다니시는 어른이시군요?”
“그러, 하지만 너희들이 많은 구슬을 맺지 않는다면, 나는 할일이 없어지는 거다.”
“‘예, 알겠읍니다.”
아이들은 행복의 씨가 되는 구슬을 한 개라도 더 많이 열게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할아버지의 얘기를 재미있게 듣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직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듯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합니다.
---1972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