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약 10여분을 가다보면 최근 조성된 고층아파트 단지들이 모여있는 연노형 신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잘 닦여진 기반시설과 각종 편의시설, 주변에 운동과 산책을 겸할 수 있는 근린공원과 수목원이 자리잡고 있어 그 쾌적함과 편리한 주거환경으로 제주에서도 제일 살고 싶은 동네로 꼽히는 곳이다. 올해 준공 5년차를 맞고 있는 한화 엘르빌아파트도 이곳 신시가지에 위치해 있는 아담한 단지로 가까운 뒷산에는 제주 최대의 수목원인 한라수목원이 자리잡고 있고 단지와 접하는 만여 평 규모의 시민근린공원이 있어서 천혜의 주거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한화 엘르빌은 15층, 4개 동 234세대가 입주해 살고 있는 작은 규모의 아파트다. 하지만 부녀회, 노인회, 청년회 등 자생단체들이 잘 결성돼 있으며 그 활동들도 활발해 입주민 단합행사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으로 입주민들의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곳 부녀회에서는 연 2회 바자회 모금활동을 벌이는데 겨울에는 떡국 판매, 가을에는 우리농산물 판매를 통해 걷어들인 수익금 전부를 불우이웃 돕기에 전달하고 있다. 또한 단지 녹화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여 연 200만원 상당의 꽃화분 구입 예산을 책정해 울타리와 정문 곳곳에 계절꽃들을 심어 입주민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제주시의 지원을 받아 전체 울타리에 넝쿨장미를 식재해 내년부터는 삭막한 울타리에서 탐스런 장미꽃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배정미 부녀회장은 “거창한 말 뿐인 봉사활동이 아니라 작지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을 할 터”라며 자신들이 시작한 활동들이 주변 아파트에 전파돼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데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눔으로 함께 하는 아파트 신문화를 창조하자’는 슬로건으로 작년 6월에 개최했던 ‘어울림 한마당잔치’는 이 아파트 청년회에서 주관했다. 또한 500여 명이 넘는 입주민들의 참여로 성황리에 개최돼 인근 아파트들의 큰 부러움을 샀다. 행사 명칭 공모에서부터 입주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입체영화상영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축제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며 입주민들의 단합을 이끌어 냈는데 이와 같은 큰 성과를 계기로 이러한 입주민 화합 행사를 격년제로 개최키로 했다. 이외에도 올해 나들이 행사를 다녀온 노인회에서도 매월 근린공원의 쓰레기 줍기 등 환경정화운동에 나서 주위의 모범이 되고 있다.
합리적 의사결정 입주자대표회의, 친절한 관리사무소
▲ 상반기 소방훈련
3년차 하자종결로 입주초기의 어수선함이 거의 사라지고 지금부터 아파트관리의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는 우원종 관리사무소장은 특히 입주민에게 친절응대를 강조한다. “입주민 화합 못지 않게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간의 원만한 관계가 아파트 관리의 초석”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작은 규모의 단지이니만큼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세대의 고충을 이해하고 도우면 큰 감동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또한 자치관리를 하고 있는 이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의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현안문제들을 무리없이 추진함으로써 아파트 내의 문제점들이 빨리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작년부터 입주민들의 주차분쟁과 낯선 외부인 출입에 대한 불안감으로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하는 입주민들이 많았다. 이에 해결방안을 강구하다가 초기비용 부담문제가 있더라도 CCTV를 설치하는 것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했고 전체 입주민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받아 주현관 홀용 11대, 지상주차장 7대를 합쳐 총 18대의 CCTV를 설치했다. 처음엔 사생활 침해를 문제삼아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거의 모든 입주민들이 느껴왔던 고충이었으므로 원만하게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현재 주차분쟁 및 도난 등 일체의 문제가 신기하게 사라져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작년에 건물 외벽을 산뜻하게 도색했고 제주시 지원을 받아 놀이터 바닥을 고무블럭으로 포장해 모래먼지로 인한 민원을 해결했다. 이와 함께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화단에 트리를 입히고 석가탄신일에는 연등을 매달아 입주민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세심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제주에서 고층아파트 단지라는 새로운 주거형태가 생겨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함께 하는 공동체 문화는 이제 시작 단계이다. 아파트 생활에 공동체문화를 불어넣어 살 맛 나는 아파트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화 엘르빌과 같은 아파트가 제주에서도 지속적으로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