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악회가 섬속의 섬 칠천도로 들어가는 날이다.
나는 수년 전 가족산행으로 다녀온 바가 있어 주위를 기웃거리다 다음의 세 봉을 답사히기로 하였다.
산악회 차량 탑승은 거제대교 입구의 진해녹산경제자유구역청 앞.
덕천동 탑승에 비해 2시간 가까이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세 봉은 장목고개를 들머리로 망월봉(望月峰 138.2m)과 제석산(祭石山 267.5m), 그리고 용등산(龍登山)이다.
중간에 북거제지맥을 걷기도 하였고, 제석산 말고 네이버지도에 나오는 제석봉(265.7m)도 올랐다.
똑같은 제석산(봉)이지만 분명히 다른 산으로 ‘산(山)’과 ‘봉(峰)’으로 구분할 뿐이다.
그러나 이정표에 ‘봉’으로 표기되어 있어 헷갈림을 방지하기 위하여 표지기에 글자를 지워 버렸다.
거제에는 큰 산줄기가 있다.
거제대교에서 남쪽 끝단으로 이어진 산줄기를 ‘거제지맥(52.1km)’이라 하고, 거제지맥에서 북동으로 분기한 산줄기를 ‘북거제지맥’이라 부른다.
앵산을 거쳐 할미바위까지 이어진 산줄기를 북거제지맥이라 부르는가하면, 남북종주 개념으로 대봉산을 거쳐 북쪽 끝자락인 사불이로 이어진 산줄기를 북거제지맥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장목고개를 들머리로 휀스쳐진 절개지를 올랐더니 장목항이 내려다 보인다.
장목항(長木港)은 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의 기지였으며 러일전쟁 때는 일본군의 해군기지로 이용되었다.
100m대의 야산에 넝쿨식물들과 잡목의 저항을 받으며 오른 밋밋한 봉우리가 그 이름에 운치가 깃던 망월봉이다.
표지기를 걸고 그 이름을 음미해 보았지만 봉우리 어디에서 둥근 달을 바라볼 수 있었을까?
아니면 마을 뒷동산에 걸린 둥근 달을 보고 망월봉이란 이름을 지었을까?
망월봉에서 내려서면 장동에서 두모로 넘나드는 두모고개.
장동(長東)마을은 장목의 동쪽에 있어서 붙은 이름이고, 두모(頭毛)마을은 신봉산(神鳳山) 자락의 높은 곳이라 머리(頭)와 머리카락(毛)을 상징하여 두모실이라 한 것.
제석산은 장서(長西) 남쪽 제석골 위에 산제바위가 있는 산이어서다.
산제(山祭)바위는 장동 북쪽 시리성골 제석산 바위에서 산신제를 지낸 곳.오래전부터 장서방향에서 반듯한 산길이 나 있었으니 아무래도 장서마을의 산인 듯하다.
그 옆에 네이버에 올려진 제석봉이 있어 일부러 발품을 팔기도 하였다.
용등산은 사환 북동쪽의 작은 연못에서 용이 등천하였다 하며, 화불암산이라고도 한다.
용이 등천하였으니 얼마나 길(吉)한 산인가.
그러한 용의 등에 올라탔으니 운수대통(運數大通)은 떼어논 당상일 것.
용등산에서 서능을 타고 내려선 고개는 ‘모리고개’로서 ‘거제 맹종죽순 체험길’이 지나는 네갈래 임도가 갈라지는 고개다.
모리고개 위의 159.5m봉을 중심으로 ‘맹종죽 테마파크’가 있고, 남쪽은 사환마을, 북쪽 칠천도 방향에 실전마을이 있다.
사환마을은 임란 때 선무원종 2등 공신인 김옥춘(金玉春) 공이 하청땅으로 돌아온 해가 을사년(乙巳年 1605)이라 사환(巳還)이라 부른다.
날머리 실전마을은 본래 실밭개라 하여 사외포(絲外浦)라 하였는데, 실밭이 사전(絲田)이 되었다가 그만 실전(實田)이 되었다.
밭이 많아 면화와 대마를 많이 재배하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산행궤적
파일
약 8km에 4시간 정도 걸렸다.
고도표
산길샘
<참고> 국제신문의 거제맹종죽순체험길 개념도.
미리 준비한 망월봉, 제석봉, 제석산, 용등산 표지기. 제석봉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지도에 올려진 이름이다.
거제대교 직전 '경제자유구역청' 정류소 앞에서 우리 산악회 버스를 기다린다.
교대역에서 8시에 출발한 우리 버스는 8시 30분쯤 덕천동 부민병원을 경유하여 이리로 오고 있을 것이다.
이 정류장을 지난 시내버스들은 다리 아래를 돌아나와 유니맥스를 두 번이나 지난다.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가덕휴게소에서 잠깐 쉬어간다. 사진은 거제도 방향.
정자가 있는 전망대.
해저터널을 물 밑으로 통과한 거가대교는 대죽도, 중죽도를 지나면서 고개를 내민다.
관포교차로를 빠져나오자마자 SK주유소가 있는 장목고개를 지난다. "스톱~ 스톱"
장목고개 절개지를 바라보며 휀스 좌측...
수로를 따라 오를 것.
수로 좌측으로도 사유지인 듯 휀스가 쳐져 있어...
능선 마루까지 휀스를 따를 수밖에 없어.
능선마루에서 반대편 절개지 도로건너를 살펴본다.공동묘지가 있는 곳을 지나면 안산(141.8m)과 대봉산(260.4m)을 지나 북쪽 끄트머리 '사불이'에 이른다.이 산줄기를 북거제지맥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휀스 끄트머리에서 빠져 나오니...
세멘트 길이 나 있어 반대쪽으로 조금 내려가 보았더니...
무덤이 있고...
장목항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도 부부묘가 있다.
반대쪽에서 접근하는 길이 있으려나하고 더 내려가 보았더니 장목초등학교가 보이는 지점에서...
이 쪽으로도 이렇다할 접근로는 없다. 결론은 아까 내가 접근한 주유소 맞은 편 휀스쳐진 절개지를 오를 수밖에 없다.
능선 중앙으로 올라 선답자의 표식기가 달린 곳으로 치고 오르니...
나뒹구는 밤송이.
펑퍼짐한 곳엔 어김없이 잡목과 넝쿨이 길을 가로 막아서...
요리조리 요령껏 진행할 수밖에.
잡목 넝쿨지대를 빠져나와 조금 진행하니...
뿌리채 뽑힌 나무.
우측으로 장동마을이 보이고, 이곳으로 접근하는 길이 있을 법해서...
더 가까이 내려다 본다.
장목항이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산길이 있는 듯하다.
다시 희미한 산길을 따랐더니...
그 이름도 낭만스러운 망월봉.
'달을 바라보는 봉우리' 望月峰 표지기를 걸었다.
그리고 두모고개로 내려서는 능선은 이 나무더미 우측 남서방향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그 곳은 사유지인 듯 벌목이 이루어져 있고...
좌측 능선으로 붙어 보았으나 오히려 진행하기가 쉽지 않아 그냥 벌목지대를 요령껏 내려섰다.
아래 보이는 농막 좌측으로 내려섰더니...
두모고개 버스 정류장 뒷쪽이다.
내려서서 돌아본 모습.
두모고개에서 장동마을 방향으로 조금 이동하면...
빛바랜 '제석산 등산로 입구' 표지판이 있다.
포장 임도.
이 포장임도는 커다란 탱크로 접근하는 길인 듯.
등로는 잘 닦여져 있어...
벌초가 끝난 무덤을 지나며...
둘레길 걷듯 편안하게 걷는다.
벤치 위에 배낭을 벗은 뒤 아까부터 목이 말라 벼르던 냉막걸리를 꺼냈다. 안주는 뒤적뒤적 차에서 얻은 삶은 밤 두 톨.
벤치 옆에 자생하고 있는 이 야생화는 뭐꼬? 그래서 네이버에 물어 보았더니 '산꿩의다리'라고 한다.
그렇게 시나부로 오른 고개마루의 이정표엔 '도천골'이라 적혀있다. 남쪽 도천에서 북쪽 장목으로 넘어다니는 고개인 듯.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 이름이 올려진 제석봉을 다녀와야겠다.
잡목 우거진 봉우리엔 지맥꾼들의 표식기만 쓸쓸히 걸려있다. 준비한 제석봉 표지기를 걸려다 두 줄로 그은 뒤 걸었다.혹시나 산객들이 체석산(267.5)과 이 봉우리(제석봉 265.7)를 헷갈려 하지 않을까 해서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 내려선 도천골 이정표 지점.
이제 제석산을 오르기 위해 벤치테이블을 지났더니...
어느새 벤치가 있는 제석산.
이정표엔 제석봉269m라고 적혀있다. 아까 그 제석봉을 지운 것은 결과론으론 잘한 짓.그러나 '산'과 '봉'으로 구분짓는 제석산은 엄연히 지도에 올려져 있으니 착각하기 쉽다.
제석산 뒷쪽 장서마을 방향으로 오래전부터 나있는 계단길을 내려다 본 뒤...
준비한 '제석산(祭石山 267.5)' 표지기를 걸었다.
그런 뒤 내려서는 길은 독도 주의지점이다. (50여m 되내려와서 제석산을 올려다 본 모습.)산길 찾느라 이리저리 두리번거렸지만 도무지 능선이 이어지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그러다가 화살표 방향으로 등로를 벗어나는 듯한 곳.
잡목이 우거진 길 아닌 듯한 길.
이후 상대적으로 편안한 길을 걷다 용등산을 찾아가는 길은 이정표가 없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곳이다.북거제지맥 242m봉에서 서쪽 능선으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능선을 갈아탄 뒤 나무사이로 용등산을 바라본다.
능선으로 내려서다 나무사이로 정자가 보인다. 이 정자는 임도가 지나는 곳에 있다.
휘어지는 임도의 절개지는 상당히 가팔라 내려서는 곳으로 누군가 밧줄을 매놓았다.
한 차례 엉덩방아를 찧으며 미끄럼을 탄 뒤 내려선 임도.
정자에서 뒤돌아본 내려온 지점.
임도 정자의 이정표.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정자가 세워진 용등산에 닿는다.
용등산에 올라오는 사람들은 잘 없는 듯 정자는 썩어가고, 대구 산꾼 김문암 님이 매단 표지판만이 외로이 지키고 섰다.
그 지붕 끄트머리에 표지기를 걸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용의 등에 올라탄 것.
정자를 돌아 잡목 우거진 삼거리의 이정표. 이정표는 세워져 있으나 길은 보이지 않는다.이정표의 탑골길은 어디인지 모르겠고, 또 사환고갯길은 모리고개를 말하는가?이정표의 지명은 지도에 올려진 지명을 사용해야만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모리고개 무덤이 있는 곳으로 내려선다.
사환마을 방향으로 돌아보면 좌측 화살표에서 내려섰다.
모리고개 오거리엔 간이화장실과...
'맹종죽순체험길' 종합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정표.처음에는 맹종죽순체험길을 돌아 칠천교 입구에서 산악회 버스에 탑승할 계획이었지만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칠천도 산행을 모두 마친 일행들이 칠천도를 빠져 나온다고 하였기 때문.오늘 우리는 장목에서 제철만난 전어회를 먹기로 하였고, 버스가 돌아 나가는 실전마을 입구에서 대기하게 하였다.
화장실 옆.
실전마을 방향으로 빠른 걸음을 걷는다.
옥천사를 지나고...
이정표도 지나며...
실전마을 표지판도 지난다.
실전마을회관.
그리고 우리 일행들이 벌써 기다리고 있는 실전마을 입구.
실전마을 입구의 안내판.
잠깐 이동한 뒤 장목항에 차를 댔다. 장목은 엄상구 회원의 고향.
장목항에서 올려다 보는 장목초등학교 건너 잘록한 장목고개. 내가 처음 오른 들머리다.
귀가하면서 하차를 한 지점은 거가대교를 내려서자마자 첫 정류장인 경제자유구역청. 아침에 탄 정류장의 맞은 편이다.시내버스가 다리 아래를 돌아나오기 때문에 용원행도 있고...
옆에 하단행도 있으니 잘못 타면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58-1번 버스가 그냥 지나가 버린다. 나를 못본 탓이리라. 할 수 없이 용원가는 아무 버스에 올라 갈아 탔다.
부산과 창원이라 환승은 되지 않지만.
- 섬 -
등이 가렵다
아무도 없는데
자꾸만 등이 가렵다
오른팔 왼팔 아무리 뒤로 꺾어 보아도
닿지 않는 한 구석
긁히지 않는 그곳을
매번 놓치고 마는 손끝
<허 은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