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다, 여여(티타타)하다
부처님 돌아가시며 남긴 마지막 말씀이
"세상은 덧없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수행정진하라."였다
수행정진하라을 생활어로 말하면 힘껏 살아라, 열심히 살아라 다,
세상은 덧없다.
덧없다는 불법에서도 핵심 사상이다.
불법에서 말하는 제법무상(諸法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를 한마디 순우리말로 옮기면
'세상은 덧없다.' 다
인생은 덧없다
세월은 덧없다
사는 게 덧없다
따위로 흔히 말한다
덧없다를 국어사전은
'보람이나 가치가 없이 헛되고 부질없다.'로 뜻풀이한다.
부처님이
세상살이가 보람이나 가치가 없이 헛되고 부질없는 데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수행정진하라. 고 했을까?
방편(方便)의 말씀인가?
‘방편(方便)’은 산스끄리뜨어 ‘우빠야(upāya)’의 한자말로,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 수단을 말한다.
불법에서
“제법실상(諸法實相)은 말할 수 없으니, 부처님은 방편의 힘으로 말씀하신다[諸法實相不可說 而佛以方便力故說].” 고 했다.
불교에서 방편은 십바라밀의 하나로 중생을 진실한 길(깨우침)로 이끌기 위해 쓰는 수단과 방법이다.
십바라밀은 불자가 수행해야 할 10가지 불교수행법이다.
십바라밀은
1 보시(布施)_베품
2 지계(持戒)_계율을 지킴
3 인욕(忍辱)_참음
4 정진(精進)_힘써 나아감.
5 선정(禪定)_생각을 쉼(멈춤)
생각을 쉬는 9 가지 길을 구심주라 한다
① 내주(內住):내면으로 들어감
② 등주(等住):평등하게 됨
③ 안주(安住):평안하게 됨
④ 근주(近住):가까이 머무름
⑤ 조순(調順):조절하여 순하게 됨
⑥ 적정(寂靜):고요함
⑦ 최극정(最極靜):지극히 고요함
⑧ 전주일취(專住一趣):오로지 한 가지 길에 머무름
⑨ 등지(等持):한결같이 마음을 유지함
6 지혜(智慧)_슬기, 반야(般若, prajñā)
7 방편(方便)_진실한 길로 이끌어 들이기 위한 방법
8 원(願)_바람, 서원(誓願)의 줄임말
9 역(力)_힘
10 지(智)_슬기
방편을 십바라밀의 일곱 번째로 하나의 독립된 개념으로 다루고 있다.
불법에서 방편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일지라도 그것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의 입장과 사정에 맞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르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의 처지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듣는 사람이 알아먹게 말해야 알아먹는다는 뜻이다.
한자로 된 불경이나 한글로 된 불경은 문어체(글씨체)에 가깝다.
부처님 생전 말씀은 방편이 들여간 이야기 말(구어체)이었다.
제법실상은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
있는 그대로는 그대로 드러낼 수 없으니 방편의 힘으로 드러낸다는 말씀이다.
부처님은 은유나 비유 같은 다양한 방편을 써 진리를 펼치고 있다
『유마경(維摩經, Vimalakīrti nirdeaśa sūtra』에서는 「제2 방편품」꼭지를 두어 방편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방편이 없는 지혜는 얽힘이요,
방편이 있는 지혜는 풀림이며,
지혜가 없는 방편은 얽힘이요,
지혜가 있는 방편은 풀림이다.’,
‘지혜는 어머니, 방편은 아버지’라고 부르며 지혜와 방편이 한 쌍을 이루고 있다.
제법실상은 말로 나타낼 수 없으며 오직 방편을 써야만 오롯이 드러낼 수 있을 뿐임을 알 수 있다.
제법실상, '있는 그대로'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말이 있다.
여여(如如)·불성(佛性)·묘유(妙有)·허공(虛空)·
중도제일의제(中道第一義諦_치우치지 않는 인연길) 같은 말들이 곧
제법실상,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불법의 말들이다.
특히 여여(如如)란 말을 많이 쓴다.
이 '여여하다'가 순우리말 '덧없다'의 뜻과 비슷하다.
여여하다는 ‘변함이 없는 마음’, 변함이 없다, ‘속되지 않은 마음’, '있는 그대로'의 뜻을 가지고 있다.
여여(如如)’라는 한자는 본디 산스크리트어 ‘타타타(tatahta)’의 의역으로
’있는 것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뜻이다.
변화하는 세계의 변화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을 일컫는다.
덧없는 세상이다.
한 때 김국환이 불러 인기를 끌었던 노래, [타타타]가 산스크리트어 ‘타타타(tatahta)’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계기는 이 노래를 작사한 양인자가 인도를 여행하던 중 이 말의 의미를 알게 되어 가사를 쓰게 되었다. 거기에 그녀의 남편인 김희갑이 곡을 붙여서 노래가 만들어져 김국환 가수가 불러 크게 히트 했다.
[타타타]는 인생살이 덧없음을 노래해 대중의 정서를 울렸다.
덧없다는 뭔가 변한 것 같지만 변하지 않는 그대로 일 때. 덧없다고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지만 한 해 지나고 보면 특별하게 변한 게 없는 것이다.
돌고 돌는 것이다.
하루를 보면, 해 뜨고 해 지고 달 뜨고 달 지며 낮과 밤의 변화가 있지만, 특별하게 변한 게 있는 것이 아니다.
늘 그대로’인 것이다
덧없는 세월인 것이다.
여여하다’라고 함은 ‘늘 그대로’라는 것이다.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의 육경(六境)에 끌려다니며 희로애락에 빠져 뭔가 변화무쌍하게 사는 것 같지만
실상은 변하지 않는 늘 그대로, 여여한 것이다.
덧없는 세월이다.
여여하다’는 것은 육진경계(六塵境界_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이 나에게 주어지더라도 마음이 전혀 그 경계에 머물지 않고 속지 않아 고요한 상태인 것이다.
부처님을 여래(如來)로도 불린다.
여래(如來)는 ‘여여(如如)하다’라는 말과 ‘오다(來)’의 말이 합쳐진 말이다.
여여 하게 온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여래(如來)는 ‘오는 것과 가는 것’이 같은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오고 감이 같기 때문에
왔다고 했지만 온 것이 아니고,
갔다고 했지만 가버린 것도 아닌
늘 그대로, 있는 그대로 인 것이다.
여여한 자리에서는
기쁘고 슬픈 것이 따로 없으며,
번뇌(煩惱)와 보리(菩提)가 따로 없으며,
부처와 중생이 따로 없으며,
잃는 것도 얻는 것도 따로 없다.
여래如來란 곧 모든 법(진리)이 여여如如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如來者卽諸法如義)
한 바탕에서 나온 것들이 나와서는 비록 서로 다르게 보이지만 바탕으로 돌아가면 하나, 한 바탕이다.
그래서
그렇고 또 그렇다.
아닌 게 없다.
없는 게 없는 다 있다가 된다.
모두가 불성을 가지고 있기에 깨우치면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다.
여래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바탕이다.
바탕이니 그게 다 그거다.
그래서 여여(如如)라 한다.
여여가 고집멸도(苦集滅道)에서 도道의 경지인 것이다.
도道란 무엇인가? 바탕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여여의 길이고 덧없는 길이다.
덧없는 세상, 덧없는 인생, 덧없는 세월을 느끼고 살은 한민족은 가장 높이 깨우친 경지, 문화인ㆍ문명인으로 살은 것이다.
덧없다는 말은 한겨레에 불법이 들어오기 전에도 말하고 쓰였다.
세상은 덧없다(무상).
삶(생명ㆍ목숨)은 덧없다(무아).
세월(때ㆍ시간)은 덧없다.
는 생로병사의 고집멸도를 깨우치는 겨레의 참말이고 얼말이다.
덧없다의 국어사전 뜻풀이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새겨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