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96. 동강12경(12수)
제1경 가수리 느티나무와 마을풍경
제2경 운치리 수동 섶다리
제3경 나리소와 바리소
제4경 백운산과 칠족령
제5경 고성리산성과 주변 조망
제6경 바새마을과 앞 뼝창
제7경 연포마을과 황토 담배건조막
제8경 백룡동굴
제9경 황새여울과 바위들
제10경 두꺼비바위에 어우러진 뼝대
제11경 어라연
제12경 된꼬까리와 만지
* 동강(東江)12경은 1999년 경 ‘우이령보존회’와, ‘동강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이 동강유역의 생태와 문화적 경관을 세계에 알리고, 이곳의 총체적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강가의 아름다운 열두 곳을 골랐다. 여기를 따라 걷노라면 펼쳐지는 정경이 매우 아늑한데다, 시멘트 다리, 포장길이 없어 예스러운 운치를 즐길 수 있다. 같이 도봉구에 거주한 수연 박희진 시인(1931~2015)이 자유시로 먼저 읊고(1999. 12. 20 수문출판사), 두 번째 필자가 정격 단시조로 노래했다. 필자는 회원이다.
제1경 가수리 느티나무와 마을풍경
다섯 발 당산목(堂山木)은 명상에 잠기어도
적벽 위 두 거송은 학무(鶴舞)에 여념 없어
겹벚꽃 흩날릴 때쯤 학동들은 즐거워
* 가수리(佳水里) 수미마을 초입에 있음. 수고 40m, 둘레 8.5m, 수령 600년 된 느티나무.
* 학무; 학이 춤추는 모양을 본 딴 2인무.
* 정선초등학교 가수분교 입구에 있는 토종 벚나무 두 그루.
제2경 운치리(雲峙里) 수동 섶다리
풀잎을 엮은 다리 운치가 그윽하다
가인은 살랑살랑 쌍무지개 뒤따르나
나룻배 보이지 않고 산 그림자 아롱져
제3경 나리소와 바리소
중바닥 훑고 난 뒤 에도는 소용돌이
교룡(蛟龍)이 꿈틀대니 물수리는 째려보고
뼝창을 썰은 모래톱 주발(周鉢) 속을 휘저어
* 나리소는 ‘중바닥여울’을 지나서 있고, 흰 모래톱이 반원을 그린다.
* 교룡; 모양이 뱀과 같고 몸의 길이가 한 길이 넘으며 넓적한 네발이 있다는 상상의 동물. 가슴은 붉고 등에는 푸른 무늬가 있으며, 옆구리와 배는 비단처럼 부드럽고 눈썹으로 교미하여 알을 낳는다 한다.
* 뼝창; 강가에 있는 절벽. 강원도 말.(뼝대)
* 놋쇠 여자밥그릇을 닮은 ‘바리소’를 뜻함. 나리소 밑에 있다.
제4경 백운산과 칠족령(漆足嶺)
베비랑 올랐거늘 동강은 내 것이여
발아래 칼날능선 반짝이는 강비늘
붉은 옻 덧칠한 침봉(針峰) 뭉게구름 푹 찔러
* 베비랑; 동강 변의 최고봉인 백운산(白雲山 882.5m)을 이른다. 베비랑산이라 부름.
* 칠족령; 옻칠을 하는 선비집의 개가 발에 옻 칠갑을 하고 도망가기에, 그 발자국을 따라 가보니,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강의 모습이 장관인데서 유래되었다. 뾰족한 붉은 바위들이 하늘을 찌를 듯, 혹은 병풍을 펼쳐놓은 듯...
제5경 고성리(古城里) 산성과 주변 조망
폐허라 옛 산성터 들꽃 향 하 짙다만
까마귀 적막 깨자 객은 외롬 참지 못해
사방을 삥 둘러봐도 보이는 건 푸름뿐
제6경 바새마을과 앞 뼝창
산촌에 매미 우니 백운은 시(詩) 그린다
벼랑 틈 돌단풍은 강바람에 새록새록
펼쳐진 바위병풍에 농묵(濃墨) 그득 번지네
제7경 연포마을과 황토 담배 건조막
사행천(蛇行川) 물줄기는 강촌을 감싸 돌고
청산이 쓰러지자 동네 개들 짖어댄다
낙양(落陽)은 황토막 찾아 잠자리를 청하고
제8경 백룡(白龍)동굴
종유석(鐘乳石) 발기할 제 여승은 군침 삼켜
석순(石筍)은 무럭무럭 풍금소리 아련커다
흰 용아 여의주 내놔라 뱃속마저 토하라
* 백룡동굴은 첫 발견자 정무룡(鄭武龍)의 ‘룡’(龍) 자와, 백운산의 ‘백’(白) 자를 따 이름 지었다. 남근 닮은 종유석을 모 기관장이 따 갔다가 도로 내놓은 일이 있다. 동굴 내에 서식하는 동물이 많은 생태계의 보고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미개방 구간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제9경 황새여울의 바위들
물살은 되 급하고 강바위 날카롭네
황새가 날아가니 떼꾼가락 여음(餘音)으로
애환은 강자갈 되어 아라리로 구르지
* 동강에서 가장 물살이 급한 여울밭으로 애환도 제일 많은 곳이다. 정선 아리랑 가사 “아라리 아라리 아라리요”는 강자갈 구르는 소리와 어찌나 닮았는지...
제10경 두꺼비바위에 어우러진 뼝대
큰 뱀을 노리는가 당장에 뛰어올라
파리만 널름 삼킨 어라연(魚羅淵)의 찌끼미
뼝대 위 좌선(坐禪)턴 노송 그를 보고 갸우뚱
* 두꺼비바위는 자갈톱 위에 어라연의 수문장 마냥 웅크리고 있는데, 아무튼 괴상하게 생겨 누가 보든지 갸우뚱해진다. 어라연에는 큰 뱀이 풍향을 일으킨다는 전설이 있다.
* 찌끼미; 소나 연못에 터 잡고 있는 주된 동물을 가리킨다. ‘지킴이’의 경상도 방언이다.
제11경 어라연(魚羅淵)
청옥 빛 동강이여 제일 경 여기일세
물고기 수가 놓인 살여울은 빙빙 돌고
삼선암(三仙岩) 솔 향에 취해 거문고를 거꾸로
* 어라연에 있는 소에는 물고기가 얼마나 많기에 비단처럼 수가 놓여있을까? 옥순봉(玉筍峰) 삼선암에서 한잔 걸치면 거문고도 뒤집어 뜯는다.
제12경 된꼬까리와 만지
떼꾼아 졸지 마라 마지막 여울이다
만수에 다다르면 아리랑은 절로절로
전산옥(全山玉) 술상 차리게 아니 취해 배기리
* 동강의 마지막 여울인 ‘된꼬까리’! 여기서는 긴장이 풀어질 만도 하나, 잘못하면 물에 풍덩 빠진다. 만지산(萬支山 715,5m, 일명 만수산)에 다가오면, 정선 아리랑이 콧노래로 절로 나온다. 전산옥은 정선 아리랑 가사에도 나올 만큼 유명했든 술집으로 떼꾼은 거나하게 취한다. “황새마을 된꼬까리 떼 무사히 지났으니, 만지산 전산옥이야 술판 차려놓게”(이하 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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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저 『山窓』 산악시조 제2집 122~133면, 2002. 5. 10 ㈜도서출판 삶과꿈.
* 졸저 『名勝譜』 시조집(6) <한국의 승지 266곳> 제 18~24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첫댓글 제1경 가수리 느티나무와 마을풍경--->600년을 살아온 느티나무는 마을 어귀에서 명상에 잠겨 있고 적벽 위 두 그루의 거송은 바람에 가지를 흔들며 마치 학무를 추는 듯합니다. 겹벚꽃이 흩날릴 무렵이면 그 아래를 오가는 것은 산꾼이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세 장면이 동강의 가장 아름다운 제1경이 된 것일까요~ 나무에게 600년은 한 생애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시간입니다. 그 사이에서 느티나무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말없이 지켜보았고, 아이들은 언젠가 자라 그 나무가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짧은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겠지요. 어쩌면 동강의 봄은 단순히 꽃이 피는 계절이 아니라 오래된 나무와 새로운 생명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동의합니다. 時空合一! 고맙습니다. 내가 집에서 요양중이긴 하나, 어지러워 짧게 화답하니, 양해 바랍니다.
제2경 운치리 수동 섶다리--->풀잎과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섶다리는 화려하지도 않고 철근 다리가 강을 정복하듯 가로지르는 것도 아닙니다~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잠시 사람과 마을을 이어주는 다리라서 오히려 더 깊은 운치가 느껴지네요. 그 위로 가인이 살랑살랑 걸어가고 뒤에서는 쌍무지개가 따라오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강에는 나룻배가 보이지 않고 물 위에는 산 그림자만 아롱거려요. 사람도 배도 사라진 자리에 자연의 그림자만 남은 것이지요. 섶다리는 오래 남기 위해 만들어진 다리가 아니라 계절과 물의 흐름에 따라 놓였다가 사라지는 임시의 다리입니다. 그렇게 영원하지 않기에 지금 건너는 한 걸음이 더 소중하고 언젠가 사라질 것을 알기에 눈앞의 풍경을 더 오래 바라보게 하는 것 같아요^^
요즘 섶다리 보기 힘듭니다. 동강을 잘 가꾸려는 주민들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고맙습니다.
제3경 나리소와 바리소--->중바닥 여울을 거칠게 훑고 지나온 물줄기가 나리소에 이르러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고, 잔잔하게 흐르는 강이 아니라 깊은 물속에서 교룡 한 마리가 몸을 뒤틀며 꿈틀대는 듯합니다. 그 위를 물수리가 날카로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으니 물속의 용과 하늘의 수리가 서로를 경계하는 한바탕 생명의 긴장감이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풍경에 인간의 흔적이 없네요. 다리도 배도 사람의 손길도 없어요. 오로지 자연의 질서만으로 한 편의 거대한 산수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물은 흐르고 교룡은 꿈틀대고 물수리는 하늘을 맴돌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이렇듯 자연은 누구의 지시가 없더라도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우리네 삶도 때로는 잔잔하게 흐르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그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소용돌이를 만나지 않는 게 아니라, 그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신의 흐름을 잃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잘 평했습니다. 동강 전체가 아름답지만, 유독 눈길이 가는 곳이 있지오? 고맙습니다.
제4경 백운산과 칠족령--->시인의 “동강은 내 것이여”라는 표현이 마치 산을 정복했다는 의미라기보다, 정상에 올라 마주한 풍경이 너무 벅차서 잠시 그 풍경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으로 읽혀지는데 저만의 느낌일까요~ 붉게 빛나는 바위들이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아 있어 뭉게구름마저 그 끝에 찔릴 듯하니, 자연이 붓 대신 칼날 같은 바위들을 들어 하늘과 땅 사이에 거대한 병풍을 세워놓은 것 같습니다. 시인은 정상에서 압도적인 조망의 미학을 펼치며 사람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동강은 내 것이여”라는 외침은 어쩌면 소유의 선언이 아니라 감탄의 선언이고, 정복의 환호가 아니라 자연에게 잠시 받아들여졌다는 기쁨의 표현처럼 들려요^^
환영합니다. 山河 사랑이 지나쳤나 봅니다. 나도 '자연의 일부'가 아닐까요? 고맙습니다.
제5경 고성리 산성과 주변 조망--->한때 누군가 이곳에 성을 쌓고 삶과 죽음을 지키려 했겠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들꽃과 바람이 차지했네요~ 성도 없고 사람도 없고 지나온 역사도 눈앞에서는 사라졌지만, 그 모든 빈자리를 산과 숲의 푸름이 가득 채우고 있어요. 이 폐허는 단순히 무너진 성터가 아니라 언젠가 우리 모두가 마주하게 될 삶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쌓은 명예와 흔적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허물어지고 사라지지만 세상은 여전히 푸릅니다. 그 푸름 속에 잠시 홀로 서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시간, 어쩌면 고독이란 외로운 상태가 아니라 비로소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네! 멋진 평입니다. 푸름 속에서 과거를 회상합니다. 고맙습니다.
제6경 바새마을과 앞 뼝창--->산촌에 매미가 울자 백운산은 어느새 한 폭의 시를 그립니다. 매미의 울음은 붓이 되고 흰 구름은 종이가 되어 산 위에 계절의 풍경을 펼쳐냅니다. 펼쳐진 바위병풍 위로 짙은 먹물이 번지듯 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구름과 바람과 나뭇잎이 어우러져 거대한 수묵화 한 폭을 만들어냈죠. 자연이 붓을 들고 바람이 붓끝을 움직이고 구름이 여백을 만들고 돌단풍이 작은 점 하나를 찍었습니다. 이 그림에는 화가가 없어요. 어쩌면 화가는 자연 자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그림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의 마음마저 그 수묵화의 한 부분이 되었기 때문이죠^^
네! 동감입니다. 한 폭의 수묵화입니다. 고맙습니다.
제7경 연포마을과 황토 담배 건조막--->이 시조에는 거창한 것이 하나도 없어요. 굽이치는 강물, 산, 동네 개들의 짖음, 황토 담배막, 그리고 저무는 해가 전부이죠. 그런데 시인의 눈을 통하면 이 평범한 것들이 따뜻한 풍경이 됩니다. 어쩌면 우리의 고향 풍경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너무 평범해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의 풍경이 얼마나 귀했는지를 깨닫게 되는 거죠. 고요한 산촌에 해가 저물며 청산이 쓰러지자 동네 개들이 일제히 짖어댑니다. 그 짖는 소리가 적막한 마을에 울려 퍼지면서 어느새 저녁 풍경에 따뜻한 생기가 더해지네요^^
네! 靑山이 강물에 거꾸로 비추니, 동네 개들이 마구 짖습니다. 담배 건조막에는 엽연초의 향기가 맵돕니다. 고맙습니다.
제8경 백룡동굴--->수억 년 동안 자라나는 종유석의 생명력을 남근의 형상에 빗대고 금욕을 상징하는 여승의 군침이라는 익살을 통해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 금욕과 욕망, 자연과 인간의 본능을 한 동굴 안에 섞어놓았네요~ 어쩌면 백룡동굴의 진짜 여의주는 동굴 안에 숨겨진 어떤 보물이 아니라 수억 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빠르게 얻고 빠르게 소비하지만 자연은 한 방울의 물로도 수천 년을 들여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죠. 그래서 이 백룡동굴은 무엇을 가져가려 하지 말고 그저 바라만 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네! 의미 있는 평입니다. 인간의 궁금증을 남겨 두는 것이 '동굴의 매력' 아닐까요? 우리 모두 아낍시다. 고맙습니다.
제9경 황새여울의 바위들--->이 시조를 보다 보면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슬픔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강물에 씻기고 강자갈이 되어 물살을 따라 구르고 또 구르면서 아라리라는 노래로 다시 태어난 듯해요~ 시인은 정선아리랑의 "아라리 아라리 아라리요"가 강자갈 구르는 소리와 닮았다고 했는데요 공감합니다. 강물은 수많은 자갈을 서로 부딪치게 하며 소리를 만들어냈고 사람들은 살아가며 겪은 기쁨과 슬픔을 서로 부딪치며 노래를 만들어냈으니까요. 강물에 몸을 맡긴 자갈이 둥글어지듯 사람의 마음도 세월이라는 물살을 오래 견디면서 조금씩 모난 곳을 내려놓게 되는 거겠지요^^
네! 찬동합니다. '모난 것'도 구르는 사이 둥글게 변합니다. 인생 살이외 아리랑에 비유! 정감이 갑니다. 고맙습니다.
제10경 두꺼비바위에 어우러진 뼝대--->두꺼비바위는 뱀을 노리고 찌끼미는 파리를 삼키고 뼝대 위 노송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사람은 늘 큰 것을 바라보고 큰 꿈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손에 넣는 것은 의외로 작은 것일 때가 많지요. 거대한 뱀을 노리던 두꺼비가 결국 파리 한 마리를 널름 삼키듯이 말입니다. 어쩌면 노송이 갸우뚱한 이유는 세상을 다 아는 사람이 짓는 표정이 아니라, 오래 살아볼수록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우스운지를 깨닫게 된 존재의 표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운치 있는 비평입니다. '작은 욕망'이 우리를 만족케 합니다. 바위가 갸우뚱하는게 아니라, 바라보는 사람이 그러하겠지오? 고맙습니다.
제11경 어라연--->제11경은 색채와 소리와 술과 풍류가 한꺼번에 어우러져 “동강 12경”의 절정인 듯합니다. 시인은 삼선암의 소나무 향기에 취하고 한잔 술까지 걸치니 거문고를 아예 거꾸로 뜯어버립니다. 최고의 절경 앞에서는 오히려 잘하려는 생각조차 잊고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려고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흥에 겨워 마음 가는 대로 거문고를 뜯은 거죠. 어쩌면 이것이 시인이 말하는 진짜 풍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춤추고 소나무는 향기를 내고 강물은 옥빛으로 흐르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마음껏 술에 취해 거문고를 거꾸로 뜯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한바탕 풍류 속에 들어가 버린 거죠^^
네! 잘 보았습니다. '어라연'이야 말로 동강의 진수입니다. 참 아름다운 곳이지오? 고맙습니다.
제12경 된꼬까리와 만지--->동강의 거친 여울을 건너고 긴 강을 지나온 떼꾼의 마지막 목적지는 거창한 궁궐도 아니고 이름난 절경도 아닌 전산옥의 따뜻한 술 한 상과 사람들의 노래였어요~ 동강의 마지막 풍경은 결국 산도 강도 아닌 사람입니다. 고단한 삶을 견디며 술 한잔 앞에서 아리랑을 흥얼거리는 사람들 말이죠. 어쩌면 “동강 12경”의 진짜 아름다움은 눈앞의 풍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을 바라본 사람들의 삶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 같아요^^
네! 환영합니다. 가난한 백성 '떼꾼'의 애환 아닐까요? 고달픈 삶을 술 한 잔으로 달랩니다. 예나 지금이나 '민초의 낙'이란 일상과소박함에 있지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