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산 하늘은 흐리고 맑음.저는 배낭을 매고 오래간만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거운 금정산 겨울 산행을 하기
에는 정말 좋은 날씨 이었습니다.
금정산 등산로 흙길에는 늣 가을 옷을 벗은 왕상한 나무 가지들은 다가올 혹독한 인동(忍冬)의 시련을 견디기 위해
자신의 몸에서 울긋불긋 노랗고 붉은 이파리를 스스로 고통스럽게 떼어냅니다. 더 살아갈 날의 삶을 위해 스스로
가벼이 내려놓는 찬란한 이별의식을 하는 셈입니다.
나뭇잎들은 숙명처럼 낙엽으로 추락하여 흙 위에 쌓이고 온갖 계절의 역사를 추억하며 스러지고 부스러져 기어이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그렇듯 늣 가을은 모든 사랑하는 것들과의 헤어짐을 경험해야 하는 슬픈 이별의 계절인지도
모릅니다.
나무는 우리 인간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한량없는 존재입니다.더위를 피할 그늘을 주고,열매를 주고,
마음과 몸을 따뜻이 녹일 땔감이 되어 줍니다.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줘 가벼워진 영혼으로 고요히 하늘로
돌아가는 실존의 천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산시 북구 화명동역에서 장골봉으로 첫발을 떼어 놓으며 문득
스쳤던 생각이 그랬습니다.
금정산 겨울산은 참 순하고 예뻤습니다. 너무 지나치지 않은 소박한 화려함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이 게도 했습
니다.은근한 산능선의 가파르게 이어지는 흙길은 느긋한 여유로움도 주었습니다. 금정산의 흙길은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고 우리를 인도하며 흙길을 내주었습니다. 발밑에서 부스럭 부스럭.사브작.사브작....낙엽
밟는 소리....
숲속 흙길을 걸으며 나무와 길이 가진 본질적 동질감이 있지 않을까 혼자 상상했습니다.자연은 요구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으며. 스스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헌신의 성품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제2의 금샘 솔밭 공터에서 적당하게 둘러 앉아 자리를 잡았습니다.우리는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어
맛있게 먹었습니다.누구랄 것 없이 서로 자기가 가져온 먹을 것을 나누어 권하는 모습이 참 흐뭇했습니다.옹기종기
모여 맛난 점심 밥을 까먹었고.과메기 회무침과 달콤한 과일을 나누어 먹었습니다.제2의 금샘에서 나누는 행복한
만찬이었습니다.
저는 제2의 금샘에서 고당봉을 향해 겨울 산길을 재촉하는데 금정산은 천년의 산.자연마저 천년 세월에 자연을 초월
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금정산 정상 고당봉으로 오르는 산꾼들의 모습은 항상 여유가 있어 부럽다.저는 잘만
들어진 나무계단을 타고 마지막 힘을 내어서 금정산 주봉 고당봉 정상에 올랐습니다.
금정산의 주봉 고당봉에 오르자! 내 가슴이 시원하게 정말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넓다란 바위에 멋스럽게 서 있는
정상석도 이 나그네를 무척 반갑게 맞이 해주웠습니다.어떠한 마음으로 겨울이 오는 풍광을 글로 표현을 할수 있을
까요.기암절벽과 빼어난 산세가 장관이다.아아아....그저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그래. 겨울산은 왕상한 나뭇가지
사이에 하얀 바위들이 많아야 명산이다.저는 자연이준 위대한 선물에 그저 행복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금정산 고당봉은 전설이 깃든 금정산의 최고봉이다. 저는 그동안 수 없이 고당봉에 올랐지만 고당봉의 전설에 대해
그닥 관심이 없었다.이름 없는 할미의 혼이 깃든 얘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고당봉은 그 옛날 금빛 황금
물고기가 하늘로 부터 내려와 놀았다는 금샘이 있는 곳과 멀지 않고.이 고당봉에는 평생을 불심으로 살다 죽은 할미
보살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그 옛날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범어사는 목조건물이라 화재에 시달렸다고 한다.
밀양에 살던 할미 보살이 범어사가 불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절을 잃고 망연자실한 스님들을 위해 전국을
돌며 몸을 아끼지 않고 범어사 중건을 위해 전력을 기우리다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하고 저
높은 봉우리 아래에 고모선신(姑母善神)을 모시는 사당을 지어 고모제(姑母祭)를 지내 주면 금정산의 수호신으로
변해 범어사를 도우겠습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할미 보살의 뜻을 따라 고당봉에 사당을 지어 1년에 두 번씩 (음력 1월 15일, 5월 5일) 고당제를 지내고 있다.그래서
인지 범어사는 다시 중건하게 되었고 화엄의 대표적인 사찰로 자리잡고 있다.고당봉은 동국 해변에 의상대사와
함께 왕이 친히 금정산에 올라 7일 7 야를 일심으로 독경했다는 곳이기도 하다.
원래 불가에서는 부처님의 화엄일승인 최고의 법문을 높은 깃대에 세웠다는 의미로 금정산 제일 높은 고당봉에
기치를 꽃아 세웠다는 뜻으로 고당(高堂)으로 쓰여왔다.고당봉은 임진왜란으로 범어사가 화마를 많이 당했다는
기록이 있다.신라시대부터 금정산은 호국의 의지의 횃불을 당긴 곳이다.고당봉의 할미 보살의 전설은 이러한 호국
의지의 횃불에서 나온 얘기로 받아 들여 진다.
우리는 급하면 관세음보살 찾는 다는 우리 속담처럼 혹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잘 쓰시는 '내 절 부처는 내가 위하여야
한다.'는 말씀처럼.금정산의 고당봉의 전설이 된 할미 보살의 마음은 자신의 복을 위한 것이 아니다.호국 불사
범어사를 지키는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얘기다.그렇다. 금정산 고당봉의 전설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호국 불교에
대한 절실한 믿음에서 나온 얘기이다.
우리는 고당봉 하고 아쉬운 이별을 하고 북문 광장 연변장으로 발걸음은 향한다.많은 등산객들이 북문 넓은 광장
세심정 약수터에서 약수물도 마시기도 하고. 숲속 바위에서 쉬어 가기도 한다.북문 광장 산장 나무의자에 앉아서
등산객들이 모여 즐겨운 담소를 나누는 흥겨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북문을 되돌아 보면서 조심스럽게 천년 고찰 범어사로 내려오는 도중 귓가에 상상으로 들려오던 노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의 가사 한 소절이 왜 그토록 가슴을 여미면서 파고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아마도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던 금정산의 품에 오래도록 안겨
있고 싶은 욕망의 미련이 남아서 그랬는지 모를 일입니다.
저는 산사 천년고찰 범어사에서 겨울빛 완연한 삶의 무거운 그림자를 내려놓고. 범어사 대웅전에서 엄숙한 마음으로
두손을 모아 합창을 하며.고개를 숙이고 오늘 금정산 겨울 산행을 해탈을 해주신 범어사님께도 감사하다는 삼배
인사를 드립니다.
범어사 경내에는 아름답게 물든 은행나무.단풍나무들이 노오란색.빨간색으로 떨어져 겨울 바람결에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그저 그 자리에서 고유의 빛깔을 무심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을 뿐이다.비록 각기 천연색이지만 가벼워 보이
거나 소란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정갈 하다는 것을 이를 두고 하는 말인듯 싶다.
천년고찰 범어사는 불자들이야 언제고 찾아와 기도하고 불공을 드려도 좋지만은 자칫 등산객들이 들렸다 지나가는
유희의 장소로 알려질까 염려하시는 듯하다. 아주 겸손하고 조용한 마음으로 산사 찾는 길을 걷고 싶고 그런 경험을
꿈꾸는 사람들이 찾는 금정산의 천년고찰 산사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천년 고찰 범어사에는 아무튼 갈등과 번잡
함도 전혀 없는 고즈넉한 평화로운 겨울이 깊었습니다.
겨울 산행을 하다보면 사람과 소중한 인연이 많이 닿습니다.그 인연을 또한 계속 이어지기도 하지만은 때로는 바쁜
일상속에서 소중한 인연을 속절없이 끊어지기도 합니다. 겨울 산행은 인연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불가의 말처럼.그동안 스치고 지났을 많은 사람들의 인연이 순간 스치고 지나 갑니다.부처님의 말씀데로
눈을 감으면 극락인 것을 눈을 뜨니 사바 세계로구나!
금정산은 불죽정토의 혼과 선조들의 기상이 살아 숨쉬는 산....우리의 가슴을 쿵쿵 뛰게 하는 선조들의 호국의 의지가
깃든 산이다. 오늘 이 아름다운 금정산 장골봉.제2의 금샘.고당봉.북문.천년고찰 범어사.겨울 산행을 영중인께도
드립니다.
첫댓글 그 바구가 무슨 바구고?
꼭 남자 거시기 바구 같다.
부산 금정산 즐감하고 간다.
형님.금정산 남근 바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