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은 구룡덕봉 남사면, 왼쪽은 가칠봉, 오른쪽은 응복산, 가운데는 사삼봉

누고셔 삼공(三公)도곤 낫다하더니 만승(萬乘)이 이만하랴
이제로 헤어든 소부허유(巢父許由) 약돗더라
아마도 임천한흥(林泉閑興)을 비길 곳이 업세라
――― 윤선도, 「산중신곡(山中新曲)」에서
주) 누군가가 상공보다 낫다고 하지마는 만승천자라고 한들 이만하겠느냐
이제 생각해보니 (요 임금 때) 소부와 허유가 영악했도다
아마도 자연 속에 노니는 즐거움은 비길 데가 없어라
▶ 산행일시 : 2015년 10월 3일(토), 흐리고 바람 세게 붐, 오후에 갬
▶ 산행인원 : 15명(버들, 모닥불, 스틸영, 장미,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비목, 온내, 상고대,
신가이버, 해피, 우각, 승연, 대포)
▶ 산행시간 : 8시간 9분
▶ 산행거리 : GPS거리 13.0㎞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57 - 홍천군 내면 율전리(栗田里) 율전교 가기 전 산모퉁이, 산행시작
09 : 46 - 815m봉, 무덤
10 : 10 - 안재
11 : 00 - 1,116m봉
11 : 11 - 전망바위
11 : 37 ~ 12 : 24 - 개인산(開仁山, 1,342m), 침석봉(砧石峰, 1320m) 갈림길, 점심
13 : 10 - 1,353m봉
13 : 21 - 안부
13 : 48 - 주릉, 임도
13 : 56 ~ 14 : 40 - 방태산 구룡덕봉(芳太山 九龍德峰, 1,388m), 휴식
14 : 56 - 1,345m봉 내린 안부, ┣자 능선 분기
16 : 48 - 방태산 자연휴양림 제2주차장, 산행종료
18 : 45 ~ 20 : 45 - 홍천, 사우나, 뒤풀이 저녁
22 : 09 - 동서울터미널, 해산
1. 구룡덕봉 정상 북쪽 전망대에서, 왼쪽부터 대간거사, 비목, 모닥불, 온내

▶ 개인산(開仁山, 1,342m)
고속도로 사정을 보아 시절이 가고 옴을 안다. 서울춘천고속도로가 이른 아침부터 답답한 것
은 바야흐로 단풍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라는 중론이다. 그런가 하니 차창 밖 산색이 달라
보인다. 톨게이트에 하이패스 차로가 길게 줄 선 반면 일반차로는 한산한 건 비단 오늘만이
아니다. 차량지체는 힘겹게 서종IC를 지나고 나서야 풀린다.
56번 국도는 서석, 내면을 지나고 자운천 물줄기 타고 내리다 원당삼거리에서 오른쪽 내린
천 거슬러 달둔으로 가고 우리는 자운교 건너 446번 도로 타고 산자락 굽이도는 내린천 따라
내린다. 모래소유원지 지나고 살둔 가기 전 야현골로 빠지는 샛길로 들어 유턴보다 더 굽은
‘헤어 핀(hair pin)’ 도로를 길게 내려 멈춘다.
허름한 다리로 내린천 건너자마자 물도리동 산자락 풀숲 헤친다. 이곳 주민이 약초재배단지
라는 팻말 세우고 금줄을 쳤다. 얼른 지난다. 일로직등 중에 금줄을 넘고 넘다 보니 약초재배
지를 벗어나는 건지 또 다른 약초재배지로 들어가는 건지 모르겠다. 어제 설악산에 얼음이
얼었다는 뉴스가 있었고, 오늘 제법 쌀쌀한 바람이 세게 일어 산행시작 때 겉옷을 껴입었는
데 오르막은 한여름이다. 비지땀 한바탕 걸게 쏟고 겉옷 벗는다.
봉우리 오르기 한참 먼 등로 한가운데 묻혀 있는 (느닷없는) 삼각점 ╋자 방위표시를 본다.
등로는 온통 울긋불긋한 햇낙엽이 깔려 발걸음이 사뭇 어지럽다. 길게 올라 815m봉이다.
오른쪽 모래소유원지에서 오르는 지능선과 만난다. 입산주 탁주가 시원하게 맛난 오르막이
었다. 상고대 님이 안주로 전을 내놓고 온내 님이 네덜란드에서 사온 산양 젖으로 만들었다
는 치즈를 내놓았으나 장미 님 인삼(인삼 찍어 먹을 꿀도 준비했다)에 차이고 말았다.
평장 된 무덤 위쪽에 돌배나무가 있다. 잘 익은 돌배가 아기주먹만큼 크다. 오병이어 기적 버
금가게 온내 님이 깎아 수대로 맛을 보았다. 약간 신듯하면서 달다. 이제 개인산까지 외길이
다. 대수롭지 않을 곡절(曲折)이 몇 번 있겠으나 오르막의 연속이다. 지도상의 안재는 오르
막이 잠시 주춤할 뿐 분명하지 않다.
대찬 봉우리에 올라서고 침석봉 연릉이 반공 가린 장벽으로 보인다. 능선에는 바람이 엄청
세차게 불어댄다. 나뭇가지 끝 훑는 그 굉장한 소리에 눌려 지레 고개를 푹 수그리고 간다.
그 덕분일까? 등로 가로막고 쓰러진 참나무에 다닥다닥 열린 표고버섯을 승연 님이 발견하
고 땄다. 다수가 앞서 갔지만 보지 못하였다.
2. 오늘 개인산 들머리는 야현골 율전교 가기 전 이 내린천을 건너자마자 산자락이다

3. 산길의 가을

4. 길을 가로막고 있는 표고버섯들, 승연 님이 여럿의 선두를 보내고도 발견했다

5. 개인산 오르는 도중 전망바위에서, 앞은 문암산

6. 앞은 지나온 능선이고 그 뒤는 문암산

7. 개인산 가는 길, 평탄한 데는 잠깐이고 줄곧 오르막이다

8. 개인산 가는 길, 평탄한 데는 잠깐이고 줄곧 오르막이다

9. 왼쪽이 구룡덕봉 정상

10. 구룡덕봉 가는 길

11. 구룡덕봉 가는 길

살짝 내렸다가 길게 오르기를 반복한다. 1,116m봉 오르고 잠깐 내렸다가 길게 오른다. 키 작
은 산죽지대가 시작된다. 등로 왼쪽으로 약간 벗어난 절벽 위가 조망이 좋을 것 같아 산죽 숲
뚫고 다니러간다. 경점이다. 바람이 안개를 씻어내려고(나까지 날려버릴 듯) 대단히 수고하
지만 아직 멀었다. 내린천 건너 석화산 문암산이 내내 흐릿하다.
산죽이 흐트러진 틈을 타서 사면 누비며 돌아 봉우리를 넘는다. 선두는 그 봉우리에서 바람
비켜 쉬고 있었다. 그런 줄 모른 나는 선두가 앞서 간 것으로만 알고 되게 빼버리네 하며 도
중에 쉬고 있는 승연 님 채근하여 부지런히 뒤쫓는다. 침석봉 갈림길 나오고 펑퍼짐한 숲속
개인산 정상이다. 아무도 없다. 내가 선두였다!
▶ 방태산 구룡덕봉(芳太山 九龍德峰, 1,388m)
고지는 바람 비켰지만 춥다. 이럴 줄 알고 보온밥통에 밥을 싸왔다. 거기에 승연 님이 아까
딴 표고버섯 넣어 더 끓인 된장국에 말아 먹는다. 그런데도 밥을 다 먹고 나니 내떨린다. 평
탄한 숲속 길, 나뭇가지 사이로 구룡덕봉, 주억봉 연릉을 기웃거리며 간다. 1,353m봉은 암릉
이다. 등로 따라 왼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간다.
완만한 사면 내리고 넙데데한 평원을 간다. 멸종된 줄 알았던 쇠한 곰취가 흔하게 보인다.
어쩌면 곰취가 이제 모습을 드러내도 괜찮겠다 싶어 서로 얼굴 내미는지도 모르겠다. 가을의
정취를 좀 더 느낄 겸 하산시간을 조절하고자 안부께에서 또 오래 휴식한다. 그러고서 구룡
덕봉을 별스럽게 오른다. 저 넙데데한 사면을 대각선으로 질러 오르는 것이다. 나와 비목 님
은 등로 따라 오른다.
구룡덕봉 주릉은 임도가 뚫렸다. 임도 종점까지 두 대의 트럭이 올랐다. 주억봉 정상표지석
설치공사용 트럭이다. 트럭 몰고 온 사람들이 우리 일행의 숲속 연호소리를 듣고 ‘저기 사람
이 있는가 본데’ 하며 걱정스런 눈빛으로 구조하려는 듯 “거기 누구 있어요?” 하고 나에게 도
움을 청하기에 우리 일행인데 일부러 저기로 오르려는 것이니 전혀 염려하시지 않아도 된다
고 안심시켰다.
비목 님은 옛날에(1970년대) 군대생활을 이곳 구룡덕봉 정상에서 했다고 한다. 그 시절을
회고하고자 오늘 산행에 무릎이 불편한데도 동참했다. 지금은 군대막사가 헐리고 무인산불
감시시스템(?) 시설이 들어섰다. 감개무량할 터. 정상 주위를 돌고 또 돈다. 구룡덕봉 정상
세 곳(남서북)에 조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 조망이 그다지 좋지 않다.
12. 구룡덕봉 가는 도중 안부께에서 휴식

13. 수리취(떡취)

14. 가운데는 가칠봉, 멀리 하늘금은 백두대간 오대산 구간

15. 응복산, 멀리 흐릿한 하늘금은 백두대간 오대산 구간

16. 가운데는 개인산, 오른쪽은 침석봉

17. 왼쪽은 응복산, 오른쪽은 사삼봉

18. 개인산에서 오는 능선

19. 구룡덕봉 북동쪽 능선

20. 왼쪽 멀리는 설악산 대청봉, 그 앞은 점봉산

21. 방태산 주억봉, 그 왼쪽 뒤는 깃대봉

22. 방태산 주억봉

김형수의 『韓國400山行記』에서 ‘방태산’ 개관이다.
“백두대간상의 갈전곡봉(葛田谷峰)에서 서쪽으로 갈라진 지맥에서 웅장하게 솟구친 거산이
다. 동서(東西) 1,400m급 초원의 능선을 걸으면서 동해의 창파(滄波)와 설악의 위용(偉容)
등 태백준령을 바라보는 경관이 일품이고, 울창한 수림 속에서 발달한 하니동계곡, 개인동계
곡, 대골, 적가리계곡 등은 옛 모습을 간직한 채 별유천지를 이루고 있다.”
‘설악의 위용’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북쪽 조망도에 표시된 설악산 화채봉이 맞느냐였다.
대간거사 님은 앞의 관모봉 능선에 가려 여기서는 화채봉이 보이지 않을 거라고 주장한다.
실경은 흐려 판별하기 어렵다. 나는 돈 들여 만들어 놓은 조망도인데 확인 없이 대충 표시했
겠느냐는 당연한 믿음을 깔고 관모봉 능선 위로 화채봉이 삐쭉 솟아 보이지 않을까 해서
조망도의 화채봉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가까운 가칠봉 표시(‘응복산’이라고 표시했다)
를 보니 내 주장이 설득력을 잃었다.
오늘 산행의 이벤트가 시작된다. 5년 전 이맘때 능이버섯과 노루궁뎅이버섯을 다수 수확했
다. 그때의 구광자리는 아니지만 이곳 역시 향기 방(芳)자 앞세운 방태산이 아니던가. 일단
주억봉 쪽 잘 난 길로 내린다. 1,345m봉 내린 야트막한 안부에서 갈 길 재삼 확인하고 개척
자연 오른쪽 북사면을 쏟아져 내린다. 잔 너덜이 없지 않지만 분위기 좋고 거목인 소나무와
참나무(신갈나무일 것)가 즐비하다.
그러나 여러 눈으로 여러 사면을 두루 쓸었으나 다 헛수고였다. 오래전에 부러지고 쓰러진
참나무는 빈 몸이었다. 하다못해 더덕도 없고 경치도 없다. 스틸영 님이 느타리버섯 약간 딴
게 전부였다. 능선이 얼추 모양 갖추자 인적이 보인다. 이래서는 오지가 아니다. 산이나 가자
하고 줄달음한다. 노송 한그루가 문인석마냥 지키고 있는 무덤 지나고 인적과 선두를 놓
쳤다.
너덜 섞인 산죽 숲을 내린다. 가파르고 이끼 낀 너덜 길이 미끄럽다. 골짜기 가까이 가서는
낙엽송숲 간벌하고 가시덤불 우거진 수풀을 헤친다. 대체 누가 맨 앞에 가고 있느냐고 물었
더니 해피 님이라고 한다. 줄 잘못 섰다. 주등로를 바로 곁에 두고 헤맸다. 지당골 입구 지나
고 적가리골에는 어느 오케스트라가 이럴까 크고 작은 폭포들이 대향연을 벌이고 있다. 다가
가 경청한다.
고즈넉하고 으스름한 숲길이다. 단풍 빛이 길 밝힌다. 방태산 자연휴양림 제2주차장. 차가
들어올 수 있는 대로 끝이다. 두메 님 부른다. 휴양림 캠핑을 즐기려고 온 차량들만 입장할
수 있다는데 두메 님은 관리인에게 우리의 형편을 잘 설명하여 통과하였다. 휴양림 관리사무
소 나갈 때 그 관리인에게 수고하시라 수대로 손 흔들어주었다.
23. 비목 님, 구룡덕봉 정상에서, 옛날 비목 님이 군대생활을 했다는 막사에 지금은 무인산불
감시시스템 시설이 들어섰다

24. 구룡덕봉 서쪽 전망대에서, 장미 님과 우각 님

25. 주억봉 남쪽 지능선들

26. 구룡덕봉에서 서진하다 1,345m봉 넘고 안부에서 하산지점을 확인한다

27. 틈틈이 지도 공부하는 대포 님, 아름답지 아니한가

28. 적가리골 주계곡 가기 전 지당골 입구

29. 적가리골은 폭포의 향연이었다

30. 적가리골

31. 적가리골

32. 적가리골 이단폭포 상폭

33. 적가리골 이단폭포 하폭

첫댓글 가을잎 찬바람 쓸쓸한 기분보다는 밝은 수채화속을 거니는 것같이 주위의 모든 색깔이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이 계절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순결한 자연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행복. 유구무언입니다.
이번 산행에는 악수 님을 자주 못 뵈었습니다.
쉬는 곳에서만..앞으로 앞으로 였으니..
곳곳에서 위트 있는 말로 웃음을 흠뻑..좋았습니다. 언제나 지금처럼 활짝!
그 무더운 여름 산행은 올해로는 끝이난 것 같습니다.
멋진 제목속에 숨어있는 가을의 방태산을 반갑게 보았습니다,,,한주 산행을 못갔는데 몇달을 못간것 같네요,,,어서 주말이 와야지^^
글의 향연을 보는듯 합니다.
같은 길을 걸었어도 느낌에 대한 표현에서 깊은 내공의 힘이 깔린듯 합니다.
자주 뵙고 많은 공부를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