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불체포 특권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고 합니다.
지난 2월 27일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지 약 넉 달 만인인데, 지난해 대선 이후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승부수인 동시에 내년 총선에 앞서 '방탄 프레임'을 벗고 당내 혁신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는 평입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며 "검찰이 나를 소환한다면 열 번이 아니라 백 번도 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성남시와 경기도에 대한 고강도 검찰 수사를 언급하면서 "이재명을 다시 포토라인에 세우고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 것"이라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는데, 연설 직후 취재진과 만나 "민생과 나라 살림을 챙겨야 될 때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문제로 논란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깜짝 선언한 배경을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의 선제적인 선언은 친이재명계는 물론 비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안위보다 명분을 앞세운 행보를 했다"는 긍정 평가가 다수였다고 합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답다. 국민과 정의의 승리를 믿는다"고 밝혔고,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매우 잘한 결정"이라며 "이를 통해 방탄국회, 방탄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이재명의 이번 선언은 지난 2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된 후 잇달아 민주당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리더십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속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압도적으로 부결될 것이란 당내 예측과 달리 30표 이상의 무더기 이탈표가 쏟아지면서 이 대표는 리더십에 치명타를 맞았고, 이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의혹에 대한 당 지도부의 무딘 대응을 두고도 이 대표의 리더십 위기와 연결 짓는 해석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선언을 했다고 해서 그의 여러 리스크가 다 가라앉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믿는 구석은 역시 국민의힘인가 보다.
총선에서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서울·경기·인천 유권자(각 35.1%, 37.4%, 35.7%)가 국민의힘에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각 30.8%, 30.6%, 30.8%)보다 많다는 15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를 보라. 그래서 그토록 막무가내였나 보다.
당 혁신을 한다더니 돈 봉투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은 하루도 못 가 물러났다. 열흘 만에 새로 임명된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돈 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혀 기대를 접게 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졌지만 잘 싸웠다’고 큰소리치던 기만의 지점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않았다. 수모는 검찰과 언론 탓이다. 이재명 대표부터 김남국 의원까지 사과나 반성에는 인색하고, “정적 제거” “윤석열 실정을 덮으려는 얄팍한 술수” 등 검찰 비난에는 주저함이 없다.
이해찬 상임고문은 16일 당원 강연에서 “(대선) 5일 전 4%포인트 지는 걸로 대거 보도”한 언론 때문에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해 아깝게 졌다고 했는데 저 왜곡된 현실 인식과, 여성 유권자의 절실함은 안중에도 없는 뻔뻔함에 분노가 치민다.
크게 질 선거를 0.7%포인트 차로 만들어 준 건 막판에 “팔을 자르는 심정으로” 몰표를 던진 젊은 여성들이다. 이 고문은 월 3,000만 원을 줬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진술이 사실인지, 보좌관 출신이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가 된 관계의 실체가 무엇인지부터 해명하기 바란다.
제1야당이 수렁에 빠진 건 강성 지지층 때문이 아니다. 400만 당원 중 문자 폭탄을 던지는 강성 지지자가 3,000명쯤이라면 그들의 정치 열정을 조직화할 책임 또한 지도부에 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이탈표 색출 소동이 일었을 때 이 대표가 “(명단에 오른) 5명 중 4명이 그랬다고 해도” 공격을 중단해 달라고 뒤늦게 당부한 것은 그런 책임과 거리가 멀다. 그래놓고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권리 포기”를 주장하는 것을 결단이라 보기도 어렵다.
문제는 이재명 대표다. 자기 수사부터 정치 보복으로 단정하니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에도,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에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못한다.
혁신위원장 내정을 일방 통보해 이래경 사태를 만든 것도 이 대표다. 지도부가 투명하게 논의하고 중지를 모았다면 ‘천안함 자폭설’ 같은 발언이 걸러지지 않았을 리 없다. “내부 논의를 충분히 했든 안 했든, 충분히 다 논의하고 하는 일이지만, 결과에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대표”라고 한 것은 공허한 말장난에 가깝다.
혁신위원장 후보에서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이 밀린 이유로 조응천 의원은 “진짜 혁신을 할 것 같으니까”라고 말했다. 진짜 혁신을 실행할 의지를 이 대표에게서 찾아볼 수가 없는데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누가 믿겠나.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당장 퇴진은 어렵다는 인식이 민주당 안팎에 많다.
나는 오판이라고 본다. 권력 공백의 혼란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배를 침몰시키는 선장이 무슨 소용이냐고 묻고 싶다.
이상민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공론화 작업도 없고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이번 (이래경) 사태가 이재명 대표 체제의 본질적인 결함”이라며 “이 대표가 하루라도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이 대표는 지금이라도 죽는 길을 택함으로써 살길을 모색하기 바란다. 이 대표가 없을 때 비로소 민주당은 비전과 가치와 타협을 이야기할 수 있다. 계파 간 공천권 다툼에서 벗어나 민주당의 확장을 내다보게 될 것이다.
이런 혁신이 아니라면 관두는 게 좋겠다.>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
출처 : 한국일보. 문제는 이재명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국민 수준이 이재명이나 이해찬을 용인한다는 것이 저는 정말 놀랍습니다. 입만 열면 해괴한 말들이고, 자신들이 한 말에 대해 전혀 책임질 줄 모르는 뻔뻔한 인간들이 정치판에서 여전히 큰소리치는 이 현상을 제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행주는 걸레가 될 수도 있지만 걸레는 아무리 여러 번 세탁을 해도 행주가 될 수는 없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