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작권 환수는 검증이 아니라 주권의 문제
- 이제 한국이 날짜를 정할 때다
윤현일 자유기고가
2026. 4. 25
1. 브런슨 발언의 본질 — 전작권을 ‘조건’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최근 발언은 전작권 문제가 지금 어떤 지점에 와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2026년 4월 21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고, 4월 22일 하원 군사위원회에 서면진술을 제출했다. 상원 청문회에서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정치적 편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원 서면진술에서는 코리아반도를 “미국 본토 방어와 미국의 지역 이익 증진에 필수적인 핵심 전략지형”으로 규정했다. 이 표현은 중요하다. 브런슨은 코리아반도를 조선 대응 전선이 아니라 미국 안보의 핵심 전략지형으로 규정했다. 전작권 문제가 더 이상 한국 방어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군사운용 속에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한국 주도의 조선 재래식 억제를 미국이 핵심적이지만 더 제한된 능력으로 지원한다”는 표현이다. “핵심적”이라는 말은 미국이 여전히 결정적 군사능력과 전략적 판단권을 쥐겠다는 뜻이다. “더 제한된”이라는 말은 조선 대응의 1차 부담을 한국군에 더 넘기겠다는 뜻이다.
브런슨은 한국의 방위산업 기반을 활용해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를 지원하는 “지역 지속지원 거점” 구상도 밝혔다. 한국의 정비·수리·점검 능력을 미군 항공기, 함정, 패트리엇 등 미국 군사자산 운용에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것은 전작권 문제가 단순한 지휘권 이전 문제가 아니라, 한국군의 역할, 한국 방산 기반, 미군의 지역작전 지속능력까지 포함하는 동맹 재편 문제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브런슨 발언의 본질은 일정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전작권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조건을 앞세워 전환의 성격을 관리하려 한다. 한국이 이 구조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전작권 환수는 주권회복이 아니라 미국의 해외전략에 종속되는 절차로 변질될 수 있다.
2. 2007년 합의 — 검증이 아니라 날짜 제시
2007년 합의를 다시 봐야 한다. 2007년 2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은 전작권 전환 시점을 2012년 4월 17일로 명시했다. 당시 합의는 한미연합사 해체와 새로운 주도-지원 지휘관계까지 포함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전환 계획도 구체화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합의의 성격이다. 2007년 합의는 날짜 중심이었다. 그것은 오늘날식 조건기반 전환이 아니었다. 핵심은 “조건이 충족되면 언젠가 전환한다”가 아니라, 전환 시점을 명시하고 그 일정에 맞춰 준비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미국은 한국보다 더 이른 전환을 선호했다. 2006년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전환 시점은 2009년 10월 15일부터 2012년 3월 15일 사이로 논의되었고, 이후 2007년 2월 회담에서 2012년 4월 17일로 확정됐다. 당시 보도와 자료를 종합하면 미국은 더 이른 전환을 원했다. 한국 정부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늦은 시점을 선호했다. 오늘처럼 조건기반 전환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보면, 한국이 더 빠른 전작권 회복 가능성을 스스로 늦춘 측면이 있었다.
2007년 합의 배경에는 세 흐름이 있었다. 첫째,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 노선이 있었다. 둘째, 한국 민중의 반미여론과 주한미군 재배치 반대 투쟁이 있었다. 셋째, 미국의 해외군대 운용 재편, 즉 전략적 유연성 구상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한국군이 자기 군대를 지휘하는 정상국가의 문제로 제기했다. 당시 자주국방에 대한 의욕이 있었다. 한국이 평시에는 자기 군대를 지휘하면서도 전시에는 미국 주도 연합사 체계에 묶이는 구조를 더 이상 정상으로 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었다.
한국 사회의 압력도 있었다. 2002년 효순·미선 사건 이후 반미여론은 확산되었다. 2005~2007년에는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반대 투쟁이 격렬하게 벌어졌다. 이 투쟁은 주한미군 재배치, 기지 확장, 한국의 전쟁 연루 가능성, 미국 군사전략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결합된 민중투쟁이었다.
미국의 이해관계도 있었다. 2006년 한미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 국민의 의사에 반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존중한다고 했다. 이 문장은 당시 이미 주한미군의 역외 운용과 한국의 지역분쟁 연루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만큼 당시 한국 사회의 전쟁 연루 반대 여론을 미국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2007년 전작권 전환 합의는 한국의 자주국방 요구, 한국 민중의 반미·반기지 투쟁, 미국의 해외군대 운용 재편이 서로 다른 목적 속에서 맞물린 결과였다. 한국은 주권회복을 요구했다. 민중은 미군기지 재편과 더불어 전쟁 연루 구조에 저항했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더 유연하게 운용하려 했다. 이 세 흐름이 만났기 때문에 시점을 명시한 전작권 전환 합의가 가능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구조가 바뀌었다. 한미는 특정 시점 중심의 전환 방식에서 조건기반 전환 방식으로 이동했다. 이때부터 전작권은 정해진 일정에 맞춰 준비하는 문제가 아니라 조건 설정, 능력 평가, 최종 승인, 전환 시점 관리의 문제가 되었다. 이 변화가 지금 브런슨 발언으로 이어진다.
3. 연합작전은 전작권 포기의 근거가 아니다
전작권 환수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한국 내부에 존재한다. 실질적 대응능력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작권을 환수하면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조선의 핵·미사일 위협, 정보·정찰 능력, 미사일방어, 미국의 확장억제, 한미연합작전의 비중을 고려하면 미국의 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겉으로는 현실적인 우려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한국군의 지휘주권을 미국의 군사능력에 종속시키는 사대주의적 안보관이 깔려 있다.
전쟁 시 연합작전이 필요하며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미국이 전작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더 좋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전작권과 연합작전을 혼동한다.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이 곧 미국이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을 계속 쥐고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연합작전이 필요하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연합작전은 협의, 공동계획, 정보공유, 작전별 지휘협조, 한시적 작전통제 조정으로도 가능하다.
2007년 합의도 바로 그런 구조를 전제로 했다. 당시 합의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자기 군대를 통제하고, 미군은 지원 역할을 하는 구조를 상정했다. 또한 연합연습을 통해 새 체계가 작동하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즉 연합작전은 유지하되, 지휘 구조를 주권국가 간 협조 방식으로 바꾸는 구상이었다.
역사적으로도 연합작전은 전작권 포기를 전제로 하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의 연합군은 각국의 국가 지휘권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 공동 목표와 통합 지휘구조를 통해 작전을 조정했다. 특정 전구나 특정 작전에서 지휘권을 조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특정 국가의 군대가 자기 전시지휘권을 상시적으로 다른 나라에 넘기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 유사시 한미연합작전이 필요하다면, 작전별·상황별로 지휘관계를 조정하면 된다. 정보·정찰·미사일방어·확장억제·군수지원이 필요하면, 그것은 한미동맹의 협조 의제로 다루면 된다. 전환기에는 별도 연합지휘체계를 둘 수도 있고, 특정 임무에는 한시적 작전통제 조정을 둘 수도 있다. 그것이 한국군 전시작전권을 계속 미국 중심 구조에 묶어둘 이유는 아니다.
전작권 환수는 한미연합작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전작권 환수는 연합작전을 정상적인 주권국가 간 협조관계로 바꾸자는 것이다. 한국군이 자기 군대를 지휘하고, 필요한 경우 미군과 협조하며, 특정 작전에서는 한시적 지휘조정을 하는 구조가 정상이다. 연합작전은 전작권 포기의 근거가 아니다.
따라서 전작권 환수 이후의 한미연합훈련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군 주도 지휘체계, 미군 지원 역할, 역외작전 자동연동 배제 원칙을 반영한 훈련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훈련이 미국 작전계획에 한국군을 맞추는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작권 환수 이후의 연합훈련은 주권국가 간 협조 방식으로 다시 짜여야 한다.
4. 동상이몽 — 한국의 주권회복과 미국의 부담 재배치
한국이 생각하는 전작권 환수는 군사주권 회복이다. 한국군이 전시에 자기 군대를 지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땅에서 직접 피해를 입는 국가는 한국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자기 군대의 지휘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생각하는 전작권 전환은 다를 수 있다. 미국은 한국군이 조선 대응의 1차 부담을 더 많이 맡기를 원한다. 동시에 주한미군을 코리아반도에만 묶어두지 않고, 중국 견제와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 더 유연하게 운용하려 한다. 브런슨의 발언은 이 방향을 드러낸다.
이것은 단순한 업무분담이 아니다. 미국은 과거 조선 위협을 주한미군 주둔의 근거로 사용했다. 지금은 같은 조선 위협을 한국군 부담 확대의 근거로 사용한다. 과거에는 “미군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지금은 “한국군이 더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변화는 미국이 조선 위협을 고정된 안보 현실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전략적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으로도, 한국군 부담 확대의 명분으로도 활용해왔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전작권 환수를 주권회복으로 본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을 한미동맹 부담 재배치와 지역전략 조정의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전작권이라는 말을 쓰지만, 양쪽이 보는 방향은 다르다. 이것이 동상이몽이다.
이 차이를 보지 못하면 위험하다. 한국은 전작권을 되찾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조선 대응 부담, 미군 군수지원 부담, 대중국 전략 부담을 더 많이 떠안을 수 있다. 지휘권 형식은 한국으로 넘어오지만, 작계·정보·정찰·핵우산·미사일방어·군수체계의 내용은 여전히 미국 중심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러면 전작권 환수는 완전한 주권회복이 아니라 동맹종속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은 전작권 환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미국이 설계한 전환 방식에 그대로 들어가서도 안 된다. 전작권 환수는 한국군의 자주지휘권 회복이어야 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한국군이 대신 수행하는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
5. 응시자가 아니라 주권자로 협상하라 — 다시 2007년처럼
전작권 환수를 위해 미국의 조건과 평가에 맞추는 것은 대칭협상이다. 미국이 기준을 만들고, 한국이 그 기준에 맞추고, 미국이 다시 판단한다. 이 방식에서는 한국이 항상 응시자 위치에 놓인다. 미국은 출제자이고, 평가자이고, 최종 승인자가 된다.
한국은 이 협상판을 바꾸어야 한다. 미국식 대칭협상에 비대칭협상으로 응해야 한다. 핵심은 2007년식 시점 기반 협상 구조를 되살리는 것이다. 2007년 한미는 전환 시점을 명시했다. 그리고 그 일정에 맞춰 로드맵과 준비 절차를 만들었다. 당시에도 훈련과 점검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전환을 무기한 미루기 위한 조건 평가가 아니라, 이미 합의된 전환 일정을 이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였다.
지금 필요한 것도 이 방식이다. 한국은 먼저 전시작전권 회복 시점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회 결의안과 정부 방침을 통해 “대한민국은 2028년 12월 31일부 [멘트: 미국의 차기 대선 이전이며 국군의 날인 2028.10.01로 최장의 데드라인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회복한다”는 원칙을 밝힐 수 있다. 날짜는 협상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출발점은 분명해야 한다. 한국이 시점을 제시하고, 한미가 그 일정에 맞춰 보완 과제를 협상해야 한다.
선언은 구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운영 원칙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첫째, 한국군에 대한 전시 지휘권은 한국 정부와 한국군이 행사한다. 둘째, 한미연합작전, 정보공유, 확장억제, 지휘통제 협조는 별도 협정과 작전계획으로 유지한다. 셋째, 대만해협, 남중국해, 호르무즈해협 등 역외 작전 참여와 한국 기지·군수망의 제3국 분쟁 활용은 국회 통제를 받도록 한다.
이렇게 해야 “전작권 회복 선언”이 일방적 구호가 아니라 주권적 동맹 재설계안이 된다. 한국은 전작권을 회복하되, 미국이 우려하는 정보·정찰·지휘통제·확장억제 문제를 협조 의제로 제시할 수 있다. 미국이 “한국군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면, 한국은 전작권 전환 지연이 아니라 보완 계획을 요구해야 한다. 부족한 능력은 전작권 회복을 미루는 근거가 아니라, 한미가 일정 안에서 보완해야 할 협력 과제다.
헌법상 국회가 이 문제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60조 2항은 국회가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 파견,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전작권 회복 이후 역외 작전과 기지 제공 문제를 국회 통제 아래 두자는 주장은 새로운 원칙이 아니다.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키자는 것이다.
동시에 2007년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당시 미국은 더 이른 전환을 선호했고, 한국 정부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늦은 시점을 택했다. 오늘의 현실에서 보면 그것은 주권회복 기회를 늦춘 선택이었다. 이제는 한국이 먼저 시점을 정하고, 미국이 그 일정에 맞춰 협조하도록 해야 한다.
전작권은 검증받아 얻는 자격증이 아니다. 한국이 행사해야 할 군사지휘권이다. 문제는 능력 평가 자체가 아니라, 조건 설정과 최종 승인권을 미국 중심 구조에 맡기는 것이다. 한국은 출제자가 정한 답안을 쓰는 응시자가 아니라, 자기 군대의 지휘권을 회복하는 주권자로 협상해야 한다.
6. 전쟁위기일수록 지휘권 회복은 더 시급하다
전쟁위기가 높아질수록 전작권 환수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전쟁위기일수록 지휘권은 더 중요하다. 자기 군대를 지휘하지 못하는 국가는 전쟁을 막는 주체가 아니라 전쟁에 동원되는 대상이 될 수 있다.
지금 미국은 중동, 우크라이나, 대만해협, 남중국해, 코리아반도를 하나의 전략판 안에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전작권을 회복하지 못하면 조선 대응, 중국 견제, 미군 군수·정비 지원, 역외 작전 압박에 더 쉽게 끌려갈 수 있다. 전작권 환수는 평화 시기의 행정 절차가 아니라 전쟁위기 속 주권 방어 장치다.
이제 한국이 날짜를 정해야 한다. 전작권 회복 시점을 명시하고, 그 일정에 맞춰 보완 과제를 협상해야 한다. 부족한 능력은 보완하면 된다. 연합작전은 협정으로 유지하면 된다. 역외 군사동원은 국회가 통제하면 된다.
전작권은 미국의 허가를 받아 행사하는 권한이 아니다. 한국이 회복하고 행사해야 할 주권이다. 한국이 날짜를 정하지 않으면, 미국의 조건표가 날짜를 대신 정한다. 전쟁을 막기위해서라도 전작권을 하루빨리 환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