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살아가기 / 김기석의 『그리움을 품고 산다는 것』을 읽고
- 우병녀(월요일 오전반 38주차)-
또 다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최고치를 찍었다. 내가 살고 있는 부산도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 조정 되었다. 부지런히 백신을 맞고 바이러스에 대응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은 인간의 노력을 너무도 쉽게 무력화시켜 버린다.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세월.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고, 또 살아내어야 한다. 이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김기석 목사님의 책을 통해 배워보고자 한다.
이 책은 2020년 3월부터 그 해 말까지 코로나로 인하여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동안 저자가 섬기는 청파교회 성도들에게 띄운 29통의 편지를 엮은 것이다. 2020년은 청파 교회 뿐 아니라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가 낯선 코로나19로 인하여 여태 겪지 못했던 고통을 겪은 시기이다. 저자는 목회자로서 이 상황을 바라보면서 낯선 시간 속을 걷는 성도들을 그리워하며 이 편지들을 써 내려 간다. 그런데 이 글은 어려운 시기를 보낸 청파교회 성도들을 위로할 뿐 아니라 순례자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런 시기에 어떻게 지혜롭게 살아야할지 우리 사회를 성찰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저자는 많은 학자들의 말을 빌어 ‘이런 사태는 어쩌면 인간이 자행한 환경 파괴, 그리고 그로 인한 기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동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동물 세계와 인간 세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동물의 몸에 깃들어 살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 온 것’이라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즉 코로나19는 인간의 탐욕이 낳은 인류 대재앙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삶 전반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회는 모이지 못하고 비대면 예배를 드리기도 하고, 학생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다. 요양 병원에 있는 부모를 찾아뵙지 못하고 많은 것을 멈추어야 했다. 일부 교회들이 방역 지침을 어겨 코로나 확산을 부추기면서 교회는 세상 사람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다른 이의 글을 인용해 코로나가 상기하는 몇 가지를 소개했는데 다음의 것들이다.
코로나 19는 우리 모두가 동등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코로나는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구별하지 않는다. 직업도, 나이도 지위도 상관없다. 모두에게 동등하다.
코로나 19는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고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부유한 나라가 자국민의 안전에만 신경 쓰는 동안 인도나 남아공 등 비교적 가난한 나라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로 부유한 나라에 더 많은 확진자들을 양산시키기도 한다. 나만, 혹은 우리 가정만, 혹은 우리나라만 괜찮다고 될 일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말에 깊은 공감이 인다.
코로나 19는 진짜 우리 일이 무엇인지를 가르친다. 그동안 불필요하게 만연해 있던 행동들을 줄이고, 진짜 해야만 하는 일들에 집중하게 한다.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하기도 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많은 일들을 거르고, 진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 이런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저자가 쓴 편지글로부터 코로나 시대를 사는 지혜를 몇 가지 추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지금은 인내의 시간,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참고 견디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어렵고 힘든 시절일수록 더 긴밀히 소통할 것을 권한다. 어떠한 상황에도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희망과 용기를 가질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일상을 거룩하게 살 것을 권한다. 하나님 나라를 갈망하는 사람의 삶은 일상을 거룩하게 살아내는 것이다. 언제 끝날까 탄식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 상황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야 한다. 그저 주어진 상황안에서 매일 매일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자연이 한번 손을 대면 전 세계가 친구가 된다고 한다. 재난이 낯선 이들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하기는커녕 사람들을 더욱 깊이 결속시킨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때일수록 허장성세를 버리고 본질을 굳게 붙들 것을 강조하고 있다. 교회는 더욱 환대의 공간을 넓히고 그리스도의 향기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생명은 서로 기대어 있는 것, 선행과 사랑에 더욱 힘쓸 일이다.
저자는 이런 중에도 유머 감각을 잃지 말 것을 권유한다. 삶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때 유머감각도 생겨나는 것 아닐까 싶다. 어려운 중에도 감사를 찾고 결핍에만 마음을 두지 말고 이미 주어진 것에 감사할 것을 권면한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하여 우리는 또 조심조심 거리를 두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때로는 사람을 경계하기도 하고, 집에만 머물러야 할 수도 있다. 불편하지만 마스크를 써야 하고 방역 수칙을 지키고 거리두기를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지는 것은 경계해야할 일이다. 어제 오랜 지인의 암투병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를 핑계로 소원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그리움을 품고 마음의 길을 내어 달려갈 일이다. 더 사람을 사랑하고 일상을 거룩하게 살아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