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철도원 ]
이 영화를 보고나면 ‘인생이란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깨끗하지도 더럽지도 않은 그저 그런 것’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한편 찰리 채플린의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란 말이 동시에 떠오르기도 한다.
한 서민 가정의 가장이면서 열차 기관사인 한 아버지의 삶과 그의 죽음을 그린 이탈리아의 영화이다.(사진, 기관사 안드레아)
1956년 당시 네오리얼리즘을 이끌던 명장 피에트로 제르미가 감독, 주연을 맡았다. 서민의 일상생활을 사랑과 눈물로 엮은 홈드라마로 인간미가 돋보이는 수작(秀作)이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심금을 울리는 주제곡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1959년 개봉되었다.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던 <오발탄>, <마부> 같은 걸작들도 이 영화와 같은 네오리얼리즘의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별로 큰 사건이나 주제도 없고 서로 위로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특히 그 주제 음악과 함께 깊은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잔잔하면서도 단순한 구도의 이 영화는 이탈리아라는 나라의 국민성이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더욱 공감이 간다.
막내로 나오는 에그알드 제볼라의 아역연기가 귀여워 저절로 미소 짓게 하는 따뜻한 한 편의 오래 된 흑백영화,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한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랑이라는 단순한 열림만 있으면 크고 넓어지는 것이 가족이라는 공간임을 말해준다.(사진, 막내 산드로)
이 영화의 주제곡 ‘La Dedico A Te'는 이탈리아 영화음악의 대부 카를로 루스티첼리의 작품이다. 1947년 제르미가 감독한 <잃어버린 청춘>을 계기로 영화음악에 입문한 그는 제르미 감독이 타계할 때까지 그가 만든 모든 영화의 음악을 작업했다. 제르미가 감독, 주연한 <형사>의 삽입곡 ‘Sinno Me Moro(죽도록 사랑해서)’,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주연의 <부베의 연인>과 같은 잊지 못할 주제곡도 그의 작품이다.
민중의 정서를 잘 반영했다는 그에게 붙여진 닉네임은 ‘이탈리안 멜로디’였다.(사진, 엄마와 딸)
[ 간략한 줄거리 ]
안드레아(피에트로 제르미 분)는 50세의 철도기관사로 직장에서는 유능한 기관사로 자부했고 집안에서는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잃지 않았다. 아내 사라는 온순하고 막내 산드로(에그알드 제볼라 분)는 아버지를 영웅처럼 숭배했다.
그러나 청년이 된 큰아들 마르첼로와 맏딸 줄리아에게는 완고하고 거북스럽기만 한 존재였다. 줄리아는 임신하여 집에서 쫓겨나고 세탁부로 전락했다. 마르첼로도 아버지의 권위적인 태도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하고 집을 뛰쳐나가 불량배들과 어울렸다. 그렇지만 안드레아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사진, 딸에게 훈계하는 안드레아)
그러나 안드레아는 자신이 운전하는 기관차에 누군가 뛰어들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생기자 충격을 받아 충돌사고를 일으킬 뻔 한다. 그 때문에 직급이 낮아지고 상심한 그는 술만 마시며 지낸다. 그 무렵 철도 총파업이 있었는데 그는 혼자 기관차를 운전하여 동료들에게조차 따돌림을 받게 된다. 점점 고립되어 오로지 술에만 의지하는 어두운 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날 밤 안드레아, 그의 아내, 어린 아들 산드로만 쓸쓸히 앉은 식탁으로 옛 동료와 큰아들이 오고 줄리아에게서 아버지를 위로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안드레아는 행복의 절정에 이른다. 모두 돌아간 뒤 그는 기타를 치다가 생활에 찌든 인생을 조용히 마친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한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첫댓글 좋은 영화 다시 생각나게 해서 고맙네요 특히 주제가는 내가 참 좋아했던 곡인데, 자곡가가 또다른 명음악 Sinno Me Moro도 작곡했군요.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이 "인생이란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깨끗하지도 더럽지도 핞은 그저 그런것"이라 하니
박인환(1926-1956) 시인의 "목마와 숙녀" 중 내가 좋아하는 구절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가 생각납니다.
그나저나 고박사 얼굴본지 기물가물해요 일간 보도록 하고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하루 되세요
역시 문학청년 기질이 다분한 유총장다운 멘트입니다. 최근에는 졸저(명작영화로 미국역사를 읽다)
를 쓰느라고 거시기했습니다. 다음주 초에 출판예정이니까 유총장한테 제일 먼저...ㅎㅎㅎ
여러가지 동창회 일로 바쁠텐데 건강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