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는 편인데..
오늘 오후에 잠시 뉴스를 봤습니다..
일본 홋카이도에 진도 8.0의 강진이 일어났다고 하더군요..
그냥 무심코 넘기려고 했는데, 아차 했죠..
홋카이도에 아는 사람이 있거든요..
제가 일본어를 공부하고나서 처음으로 알게 된 일본인이죠..
마리코라는 여자인데.. 저보다 5살이나 많습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건 일본야후의 채팅창에서였습니다..
저는 안되는 실력이지만, 일본인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로마자로 일본어를 표기해가면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그녀는 친절히 대화에 응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메일주소를 교환하고, 매일같이 메일을 주고받았죠..
그러다가 전화번호를 물어보기에 이르렀고,
그녀는 또 가르쳐 주더군요..
생전 처음 외국인과의 전화통화를 앞 둔 난 준비 부족이었습니다.
일본어를 갓 배운 상태였기 때문에..
하지만 전화로 대화해보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고 전화를 했드랬죠..
그런데..
한마디도 못알아 들었습니다.. ㅠㅠ
제가 하는말은 간간히 알아듣던데..
제가 못알아 들으니 대화가 안되더군요..
저는 무모한 행동에 쪽팔려서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다음날 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다음날도..
놀랍게도 어느때부터인가 그녀의 말이 한마디씩 들리는
기적이 시작되었습니다..
채팅에서 메일로, 메일에서 전화로.. 그 담엔 편지와 소포였습니다.
저는 한국을 그녀에게 알리고 싶어서
한국적인 물품들을 많이 사서, 소포로 보냈습니다.
김, 고추장, 참기름, 호박엿, 라면, 담배, 책..
채팅에서 저를 만나기 전엔 한국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그녀가
한국어를 공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전문적인 공부는 아니지만, 한국어 회화책을 사서
혼자서 일상적인 회화를 공부하는 정도지만요..
그리고 예전엔 무심코 지나쳤던 한국관련 티비 프로가 나오면
채널을 고정하고 그것을 본다고 했을땐 더 없이 뿌듯했습니다.
요즘에는 제가 상근이긴 하지만,
일단은 군인의 신분이고 해서 금전전인 문제로 국제전화를
자제하는 편이라 웬만해선 연락을 안하는데..
홋카이도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리에 걱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오랫만에 통화를 했습니다..
그녀의 핸드폰 번호는 4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네요..
제가 연락을 하지 않고도 안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5개월 전에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을땐 딸을 낳았다고 하더군요..
4년전엔 남자친구도 없었는데...
2년전에 남자친구가 생겨서,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가지게 된거죠...
여자의 모성애는 세상 어디를 가나 한결같은가 봅니다..
그녀는 담배를 피웠었는데, 아기를 가지자마자 바로 끊었다는군요..
부모로서 당연한 의무겠지만, 그래도 잔잔한 감동이 이는건..
저번에 물었던 아기의 이름을 까먹어서 아까 또 물었는데..
또 까먹었네요.. ㅠㅠ
다행히 그녀가 사는 그곳은 별 피해가 없다네요..
하지만 홋카이도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진때문에 스토브를 켜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화재의 위험때문에요..
제가 전화를 걸기 바로전에도 진도 3.0정도의 지진이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지진을 많이 겪었으면 몸으로 강도를 측정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이쁜 얼굴이 아니지만..
특히나 이쁜 얼굴을 밝히는 나이지만..
그녀와의 인연은 굵지는 않지만
가늘게라도 오래오래 잇고 싶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국제적 관계나 역사적인 문제를 생각할땐,
지진으로 혹은 화산 폭발로 일본이 망했으면 하지만.
일본의 지인들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네요..
사실 일본에 여자친구들을 많이 만들어 두었거든요..
아직 만나본 적은 없지만.. -_-;
첫댓글 우와~~~아주 소설을 쓰셨네^^*아주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좋은 주말 되시구여~나두 한명 소개 부탁^^*
이야~ 대단해요...!!! 부러움~
부러워여~~ 나도 일본 야후에서 채팅해야지~~ ㅋㅋ
홋까이도가 아니라 홋까이도 부근에 바다에서 지진이 난겁니다....그래서 그렇게 큰 피해는 없는것 같네요....해일로 인한피해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