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일승 감독의 사퇴 후 김병철 감독대행 체제로 새 출발을 선언한 고양오리온입니다.
시즌이 끝나진 않았지만 여전히 유력한 10위 후보인 건 변함이 없는데요.
6강 탈락이 거의 유력한 고양 오리온부터 시즌결산 글을 써볼까 합니다.
분석은 포지션 및 프런트와 응원단으로 세분화하여 합니다.
1. 가드
시즌분석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오리온 가드진이었다. 가드진의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단신가드 조던 하워드를 영입했지만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비시즌에 한호빈과 박재현이 둘다 큰 부상으로 이탈하여 하워드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였다.
KCC에서 영입한 이현민이 힘을 보탰지만 타팀 가드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
부랴부랴 시즌개막 직전에 SK에서 장태빈을 수혈하고 신인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상명대 전성환을 뽑았지만
팀분위기는 살아날 기미가 안보였다.
그러나 희망적인 부분도 있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한호빈이 주전포인트가드로 나서며 공격에서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만년기대주 임종일도 아마추어시절의 향기를 제법 선사하였다.
오리온의 프랜차이즈스타 김강선의 알토란같은 활약도 큰 힘이 되었다.
보강할 부분 : 가드진이 약점인 팀이 가드만 10명이 되었다. 그것도 가드왕국이 아닌 가드마을 수준으로 10명이다. 반드시 개편이 필요한 상황,
이번시즌 종료 후 이현민과 성건주가 FA로 풀리게 되는데 성건주 선수의 기여도를 고려해 본다면 방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현민의 경우는 애매하다. 분명 이번시즌 오리온 가드진의 희망이었지만 1983년생인 그는 노쇠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다음시즌 어떤 활약을 보일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
하지만 그렇다고 냉정하게 내칠 수도 없다. 커리어내내 줄곧 억대연봉을 받았던 그는 경기에 출전하고자 하는 의지로 KCC에 트레이드를 요청,
오리온 이적 후 연봉협상에서 5천만원의 연봉에 도장을 찍었다. 직전시즌 1억6천만원의 연봉에서 1억1천만원이나 삭감한 액수였다.
만약 이번FA에서 1억원 이하로 이현민과 계약할 수 있다면 오리온에겐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것으로 생각된다.
FA영입을 한다면 방향성을 잘잡아야 될것으로 보인다.
1번을 보강하느냐 2번을 보강하느냐에 문제인데 한호빈이 붙박이 포인트가드로 자리잡을 수 있다면
슈팅가드 혹은 듀얼가드의 보강이 더 중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2. 포워드
시즌분석 : 야심차게 영입한 마커스 랜드리의 아킬레스건 파열에서 모든 것이 꼬였다. 높은 BQ를 바탕으로 포워드농구의 핵심이 되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랜드리를 영입하였지만
시즌 초반부터 체력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더니 3경기만에 결국 이탈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것은 오리온의 운명을 바꿔놓고 말았다.
지난시즌 먼로의 A패스 받아먹기에 특화되어있던 포워드진은 중심을 잡지 못한채 우왕좌왕하였고 로테이션으로 부상을 당하며 출장과 결장을 반복하였다.
특히 시즌중반 허일영의 허리부상은 오리온의 정신적 지주로서 가장 안타까운 이탈이었다. 오리온에서 해결사 역할을 여러차례 맡았던 그였기에 그의 공백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월드컵에서 부상투혼을 보였던 이승현은 월드컵 차출선수들 중 가장 큰 국대후유증을 겪으며 프로데뷔 후 가장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최진수 역시 최고연봉선수 답지 않게 결장을 지속적으로 반복하였다.
희망적인 부분은 이승현이 1월부터 팀의 중심을 잘잡아주고 있다는 것. 그의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세컨 찬스가 자주 나오면서 오리온은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좋아진 경기내용과 달리 4쿼터에 무너지며 선수들의 자신감은 갈수록 하락하였다.
팀의 중심 이승현에게 성장통으로 다가올 시즌이었다.
보강할 부분 : 추일승 감독은 김동욱의 이탈 후 그의 역할을 해줄 선수를 찾고자 하였다. 지난시즌 그 역할을 먼로가 맡았고 이번시즌은 랜드리였다. 그러나 결국 완벽한 해답은 없었다.
김병철 감독대행 체제가 되면서 오리온식 포워드농구는 큰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선수들의 신장제한이 폐지되면서 오리온의 장신포워드들의 장점이 반감된 상황. 결국 다음시즌 오리온은 기존 농구에서 변화를 줘야 되는 상황이다.
포워드에서 FA로 풀리는 선수는 박상오와 함준후다. 박상오는 최진수와 허일영이 부상 결장일 때 주로 코트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전성기는 거의 다 지난 상황. 하지만 오리온이 포워드FA를 고려하고 있지 않는 거면 낮은 금액에 잔류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함준후의 경우는 애매하다. 기회를 많이 받긴 했지만 출전시간 대비 그가 보여준 건 많지 않았다. 1월 이후 출전한 2년차 조한진이 그보다 더 활력소 역할을 담당하였다. 공격에서는 조한진이,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최승욱이 함준후보다 앞선다. 그의 커리어내내 붙어다녔던 애매함이 결국 FA를 앞두고 큰 리스크로 다가와버렸다.
포워드를 보강하기 위하여 트레이드를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신장이 큰 선수들일 수록 트레이드 영입이 힘든 게 현 KBL의 상황이다.
결국 오리온은 기존 포워드 삼각편대 허일영-최진수-이승현이 부상없이 다음시즌 재몫을 해주길 기대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3. 센터
시즌분석 : 오리온은 KBL에서 5번이나 최하위를 기록한 팀이다. 전부 대구시절이었고
이번시즌 최하위를 차지하면 고양 연고이전 후 첫 최하위를 차지하게 된다.
32연패시절과 김승현 입단직전 시즌을 제외하고
2007년부터 시작된 암흑기시즌을 되돌아보면
과거의 화려했던 경력의 노장외국인선수(리온 트리밍햄, 아말 맥카스킬)를 데려오거나 아니면 뻘트레이드(오코사 <-> 다니엘스)로 날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시즌 12월 28일부터 사보비치-유터 체제로 잔여경기를 치르고 있는 오리온은
외국선수 둘다 중심을 잡지 못할 때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공격에서 오리온의 제1옵션을 맡고 있는 사보비치는 외곽에서의 슛이 들어가지 않으면 플레이가 꼬인다. KT의 바이런 멀린스와 비슷한데 멀린스는 그래도 수비리바운드 사수와 세로수비에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사보비치는 높이에서의 장점도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높은 BQ와 나름 좋은 슛터치로 어느정도 활약을 보이고는 있으나 1옵션급은 아니였다는 게 드러난 상황. 백인 선수들의 약점인 체력도 부각되며 이승현과 장재석의 부하도 커지게 되었다.
유터는 반대다. 오히려 전투적인 마인드는 사보비치보다 낫기에 승부처에 박스아웃을 위해 유터를 투입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이지샷 미스가 너무 많았다. 공격에서 기대할 게 없는 수준. 화려한 경력의 노장이 보여주는 말년의 초라함은 이번에도 오리온에서 반복되었다.
어떤 선수를 써도 약점이 뚜렷하니 오리온은 상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장재석이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건 위안이었다. 그의 골밑공격은 갈수록 과감해졌고 성공률도 예년에 비해 높아졌다. 하지만 자유투성공률의 불안과 골밑에서 볼을잡고 볼처리가 빠르지 않은 것은 약점으로 다가왔다.
보강할 부분 : 시즌 종료후 장재석은 친구인 이대성과 함께 FA최대어로 손꼽히고 있다. 무보상FA이기에 그의 가치는 더욱 높은 상황. 오리온으로서는 그를 잡는 것이 차기시즌 전력운용에 더 유용하지만 상황은 녹록치않다.
이미 오리온은 2018년 FA에서 최진수에게 6억5천만원의 거액을 안겨준 바 있다. 즉 못해도 6억5천에서 7억은 줘야한다는 얘기. 우선협상이 폐지되고 무보상FA이기에 몸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2022년 팀의 핵심 이승현이 FA로 풀리는만큼 이번 장재석 FA를 어떻게 푸느냐가 오리온에겐 중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4. 코칭스태프
모션오펜스를 주옵션으로 잡았던 추일승 감독이었지만 시작부터 크게 꼬였다. 랜드리 시즌아웃이 1차, 그 후에 들어온 외국인선수들 영입이 2차였다.
결과적으로 추일승 감독체제에서 끝끝내 해결하지 못했던 건 국내가드진 보강이었다. 레전드가드였던 김병철 감독대행이 과연 감독 부임 후 이 약점을 지울수 있을지 기대된다.
5. 구단프런트
15-16시즌 우승 이후 오리온이 가장 크게 변한 게 있다. 그것은 모기업 제품홍보가 눈에 띄게 늘어났던 것.
사실 15-16시즌을 앞두고 팀명이 고양 오리온스 ->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로 바뀐 건 큰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오리온레포츠라는 스포츠 및 엔터테이먼트 법인을 닫고 모기업 직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변화의 시작은 16-17시즌부터 시작되었다. 3시즌동안 정들었던 보라색을 버리고 다시 빨간색으로 돌아왔던 것.
여기서가 끝이 아니다. 팬들이 입을 포스트시즌 전용 반팔티셔츠에 꼬북칩 또는 닥터유젤리를 삽입하고
선수유니폼에는 꼬북칩, 오 그래놀라, 그리고 이번시즌부터는 제주용암수를 삽입하였다.
지난시즌 TV 화면에 보이는 계단에 오리온 모기업 로고가 있었는데 이번시즌에는 제주용암수 그림을 계단에 그려놓았다.
고양체육관 내부에는 오리온 과자제품을 든 선수들의 모습이 한가득이다.
이 모든 것은 전부 오리온레포츠 법인이 문닫고 시작된 일이다.
물론 선수들이 과자들고 포즈찍는 사진은 귀엽고 색다르다. 스포테인먼트 측면에서 봤을 때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 농구공만 들고 포즈찍던 선수들이 과자들고 찍게 변한 건
결국 이런 일련의 과정들과 연관이 있다.
제3자가 봤을 때 이런 홍보 과정에 오리온이 쏟는 비용은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오리온의 유튜브채널의 주 컨텐츠가 오리온 제품 홍보이고 관중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양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치어리더들한테 제주용암수 시음시키고 맛 평가한 영상이 가장 인상깊었다.)
바꿔말하면 선수단운영에 쓰이는 비용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추측이 가능하다.
모기업의 운영방침을 제3자가 예상하긴 쉽지 않겠지만
다음시즌 전력보강을 위해서는 외국인선수에 추가적인 예산 집행이 필수라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6. 응원단
직전 두산베어스 팀에서 극적인 통합우승을 맛봤던 치어리더팀이었지만 오리온에서는 최하위를 겪어야했다.
네임드 치어리더들을 보유하고도 구단 인기가 없어 이번시즌도 게토레이 베스트 치어리더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현명호 아나운서와 하정우 응원단장은 대구라는 공통 키워드가 있다.
현명호 아나운서는 대구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고
하정우 응원단장은 대구 출신으로 오랜 오리온스의 팬이었다.
점프볼의 KBL응원문화를 다루는 기사에서 두 사람이 언급한 문제점은 비슷하였다.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065&aid=0000194460
현 씨는 대구 오리온스 시절 팬들과 고양 오리온 팬들의 성향 차이가 분명함을 밝혔다. “대구 시절에는 ‘우리 팀’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반면 고양은 농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타지에서 관람을 오시다가 오리온 팬이 되신 분들이 많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며 과거와 현재의 오리온 팬들을 떠올렸다.
농구, 그리고 오리온의 문화를 고양에 정착시키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현 씨는 “연고이전 이후 지역밀착을 위해 노력했다. 매년 3개 학교를 선정해서 농구 골대를 설치하고, 선수단 전원이 참여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며 팬들을 확보하기 위한 구단 홍보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응원단장 하정우 씨(39)는 2011년 연고이전 이래로 오리온에서만 응원단장 일을 하고 있다. “나는 대구 출신이다. 어렸을 때부터 대구 오리온스의 홈 경기장을 많이 다녔다. 오리온에 대한 애착이 정말 크다. 보통 응원단장들은 여러 구단을 병행하거나 옮겨 다니는 경우가 있다. 나는 오리온 농구단만 맡는다. 다른 구단의 제안이 들어와도 오리온만 지켰다”며 오리온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오리온 응원은 지역적 특색을 고려해서 어린이와 젊은 가족을 대상으로 공략 중이다. 그러다보니 응원의 눈높이 자체를 낮게 가져갔다”며 오리온의 응원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 씨가 생각하는 오리온 팬들은 ‘긍정적인 의미의 선비’였다. 하 씨는 “오리온 팬들은 긍정적인 의미로서 선비와 같은 분들이다(웃음). 정적인 분위기를 선호하신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한 방이 터졌을 때 다른 팀들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함성이 나온다. 2015-2016시즌 우승 당시 절정을 이뤘다”며 오리온 팬들을 치켜세웠다.
다음시즌은 오리온이 고양에 정착한지 정확히 10주년이 되는 시즌이다.
그들이 대구에서 보낸 시간이 15년이었으니 5년은 더 지나야
고양 오리온이 대구 오리온스보다 좀더 익숙해질 날이 올 것이다.
32연패와 암흑기, 이면계약 등 KBL의 트러블메이커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보란듯이 재건하고 고양체육관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듯이
이번에도 시련을 잘 극복하기를 기대해본다.
- (시즌결산 다음팀은 6강플레이오프에서 멀어진 팀을 우선으로 진행합니다.) -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첫댓글 올시즌 내내 꼴찌지만 오리온스 응원하는 팬입니다 정성글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정성글 시리즈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결국 모기업의 지원이 줄어든 게 가장 큰 문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랜드리 픽도 추감독이 원했던 픽이 아니었고, 대체로 데려온 아숄루, 사보비치, 유터도 재정적인 문제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데려온 선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장재석을 잡을 수 있을지, 약점으로 지적되는 가드진 보강이 가능하기나 할지 의문이네요. 종목을 가리지 않고 고전 중인 삼성스포츠단처럼 기나긴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거 아닐지...
외국인선수에만 돈을 좀 더 쓸 수 있다면 다시 대권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엔 한호빈의 성장이 필수조건이지만요.
최진수와 이승현 공존 문제가 말이 나오더군요...김병철코치가 늦게 감독이 된 편인데 쉽지 않은 길인듯하네요.
일단 가드진은 박재현이 건강하게만 돌아온다면 이현민 안잡을수도 있어보여요
역할은 다르겠지만 김진유도 전역할테고요
좋은 글 잘보고갑니다 ㅎㅎ
좋은글 잘 봤습니다 저는 한가지만 뽑자면 우승시즌 대비해서 김동욱의 존재 유무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일단 당시에 상대2번에게 미스매치를 유발하면서도 수비에서는 허웅부터 함지훈까지 다막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커버해주었고 공격에서는 원할하지 않을때는 풀업점퍼, 그리고 동료를 살려주는 패싱이 포워드농구를 가능케 했다고 생각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투자에 인색하다고 소문난 경인지역 3인방(전자랜드, 오리온, KGC인삼공사) 팀들의 모기업에게 이미 농구단의 가치는 홍보에 지나지 않죠. 그중에서도 오리온은 제품의 특성상 어린이들에게 먹히니 노골적으로 선수단을 홍보수단으로 쓰는거 같습니다. 전자랜드 선수들은 비시즌마다 전자랜드 매장 지점 가서 봉사활동 후 팬사인회를 하죠. KGC인삼공사는 제품홍보면에서는 선수들을 활용하지 않지만 철저하게 돈쓸 구멍을 막고 돈을 조금만 많이 쓰게되면 성과를 내라고 스포츠단을 압박하죠. 성적과 관련된 외국인선수에는 70만달러를 쏟아부었지만 D리그 출전은 쓸데없는 비용이라 생각하는 기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