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만화 ‘미생’(전 9권)이 판매 200만부를 돌파했다고 26일 위즈덤하우스가 밝혔다. 바둑과 샐리러맨을 소재로 한 ‘미생’은 웹툰으로 출발해 2012년 단행본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지난해 10월 완간됐다. 지난달 드라마 ‘미생’이 방송되면서 밀리언셀러 고지를 밟은 데 이어 한 달 만에 또 100만부가 팔렸다. 40% 할인판매를 감안해도 신드롬이라 할 만한 속도다.
만화 '미생' 전집(왼쪽), 드라마 '미생'
드라마 ‘미생’은 현실감 넘치는 연출과 최적의 캐스팅, 가슴을 울리는 명대사가 어우러져 매회 자체 시청률 기록(6.1%)을 갈아치우고 있다. 독자는 30대 남성이 핵심이었지만 방송 이후에는 20대와 40~50대로 확장됐다. 여성 독자도 비율도 높아졌다. 드라마의 인기가 원작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샐러리맨 만화는 대부분 유머 코드지만 ‘미생’은 비장하다. 젊은 나이에 인생에 패배한 아이가 청년이 돼 회사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윤태호는 “바둑은 두고 나서 승자와 패자가 초연하게 복기를 한다. 그것을 경험한 사람이면 회사에 들어가서도 순간순간을 꾹꾹 눌러서 살 것 같았다”고 했다.
‘미생’은 애초에 위즈덤하우스가 윤태호에게 ‘샐러리맨 이야기를 바둑으로 풀어보자’고 의뢰해서 시작된 작품이다. 웹툰으로 태어나기 전부터 단행본으로 나올 예정이었던 것이다. 직장이라곤 다닌 적 없는 윤태호는 3년간 회사생활과 바둑 취재에 몰두한 뒤 2년간 웹툰으로 연재했다. 만화가 강풀을 비롯해 주변에서는 “웹툰은 젊은 사람들이 읽는데 바둑은 대중적이지 않다”며 그를 뜯어말렸지만 그래서 더 오기가 생겼다고 한다.
윤태호 작가 /김연정 객원기자
윤태호는 출판만화로 시작해 새 플랫폼인 웹툰으로 넘어간 만화가다. 1988년 만화가 허영만의 문하로 만화계에 입문했고 1993년 ‘비상착륙’으로 데뷔했다. ‘연씨별곡’ ‘야후 YAHOO’ ‘水上한 아이들’ ‘로망스’ ‘내부자들’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첫 웹툰 연재작이자 강우석 감독이 영화화한 ‘이끼’로 제1회 대한민국콘텐츠어워드 만화 부문 대통령상을 받았다. ‘미생’에서 일에 중독된 오 과장의 모델이 자신이라는 윤태호의 바둑 실력은 10급이다.
초단기간 200만 돌파 배경으로는 드라마의 인기 말고도 단순히 직장인과 직장 생활을 그린 ‘직장 만화’가 아니라 ‘인생 교과서’라는 평가를 얻을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들로 공감을 얻어낸 점, 치밀한 취재와 구성으로 현실감을 확보한 점, 경제 불황이 깊어지고 사회적으로 여러 이슈가 드러나면서 30~40대들이 자신에 대해 좀 더 깊이 성찰하게 된 점 등이 꼽힌다.
위즈덤하우스는 ‘미생’ 200만부 돌파 기념으로 28일부터 특별 보급판을 제작해 판매할 예정이다. 실용성을 강조한 이 보급판에는 윤태호 작가의 친필사인과 함께 등장인물 캐릭터책갈피 6종 세트가 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