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들이쉴 때나 몸통 돌리면
갈비뼈 근처 찌르고 쑤셔
무발진 대상포진 오진 많아
초기엔 소염진통제.물리치료
치료시기 놓쳐 만성 악화땐
항경련제.신경주사치료 병행
완치 어려워 조기 검사 중요
주부 이모씨(41)는 최근 남편과 함께 골프를 치러 갔다가 갈비뼈와 앞가슴 부위에 통증이 생겼다.
그저 오랜만에 운동을 한 탓이라고 여겼지만, 숨 쉴떄마다 통증이 심해져 병원에 갔다가
'늑간신경통(intercostal neuralgia)'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늑간신경통은 대표적인 근골격계 가슴 통증으로 갈비뼈 사이, 즉 근간신경의 분포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한다.
다양한 원인으로 늑간 신경에 염증을 일으켜 통증을 일으키는데 유병률은 15%로 흔한 질환이다.
흉곽을 구성하는 갈비뼈(늑골), 흉골, 흉추, 관절, 근육, 신경 등에 과도하거나 반복적인 힘이 가해지면
근육 수축이 심해져 인장력의 한계치를 넘게 돼 관절 접합부, 뼈, 근육 등에 병변을 초래해 근골격계 통증을 만든다.
이씨처럼 골프를 치건 무리한 운동을 한 뒤 갈비뼈와 가슴에 통증이 있으면 원인이 명확해 진단이 비교적 쉬울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원인 없이 가슴 통증이 있다면 심근경색과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내부 장기 질환을 떠올리지만
약 80%의 환자는 응급을 요하지 않는다.
이들 중 약 50%(21~49%)는 근골격계 질환이 원인이다.
스토흐켄들 내델란드 서던텐마크대 스포츠의학과 교수는 한 국제학술지논문(Chest Pain in Focal Musculoskeletal Disorders)에서 '심장이 원인이 아닌 가슴 통증 환자의 약 75%는 진단이 잘 되지 않고 통증이 지속되거나 재발해
불안장애나 우울증, 불면증까지 함께 나타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밝혔다.
문동언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의원원장(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 명예교수)은 '늑간 신경의 분포 부위를 따라
띠 모양으로 찌르고 쑤시며 화끈거라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는 무발진 대상포진' 증상과 비슷해 진료 현장에서 오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상포진은 주로 면역이 감소한 추운 겨울에 발생하며 얼굴, 몸통, 상하지 신체 어느 한쪽의 신경을 따라
띠 모양으로 통증과 발진이 나타나므로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상포진이 내장신경이나 자율신경에 침범해 피부에 발진이 나타나지 않는 '무발진 대상포진'도 많다.
문 원장은 '최근 극도로 피곤하거나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이 신체의 어느 한 쪽으로만 띠 모양으로 쑤시는
통증이 있으면 발진이 없더라도 대상포진 가능성을 의심해 하루라도 빨리 전문의를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아프기 수일 또는 일주일 전부터 감기는 아닌데 목이 따끔거리고, 미열이 나거나 코가 막히는 감기 증상이 있으며,
가슴이나 얼굴 등 신체의 한쪽 부위에만 감각이 예민해져 살짝 스쳐도 불쾌하거나 아프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해야 한다.
이와 달리 늑간신경통은 숨을 길게 들이쉬거나 기침과 재채기, 몸통 외에 저리고 감각이 둔하거나 예민해지는 이상감각을
보이기도 한다.
늑간신경통은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화되면 신경 손상을 초래해 치료가 어려운 신경병증통증(neuropathic pain)으로 발전한다.
원인은 스포츠 손상, 교통사고 등 외상, 흉곽 절개, 흉관 삽입, 유방 및 담낭수술, 골다공증 등에 따른 압박 골절, 디스크 수술,
갈비뼈 골절, 감염, 종양, 방사선 치료, 신경 포착, 나쁜 자세 등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늑간신경통은의 근본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 원장은 '숨을 들이쉴 떄나 몸통을 돌리면 갈비뼈 근처에 찌르고 쑤시는 통증이 갑자기 발생하면 늑간신경통을 의심하고
전문의를 찾아 진단과 치료를 해 만성 통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늑간신경통 환자 중 하부 흉추에서 나오는 늑간신경의 밀초지에 염증이 있으면 복부 통증을 일으킨다.
이 질환은 '전방피부신경 포착증후군'이라고 하며, 아직 의학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영국 웨일스대의 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애글러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논문을 통해 '소화기내과, 외과, 정신건강의학과를
비롯해 여러 진료과 및 전문의를 방문해도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잘못된 진단으로 복부 수술을 받는 일까지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흉부 7~12번의 늑간신경이 복벽 근육 떄문에 포착(포획)돼 심한 국부 신경통증을 일으켜 내부 장기가 원인인
복부 통증과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경포착은 복부 수술, 외상, 감염 등이 원인일 수 있지만 반복적인 구토나 격렬한 복부 운동, 임신 등도 만든다.
기침이나 재채기로 배에 힘이 들어가면 심해지며 손으로 아픈 곳을 눌러주면 통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늑간신경통은 병력 청취와 진찰, 영상 촬영, 핵의학검사, 흉부 CT와 MRI를 시행해 감별 진단한다.
치료는 초기에 소염진통제와 물리 치료 등으로 시작하지만, 통증이 심하고 만성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항 경련제와 항 우울제 등을 처방하고 신경주사치료(신경차단치료)를 병행한다.
신경주사치료는 신경염증을 줄이고 신경에 산소의 영양 공급을 증가시켜 자연 치유를 유도한다.
주로 시행되는 방척추신경과 늑간신경의 주사치료는 바늘이 닿는 부위에 폐가 인접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초음파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시행해야 한다.
항 경련제와 항 우울제 또한 신경 흥분을 감소시켜 신경 손상을 동반한 신경병증통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 예방 효과가 있다.
문 원장은 '손목터널증후군의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수압박리술(hydrodissection)을 신경 포착에 따른 늑간신경통 치료에
적용하고있다'며 '이 치료법은 초음파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국소마취제, 생리식염수, 5% 포도당, 조직재생주사 등을
압박되고 유착돼 있는 신경 주위에 투여해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신경 유착이 박리되면 신경에 혈류가 개선돼
산소와 영양 공급이 증가하므로 신경 염증이 치료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압박리술은 신경 압박의 정도가 심하거나 오랫동안 신경을 누르면 신경 손상이 비가역적으로 일어나 완치가 어렵다.
따라서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문 원장은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