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어린이책을 쓰고 출판하는 풍토를 가꾸고 어린이문학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워주기 위해 창비에서 마련한 제13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수상자가 다음과 같이 선정되었습니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1000만원과 함께 이딸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국제아동도서전 참관과 유럽문화기행 혜택을 드립니다. 수상작은 2009년 중 창비에서 출간되며 시상식은 2009년 2월말 열릴 예정입니다. 그동안 이 공모를 통해, 창작부문에서는 채인선(『전봇대 아저씨』), 이가을(『가끔씩 비 오는 날』), 박기범(『문제아』), 이미옥(『가만 있어도 웃는 눈』), 김중미(『괭이부리말 아이들』), 안미란(『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고은명(『후박나무 우리 집』), 김기정(『해를 삼킨 아이들』), 김남중(『기찻길 옆 동네』), 문선이(『지엠오 아이』), 이현(『짜장면 불어요!』), 배유안(『초정리 편지』), 김소연(『명혜』) 같은 작가가 등단하거나 새로이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또한 기획부문에서도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조은수), 『동무 동무 씨동무/가자 가자 감나무』(편해문), 『어진이의 농장 일기』(신혜원), 『과학자와 놀자!』(김성화, 권수진), 『요리조리 맛있는 세계 여행』(최향랑), 『발명, 신화를 만나다』(유다정), 『썩었다고? 아냐아냐!』(벼릿줄) 『레디, 액션! 우리 같이 영화 찍자!』(김경화) 같은 참신한 교양서를 발굴해 펴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제13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 창작부문(고학년): 이은정 「밥풀때기 공주」
- 창작부문(저학년): 오주영 「이상한 열쇠고리」
- 기획부문: 날개달린 연필 「사라진 세계기록문화유산의 비밀을 찾아라」
수상자 약력
이은정 1981년 겨울에 태어났으며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오주영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아동문학 전공 박사 과정에 있다. 한겨레 아동문학작가학교, 동화세상 동화학교에서 동화를 공부했고, 동화 공부 모임 ‘아이말꽃샘’, ‘동화야 놀자’, ‘멘토·멘티’, ‘아이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획집단 '날개달린 연필' ‘날개달린 연필’은 자유로운 상상과 즐거운 글쓰기, 행복한 책읽기를 목표로 하는 네 명의 동화작가(김은의, 이미지, 이유미, 박채란)가 모여 만들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을 기획 집필하며, 행복한 글을 세상에 전하려는 꿈을 꾼다.
심사위원
- 창작부문(고학년): 김상욱(아동문학평론가), 김제곤(아동문학평론가), 유은실(동화작가), 황선미(동화작가)
- 창작부문(저학년):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박숙경(아동문학평론가), 선안나(동화작가)
- 기획부문: 이지유(어린이 논픽션 작가), 조은수(어린이책 기획자, 작가)
창작부문(고학년) 심사평 창비의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가 올해로 열세해째를 맞이하였다. 사람으로 치면 온전히 성장해 제몫을 충분히 할 나이는 아닐지 모르지만, ‘열세살’이 된 창비의 이 공모는 연륜이 부족하지 않다. 그동안 우리 어린이문학의 발전에 적잖은 몫을 해왔기에 이 공모가 연륜에 값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 의미만큼 올해 투고된 작품의 편수는 그 어느 해보다 많았다. 고학년 부문에 총 102편(동시 36편, 동화 66편)이 한꺼번에 밀려든 것은 어린이문학 작가층이 얼마나 두터워졌는지를 실감케 해주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는 몇 가지 변화를 도모하였다. 먼저 창작 부문을 저학년, 고학년 부문으로 분리시켰다. 고학년 동화에 치우친 그간의 상황을 넘어서고자 하는 시도였다. 심사 과정 또한 예심과 본심 이원적으로 이루어지던 관행을 넘어 심사위원 모두가 응모 작품을 검토하여 본심 대상 작품을 가려내고, 다시 이를 모두 윤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혹여 주관적인 편견으로 빛나는 작품이 묻혀버릴 우려를 조금이라도 덜고자 한 것이다. 그 결과 심사위원들은 네 편의 장편동화와 한 편의 동시 모음집을 두고 본심을 진행하였다. 가려 뽑힌 작품은 판타지동화, 현실주의동화, 추리동화 등 갈래를 달리하며 약진하고 있었고, 동시 또한 결 고은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이 가운데 「‘못난이 길동 형아’ 외 53편」은 주목에 값하는 동시들이었다. 참신한 시적 발상과 개성적이며 자연스러운 호흡이 돋보였고, 발랄함과 절제라는 이질적인 측면들을 잘 조화시킴으로써 품격을 획득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 편들 각각의 수준이 다소 균질적이지 못한 채, 옥석이 뒤섞여 있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또한 말법에 치중한 나머지, 탐색하는 주제의 깊이가 부족하였다. 동화는 판타지동화인 「이모네 집」과 「“오월, 우린 약속했어.”」, 추리동화인 「귀신 잡는 방구 탐정」, 현실주의동화인 「밥풀때기 공주」 등이 본심의 논의 대상이 되었다. 이 작품들을 읽으면서 좋은 작품이 불러일으키기 마련인 궁금증, 곧 누가 썼을까하는 궁금함이 가시지 않았다. 이 가운데 「이모네 집」은 정돈된 짜임새와 날카로운 성찰의 언어가 돋보였다. 그러나 판타지세계로 옮겨가는 절박함이 부족하였으며, 인물들의 개성이 충분히 분화되어 드러나지 못하였다. 또한 사건이 시적으로 정제된 나머지 서사적 동력이 다소 부족하였다. 「“오월, 우린 약속했어.”」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꼬리 없는 돼지의 이야기였다. 역동적인 도입 부분으로 흥미를 불러일으켰으며, 동물에 기댄 알레고리임에도 현실감이 돋보였다. 그러나 주인공 돼지의 이야기는 독창성이 부족하였으며, 판타지와 현실의 접점이 명료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주인공들을 제외한 인물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은 채 획일화되어 있었으며, 묘사보다 설명에 주로 기대는 서술 방식도 아쉬웠다. 추리동화의 형식을 빌고 있는 「귀신 잡는 방구 탐정」은 우리 동화의 취약한 갈래임에도, 능숙하게 서사를 구조화함으로써 한껏 가능성을 펼쳐보였다. 믿음직한 작품이었으나, 전반적으로 작가의 목소리가 앞서나간 나머지 인물의 현실성이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인물이 쏟아내는 잘 정제된 잠언과도 같은 말이나 매번 완벽하게 해결되는 사건들이 낯설기도 했다. 끝으로 「밥풀때기 공주」는 우리 동화의 근간인 현실주의적 전통에 튼튼히 뿌리 내린 작품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이 머릿속에서 그려낸 듯 작위적이었으며, 서사의 세목들도 밀도가 동일하지 못한 채, 왕왕 긴장을 놓쳐 버리고는 했다. 저마다의 성취와 한계가 아주 명확한 다섯 작품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깊이 숙고하였다. 누구는 새로운 실험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으며, 누구는 안정된 구도와 표현이 중시되어야 한다고 했다. 오랜 논박 끝에, 심사위원들은 최종적으로 「밥풀때기 공주」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무엇보다 동화가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문학의 갈래이고, 참담한 현실과 맞서는 낙관적인 인물이 어린이문학에도 의당 필요하며, 그 인물이 너끈히 스스로의 생을 밀고 당기며 전진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 동의하였기 때문이다. 몇몇 두드러진 작품들은 손에서 놓기가 아까웠다. 그러나 이들 수많은 작가들이 다시금 힘을 내어, 새로운 시적 체험의 발견과 새로운 인물 형상의 창조에 기꺼이 나서 주리라는 희망 또한 의연히 존재하기에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건필하시기를 바란다. (김상욱, 김제곤, 유은실, 황선미)
창작부문(저학년) 심사평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저학년 부문이 신설된 것은 적절하면서 고무적이다. 지금까지 당선된 작품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독자 대상을 고려하지 않고 작품을 선정하다 보면 아무래도 고학년을 위한 강렬한 작품들이 뽑히기 쉽다. 어릴수록 체험과 인식의 폭이 좁고, 그들을 위한 작품 역시 상대적으로 아기자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 눈높이를 배려하여 좋은 원고를 따로 모집하게 된 것은 자연스럽고도 바람직한 일이다.
저학년 부문을 신설한 뒤 첫 공모임에도 불구하고 응모 편수가 꽤 많았다. 최종 마감된 총 88편의 작품을 김지은, 박숙경, 선안나 세 심사위원이 예심부터 최종심까지 검토하였다. 먼저 심사위원들이 응모 작품을 30편씩 나누어 읽고, 우수작품을 5편 내외씩 뽑아 목록을 제출하였다. 이렇게 하여 본심에 올라온 12편을 심사위원들이 모두 읽고, 각자 추천작 3~4편씩을 골라서 최종심 목록을 만들었다. 세 심사위원에게 공통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심에서 논의된 작품은 「창이가 영포로 간 까닭」,「놀기 대장 기철이」,「죽 한 그릇 」,「이상한 열쇠고리」네 편이었다. 이 가운데「창이가 영포로 간 까닭」은 잔잔한 문장과 감동적인 내용으로 가장 ‘동화답다’는 평을 받았으나, 어린이를 대상화하여 ‘바라보는’ 어른의 관점으로 표현된 점과 약간의 감상성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놀기 대장 기철이」는 요즘 어린이에게 필요한 호쾌한 ‘기상’과 ‘배짱’이 있는 주인공 캐릭터를 살려낸 점이 좋은 평을 받았으나, 각 편이 고르게 재미있지 않고 전개가 다소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제외되었다. 최종으로 「죽 한 그릇」과「이상한 열쇠고리」두 작품을 놓고 심사위원들은 적지 않게 고심하였다.「죽 한 그릇」은 민속적 소재를 자유분방한 판타지로 풀어낸 개성적인 상상력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눈길을 끌었고,「이상한 열쇠고리」는 저학년 어린이의 현실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와 깔끔한 환상성의 구현 능력이 돋보여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그러나 아동문학도 먼저 ‘문학’이어야 하고, 어른보다 ‘어린이’ 독자의 공감을 우선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이상한 열쇠고리」를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죽 한 그릇」은 애니메이션을 연상하게 할 만큼 영상 미학을 살린 반면, 비문이 많고 구성의 허점이 보이는 등 문학 자체로 아쉬운 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주영의「이상한 열쇠고리」는 어린이의 구체적 현실에서 소재를 찾되, 저학년 어린이가 보편적으로 가질법한 소망과 상상력을 정교한 환상장치로 구현해낸 솜씨가 예리하다. 어린이의 삶, 체험, 욕망에 맞닿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독자의 공감여지가 크다는 장점 외에도, 한 단어 한 문장 함부로 쓰지 않은 정갈한 문장도 돋보였다. 연령이 어린 독자를 위한 글일수록 평범한 일상도 크고 놀랍게 바라보는 어린이의 눈길, 마음에 작가가 보다 가까워야 하는데, 오주영의 작품은 저학년 대상의 동화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체현하여 보여준다. 어린이와 소통하는 작가로 계속 성장할 것을 믿으며, 대성을 빈다. 최종심에서 작품을 겨룬 작가들도 이미 남다른 자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계속 창작에 힘을 기울이다보면 앞으로 좋은 기회를 얼마든지 맞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당선자에게 큰 축하를 보내고, 아깝게 탈락한 작가들에게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김지은, 박숙경, 선안나)
기획부문 심사평 총 30편 가운데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다음 6편, 「역사문화로 살펴본 대문과 창문」 「냠냠뚝딱 실험 한 그릇-음식재료로 하는 실험 이야기」 「우리 수학 답사 여행 가자」 「사라진 세계기록유산의 비밀을 찾아라」 「끈으로 날다」 「비단벌레가 소곤소곤(‘우리문화 참 곱다’ 시리즈)」입니다. 본심에 올라오지 못한 작품들 가운데에도 기획 의도가 좋지만 다루는 주제가 지나치게 국지적이거나, 또는 거시적인 내용이 다소 거칠게 다루어졌다는 한계 때문에 내려놓은 작품들이 있었음을 밝힙니다.
「역사문화로 살펴본 대문과 창문」 「비단벌레가 소곤소곤」은 우리 문화유산 가운데 독특한 소재를 잡아 전체를 들여다보는 기획 의도가 좋아 보였으나 기존의 정보들이 다른 범주 아래 헤쳐모인 듯하고, 작가가 우리문화를 보는 시각이라든가 어린이들이 이토록 전문적인 정보를 알아야 할 까닭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했습니다. 「비단벌레가 소곤소곤」은 특히 전체 기획의 이름으로 들어간 비단벌레의 역할이 정작 내용 안에는 없는 점, 얼굴을 다루는 내용 가운데 얼굴이 아닌 다른 부분을 구색 맞추기로 모아놓은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냠냠뚝딱 실험 한 그릇」은 생물해부학을 떨어져 살게 된 한 가족 이야기를 통해 재미나게 다루었으나, 그 다루는 내용이 생물교과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끈으로 날다」와 「우리 수학 답사 여행 가자」는 끝까지 고심한 작품입니다. 「끈으로 날다」는 물리학 이론을 소설로 들려주고자 하는 대담한 시도에 비해 내용의 허술함과 작가가 지목하고 있는 15세 청소년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 치명적인 한계로 지적되었습니다. 「우리 수학 답사 여행 가자」는 우리나라 옛날 사람들의 수학 운용을 문화유산을 통해 찾아본다는 기획 의도는 훌륭했으나 어린이 수준에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는 대목들과 실제 답사는 불국사, 첨성대, 석굴암, 무량수전 정도에 그치고 나머지는 우리 겨레 수학 이야기에 맞춰 문화유산들이 채워진 듯한 점이 걸렸습니다. 「사라진 세계기록유산의 비밀을 찾아라」는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 형식으로 우리나라 기록유산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려주는 원고입니다. 어린이의 흥미를 끌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내용이 충실하고 기록유산을 빼앗긴 사실 속에서 제국주의 역사를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신문이라는 틀로 기록유산에 얽힌 다면적 사실들을 재미있게 들려주며 금속활자를 직접 찍어보면서 금속활자와 목판의 차이를 확연하게 알려주는 등 여러 서술 장치를 통해 다채롭게 구성됩니다. 흥미롭게 읽다보면 우리 기록유산의 뛰어남을 자연스레 알게 되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외계인과 박물관장의 협잡이라는 이야기 얼개가 작위적이며 실제로 책 전체를 이끄는 데 부족함이 있습니다. 이런 점은 보완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분량의 기록유산에 대한 새롭고 다면적인 접근이 어린이책의 두 가지 요소, 재미와 가치라는 두 가지 면을 훌륭하게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이지유, 조은수)
* 수상 소감과 심사평은 계간 『창비어린이』 2008년 겨울호(11월말 출간 예정)에 실립니다. * 수상작은 2009년 중에 창비에서 출간합니다.
2008년 11월 14일 (주)창비 |
첫댓글 꿈의 무대 창비...좋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