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구실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많이 하고 듣습니다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높은(?)사람들은 그게 더 어려운가 봅니다.
오늘 이야기는 '구실'입니다.
훈몽자회에 '官'과 '公'을 각각 '구의 관', '구의 공''이라 씌어 있습니다.
'구실'이라는 말은 하급관리를 뜻하는 '구의'에
행위를 이르는 접미사 '질'이 붙은 '구의질'이 변한 말입니다.
하급관리의 주된 일이 세금거두는 일이어서 그런지,
세금을 내야하는 백성의 입장에서 볼 때 그렇게 보인 것인지 모르지만
세금 거두는 일을 '구의질'이라 하게 된 것입니다.
두시언해에 '구위실', '구의실', '구우실'로 나오는 데요.
'구우실'이 '구실'로 변한 말입니다.
여기에 다시 '아치'를 붙여 세금거두는 벼슬아치를 '구실아치'라 했습니다.
'구실'은 '세금'을 뜻하는 말로도 쓰이게 됩니다.
'온갖 구실'이라는 말이 있죠.
그래서 오늘날에 '역할'이라는 뜻과 '명목'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입니다.
'핑계'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이 때에 쓰이는 '구실'은 한자어 '口實'입니다.
'구실(口實)'을 사전에서는 [핑계를 삼을 만한 재료. ‘핑계’로 순화.]라 써 있는데요,
'핑계'나 '빌미'와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자 '口實'은 두 글자 모두 잘 아는 글자죠?
그런데 자해(字解)를 하면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어려울 겁니다.
'實'이 '열매 실'이라 '입열매'라 해석하면 얼토당토 않는 말이 되고,
열매는 그 속이 차있기에 '眞'과 같은 뜻으로 '참'이라는 파생된 뜻이 있지만
'입에 차다'로 해석해도 말이 안 되긴 마찬가지입니다.
'實'은 '열매'나 '참'이라는 뜻 외에도 '맞게하다', '밝히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구실(口實)'은 어떠한 사실을 입에 맞게 꾸며 질타하거나 벌을 주는 '빌미'의 뜻과,
입으로 밝히는 변명(변명의 원 뜻은 '밝게 밝힘'이라는 뜻임.)의 의미를 가진 '핑계'의 뜻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남이 장군은 여진토벌 때 지은 그의 싯구가 구실이 되어 유자광의 모함으로 죽임을 당했고,
진 무제 때 이밀은 늙은 할머니의 봉양을 구실로 태자세마 자리를 사양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답니다.
나의 언행의 누군가에게 구실이 되지 않기를 비손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