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山河)가 부르기에 골따라 찾은 발길 화전밭 도는 길에 나목(裸木)들 열병(閱兵)하고 수줍은 새색시인가 엷은 미소 반기네 무채색(無彩色) 협곡(峽谷)에 된바람 일어나니 차가운 진눈개빈 병풍바윌 때린다. 늦은 밤 상쾌함으로 별빛은 휘달리네 적막한 산그림자 눈부신 아픔있어 흰구름 쪽빛하늘 머리 위 받쳐이고 밤새껏 푸른 달빛에 부대끼고 있나니
매 미
남 기 형 (애기똥풀)
흐르는 강물과 움직이는 들이 내려다 뵈는 미루나무 고개에서, 매미는 세월을 울었다. 千年을 울어도 풀리지 않는 시름이 있어, 억새 풀섭을 기는 살모사가 혀를 빼무는 시간에도 그저 울어야 만 했다. 무엇이고 그냥 스치고 지난 것은 아니었다. 개나리 봇짐을 벼개하여 한잠을 늘어지게 쉬고 간 나그네도, 열두 구비 고갯길에서 스러져 버린 구름도, 시원하게 불고간 바람도, 그 어느 것 매미의 눈물을 씻을 수는 없습니다. 저마다 저대로의 모습을 남기는 것일 뿐 목숨마다 삶을 보태기에 슬기로운 걸음을 재촉하는 시간에도 홀로 울어야만 배기는 매미 하늘 땅이 권태에 지쳐 없어질 때까지 한사코 울어야만 하는 것이다.
가 을 과 항 아 리
남 기 형 (애기똥풀)
얼마나 푸른 하늘입니까. 장독대 위에 항아리들이 큰입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시원스레 웃고 있습니다. 코스모스가 항아리 옆에서 하늘을 향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추잠자리들이 햇빛 반짝이는 항아리 옆으로 와 살짝 앉아봅니다. 나도 간장 항아리 속에 드리운 구름을 봅니다. 언제나 항아리 속엔 가을로 가득 차 있을 겁니다.
별
― “별”을 읽고 ―
김 은 영 (작은앵초 / 성남여중 학생)
미녀 스테파네트와 아가씨를 짝사랑한 뤼브롱 산의 양치기 어느날 스테파네트 양치기 식량주러 올라 와 어두운 그림자에 쫓겨서 양치기에게 돌아간다 심술이 난 강에 가지 못하고 지쳐있는 몸에 가지 못한다 바들바들 떨고있는 몸을 감싸 안아주고 바들바들 떨고있는 마음을 감싸 안아주는 양치기 '7월의 밤은 아주 짧아요. 조금만 참으면 돼요. 아가씨...' 양치기의 보호를 받고 있는 한 마리의 양처럼 양치기의 보호를 받고 있는 어여쁜 아가씨 목장 안에 쉬게 해도 밤의 나라가 반겨주지 않는지 깨끗한 모피가 감싸줘도
어딘가를 반겨주지 못하는지 울타리를 열고 나와 양치기 옆에 앉는다 하늘을 바라보는 눈동자와 순수한 목소리로 빛나는 보석에 대해 물어보는 오랜 친구 별에 대하여 다정히 답하는 별은 양치기에게 기대어 잠들고 양치기는 별빛에 기대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을 노래한다
■ 수 필
수 염
변 영 숙 (금낭화)
이천 일 년 새해 첫날 아침 첫 미사에 참례하고 오후 한 때 함박눈이 펄펄 날리는 창밖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설레임으로 가슴 부풀어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으나 지난 해에 끊지 못하고 끌고 온 지독한 독감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데 “ 난 그저 눈만 오면 기분이 좋아 !” 하고 온통 하얀 동화속에 도취해 있는데 재영이가 갑자기 큰 소리로 “ 엄마 ! 엄마 빨리 이리 좀 와 보세요!” 다급하게 불러 가보니 포켓볼 게임에 정신없는 재민이 코밑을 가리키며 “ 엄마 ! 오빠 수염이 났어요 ! 히히히 어머 ! 신기해라 ! 헤헤헤” 극성스런 재영이 호들갑으로 내가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재민이 옆에 비켜서 보니 정말 코밑에 거무스름하게 수염이 나 있었다.
“ 아이구 ! 재민이가 벌써 다 컸구나 ! 이젠 우리 재민이도 의젓한 청년이 돼 가는거야 !” 하며 등을 토닥거려 주니 컴퓨터만 쳐다보는 재민이는 상기된 얼굴로 빙그레 웃는다 .
아직도 내게 보이는 재민이는 세 살 적 애기얼굴이다 .
그러나 어느 누구보다 재민이의 성장을 기뻐해주고 싶었다 .
“ 오빠 ! 내가 자동면도기 꼭 선물 해 줄게 ! 알았지 ?” 재영이의 명랑한 애교가 오누이간 다정하고 무척 귀여워 보여 요즘 아이들의 구김살없고 거침없는 감정표현이 맑아 정말 부러워 내 뇌리에 나의 어린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
농촌에서 여동생 한 명과 남동생이 다섯 명인 난 어려서 책이고 노트고 남아나질 않았다 .
잡히는 대로 찢고 크레용으로 긋어대고 많은 농사일에 힘들어 하시는 어머니는 내등에 동생을 엎히고 포대기를 대고 하얀 광목띠를 허리에 칭칭 감아 올려 힘껏 잡아당겨 질끈 묶고 온 종일 지내는데 애기가 등에서 지쳐 잠들면 업은 채로 같이 아무데나 엎져 잠들곤 했다 .
동생들이 조금 커서는 내게 새 신발이 생기면 어김없이 하룻밤 자고나면 나의 새 신발이 없어진다 . 아침 일찍 나보다 먼저 얼른 신고 나가 학교에서 축구하고 온 종일 동네방네 다 쏘다녀 마치 논에서 일하고 온 것처럼 황토에 푹 빠져 흙덩어리가 된 내신발을 신고 나타나 슬금슬금 내 눈치를 살피며 “ 누나 ! 미안해 ! 어쩌지 ?” 하는 말에 나는 화가 치솟아 “ 임마 ! 어쩌기는 어째 ? 너 가져버려 !” 하며 소리치는 나에게 “ 누나 ! 고마워 ! 우리 큰누나 최고야 ! 야 ! 신난다 !”그러기를 다섯 동생이 차례차례 아 ! 나의 소망은 동생들이 얼른 자라는 것이었다 .
형제 많은 우리집에는 언제나 동네 아이들이 북적대고 뒷동산에 몰려 다니며 숨바꼭질도 하고 동네 큰 아이들 따라 야산에 솔방울 따러(우리집은 대농가라 땔감과는 상관 없었다)갔다가 작대기 들고 쫓아 오는 산지기에 놀라 “ 걸음아 ! 나 살려라 !”하고 동생 손 붙잡고 죽어라 도망 쳤다 .
논둑 밭둑가에 핀 나순게 씀바귀 달래 들미나리 캐러 다니고 냇가에 핀 닭의장풀이 마치 남색전복에 남색복건 쓴 귀여운 초립동같아 반하고 쟁기로 논 갈아엎을 때 동네아저씨 따라다니며 미꾸라지 잡고 논물에서 우렁이와 물방개 올챙이 잡아 병속에 넣어 놀고 이른 아침에 텃밭 탱자나무 울타리에서 탱자꽃이슬 먹고 사는 달팽이 보러가고 탱자 따다 새총놀이 하고 산으로 들로 메뚜기 방아깨비 소금쟁이 고추잠자리 쫒아다니고 배추꽃 무꽃에 날아 다니던 노랑나비 흰나비에 황홀했던 어린시절은 오월 햇살처럼 눈부셨다 .
올망졸망 동생들과 함께 자라던 나의 참소망은 마침내 막내동생이 초등학교 졸업하면서 이루어졌다 .
훌쩍 커버린 동생들 !
이젠 제일 작아진 큰누나 새 신발에는 관심도 없고 눈길조차 주지않는다 .
동생 모두 훨칠한 키에 다리고 손등이고 털도 많이 나고 수염도 사흘만 깎지 않으면 털보 아저씨가 되는 든든한 성인이 다 되었다 .
재영이가 애기 때 충북 단양 금수산 줄기 산골짝에 있는 할머니집을 찾아가는데 너무 힘들어(나와 재영이는 차멀미가 아주 심해 기차를 이용했다) 청량리 기차역까지 막내동생이 재영이를 안고서 바래다주는데 재영이는 삼촌 턱수염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자꾸 잡아당기었다 . 요며칠 전 우리집에 온 막내동생은 “ 아 ! 이녀석이 그때 언젠가 내 수염을 다 뽑더라니까 ! 임마 ! 너 애기 때 생각나니 ? 어휴 ! 너 때문에 정말 혼났다 !” 말하니 한달 후면 중학교 졸업을 하는 재영이는 눈이 휘둥그래지며 “ 삼촌 ! 제가 정말 그랬어요 ? 헤헤” 이렇게 다 자란 모습을 지켜보는 나에게 세월의 무상함과 함께 힘들었던 날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
성인이 되어 먹고 사는 일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가에 대한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 수염이 대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다”라는 말처럼 양반의 체통 앞에서도 삶의 기본은 의식주 해결이 우선이다 .양반의 수염만 바라보고 살수는 없는 것이다 .
과거 우리나라 수염을 보고 그 사람의 신분을 알수 있었다 .
수염이 비단실같이 윤기가 나고 근사하여 위엄이 있어보여 감히 접근 할 엄두조차 못낸다면 그는 분명 어느 세도가의 양반일 것이다 .
멋있게 기른 수염을 한손으로는 천천히 쓸어내리며 많은 하인들을 거느리고 나타나는 지체 높은 벼슬아치 그저 멀리서 우러러 볼뿐이다 . 과거 양반의 위세가 얼마나 크고 좋았던지 부러워 평생 죽도록 벌어들여 상당한 재산을 모은 어느 상민은 재산을 다 털어 벼슬을 사 양반 행세 하기를 소원하기도 했다 .
여유가 있는 양반 중에는 양반행세만 앞세우고 두손 뒷짐 지고 “ 그래도 난 양반임네 !” 하고 놀기 좋아하며 게으른 한량 양반도 꽤 많아 나라 살림에 타격을 주고 종국에 가서는 망국의 원인 중 하나였다 .
반면 농사꾼이나 대장장이 도공들 보따리장사꾼 떠돌이 소금장수 백정은 힘든 일에 묻혀 수염간수가 무엇이냐 ? 그저 목숨 부지하기 위해 소작농이라도 붙일 수만 있으면 천만다행이다 이런 평민이나 천민은 생산적인 일을 전적으로 다 감당하고 나라 지키는 일도 도맡아 앞장을 섰으니 과거 양반들은 높은 곳에 앉아 국가정사를 관장하고 멋진 수염을 기르고 누리는 권세만큼이나 양반들의 망국의 책임은 참으로 크다 할 것이다 .
현재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가들은 수염을 기르는 양반이 없어도 앉은 자리의 위치에 따라 책임이 따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
동물로는 호랑이수염 고양이수염 쥐수염 고래수염 새우수염 또는 촉수 역할을 하는 곤충들의 수염이 있고 식물에서도 벼 보리 밀 옥수수 따위의 낟알 끝에나 사이에 가늘게 난 가시랭이나 털이 있다 .
그리고 수염이름이 붙은 꽃도 있다 번식력이 매우 강해 농작물에 해를 주는 수염가래꽃 수염골풀 연못의 물속에 나는 여러해살이 물풀인 수염마름이 있고 현삼과에 딸린 반기생 한해살이풀로 수염며느리밥풀 등이있다 .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수염은 성숙한 남자의 입가나 볼 그리고 턱 뺨에 나는 털이다 .
또한 몸의 기운이 몸 밖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는 이도 있어 털이 많은 것을 보고 야성미가 넘친다거나 기가 세어 보인다고 한다 .
누가 가장 멋진 수염을 가졌을까 ?
찰리 채플린의 짧은 콧수염은 작달막한 키에 아주 잘 어울려 희극배우로써 누가 뭐래도 최고라 할만하다 . 후대 사람에게 그가 위대하게 비쳐지는 것은 뛰어난 그의 연기력이 훌륭해서만이 아니고 더군다나 웃기게 생긴 외모는 더욱 아니었다 .
그는 예리한 통찰력으로 미래를 예견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희극으로 보여줌으로써 시대를 앞서가는 놀라운 능력이 있었다 . “위대한 독재자”를 쓴 그는 어느누구 비할데 없는 훌륭한 예술가로 진정한 멋쟁이다 .
찰리 체플린과 아주 흡사한 콧수염은 그와 너무나 상반된 인물로 제2차세계대전을 일으켜 전인류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고 엄청난 불행을 안겨준 아돌프 히틀러의 수염이다 .
그 이름만 들어도 그의 짧은 콧수염에서 당시 그를 추종하던 게슈타포의 군화소리가 들리는 것같아 소름이 끼쳐 한여름에도 몸이 오싹하다 .
히틀러가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마음씨 착한 화가아저씨로 평범하게 살았더라면 어쩌면 그의 광기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 아 ! 나만의 환상인가 ? 안타까움인가 ?
미국 문학 최대 걸작 중의 하나인 1851년에 간행된 멜빌의 대표적인 소설 “ 모비딕 ”은 웅대한 바다의 서사시적인 작품으로 화가 출신인 존휴스톤감독은 영화 “ 모비딕 ”에서 바다를 무대로 펼쳐지는 장대한 시각적 표현에 흰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잃고 끈질긴 복수의 집념을 불태우는 강하고 괴팍한 염세주의자 에이합선장역으로 명연기자 그레고리팩을 택하였다 .
그는 다른 영화에서는 아주 지적이고 깔끔한 인상으로 전형적인 신사풍인 그가 까만 구레나룻이 볼의 반을 덮고도 남아 어디서 어디까지 머리칼이고 수염인지 모르게 얼굴을 싸고 있어 에이합 선장은 더욱 고집이 세고 강렬해 보였다 . 흰 고래를 쫒아 드넓은 대양을 헤메고 다니면서 험난한 항해를 하는데 바다에 떠 다니는 얼음산처럼 큰 괴물 흰 고래와 여러번 맞닥뜨려 보트에 옮겨 타고 작살로 덤벼 싸우는데 죽음에 대한 공포로 선원들은 에이합 선장에 반란을 꾀하지만 “ 에이합 선장은 유령이다 ”라고 떠도는 말처럼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끌려 끝까지 죽이지 못하고 에이합선장의 뜻을 따른다 . 이 영화에서 메플 신부 역으로 나오는 오손웰스의 수북하게 난 수염은 그답고 차라리 고전적으로 보인다 .
수염에 색깔이 있다면 ?
빛나는 푸른 수염은 어떤가 ?
매력적인 푸른 수염을 보고 호기심에 뭣 모르고 달려드는 뭇 여인들의 호감을 온통 독차지 하는 푸른 수염의 사나이는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독버섯이다 .
프랑스의 빼로는 민간 전승 설화를 바탕으로 쓴 “ 푸른 수염의 사나이 ”를 1697년 발표함으로써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는데 푸른 수염의 사나이가 6명의 아내를 죽이고 시체를 한 방에 은닉하여 둔 것을 그의 여행 중 일곱 번째 아내가 발견하여 그의 형제에 의해 마침내 푸른 수염의 사나이가 살해된다는 이야기다 .
깊은 산중에서 도를 닦아 신선 같은 도사님은 오른손에 지팡이를 들고 길게 늘어뜨린 흰 머리칼에 하얀 눈썹꼬리가 치켜 올라가고 긴 흰수염을 바람결에 휘날리며 이산 저산 날아다니는 장면은 어느 영화의 장면이더라 ?
죽을 것 같은 위태로운 지경에서 절박한 순간을 만나면 바람처럼 나타나 구해주는 도사님은 어느 나약하고 가엾은 자의 구세주다 .
동네 윗어른들의 위엄과 권위는 선비다운 갓 속에 숨겨진 상투와 가지런한 긴 수염 그리고 한복을 정갈하게 차려 입으시고 풋내기 청년이 눈에 거스르거나 예의에 벗어난 행동을 보면 금방이라도 불호령이 떨어질듯 눈을 부릅뜨고 “ 에헴 !”하는 큰 기침에 정신을 번뜩 차리게 된다 .
옛 서당에서 갓 쓰고 하얀 두루마기 입으시고 엄하게 사서삼경을 가르치시는 훈장 선생님의 수염은 싸리나무 회초리만큼이나 매서워 보인다 .
인간이 살아가는데 지켜야 할 도리와 의리 그리고 부모님께 대한 효도 옳고 그름의 판단력 삶의 처세술과 지략과 용맹의 세계를 말한다면 드넓은 중국대륙 이야기을 빼놓을 수가 있으랴 ?
나에게는 중국에서 시집 온 올케가 있다 .
처음에 만나서 서로 호기심도 궁금한 것도 많아 이이야기 저이야기 나누는 중에 한국인들은 삼국지를 아주 좋아하고 많이 읽는다고 했더니 그러냐고 하면서 중국인들은 수호지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
기왕 삼국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즉 삼국지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어디 있을까 ?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처럼 다양하고 멋있는 인물은 없을 것이다 .
더군다나 역사의 한 가운데 서는 사나이들의 이야기라면 중국 대륙이 좁다하고 활거하는 내노라하는 영웅호걸들의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통쾌하다 .
중국에서는 시대에 따라 어떤 인물을 더 좋아하는가는 조금 차이가 있다 .
송나라 때 소동파가 쓴 수필에 아이들이 삼국지 얘기를 듣고 열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유비가 패하면 눈물을 흘리고 조조가 패하면 박수치며 좋아했다고 한다 .
원나라 때는 그시대에 간행된 <신전상삼국지평화>에서 유비를 선인으로 다루었으나 장비를 주인공으로 했는데 그당시 호걸 장비의 이야기가 가장 인기가 좋았다한다 .
원나라 말엽부터 명나라 초엽에 활약한 작가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에서 큰줄거리는 원의 간행본인 <삼국지평화>와 다르지않으나 주인공이 장비에서 제갈공명으로 바뀐다 .
관우는 송나라 때부터 그의 의를 높이 받들어 무신으로 영험의 신으로 민중 신앙의 대상으로 추앙 받는다 .
제갈공명은 예지의 인물로 상징되는데 남병산에 칠성단을 쌓고 “ 불어라 동남풍아 !” 하고 기도를 올려 조조의 대선단을 불태워 적벽대전에 승리를 가져왔던 제갈량의 지략과 힘은 어디서 올까 ? 그때 제갈공명의 일곱 가닥을 지어 길게 뻗은 수염과 머리칼이 불어오는 동남풍에 얼마나 멋있게 휘날리던가 !
키가 7척이요 눈은 가늘며 긴 수염을 하고 있는 그는 맹덕 조조라 머리가 좋아 꾀가 많고 총명하고 권모술수에 능하고 의심이 많고 배반을 잘하여 그의 잔인함을 보고 그에게 충성을 바치던 자들이 속속 조조 곁을 떠났다 . 예나 지금이나 인물평은 크게 다를바 없고 후대 남겨진 책이나 초상화나 영화에서 그려내는 그 인물 됨을 외모에서 미루어 짐작하는 당대 최고의 영웅들 빛나는 성품과 활약에 따라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 삼국지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 밭에서 형제의를 맺은 도원결의는 언제 들어도 봄날의 훈풍과 같다
버드나무 둥치보다 더 넓은 어깨 머리로부터 턱까지 빈틈없이 새까맣게 윤기나는 수염은 뻣뻣하게 돋아나 있고 모란처럼 붉은 입으로 술을 항아리 채 들고 마시는 거인은 익덕 장비다
한나라 황제인 경제의 현손 유비는 탁현 누상촌에 농부로 살면서 난세에도 어머니 차를 구하러 황하에 갔다가 황건적에 포로가 되기도 했던 효자로 소문나 있고 잘 생기고 늠름한 그 청년은 귀티가 났다
현덕 유비는 사마휘가 천하를 다스리려면 복룡 봉추 중 한 사람을 얻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와룡강의 공명 제갈량을 만나러 세 번이나 예를 갖추어 찾아가 만나니 유비가 이룬 삼고초려의 인내와 덕망은 누구도 따르기 힘든 현자의 모습이다
내가 먼저 올케에게 삼국지에 나온 인물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그때 서슴없이 관우라 말하고 다시 나에게 누굴 좋아하느냐 되묻길래 나는 현덕 유비라고 했다 .
나와 올케 사이 그때 물음과 대답은 그들의 수염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지만 관우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는 관우의 의리와 함께 그의 길고 멋진 수염이 생각났다 .
중국에서는 관우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단다 .
서당의 훈장 출신으로 관우의 외모는 키가 장승같고 수염이 가슴을 덮어 배꼽에 닿을 듯 길고 누에 눈썹에 봉의 눈을 가진 위풍당당한 장수의 모습이다 .
사수관에서 처음으로 낙양군과 의군이 싸우는데 동탁이 이끄는 부하장수 중 키가 9척이요 호랑이 같은 몸집에 이리 같은 허리와 표범 같은 머리에 원숭이 같은 팔을 가진 관서출신의 화웅이 있었다 .
낙양군 대장 화웅은 손견을 치고 그 여세를 몰아 원소와 조조 앞에 나타나 그와 상대 해주는 장수들을 하나씩 죽이니 원소와 조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누군가 나가 화웅을 잡아올 장수 없나 절박하게 찾는데 원소와 조조 앞에 첫 대면의 유비 아우 관우가 나서니 조조가 관우에게 술을 따라 주며 권하니 관우 술잔을 그대로 받아 자리에 놓고 82근의 청룡언월도를 옆에 끼고 위풍 당당 하게 말을 질풍처럼 달려 긴 수염을 바람에 날리는가 싶더니 사라져 조금후 화웅의 머리를 들고 나타나 탁상에 놓고 아까 받은 술을 단숨에 마시니 그 술은 아직 따뜻했다 .
삼국지를 다 읽는 동안 관우가 전장터에서 긴 수염을 휘날리며 적토마를 타고 달리는 영웅호걸 모습이 떠오르면 상상만 해도 정말 멋지다.
중국인들은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중 누가 제일 좋냐고 물으면 당연히 관우라 한다 . 그만큼 관우는 중국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인물이다 .
그의 어떤면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 하는 물음에 그들은 당연히 관우의 의리라 말한다 . 삼국지에 나오는 난세에 천하를 호령 하던 영웅호걸의 인물 표현 중 각종 영화나 그림 만화에서 인물의 성격과 역할에 따라 어느 부분 못지않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눈썹과 수염이다 .
책을 통해서 수많은 인물들의 개성과 품위를 마음속에 그려보고 상상하는 꿈의 세계에서 우리는 무궁무진 자유로웠고 꿈과 이상은 아름다웠다 .
그 사람의 인물됨은 외모에 있지 않음은 당연하다 . 그 어느 누가 수염만을 보고서 감히 그사람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말하겠는가 ?
오대산 소금강 산행기
이 영 숙 (얼레지)
저 아득한 산 아래
산너머 산이라고 아우성치던 중년여자
늦으나마 자연을 통해 곱고 어여쁨을 낯익게 바라봄이
다행한 일이라 위로하면서 어렵사리 큰 산을 탐하니만치,
누가 이 설렘을 훔칠까 조용히 숨죽여
오르던 산행들머리는 진고개 매표소 옆을 시작하여
낮은 곳엔 이미 지고 말았을 어린 꽃들이 처음부터
산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나갔을 대간길
약하고 가여운 자들을 위하여 신은 이 오묘한 자연을 허락함이 얼마나 큰 자비인가.
일행과 온갖 풀꽃 이름을 익히며 지루함없이 얼마를 올랐을까
정상을 예고하는 급경사에 10여분 땀을 식히고 가득한 설렘으로 정상에 오르다.
오랜 돌풍에 시달렸을 시름도 잠재우고 말끔한 차림으로 몸을 내민 노인봉
화강암으로 이룬 마치 백발노인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으며 그 모습 중후하기 이를 데 없었다.
9명의 친구들과 오랜만인 해후로 정상에 오른 기념촬영을 하고 점심식사 장소를 노인봉 산장으로 정하였다.
언젠가 매스컴을 통하여 본 산장지기는 나그네의 말을 모두 받아주다 조금은 지쳤던지 느낌과는 달리 무뚝뚝한 말투가 아이러니 했다.
점심을 마치고 난 기이한 그만의 철학을 다시금 훔쳐보고 싶은 충동을 뒤로하며 긴긴 하산을 시작하였다.
모두 배가 부른 터라 험준한 돌산을 내려가기에 버거웠던 지 일행은 말이 없고 이따금씩 힘든 한숨만 토해내고 30여분을 내려왔을까
오솔길 모퉁이 나란히 앉아 기념촬영을 핑계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하행길, 산허리를 타고 급경사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는 몸체
낙영폭포의 가녀린 저 물줄기도 이리 힘들까
굽이굽이 말없는 산하여!
내 가까운 이가 옆에 있다면 푸념하고픈 고단한 길이구나.
어디 만큼 갔을까 뒤에서 부르는 이들 일행은 쉬어가자 부른다.
다시 거슬러 오르기도 힘겹고 홀로 쉬는 시간도 나름대로 맛이 있었다.
소금강에서 / 이 영 숙
만물상
척박한 돌사이
꼿꼿한 소나무여
산짐승 험악한 위협에도
너의 외로움 몰라라
바람도 지나치고
물살도 지나치니
험준한 오름길 마다않고
천년의 지조로
우뚝선 소나무
산하를 호령하네
다소곳한 무릉계곡
옥빛이나
내세우지 않는 겸손으로
구룡폭포 풍광 아래
여울같은 내 우정아
...
긴 여정 7시간 가까이 걸었을까.
금강사라는 아담한 절, 이제 막을 내리는 신호다.
신도들은 뒷날 초파일 떡 만들기에 분주하고,
한 친구 그들에게 떡매를 치어주겠다고 여담을 한다.
서로에게 소홀함이 없었는지 아쉬움을 남기며 소금강
산행의 일정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고 또 한차례 진부 유지인 한 친구를 불러 개구리 울음이 울릴 시간까지 함께 하고도 우리는 아쉬운 뒷얘기를 남기고 돌아왔다.
2005년 어느 봄날에 -얼레지-
■ 독 후 감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①
김 은 영 (작은앵초 / 성남여중 학생)
주인공은 공산당의 대장 뻬뽀네와 자유주의 신부님 돈 까밀로 그리고 돈까밀로의 영원한 조언자 예수님이다. 이들은 만나기만하면 정치 얘기로 빠져들어 말다툼, 주먹질 등 온 갖 싸움들은 모두 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가 어려운 상황에 있으면 돕고, 못 보면 보고 싶어하는 우정을 가졌다. 나는 지금 이런 속수무책 둘의 여러 가지 이야기 중 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돌려 본다. <돈 까밀로와 뻬뽀네의 공동 작업> 빠죠띠 영감의 소유 그란데 농장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큰 최신식 농장이였다. 빠죠띠 영감은 혼자 살았고 농장의 대 식구들은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그런 어느날 농장에서 일하던 일꾼들이 반기를 들었다. 빠죠띠 영감이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란데의 노동자들은 빠죠띠가 처우개선책을 받아들일 때 까지 동맹 파업을 선언하였고, 읍장 뻬뽀네는 직접 파업을 지휘하며 감시조를 만들어 통행을 금지시켰다. 또한 농장의 파업을 어기는 사람에게는 반역자 취급을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파업을 선언한 이후, 먹이를 받지 못한 100여 마리의 암소들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크게 울었고, 참지 못한 돈 까밀로는 예수님의 말씀에도 이 사건으로 나중에는 소들이 죽어 사람들 마져 피해를 볼 것이라며 성당을 뛰쳐나가 농장으로 몰래 들어갔다. 그리고 말라있는 시멘트 수로를 타고 농장 안으로 조심조심 들어갔다. 그 때, 반대편 수로에서 "멈춰라"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돈 까밀로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 뻬뽀네라는 것을 알고 협상하여 함께 들어갔다. 그리고 시끄럽게 울어대는 암소들의 여물통에 건초를 나누어 주고, 물도 주었다. 뻬뽀네는 투덜거리면서도 돈 까밀로를 도왔다. 뻬뽀네는 인민을 위하여, 돈까밀로는 하느님을 위하여 일을 하였다. 이렇게 돈까밀로와 뻬뽀네의 행동으로 암소들의 울음 소리가 멈추자, 빠죠띠 영감은 소들이 죽을 때까지 간 것이라고 생각해 협상을 하러 나섰고, 일은 잘 풀렸다. 그 날 오후, 뻬뽀네는 돈 까밀로를 찾아왔다. 자기가 정신 없을 때를 틈 타 훔쳐 간 자신의 기관총을 달라고 말이다. 신부는 시치미를 떼다가 들통났지만 어디있는지 모르겠다며 기관총을 주지 않았다. 뻬뽀네는 언젠가는 75밀리 박격포로 성당을 날려 버리겠다고 하였고 돈 까밀로는 그에 81밀리 박격포로 인민의 집을 날려버리 겠다고 반박했다. 말싸움에서 밀린 뻬뽀네는 아무도 몰래 예수님에게 인사를하고, 성당을 나왔고 둘의 모두를 위한 공동 작업은 이렇게 끝이 났다. 나는 이 둘을 보고 겉으로는 매일 같이 싸우는 이웃일지라도, 마음만은 서로를 향해 웃고있는 돈 까밀로와 뻬뽀네는 어떤 친구를 둔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이렇게 싸우고 싸워도 끝없이 용서 할수 있는 둘을 본 받아야겠다고 생각 했다. 빨리 2권을 보고 싶다. ^^
( ◎ 기록일 : 04. 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