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왜 시작했을까 자문하기도 하지만, 사무실 공기를 마시는 순간 이를 악물고 공부했습니다." (직장인 A씨)
"퇴근하면 피곤해서 공부 못하고, 회사에서는 이미 마음이 떠나 정말 죽도록 일하기 싫고...이번에 로스쿨 못 가면 어찌될는지 걱정됩니다." (직장인 B씨)
[사진=중앙DB]
지난 24일 첫 실시된 법학적성시험(LEET·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에 응시한 회사원들은 학생들이나 '백수들'보다 각오가 남달랐다는 후문이다. 업무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데다 합격한 후 3년 간의 재학 기간을 감안하면 현재 연봉을 포기하는 기회비용까지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로스쿨을 준비하는 모임(http://cafe.daum.net/lawschoolstudy)' 등 주요 온라인 까페에는 이 같은 애환을 나누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해 몰래 논술 써"=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업무 시간 짬짬이 또는 퇴근 후에 공부하는 수 밖에 없어 이를 악 무는 의지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닌다는 C씨는 "아침에 30분 일찍 회사에 가서 업무 하는 척 하며 논술을 썼다"며 "원수 같은 회사 상사에게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로스쿨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은 "점심 시간에 신문 사설을 정리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더라"며 "출퇴근시간에는 시사 잡지를 정독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상사에게 복수하고 당당하게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었다", "지금 연봉보다 적다 하더라도 변호사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보인 이들도 적지 않다.
강남에 위치한 로스쿨 대비 학원 관계자는 "직장인들은 남다른 의지를 품은 만큼 면학 분위기가 뜨거운 편"이라며 "저녁 실전·주말반에 주로 몰린다"고 전했다.
◇ "내일 모레면 마흔인데…"= 시험에 붙는다 해도 직장인들에게 고민은 또 있다. "20대 젊은이들과 동등한 경쟁선 상에 설 수 있을지", "졸업하면 마흔이 코 앞인데 로펌에서 나를 기용해줄 지 모르겠다”는 걱정의 글이 적지 않다. 공부에 매진했을 때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지 주판알도 튕겨 봐야 한다. 3년여 간 법학전문대학원 학비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회원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데 공부하는 동안 가족을 어떻게 먹여 살릴 지가 문제"라며 "가족 부양의 부담이 결심을 어렵게 만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일단 붙고 나서 생각하자는 철 없는 생각 뿐"이라는 글도 있었다.
법학적성시험은 언어이해·추리논증·논술 과목으로 이뤄져 있다. 로스쿨 전형에서 대학별로 최소 15%에서 최대 50%이상까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성적은 이달 30일 발표되며 10월에 각 대학원 별 원서 접수, 11월 면접시험을 거쳐 12월이면 국내 최초의 로스쿨 합격자들이 탄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