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충남 서천군 동백나무 군락지에서 만난 동백꽃은 그 아름다움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꽃과 잎에 꺼뭇한 반점이 있는 게 많았고 전체적으로 깨끗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곳 관리자의 말에 따르면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로 냉해를 입어서 그렇다고 한다. 지난주 일요일엔 감기로 골골대는 몸을 이끌고 보은에 자리 잡은 미동산수목원엘 잠시 다녀왔다. 날씨가 추워 서둘러 돌아오면서 곳곳에서 본 백목련은 대부분 꽃빛이 탁했다. 깨끗한 유백색이 돌아야 하는데 노르끼리하고 가장자리의 꽃잎이 쭈굴거리는 게 많이 눈에 띄었다. 한두 그루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여기겠지만 거듭거듭 보이니 이상하였다. 그 나무들 또한 냉해를 입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3월 말경 지나치게 높았던 기온 때문에 일찍 핀 꽃들이 지난 주말 무렵 눈까지 내리며 며칠간 이어진 이상 저온 현상 때문에 냉해를 입은 것이다. 어제 보도를 보니 경기도 지역의 배 재배 농가 절반가량이 냉해를 입었다고 한다. 전북 진안의 전체 인삼 재배면적 30% 이상에서 인삼 줄기가 꺾이고 색이 푸르게 변하는 피해를 보았고, 경남 거창의 사과 과수원도 절반가량 피해를 보았다고 알려졌다. 과수 농가의 경우 꽃봉오리가 검게 변하거나 암술이 말라버려 꽃가루받이가 어렵게 됐다니 올 농사 시작 단계부터 이처럼 암울한 상황에 봉착한 농부들의 좌절감이 얼마나 클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농사라는 게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힘든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