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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시대 빛과 그림자..경제살리기 vs 조망권 독점 |
부산일보 2007-04-14 11:33:00 |
초고층 빌딩은 초기 예산이 많이 들고 고도의 건축기술을 요한다. 그럼에도 세계 주요 도시들이 초고층 빌딩 건설에 잇따라 나서는 데는 건축후 '실'보다 '득'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고용과 경기부양,관광수익 등의 긍정적 효과에 도시외관까지 달라지게 되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화재,교통혼잡,조망권 독점 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이른바 초고층 빌딩의 '빛과 그림자'다.
△고용·관광수익·도시외관 이점=초고층 빌딩이 잇따라 지어질 경우 고용,관광수익,건설경기 부양 등의 효과가 기대돼 침체된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한몫할 것으로 전망된다. 랜드마크 경쟁에 따라 도시외관이 변화하는 효과는 '덤'이다.
월드비즈니스센터(WBC) 부산을 기획한 솔로몬그룹의 김용(사업개발부) 차장은 "이 빌딩 건설 시 연간 30만명의 고용효과가 있고 준공 후에도 1만5천명의 실질고용효과가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특히 초고층 빌딩과 함께 극장가,전망대,호텔 등이 함께 들어서 일본 도쿄의 롯폰기 힐스처럼 지역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롯폰기 힐스의 경우 하루 평균 10만~15만명의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 현재 '한국판 롯폰기 힐스'가 될 만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해운대구 우동. 우동프로젝트와 WBC부산 등 초고층 호텔과 쇼핑몰 등이 들어서게 되면 부산지역의 중심이 광복동→서면에 이어 우동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화재 피난·조망권 문제=초고층 빌딩의 경우 화재에서 일반아파트보다 취약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화염과 열기의 상승 효과로 화재 피해가 일반아파트보다 더 커질 위험이 있고 피난처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 사다리차로 진화하는 데 한계가 있어 초기 진화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4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일 경우 중간층 한 곳을 피난층으로 설계하기도 하지만 이에 관한 의무 조항은 없는 실정이다.
또한 초고층 빌딩에 대한 밑그림 없이 시와 구청이 규모에 따라 별도로 교통영향평가와 건축허가 심의를 하고 있어 초고층 빌딩이 몇 곳이나 되는지 현황파악도 안 돼 있는 등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이동현 부장은 "그동안 부산지역 초고층 빌딩 건립계획은 우후죽순처럼 발표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본격화된 논의가 없었다"면서 "부산은 서울과 달리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수 있는 폭이 좁고 해안에 밀집해 있어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바닷가나 강가 등의 조망권은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공공재'인데,일부 주민만 독점하고 부동산 수익까지 얻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이성근 사무처장은 "초고층 빌딩이 장점도 있는 만큼 특정 지역에 초고층을 올리는 방안이 모색돼야 하며 그럴 경우에도 공공재의 독점에 대한 대가로 외국처럼 그에 상응하는 부지를 기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