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AT산행 - Alpine Training -
쌍팔년도 한아름 산악회가 생긴 이후 한번도 거르지 않고 매년 이어왔으니
올해 25회째 맞이하는 지리산 AT 산행이다
2013. 6. 22 토요일 오전 9시. 통영IC 근처에 있는 청구아파트
올해엔 잘생긴 신입회원이 둘이나 참석해 떠나는 분위기가 들뜨있다.
총무 시현님이 쇠고기 몇근을 손에 들고 산행길에 오른 회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출발지인 청구아파트 입구에 미리 와 있다.
고성 IC에서 현호,상원님과 합류하였다.
등반대장과 응호님은 통영암벽교실 운영때문에 AT산행에 참석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간식거리를 준비해 왔다.
다들 고맙다.
이번 산행은 왕시루봉 능선과 불무장등 능선을 이어가는 것으로 정했다
11:30경 산행 출발지인 토지면 내서리 토지동초교에 도착하여 느진목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내서리 마을길을 지나 뙤약빛 내리쬐는 포장임도를 따라 올라가는 일이 장난이 아니다.
머리위로 쏟아져 내리는 따가운 햇살과 콘크리트 포장도로의 복사열을 받아 온몸에 축적된 열기를 식히기
위해 흘러내리는 땀이 꼭 물통에 물이 새어 나오는 것 같다.
< 토지동초등학교 교정에서 애마 스타렉스와 함께 폼을 잡은 회원님들 .... >
< 내서마을에서 늦진목재까지 이어진 계곡 초입에 예쁘게 새겨진 이름표 홍류동 ... >
한적한 길옆 계곡에 스님 두문이 겉옷을 벗어 던지고 목간을 하시고 계신다. 뒷 모습은 비구승인데
뒤돌아 마주친 모습은 비구니승이다... 어이쿠 죄송합니다...나무관세음보살.
임도 끝길을 지나 산등을 내려서 만난 계곡에서 땀을 시원스레 식힌다.
여름산행의 맛을 느낀다.
< 두번째 휴식 ... 계곡물이 시원하고 달다 >
흘리는 땀이야 한증막에서 빼내는 거나 산행을 통해 몸 안에서 품어져 나오는 거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지만
그 시원한 느낌은 같을 수 없다
산에 드니 얼굴에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고 몸도 마음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자연인이 된다.
집을 나서며 마음 무거웠던 정회장도 불편했던일 씻혀내고 표정이 환해진다
새식구 상원님은 금새 배가 고픈지 "점심 언제 먹을거냐"며 틈만 나면 묻는다.
큰덩치에 등짐을 많이 져서인지 연비가 약해 보인다.
그때마다 " 느진목재에 가서 묵자" 며 곧 실현될 희망인양 달랬는데 펑퍼짐한 계곡을 벗어나 고도를 올리자 왼쪽편에
왕시루봉이 시커멓게 와 닿아 있다.
이거 아니다 싶어 GPS를 확인해 보니 아니나다를까 느진목재를 벗어나 있다.
작은 지능을 넘어 느진목재로 가느니보다 문바위등지능으로 올라가는 게 나을것 같아 밥묵고 가자는 후배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오로지 올랐다.
암~풀을 외쳐봐도 님들의 울림이 없다.
골짜기를 완전히 벗어나 지능에 함께 올라온 환용님을 뒤처진 회원님들과 선을 이어 오라하고 철호님, 상원님과 함께
싸리샘쪽으로 가서 점심을 먼저 준비하기로 했다.
15:30분경 점심준비를 하고 싸리샘을 이리저리 찾아보지만 찾을 수 없어 점심자리로 되돌아와서 끓인 감자라면
두개를 세명이 나눠먹고 철호는 다시 물을 찾아 나섰다.
나와 상원님은 늦게 도착할 님들을 위해 라면을 끓이고 밥을 지었다.
드디어 이틀 야근 마치고 산행에 참석한 도영님이 괭한 눈으로 나타났다
< 16:00경 점심을 놓쳐 허기진 배를 움켜지고 나타난 회원님들 .... 그래도 "지주배예요. 지주배" >
싸리샘 찾으러 나간 철호가 30분쯤 지나자 " 암~풀" 에코소리를 넣는다
계곡까지 내려가서 페트병 새개, 3리트 수낭에 물을 가득채워 온 것이다.
늦게 온 철호는 남은 밥을 허겁지겁 먹고 떠날 채비를 한다
점심 자리를 떠나기 전 막걸리 한사발 돌리며 초반에 뺏긴 원기를 회복시키고 문바위등을 향했다.
문바위등은 짙은 안개속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문바위등을 지나자 능선은 부드럽고 장쾌하다.
안개속에 9명의 님들이 선을 이어 나가며 내리막길을 따라 질매재에 도착하였다
18:30 막영을 하기로 하였다
도영님이 마지막으로 도착하였고 텐트를 치자마자 후드득 비가 내렸다
5인 텐트 1동, 2인 텐트1동, 타프1동을 설치하였다.
단지 비를 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세상일,욕망의 불꽃이 꺼진 질매재의 밤
시현 총무님이 싸준 고기를 안주삼아 막걸리로 화려한 밤의 축배를 들었다.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 환용님이 갈아 낸 원두커피 향기 ...
너무나 환상적이다.
철호는 말한다 " 이딴 게 뭐예요"
선배는 말한다 " 아가씨 꼬셔 장개라도 갈려면 커피맛도 알아야 될 거 아이가 문디자슥"
철호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소주를 먹이는 것이다.
동료를 위해 물을 보충하러 계곡아래까지 다녀온 철호가 기분이 좋아보인다
시현 총무가 보내준 쇠고기 주물럭 ... 문수암에 올라가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원두커피향에 코가 즐겁고 입가에 맴도는 쌉쓸하고 구수한 맛에 혀가 상쾌하다.
오감이 즐거운 밤. 함께한 정붙이가 있어 넘 행복하다
비는 하염없이 내리는데 플라이와 본체가 일체형인 5인용 텐트가 생각보다 야물지 못하다.
코고는 소리 들리기 전에 빨리 잠을 청했지만 방수원단에 맺힌 물방울이 면상에 뚝뚝 떨어져 내려 몇번씩 잠을 깬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보니 취침인원중 한명이 없다. 환용님이 텐트 문밖에서 간이의자에 웅크리고 앉아서
"선배님 조금전 저쪽에서 렌튼 불빛 두개가 내려왔는데 국공 직원들 아닐까요 ?" 라며 묻는다.
아마도 산짐승이 내려왔을 게다. 잠자리가 불편해도 텐트 안으로 들어오라 하지만 "여기가 좋다며" 여전히 웅크리고 앉아
있다.
<결혼전 흰눈내리던 어느 초겨울 날, 당시 마눌후보에 있었던 님과 함께 치밭목 민선배님이 내어 주어 마시던 그 원두커피향이 되살아 났다.>
덩치큰 상현님과 석현님의 두 어깨사이에 끼어 탱크소리 들어며 비몽사몽간에 잠을 깨니 06:30이다
퍼득 일어나 텐트 문밖에 나섰다. 다행히 비가 잠시 그쳤다
철호가 피아골쪽으로 물을 뜨려 내려가고 우린 그 사이에 텐트를 철수했다.
물이 부족해 밥만 짓고 남은 물로 원두커피를 진하게 뽑아내어 해장을 했는데
빈속에 향긋하게 퍼져나가는 커피맛이 괜찮았다.
녹차는 마음을 가라 앉혀 침묵의 시간을 가지게 하고 향 좋은 커피는 문디들의 입을 가볍게하여 수다를 떨게 만든다.
비가 후드득 다시 내려 쫓기듯 아침식사를 마치고 돼지평전을 향한다.
오름길에 탄력이 붙여 09:20경 능선 봉우리에 올라섰다. 국공분들의 단속이 심하다는 말들이 있어 조심스럽게 주능에 진입
하였다.
온길 뒤돌아 보며 문수암에 들리지 못한 아쉬음을 달랬다. 담 기회에 바람도 쐴겸 노고단 쪽에서 접근을 해봐야지 ....
< 등을 치고 능선에 올라선 석현님 >
< 고어텍스도 소용없다.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마찬가지 ... 거친 호흡을 가다듬고 비속에 휴식을 취하는 회원님들 >
오르는 도중 오른쪽으로 빠진 철호에게 휴대전화를 해보니 다행스럽게도 주능선에 먼저 도착해 있다.
주능에 오른 님들의 가벼운 발걸음 때문인지 완만한 능선길 때문인지 모르지만 금새 임걸령에 도착하였다.
비가 그친 틈에 칠퍽한 신발을 벗고 양말의 물기를 짜내었다. 이제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빗방울이 다시 떨어진다.
얼른 판죠의를 입고 삼도봉으로 향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반야봉 갈림길에서 잠시쉬며 이리저리 몰려올라오는 구름사이로 문바위등 능선을 바라보았다.
생기 가득한 6월의 숲은 몸과 마음의 면역체계를 굳건히 한다.
< 돼지평전 능선봉우리에 올라 선 새내기 석현님 환용님 ... >
< 돼지령이라 팻말이 붙혀진 곳에서 비 그친 틈에 단체사진을 남겼다 >
< 돼지평전에서 바라본 가야할 곳, 불무장등 >
< 뒤돌아본 왕시루봉 ... 문바위등 ...질마재 >
< 임걸년林傑年의 직업이 화전을 일구던 농꾼이었는지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적이었는지 모르지만 옛적 그 분의 거처였다는 임걸령에 도착 ... 비가 잠시 그쳐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 본다 >
< 반야봉 갈림길에서 휴식을 취하는 산님들 >
< 임걸령쪽 능선을 배경으로 선 상원님의 멋진 모습 >
< 올만에 입어본 판쵸의 ...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없어 유일하게 챙긴 판쵸의가 여전히 유용하였지만 문제는 년식 ?
낡은 판죠의는 비닐코팅이 벗겨져 거의 바람막이 수준이었다 ... 퇴역시키켜 반본대 그늘막이로 재이용해야 할 듯 >
새롭게 단장한 노루목 조난자 묘지를 지나 삼도봉에 도착하였다.
삼도봉에서 잠시 불무장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치까지 가야할 길을 가름해보고 지정을 떠나 비지정 등산로로
잠수를 했다.
< 삼도봉에 올라선 울님들의 늠름한 모습 >
< 70년대 반공 포스터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포스를 풍기는 울님 >
< 불무장등에 올라 점심상을 펼칠까 했는데... 까닥하다간 산상 반란이 일어날것같은 조짐이 있어 점심시간을 칼같이 지켰다 >
소잔등같이 이어진 부드러운 불무장등 능선은 콧노래가 나오는 유쾌한 산길이다.
비는 주적주적 내리는데 불무장등 오름길에 잠시 딴마음을 먹었더니 주능을 벗어나 무착대 방향으로 빠져버렸다.
다시 되돌아 불부장등에 올라서자 스테인레스로 만들어 빤질빤질한 정상석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
불무장등을 한참 지나가다 도영님이 안보여 핸드폰으로 연락했지만 통화불통지역이라 위치를 확인할 수 없어 애를 태웠다.
지도를 펼치고 어디로 빠졌을까 고민끝에 정황상 우리가 되돌아 온길을 다시 갔을리가 없고 목통골로 내려갔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문제는 산악회 차량 열쇠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제때 집에 돌아갈려면 도영님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걸음 빠른 철호를 당재에서 목통마을로 하산시켜 열쇠를 받아오면 누군가 다시 산행초입지로 내려가서 학교에 주차한 산악회
차량을 농평마을로 타고 올라오도록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온갖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며 통꼭봉을 지날 무렵 도영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 행님 저 직전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
어떻게 그렇게 빠져나갔는지 알 수 없었지만 반가웠다.
차를 타고 농평마을로 오도록 얘기하고 상황을 마무리 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되돌아 오는사이에 후미에 있던 도영님이 불무장등에 먼저 도착하여 정상 오른쪽 능선을 타고
안개속으로 사라져 버린것이다.
< 안개끼고 비내리는 기상 조건 때문에 두번이나 길을 벗어났다 >
< 불무장등 정상석을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는 상현님 >
< 불무장등에 선 님들 >
< 통꼭봉임을 알리는 삼각점을 확인한 님들 >
< 평화롭기만 한 농평마을 >
< 등산로를 빠져나와 농평마을에 도착한 님들 >
통꼭봉의 급경사면을 지나자 안개속에 군불 냄새가 묻어 났다. 민가가 근처에 있다는 뜻이다.
곧이어 당재에 도착하였다.
폭신한 등로를 따라 내려가자 안개비속에 농평마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당재마을을 흘러내리는 계곡의 다리밑에서 비를 피해 이틀동안 품어낸 땀을 씻어 내었다.
때맞춰 도영님이 산악회 스타렉스를 타고 올라와 반갑게 합류하였다.
10년만에 찾은길 언제 다시 올까 기약할 수 없지만
산을 벗어나 하산주로 마시는 악양막걸리 맛이 참 개운하였다.
비 맞아 가며 이틀동안 악우의 정을 함께 나눈
정회장님, 도영님,상현님, 철호님, 현호님, 석현님, 상원님, 환용님
길동무 되어 즐거웠습니다.(2013 .6. 岩)
첫댓글 시작할때의... 모습이.... 어디갔을까요?....ㅎ
참 시험은 ? 후회 없었지 ?
선배님 점심 언제 드실껍니꺼??
응 !! 한 시간 정도만 올라가면 먹을끼다 ~~~
헐~~!! 그로부터 약 3시간쯤 흘러~~ 밥 묵자 ~!!ㅋㅋㅋㅋ
선배님! 힘은 들었지만 너무 재미 있었습니다.. 산행 내내 배꼽 빠지는 줄 ... ㅎㅎㅎㅎ
이해 해주니 고마워요 ... 관절은 괜찮은가 모르겠네 ... 산행을 통해 자연의 숨결을 느껴보고 너와 나의 근본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체득할 수 있기를 바래요 ... 함께 땀흘려 행복했습니다
모두수고하셨습니다 간만에 즐건산행 함께하게돼서 너무 기뻤습니다~~~!!
불무장등 푯말을 안고 있는 얼짱님의 표정이 압권이네 .... 욕봤다
정말 멋진 산행을 했습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선배님들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동숭아 욕봤다 .... 조만간에 막걸리 한사발 하자 ... 사진 우쨋노
비 오는 산 중에서 버림받고,, 눈물,콧물 흘리며 혼자서 하산하는 기분,,, 알랑가 몰것네여ㅎㅎ
우리가 버림받은 걸로 생각했는데 ... 차키가 없어 집에 못가는 줄 알았어 ... 뜻밖에 직전마을이라 해서 올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아가씨의 웃음도 조치만 산사나이들과 나눈 산정이 간간히 생각납니다. ^^
어느 산행보다 끈끈한 산정을 느꼈습니다...후덕한 원각님의 너른품이 산을 닮아서 겠지요 ♡
행복한 한아름 화이팅!!!
우짜꺼고 산악회 한팀 만들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