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알약 조제후, 다시 가루약으로 조제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해 면허자격정지 7일 처분을 받은 약사가 행정심판을 제기해 승소했다.
행정심판위원회에 따르면 경기도행심위는 지난해 2월 약사에게 부과한 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사건을 보면 약국을 운영하는 A약사는 독감에 걸린 11세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약 처방전을 제출받고 이미 알약으로 조제가 완료됐다는 이유로 재발급된 처방전에 의한 가루약 조제를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했다는 이유로 7일간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약사 주장 = 당시 처방전에 따라 알약으로 조제하고 복약지도까지 완료한 후 환자의 (여자)보호자에게 결제를 요청했지만 환자 보호자가 그제서야 가루약 조제를 요구했다.
약사는 미리 가루약 조제를 요청하지 않은 보호자에게 잘못이 있음을 고지하고 기존 알약조제에 대한 결제를 요청했지만 보호자는 결제를 거부하고 처방전을 재발급 받아와서는 이전 조제에 대한 배상처리 없이 무리하게 재조제만을 요구하고 경찰을 대동해 왔다.
이후 (남자)보호자가 다시 방문했을 때, 약사는 문제가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가루약으로 재조제해 주겠다고 했지만 보호자는 조제받기를 거부하고 가만두지 않을 것이니 기다리라고 협박한 후 보건소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보건소 주장 = 약사가 보전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조제료란, 처방전에 따라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는 것에 대한 무형의 가치를 말하는데, 환자가 처음에는 알약 조제를 내용으로 하는 처방전을 발급받았으나, 이후 처방전이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다시 병원에서 가루약 조제를 내용으로 하는 처방전을 발급받아 온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약사법에는 종전 조제에 대한 비용 지불을 조건부로 해 재조제를 할 수 있다는 등 조건부 조제에 대한 규정이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약사 스스로 약사법을 해석하면서, 자신이 받은 조제료에 대한 배상이 완료돼야 다시 조제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환자가 알약 조제 요구 후 처방전을 다시 발급받아 가루약 조제를 요구할 시, 알약 조제가 완료된 후라도, 환자에게 알약 조제료를 추가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점에서 약사의 거부행위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
◆행정심판위원회 판단 = 행심위는 "검찰이 청구인에게 정당한 이유없이 가루약 조제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한 사실은 있지만 약사가 의사의 알약 처방전에 따라 알약으로 조제하고 복약지도까지 한 것으로 보이므로 약사의 조제행위는 적법하게 완료돼 조제료에 대한 비용지불청구권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행심위는 "약사가 알약 조제료에 대해 환자 보호자에게 결제를 요청했으나 환자 보호자가 의사 처방전과 달리 가루약 조제를 요구하면서 결제를 거부한 사실이 인정되고 환자 보호자가 가루약 조제를 원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진료 시 의사에게 가루약 처방전을 요청하거나 약국에서 조제가 시작되기 전에 가루약 조제를 미리 요청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점에 대한 귀책사유는 환자 보호자에게 있다"고 명시했다.
행심위는 "이후 가루약 처방전 재발급에 따른 조제행위는 독자적인 것으로 볼 수 없고 선행 알약 조제료에 대한 비용 미지불과 연관지어 검토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하고 사회통념에도 부합된다"며 "약사가 선행 알약 조제료에 대한 비용 미지불을 이유로 한 후행 가루약 조제 거부행위가 환자 보호자에 의한 경찰 출동 등으로 비화하자, 약사는 문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 보호자에게 가루약 재조제를 제안했고 이를 환자 보호자가 거부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행심위는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약사의 가루약 조제 거부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고 면허자격정지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결정했다.